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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50: 데레사 성녀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기도생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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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22 ㅣ No.646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50) 데레사 성녀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기도생활 ④


성경, 특히 네 복음서는 가장 훌륭한 기도 재료



영적 진보를 바라는 자, 기도를 잊지 마라

성녀 데레사는 기도를 하면서 다양한 영성 서적들로부터 도움을 받도록 권했습니다. 아니, 기도 시간에 독서가 웬 말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성녀가 말하는 기도는 성당 근처를 잠시 지나다 들어가서 감실과 1~2분 정도 눈길만 마주치는 그런 번개기도가 아니라 최소 1번에 1시간 정도 진득하니 앉아서 하는 기도를 말합니다.

물론 지난 호에서 말씀드렸듯이, 이 바쁜 세상에 도대체 잠시라도 앉아서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어찌 낸단 말입니까? 하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 와중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술도 마시고 운동도 하고 연애도 하고,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인생의 근본이신 하느님을 만날 시간은 없다니? 그건 핑계에 불과합니다. 주님께 드릴 마음이 부족할 뿐입니다. 하느님을 향해 정진할 마음이 있다면, 제대로 된 기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성녀가 창립한 맨발 가르멜 수도회는 매일 일과 중에 아침, 저녁에 1시간씩 2시간을 의무적으로 묵상 기도에 할애해야 합니다. 입회 때부터 계속 기도 수련을 받은 수도자들이라 할지라도 2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하물며 평소에 번개기도, 화살기도에만 익숙해진 보통의 신자들에게 2시간을 기도하라면 대부분은 나가떨어지기 일쑤입니다. 예수님 앞에서 울고 웃고 떠들고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해 봤자 시계를 보면 15분을 넘지 못합니다. 그다음에는? 십중팔구는 본의 아니게 비몽사몽 간에 신비적인 수면 기도 속에서 40~50분을 헤매다 속절없이 기도 시간을 허비하곤 합니다.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기도처럼 고역인 시간도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기도를 시작해야 좋을까?


기도를 위한 수많은 보석을 담고 있는 성경

성녀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가장 쉬운 것에서부터 기도를 시작하도록 권했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변해도 역시 신자들에게 가장 으뜸이 되는 기도의 재료는 「성경」입니다. 성경 중에서도 특히 네 복음서는 기도를 위한 수많은 보석으로 꽉 차 있습니다. 기도가 예수님과의 대화이자 사랑의 나눔이라면, 우리는 네 복음서를 통해 예수님께서 2000년이 지난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하시는 말씀을 들을 수 있으며, 공생활과 수난 그리고 죽음, 부활을 통해 드러난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 구체적으로는 나를 위한 그분의 애틋한 사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언컨대, 네 복음서만 갖고도 1년 365일 기도를 하고도 남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여러분은 그 어떤 유명한 영성 서적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우리 믿음의 정수(精髓)를 발견하고 그것을 여러분의 것으로 체득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일찍이 이런 기도의 비결을 발견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4~5세기부터 순교하겠다는 각오로 본격적으로 광야에 나가 백색 순교를 치르며 평생을 그곳에서 수도 생활을 한 초창기 수도자들은 세속과 육신의 유혹에 맞서 싸우며 끊임없이 성경 구절을 읊조렸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네 복음서를 거의 외우듯이 줄줄 꿰며 그 안에 담긴 천상 보화를 캐냈으며 시편을 바치면서는 시편 저자들과 한마음이 되어 주님께 감사와 찬미 그리고 용서를 청하는 기도를 드리곤 했습니다. 그걸 요즘에 ‘거룩한 독서’라고들 합니다. 거룩한 독서는 초대 교회 신앙의 선조들이 계발해서 우리에게 전해준 값진 기도 방법, 아니 다른 여타 기도의 바탕이 되는 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일깨우는 영성 서적의 도움

앞서, 성녀 데레사가 기도하는 이들에게 영성 서적의 도움을 받으라고 한 것은, 기도 시간을 영적 독서 시간으로 삼으라는 게 아닙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도를 하다 보면, 묵상하다가 잡념이 들어 생각이나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에는 삼천포로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도 시간이 길다 보면 정신을 집중하지 못해 졸음에 빠지기도 합니다. 또 기도한다면서 머리만 사용하다 보면, 생각만 할 뿐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가 주님과 더불어 전인적인 소통을 하지도 못합니다. 그럴 때 잠시 방황하던 것을 멈추고 영성 서적을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말씀드렸듯이, 가장 좋은 것은 성경입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을 다시 천천히 읽으며 마음속에 구절들을 새겨보십시오.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구약성경을 펼쳐서 묵상해 보십시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게 될 겁니다.

그 밖에도 성 아우구스티노의 「고백록」이나 성녀 데레사의 「자서전」처럼 하느님을 깊이 체험하고 그분과 대화하며 그분을 향한 애틋한 심정을 절절히 표현한 영성 서적들을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그분들의 기도에 내 마음을 실어 함께 예수님과 대화하며 감사와 찬미 그리고 회심의 기도를 드리시면 됩니다. 마치 승천하는 용의 기운을 받아 하늘에 오르기 위해 그 용의 등에 업히듯이, 성인 성녀의 기도에 내 마음을 실어 함께 기도하면 그만입니다. 또는 예를 들어, 오랜 교회의 역사를 통해 이미 검증된 「준주성범」이나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 같은 주옥같은 영성 서적을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꺼져가던 여러분의 마음에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불이 다시 타오르게 해주는 영적인 기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도하러 갈 땐, 성경과 여러분의 마음을 주님을 향한 사랑으로 촉촉이 적셔주는 영성 서적 1권쯤은 손에 들고 가시기 바랍니다.

[평화신문, 2015년 3월 22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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