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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5) 베들레헴 예수님 탄생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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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3 ㅣ No.1661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5) 베들레헴


온누리에 빛과 사랑을 전한 예수님 탄생 성당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가장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순례의 땅,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영토 분쟁 중이다. 그래서 출입국심사가 꽤 까다롭지만 특히 베들레헴과 통곡의 벽에 들어가려면 또다른 검문을 거쳐야한다. 예수 탄생지이자 기독교의 발상지인 베들레헴으로 들어가려면 먼저 실탄을 장전한 이스라엘 군인들로부터 검문부터 받아야한다. 현재 베들레헴은 팔레스타인 자치구에 속해있는데, 이스라엘이 설치한 콘크리트 장벽 때문에 도심속의 낙도처럼 온사방이 차단돼있다.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이 쳐둔 높이 9m, 두께 50cm가 넘는 콘크리트 장벽(사진 1)이 베들레헴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오도가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2차대전 당치 나치에 의해 강제거주지역(게토=ghetto)에 고립됐던 유대인들이 거꾸로 베들레헴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콘크리트 게토로 옭죄고 있다. 검문을 거쳐, 회색 콘크리트 차단벽을 통과해야 갈 수 있는 베들레헴은 가난에 절어있다. 유다인 지역과는 대조적으로 궁색이 뚝뚝 떨어지는 베들레헴 거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면서 2천년전 빛과 사랑으로 이땅에 오신 예수님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되물어보게 된다.

 

 

너, 베들레헴아 위대한 인물이 태어나리니

 

베들레헴은 인구 2만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군주 다윗(그래서 이스라엘 국기에도 다윗의 별이 들어있다)의 고향이요, 이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가 태어날 곳으로 예언돼있었다. 때가 차면 하느님의 아들 성자 예수께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게 되어있었다. 어느날, 다윗가의 후손인 요셉(예수의 양아버지)은 만삭인 아내 마리아와 고향 나자렛을 떠나 베들레헴으로 왔다. 다윗가의 후예로써 로마제국의 인구조사에 응하기 위해서이다. 예루살렘 남쪽 8km,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로 통하는 요로에 위치한 베들레헴에 마리아는 해산하기 위해 빈 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겨우 눈에 들어온 곳이 베들레헴의 말구유이다. 말구유에서 아기 예수가 태어났고, 성모 마리아가 해산한 그 현장에 들어선 교회가 바로 예수님탄생성당이다.

 

 

콘스탄틴대제가 헬레나의 청으로 성당 지어

 

예수님탄생성당은 밀라노 칙령으로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지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베들레헴을 순례한 어머니(=헬레나 성녀)의 청을 듣고, 예수님 탄생지로 전해오는 동굴 위에 첫 성당을 건립했다. 서기 339년의 일이었다. 이 첫 성당은 6세기초 사마리아인들의 폭동 때 부분 소실됐고, 현재 성당은 530년에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완공한 것이다. 외형은 마치 요새같다. 원래 출입문은 성당 안에 있었는데, 말을 타고 침범해오는 무슬림들을 막기 위해서 좁고 낮게 지어졌다. 그래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수님탄생성당으로 들어오려면 허리를 굽혀야한다. 그래서 문 이름도 ‘겸손의 문’이다. 그후 지붕과 바닥과 내부 장식 정도만 바뀌었을 뿐 나머지는 원형 그대로여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페르시안 복장의 동방박사덕에 파괴 위기 모면

 

예루살렘 성지는 대부분 7세기 초 페르시아 침공 때 파괴됐다. 그러나 예수님탄생성당이 당시 파괴되지 않고 1천500년이나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성당 모자이크 덕분이다. 이 모자이크에는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온 동방박사 세 사람이 그려져있다. 그들은 페르시아 옷을 입고 있는데, 페르시아 군대가 이를 보고 교회를 허물지 않고 참배하고 돌아갔다. 또한번, 서기 638년 무슬림 군주 오마르가 예루살렘을 휩쓸었을 때도 이 성당은 파괴되는 위기를 모면했다. 이유는 이슬람 경전 쿠란에 동정 마리아가 하느님의 종이며, 예언자인 예수를 종려나무 아래서 낳았는데, 그 종려나무가 바로 베들레헴에 있다는 전승 덕을 봤다. 당시 이스라엘을 점령했던 오마르가 이 전승을 믿고 예수님탄생성당에서 기도를 드리고 갔다. 그 때문에 이 성당은 예루살렘 황금사원과 헤브론 성조사원에 버금가는 무슬림들의 순례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누구나 몸을 숙여야 들어가는 겸손의 문

 

현재 예수님탄생성당은 언덕길을 올라와서 아르메니아수도원 벽을 따라 한참 걸어가야 들어갈 수 있다. 높이가 1미터여에 불과한, 겸손의 문을 통해 몸을 숙여서 들어가면 회랑이 나오고, 40개의 붉으레한 돌기둥이 늘어선 성당을 보고 그 규모에 놀라게 된다. 화재의 흔적이 남아있는 석회석 돌기둥 위에는 열두 사도, 성모자상 등이 그려져있다. 대리석을 깐 성당 바닥 아래에는 헬레나 성녀가 봉헌하던 당시의 모자이크(사진1)를 볼 수 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예수님탄생성당의 주인은 바뀌었는데, 현재는 그리스정교회, 로마가톨릭, 아르메니아정교회가 분리 소유하고 있다. 중앙 제대 바로 아래에있는 예수님탄생동굴은 그리스정교회 소유이다. 하지만, 예수님탄생동굴의 바닥에 있는 은별은 로마가톨릭에서 설치했다. 예수탄생자리를 알려주기 위해 은으로 만든 별을 특별히 ‘베들레헴의 별’이라 부른다.

 

 

예수의 탄생자리를 나타내는 베들레헴의 은별

 

베들레헴의 은별은 14각을 이루고 있다. 이는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상징하는 십자가의 길 14처, 아브라함에서 다윗까지 14대,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까지 14대, 그후부터 예수까지 14대를 가리킨다. 예수탄생동굴에서 몇 미터 떨어져 두어 계단 내려가면 아기예수를 눕힌 구유동굴이 있다. 이는 로마가톨릭 소유이다.  히브리어로 ‘빵집’을 뜻하는 베들레헴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생명의 빵이 된 구세주 하느님은 오늘날 베들레헴을 보면 너무 슬플 것 같다. 밤새워 양떼들을 지키는 목동들에게 나타난 천사가 예수 탄생을 모든 백성의 큰 기쁨이라고 노래했는데, 오늘날 베들레헴은 인위적인 차단벽과 종교간 대립과 갈등이 없지않다.  2천년 전 다윗의 고향, 베들레헴의 말구유에서 아주 조용히 가난하고 겸손한 자들 가운데서 태어난 예수의 가르침대로 믿는 이들부터 사랑과 빛으로 거듭나야하지 않을까?

 

[매일신문, 2007년 2월 22일, 글 사진 베들레헴에서 최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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