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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환경 호르몬, 알고 계십니까: 환경 호르몬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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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1-25 ㅣ No.1438

[경향 돋보기 - 환경 호르몬, 알고 계십니까] 환경 호르몬의 폐해

 

 

환경 호르몬이란

 

인체의 기능은 실제로는 각 세포와 조직 또는 기관 간의 신호 전달에 따라 수행된다. 명령을 내리고 이를 집행하는 데에 그 명령을 전달하는 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이 신호 전달 시스템은 우리가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화학 물질로 수행되는데 이를 호르몬이라 부른다.

 

환경 호르몬, 곧 내분비 교란 물질은 정상적인 호르몬이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거나 작용하는 것을 방해해서 사람의 건강과 생식 작용에 영향을 주는 화학 물질이다. 환경 호르몬은 인체의 정상적인 내분비 기능을 방해하는 합성 또는 자연 상태의 화학 물질로, 생식 능력에 이상을 일으키고 후손에게까지 전달되는 등 사람에게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오늘날 내분비 교란 작용을 일으키는 화학 물질이 화석 연료로 만들어져서 그 생산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활동하는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이 늘어나고 있기에 최근 환경 호르몬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환경 호르몬은 농약이나 살충제, 플라스틱과 통조림 캔 등에 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생활 환경에 널리 퍼져 있다.

 

환경 호르몬에는 한번 생성되면 잘 분해되지 않아 환경에 오랜 기간 남아 있거나 인체 내에 들어와서 지방 세포 등에 오랫동안 저장되어 만성적인 영향을 주는 잔류성 유기 화합물이 있다. 하지만 쉽게 분해되거나 인체 내 잔류 시간이 짧은 것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반감기, 곧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반 정도가 빠져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하루가 안 되는 환경 호르몬의 경우를 보자. 이러한 환경 호르몬은 우리 몸에 들어오더라도 대개 며칠 안에 대부분 소변 등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러한 물질은 일상의 생활 환경에서 노출되는 화학 물질이기 때문에 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또 빠져나간다. 그래서 반감기가 짧은 환경 호르몬이라 하더라도 이에 끊임없이 노출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반감기가 짧은 환경 호르몬 가운데 대표적인 물질이 ‘비스페놀 에이’와 ‘프탈레이트’이다. 비스페놀 에이는 플라스틱 물병이나 통조림 캔, 치과용 충전제 등으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고, 산업용으로도 해마다 그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물질이다. 아직 충분히 밝혀졌다고 볼 수는 없으나 여러 연구에서 비만이나 심장 질환, 당뇨병 그리고 간 기능 이상을 보고하고 있다.

 

프탈레이트 또한 플라스틱을 탄력 있고 부드럽게 하는 첨가제로 아주 널리 쓰이는 화학 물질이다. 장난감과 화장품, 의료 기기 등 현대인의 생활용품에 거의 안 들어간 제품이 없을 정도로 많이 쓰인다. 프탈레이트는 남성 호르몬에 대한 반대 작용이 있어서 태어나는 남자아이의 성 발달에 영향을 주거나 정소가 생식기 안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슐린과 혈당, 갑상선 호르몬 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한편 우리 몸에 자연적으로 있는 호르몬이 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할 때 아주 적은 농도로 활동한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저농도 수준에서도 환경 호르몬은 정상적인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여 해로운 영향을 나타낼 수 있다. 정상적인 호르몬이 인체 내에서 다양한 조절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에 방해 작용을 하는 환경 호르몬도 우리 건강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 호르몬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기에

 

건강에 대한 환경 호르몬의 영향은 성호르몬의 교란 작용으로 말미암은 생식기 계통의 건강 문제 외에도 다양한 호르몬에 대한 교란 작용이 있을 수 있다. 최근에는 대사성 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늘고 있다.

 

최근 30년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비만이 급격하게 늘었다. 비만은 당뇨병이나 대사 증후군, 심혈관 질환, 간 질환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일부 암의 발생도 증가시킨다. 식이로 섭취하는 에너지는 높은 반면 신체 활동을 통해서 방출하는 에너지가 적은 현대인의 생활 양식이 비만을 초래한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사성 질환의 증가는 최근 산업과 농업에서 사용되는 화학 물질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부 환경 호르몬은 대사나 비만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실험실 연구나 사람에 대한 관찰 연구에서 여러 가지 환경 호르몬이 지방 세포 생성 또는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를 테면, 살충제로 쓰였던 유기 염소제가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의 비만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다이옥신이나 이와 비슷한 유기 염소제 화합물인 비페닐 염소계 화합물은 지방 친화성이 있어 지방조직에 쌓인 채 상당히 오랜 기간 체내에 남아 있어서 당뇨병 발생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환경 호르몬은 비만이나 당뇨의 위험을 높이는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비만과 당뇨병의 급격한 증가에는 환경 호르몬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환경 호르몬은 이와 같이 갑상선 호르몬이나 인슐린과 같은 호르몬의 작용에 영향을 주어 대사성 질환을 증가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뇌에 작용하는 신경 내분비계 호르몬 작용에 환경 호르몬이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많이 보고되었다.

 

가령 말하자면, 비스페놀 에이나 다염화비페닐 같은 물질은 신경내분비계의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작용해 에스트로겐과 같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으로는 호르몬 수용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 예컨대 프탈레이트는 안드로겐 수용체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호르몬 수용체뿐만 아니라 일부 환경 호르몬은 뇌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 전달물질의 수용체에 작용해 영향을 주기도 한다.

 

환경 호르몬이 신경 내분비계에 작용하는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 에스트로겐이나 안드로겐 같은 성호르몬은 태아와 유아 시기에 남자와 여자의 뇌를 기능적으로 다르게 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시기에 환경 호르몬에 노출되면 뇌의 발달과 기능 분화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성 정체성의 문제나 여성의 남성화 또는 남성의 여성화가 두드러지는 이유도 이러한 환경 호르몬의 역할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성 정체성의 혼란은 생식 기능에 영향을 주어 후손의 수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요즈음 급격하게 늘어나는 성조숙증 때문에 에스트로겐 같은 작용을 하는 환경 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개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의 신경 · 내분비 발달은 환경적인 요인에 매우 취약하므로 환경 호르몬 같은 화학 물질이 생식 기관의 발달이나 신체 성장, 그리고 뇌 발달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인체 내의 성호르몬의 작용과 환경 호르몬 등의 교란 효과에 영향을 받는데, 최근에 사춘기 시작 시점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특히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는 여자아이에게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서 80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2년 정도 앞당겨졌다.

 

 

엄마 배 속에서 노출된 환경 호르몬은

 

환경 호르몬과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노출 시기와 관련된 문제이다. 언제 노출되는지에 따라 그 영향이 매우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임신부가 환경 호르몬에 노출되면 엄마 배 속에 있는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테면, 임신부가 디디티(DDT)와 같은 살충제 등의 환경 호르몬에 노출되면 남자아이로 태어나는 경우 정류 고환, 요도 하열, 소성기 등 선천적인 기형을 갖고 태어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프탈레이트 같은 플라스틱 가소제는 태내 시기에 노출되면 남자아이의 항문과 성기 간 거리가 줄어드는 데 영향을 준다. 이 항문과 성기간 거리는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그 길이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프탈레이트가 안드로겐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태아는 정상적인 방어 기전이나 대사 기능을 완전히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엄마 배 속에서 환경 호르몬에 노출되면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 영향이 처음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나타날 수도 있다.

 

예컨대, 성인이 되어 생식 기능의 장애가 생기거나 비만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생활용품이나 위생 용품, 음식과 마시는 물 등을 통하여 임신부가 환경 호르몬에 노출되면 호르몬 기능에 영향을 미쳐서 태아 시기와 출생 이후의 어린이 시기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그뿐 아니라 성인이 되었을 때 만성 질환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연구가 보고하고 있다.

 

* 홍윤철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주임 교수를 맡고 있다.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이며, 세계보건기구 정책 자문관이다. 「질병의 탄생」과 「질병의 종식」을 펴냈다.

 

[경향잡지, 2017년 11월호, 홍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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