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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우리 곁의 보물: 주교좌 명동대성당 중앙문에 새겨진 초기 한국천주교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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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21 ㅣ No.513

[우리 곁의 보물] 주교좌 명동대성당 중앙문에 새겨진 ‘초기 한국천주교 교회사’

 

 

2018년 새해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우리가 맞은 새해는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새해의 문을 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꿈을 갖고 새로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모든 건물에서 문은 우리가 드나들 때마다 늘 만나는 가장 친숙한 대상입니다. 문은 사람들을 새로운 장소로 인도하고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성당에서도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언제나 문입니다.

 

교회에서는 오래전부터 문 위의 벽면에 ‘최후심판’ 등을 새겨 넣어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과 심판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착하게 살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출입문에는 예수님이나 성모님 혹은 존경받는 성인 모습을 새겨 넣어 신앙생활에 더욱 충실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주교좌 명동대성당에도 정면에 세 개의 문이 있습니다. 중앙문에는 230여 년 전 초기 한국교회의 주요 장면이 3단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1985년에 명동성당 주임 김수창 신부는 조각가 최의순(요한비안네, 1934~)에게 청동 부조문 제작을 주문하였습니다. 작가는 역사학자 조광 교수의 자문을 받아 우리나라 초기 교회의 주요 활동 모습인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새겼습니다. 이것은 초기 교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날에도 교회가 본연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상단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미사를 집전한 주문모(1752-1801) 신부와 우리말 교리서 ‘주교요지’를 편찬한 명도회 정약종(1760-1801) 회장이 있습니다. 중단에는 상복 차림으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과 박해를 피해 길을 떠나는 신자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하단에는 파리 외방전교회 출신 메스트르(Maistre Josep Ambroise, 1808-1857) 신부가 세운 성영회(聖嬰會)에서 고아를 돌보는 내용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지친 아기를 안고 있는 여인은 성모님을 연상케 합니다. 옆에는 시약소를 만들어 병자와 노인을 돌보는 신자들의 이웃 사랑이 묘사되어 있으며 약탕관도 볼 수 있습니다.

 

3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 한 최의순은 1987년에 높이 2.5m, 폭 1.25m의 작품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성당의 벽돌 구조물이 무거운 철문을 잘 지탱할 수 있을지 논의가 분분하여 설치되지 못하고 22년 동안 창고에 잠들어 있었습니다. 2009년 초에야 비로소 이 문을 걸게 되었는데 작가는 “명동대성당을 찾는 분들이 이 문을 보고 우리 선조들의 신앙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우리 천주교회의 뿌리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주교좌 명동대성당의 문 앞에 서면 우리가 신앙 선조들에게 큰 빚을 졌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선교사와 신앙 선조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생명을 바치면서까지 우리에게 신앙의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하느님의 선물인 새해를 다시 맞이하여 새날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8년 1월 21일 연중 제3주일 서울주보 5면,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성당 유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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