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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자] 사제 지속 교육의 방향: 그리스도의 희망을 지닌 사제가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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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165

사제 지속 교육의 방향


- 그리스도의 희망을 지닌 사제가 되기 위하여 -

 

 

1. 사제로서 산다는 것

 

"여러분의 마음속에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우러러 모시고 여러분이 간직하고 있는 희망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라도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십시오"(1베드 3,15).

 

"그 믿음과 사랑은 여러분을 위해서 하늘에 마련해 두신 축복에 대한 희망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 희망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진리의 말씀 곧 복음을 받아들였을 때에 이미 들은 바 있습니다"(골로 1,5).

 

사제는 "성령의 도유로 특별한 인호를 받아서 사제이신 그리스도를 드러내 보이므로"(사제 직무 교령, 2항) 교회의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성사가 된다. 곧 "사제들은 교회의 머리이시며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도구로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교회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현대의 사제 양성], 20항 참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에게 교회를 맡기셨고,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은 교회에 봉사하며 그리스도의 구원의 신비를 전달하고 있다. 사제들은 또한 주교들의 성실한 협조자로서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미사 성제와 성사를 집전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목자로서 교회와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한다([현대의 사제 양성], 23.26항 참조). 사제들은 사제가 됨으로써 생명의 초자연적 차원을 증언하고 세속에서 영적 가치의 징표가 될 것을 공언한다. 그들은 사제직을 통하여 인간에게는 현세, 곧 '지금 여기'보다 더 고귀한 차원의 세계가 존재함을 상기시켜 준다. 아울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현대의 사제 양성](Pastores dabo vobis, 1992년)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사제가 자신들을 기쁘게 만나 주고, 자신들의 이야기에 기꺼이 귀기울이고, 자신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쏟아 주는 사람이길 바라지만,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하느님을 바라보고 그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사제는 하느님과 아주 깊은 친교를 이룰 수 있도록 훈련받아야 하는 사람이다"(47항).

 

그러므로 사제들은 사제로서 수행하는 삶을 통해 자기 모습을 형성하며 성장하도록 부름을 받은 것이다. 그들은 우선 신학교에서 정규적인 '양성' 기간을 거치게 되고, 이 기간이 지나면 함께 일하고 함께 사는 사람들, 사목 생활, 전문 교육, 사목 동료, 사목 대상자 그리고 하느님과 이루는 관계 안에서 자기 훈련과 성장을 계속해 간다. 그러나 동시에 사제들은 현실 사회와 사목 여건에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 곧 과로, 좌절, 사제 생활의 의미와 목적 상실, 열정의 부재 등으로 희망을 잃게 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기도 한다.

 

 

2. 사제 지속 교육을 위한 교회의 노력

 

인간적이면서 성숙된 그리스도의 사제가 된다는 것은 지속적이며 평생 계속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서품은 단순히 자신의 소명의 완벽함을 달성하는 과정의 시작일 뿐이다. 사제는 이러한 길을 따라가면서 설득력이 있고 예리한 인간이 되기 위해 그리고 사제 공동체의 일부가 되기 위해 자신의 한계와 요구 그리고 촉구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내가 그대에게 안수했을 때에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주신 그 은총의 선물을 생생하게 간직하시오."(2디모 1, 6)라는 말씀을 기초로 하여 [현대의 사제 양성]에서의 사제 평생 교육 또는 사제의 지속적 교육에 관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곧 사제 지속(평생) 교육은 성품성사로 한 번 받은 은혜의 불이 꺼지거나 시들지 않고 '언제나 새롭게'(묵시 21, 5 참조)하여 본래의 아름다움을 갖추려는 데 있다.

 

성품성사는 그 본질상 "부르시고 파견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끊임없이 부르시고 파견하시어, 사제 생활과 교회 생활과 사회 생활이 역사 안에서 발전해 가는 모습을 통해서 구원을 위한 당신의 계획을 드러내 주신다. 사제의 지속적인 교육은 하느님의 이러한 끊임없는 부름과 그 뜻을 분별하고 따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며, 그 깊은 본질은 사제직에 '충실하는 것'과 '끊임없는 회개'의 과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속 교육의 노력은 사제가 자신의 직무에, 더 나아가서는 자기 존재에 충실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인 동시에 그렇게 하기 위한 조건이다. 그것은 또한 사제가 봉사하도록 되어 있는 하느님의 백성을 사랑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러한 사제 지속 교육은 전체 교회 차원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래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촉구되었는데, 제8차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1990년 10월 25일 폐막)에서 사제들에 대한 지속적인 재교육이 강조되면서 그 후속 문서로 1992년에 [현대의 사제 양성]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1994년에 교황청 성직자성에서 발표한 [사제의 직무와 생활 지침]에서는 사제 평생 교육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였다.

 

 

3. 서울대교구의 사제 지속 교육

 

서울대교구에서는 전체 교회의 움직임에 발맞추어 1990년 11월 12일에 사제평생교육원을 설립한 이래 위 문헌들이 제시한 방향에 따라 단계적인 사제 지속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새 사제 연수

 

(1) 새 사제 1단계 연수(새 사제 학교)새 사제 1단계 연수는 사제로 서품된 사람들에게 '사제 생활'을 생활 체험으로 안내하는 기간이라 하겠다. 사제로서 생활, 연학, 봉사의 3박자를 잘 조정하고 조율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사제로 평생을 살 기본 준비를 하며 기초를 놓는 시기이다.

 

① 생활의 체험신분의 변화와 함께 변화된 신분의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통해 사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생활의 체험은 세 단계로 짜여 있다.

 

- 주님의 사람(Homo Dei)들인 만큼, 한 제단에서 공동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하고, 교회의 기도인 성무일도를 합송하고 이에 참여한다.

 

- 인간의 생계를 유지하는 필수 조건인 식사를 공동으로 한다. 우리의 스승이시고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식사를 마치시고 미사 성제를 제정해 주셨다. 운명의 공동체로서 주님과 이웃 형제들과 함께 하는 식탁에 동참한다.

 

- 공동 생활의 조건은 함께 일하는 것이다. 주위 환경, 생활 환경을 서로 도우며 봉사하여 각자의 역량대로 솔선수범하는 '도우미'가 되는 것이다.

 

② 새로운 배움의 터연학 생활은 평생을 두고 하는 것이지만, 새 사제 연수에서는 일차적으로 사목자로서 사제직 수행에 직결되는 내용과 방향에서 배우고 체험하고 연구한다. 그동안 부족하게 느꼈던 분야를 보충한다. 이때 논문을 완성할 수도 있고, 본당 사목에서 하게 될 강론과 교리 교안 등을 준비한다. 아울러 주말 사목 실습과 교구의 여러 기관과 사회 복지 단체를 돌아보고 실습함으로써 선교의 장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③ 성덕에 나아감"온 세상을 얻을지라도 제 영혼이 해를 받으면 무엇이 유익하겠는가?" 사제로서 자신의 성화에 매진하는 것이므로 개인의 묵상, 영적 독서, 묵상 나눔 등으로 영성 생활을 풍요롭게 하며 사목과 기도의 역동성을 체험한다.

 

(2) 새 사제 2단계 연수(수품 1년차)본당에 정식으로 파견되어 1년 동안 보좌 신부로 지내며 체험한 첫 사목 경험을 토대로 사목적인 반성과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2) 보좌 신부 연수(수품 2-5년차)[현대의 사제 양성]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제 지속 교육에서의 모든 측면 ―인간적, 영성적, 지적, 사목적인 측면 ― 을 고려하여(71.72항 참조), 일차적으로 수품 2-5년차 사제들을 대상으로 하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렇게 함으로써 사제 직무가 하나의 직업 같은 기능적인 활동을 위한 활동주의와 개성 없는 준비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제에게 자기가 교회의 보화를 위하여 그리고 인류를 위하여 마음으로 받은 신비를 생생한 사랑으로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더 나아가 교회와 사회의 요청에 따라 사목의 전문 분야 또는 특수 분야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이에 따라 보좌 신부들이 본당 신부로 파견되기에 앞서 전문 분야 또는 특수 분야에 대해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자 한다.

 

3) 주임 신부 준비자 연수(수품 7년차)본당 신부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본당 사목에 필요한 제반 교육을 통해 본당 신부로서의 새로운 직무와 삶을 시작하는 사제들에게 효과적인 준비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한다.

 

4) 중견 사제 연수(안식년 연수수품 10년차 이상)[현대의 사제 양성]은 이렇게 말한다. "지속 교육은 중간 연령층에 있는 사제들도 받아야 합니다. 실제로 그들은 나이 때문에, 또는 너무 과다하게 일한 나머지, 또는 타성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다 보니, 여러 가지 위기에 봉착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마치 자기는 개인적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을 할 만큼 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그 무엇과도, 또는 그 누구와도 만나서 비교해 보지 않아도 된다는 듯, 자기 자신을 너무 믿으려는 유혹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종종 나이든 사제들은 위태로울 정도로 일종의 내적인 피로감으로 괴로워하곤 합니다. 이것은 너무나 많은 어려움과 실패에 부딪치다 보니 이제는 체념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표시입니다. 지속 교육은 이런 상황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습니다"(77항).

 

이러한 취지에 따라 2000년 9월 25일부터 3개월 과정의 1기 중견 사제 연수가 시작된 이래 인사 이동 시기에 맞추어 1년에 두 차례씩 연수가 실시되고 있다.

 

5) 특수 상황에 있는 사제들(휴양 사제) 신체적으로 허약한 상태 또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사제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공동의 기도와 노동과 생활을 통한 친교와 나눔을 통해 사제단의 일원임을 다시 깨닫고 다시 본래의 사목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1997년 11월부터 '다산의 집'을 마련하여 휴양 사제들이 공동 생활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6) 모든 계층의 사제들을 위한 피정 및 연수서울대교구의 전체 사제들을 대상으로 한 연례 피정 계획과 특별 연수(성서나 새로운 교회 문헌에 관한 연수)를 실시한다.

 

 

4. 사제 지속 교육에서 강조하는 점

 

1) 공동체 생활과 집중 교육 실시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에서 사제들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연수 프로그램들을 준비하면서 일반적인 원칙은 [현대의 사제 양성]을 따르고 있다. 곧 지속 교육에서 인간적, 영성적, 지적, 사목적인 측면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1년에 두 과목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는 보좌 신부 연수를 비롯한 대부분의 연수 프로그램을 3박 4일 동안 공동체 생활과 집중 교육 방법으로 이끌어 감으로써 이러한 측면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보좌 신부 연수의 마지막 강의는 신학교 영성 지도 신부들의 도움을 받아 영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연수 기간에 날마다 공동 기도와 미사를 드림으로써 사제단의 영적인 친교를 강조하고 있다.

 

2) 자기 계발의 기회로 활용우리 실정상 신학교에서는 신학 이외의 전문 분야를 습득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사제 서품과 더불어 자기 계발의 노력도 중단될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더불어 사제 개개인이 전문성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도울 수 있도록 사제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이를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평생교육원에 개설된 과목 외에도 개인적으로 대학원이나 전문 기관에서 교육 받기를 원할 경우 이를 수용하고 있다.

 

3) 공동 사목을 위한 나눔의 장사제들의 지속 교육은 본인을 위한 자기 계발의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목자들인 사제들에게는 그것이 사목 활동을 위한 중요한 정보 교류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목을 위한 정보 교류는 연수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사제들 간의 나눔에서도 얻어질 수 있겠지만, 특히 자신들이 선택한 과목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각 과목의 강사들에게는 가급적 자신들의 분야에서 많은 강사진과 참고 자료를 제시하여 신자들을 위한 교육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 현실 사회의 문제와 사목 방향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신학교에서 바라보는 대사회적인 시각은 아무래도 사목자로서 바라보는 시각과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특히 사제로서 대사회적인 전문 사목에 투신하고자 할 때 지속적인 교육의 기회는 다양한 특수 사목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더욱더 적극적으로 투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아울러 타종교와 타문화 등에 대해서도 열린 대화의 기회를 갖고, 통일 문제와 북한 선교 문제 등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짐으로써 토착화와 미래 지향적인 안목의 사목 방향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5) 사제 생활의 충전을 위한 쉼터새 사제 학교, 보좌 신부 연수, 중견 사제 연수와 피정 그리고 휴양 사제 프로그램 등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재충전의 기회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사제들 역시 자신의 사제 생활 여정에서 스스로 자신을 보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더불어 사제들만을 대상으로 한 단계적인 연수가 진행될수록 사제들의 욕구와 필요한 정보들이 나타나게 되므로 이러한 자료를 제공하고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함으로써 사제 생활의 충전을 위한 쉼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5. 끝맺는 말

 

한국 사회와 교회가 처한 상황에서 볼 때 오늘날 이 땅에서 사제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제직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사느냐에 따라 대우를 받으면서 편하게 살아갈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역 감정·통일·빈부 격차·다종교 문화의 현실·세계화의 요청 등에서 그리스도의 부름을 느낀다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구나 사제라는 직분 자체가 부여하는 삶의 의미는 '인간 개인'에 해당될 수 없는 것이기에 그 파급 효과를 생각한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제로서 어떠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느냐?'하는 것은 사제의 신원을 드러낼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런 의미에서 교회와 사제는 늘 쇄신되어야 한다고 요청되기도 한다. 아마도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사제와 교회를 순식간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사제들 안에 심어진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과 성령의 자극을 통해 서서히 교회의 흐름을 복음에 충실하도록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제들 서로가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필요로 하면서, 주님께 부름을 받았던 그 순간의 마음을 되찾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사목, 2002년 3월호, 이영춘(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 교무담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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