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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4) 아인 카림 세례자 요한 탄생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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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3 ㅣ No.1660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4) 아인 카림 세례자 요한 탄생 성당


'주님의 선구자' 나신 자연동굴

 

 

예루살렘 남서쪽 유대 도시 아인 카림은 동정 마리아가 석녀로 알려졌던 엘리사벳(세례자 요한의 어머니)이 늙으막에 은총으로 잉태한 사실을 알고 찾아갔던 성모님 방문 성당(31회 소개)과 세례자 요한 탄생성당으로 유명한 성지이다. 지난 주에 소개한 성모님 방문 성당은 즈카리아(세례자 요한의 아버지)와 엘리사벳의 여름집이 있던 곳에 세워진 교회로 여기에서 엘리사벳과 요한 모자가 헤로데의 박해를 피한 기적의 바위를 볼 수 있다.

 

오늘 소개하는 세례자 요한 탄생성당은 구약 시대의 마지막 예언자인 세례자 요한의 잉태 고향(출생지)이다. 매년 로마가톨릭에서는 성탄절 전 4주간 동안 그리스도에 앞서 태어나, 그분의 길을 닦다가 순교한 세례자 요한의 소리를 듣는 대림절을 지내고 있으며, 동방교회에서는 세례자 요한 탄생일(6월 24일), 수난(8월 29일), 잉태일(9월 24일) 등을 축일로 보내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 세례자 요한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예수 친히 “여자의 몸에서 난 사람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위대한 인물은 없다”고 했던 세례자 요한의 태생지를 찾는 순례객은 오늘도 줄을 잇는다.

 

 

즈가리아가 석필로 ‘요한’이라 명명

 

세례자 요한은 즈카리아와 성녀 엘리사벳의 사이에서 예수보다 6개월 먼저 태어났다. 동정 마리아의 수태고지와 마찬가지로 요한도 천사의 탄생 예고를 통하여 늦둥이로 태어났다. 요한이 태어날 당시, 아버지 즈카리아는 불신한 벌로 일시적인 벙어리 상태였다. 이때 엘리사벳이 아기를 낳자, 즈카리아의 집안에서는 즈카리아라고 해야한다, 아니다라며 의견이 대립됐다. 이를 본 즈카리아가 석필로 이름을 썼다. ‘Johannes(요한)’. 이렇게 명명된 아이가 바로 세례자 요한이다. 세례자 요한은 생후 6개월 만에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당시 별을 보고 찾아온 동방 박사를 통해 구세주가 태어났음을 알게된 헤로데가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사내 아이들을 다 죽이는 대박해를 가할 때, 또래인 요한도 죽을 위기에 처했다. 엘리사벳의 품에 안긴 요한은 더 이상 도망길을 찾지 못한채 큰 바위에 가로막히는 신세가 되었다. 이때 엘리사벳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바위가 갈라지면서 그 안에 피신한 요한 모자는 화를 면했다. 이 얘기가 바로 성모님 방문성당에 있는 기적의 바위에 얽힌 전승이다.

 

 

그리스도 앞서 태어나 그의 길을 준비하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세례자 요한은 청년시절 사막에서 은수자로 살았다. 정확하게 어느 광야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시나이 사본 등 중요한 성서 사본이 대량 발견된 쿰란공동체에서는 세례자 요한이 이곳에서 생활했으리라고 여기고 있다. 하여튼 광야에서 기도와 고행으로 자신을 준비하며 수도하던 세례자 요한은 서기 28년(로마황제 티베리우스 재위 15년)에 하느님의 말씀을 접하고,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왔음을 선포했다. “회개하라!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왔다.” 그러나 요한은 세리나 창녀 등 비천한 계급이나 특정인에게만 회개를 요구하지 않았다. 율법학자나 바리사이파 등 귀족층과 지도자에게도 똑같이 회개를 촉구했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왔으니 죄를 씻고 회개하라.” 엄격한 생활을 하며 자신의 영광을 좇지 않고, 언제나 바른 소리를 용감하게 하는 요한을 군중이 따라다녔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요한은 자신은 메시아가 아니며,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풀 메시아가 곧 다가올테니 모든 사람이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now and here) 해야할 일을 하면서 ‘그 때’를 준비하라고 선포하고 다녔다.

 

 

언제나 바른 소리를 하던 세례자 요한

 

당시 갈릴래아의 영주 헤로데 안티파스(대박해를 자행한 헤로데의 아들)는 요한이 두려웠다. 언제나 바른 소리를 하고, 하느님 나라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다니는 예언자 요한이 헤로데의 불의를 공개적으로 질타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헤로데는 본처를 버리고, 동생 아내(헤로디아)와 결혼했는데, 옳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바람에 옥에 갇혔다. 따지기를 좋아하는 율법학자들은 헤로데의 권세가 무서워 함묵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던 증거자 요한은 달랐다. 두려워하지 않고 감옥 안에서도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계속 외쳤다. 어느날 헤로데 안티파스가 외빈들을 초청, 큰 축제를 벌였다. 그 자리에서 헤로디아가 데리고 온 딸 살로메가 춤을 췄다. 살로메의 매혹적인 춤으로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자 기분이 좋아진 헤로데가 의붓딸 살로메에게 공개 언약을 했다. “네가 원하면 나라의 절반이라도 떼어줄테니 한가지 소원만 말하라.”고. 미리 헤로디아의 사주를 받은 살로메는 세례자 요한의 목을 요구했고, 그렇게 요한은 참수당했다. 그리스도에 앞서 태어나 물로 세례를 베풀며,  정의와 진리를 위하여 수난 끝에 참수당한 요한의 삶은 인간의 죄를 씻기 위해 희생당할 예수의 미래 수난을 예시하는 것이다. 악인들에 의해 묶이고, 죽임을 당한 세례자 요한을 로마가톨릭에서도, 동방교회에서도 똑같이 귀중하게 받아들인다.

 

 

주님의 선구자가 여기 나셨다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가장 위대한 인물로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침으로써 주님의 제자다운 죽음을 택한 세례자 요한을 기리는 아인 카림 탄생성당은 5세기 경에 세워졌지만 파괴되었다가 십자군 시대에 재건되었고, 그후 이슬람의 침입으로 완전히 파괴 되었다. 17세기에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성당 복구를 시작하여 1885년에 보수 및 개축한 것이 현 성당이다. 성당 입구를 들어서면 왼쪽 벽에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기뻐하며 아버지 즈가리아가 읊은 ‘즈카리아의 노래’가 여러 나라 말로 적혀 있다. 물론 한글로 된 즈카리아의 노래도 아름답게 걸려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제대 왼쪽,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내려가면 자연 동굴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세례자 요한의 탄생지이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지는 즈카리아의 집 일부분인데, 이 지하경당 제대 앞에는 베들레헴의 예수님 탄생동굴에 있는 은별자리와 흡사한 모양의 별자리가 있는데 라틴어로 여기에 주님의 선구자가 나셨다(‘Hic Praecusor Domini Natus est’) 고 적혀 있다.

 

[매일신문, 2007년 2월 15일, 글 사진 아인 카림에서 최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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