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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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25: 예수님과의 만남을 향한 데레사의 여정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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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8-09 ㅣ No.592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25) 예수님과의 만남을 향한 데레사의 여정 ⑮


예수 그리스도, 진정한 삶의 길 보여준 스승



데레사 성녀는 예수님을 ‘신랑’으로서만 아니라 참 ‘스승’으로 모셨다. 사진은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 이콘.
 

예수님을 스승으로 고백하고 따른 성녀 데레사

성녀 데레사가 예수님과 더불어 맺었던 관계는 다양하고 풍요로웠습니다. 성녀는 예수님을 자신의 ‘신랑’으로서만이 아니라 ‘스승(Maestro)’으로 고백하고 따랐습니다. 물론 이 표현은 이미 복음서, 특히 마르코 복음서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표현이 그리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만, 성녀에게 있어서 특이한 점은 이를 자신의 삶 속에서 독특한 영성적 색채로 승화시키고 실제적인 인격적 관계로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성녀에게 있어서 ‘스승’이란 말은 인간 예수님을 가장 잘 드러내는 호칭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예수님이야말로 하느님을 향한 인간의 여정에서 그를 가장 잘 가르치고 인도해주는 참된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녀가 혼신을 기울여 노력했던 기도와 관련해서 보면, 복음서 곳곳에 나오는 기도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들은 신자들이 매일의 양식으로 삼아야 할 중요한 가르침일 뿐 아니라 예수님 자신이야말로 이 기도 가르침의 대상이자 목적이었습니다. 성녀는 이 점을 자신의 기도에 잘 통합시켰습니다. 그러므로 성녀에게 예수님은 ‘스승’이자 스승께서 가르치는 ‘내용 그 자체’이고 그 내용이 가르치는 ‘궁극적인 지향점’이기도 했습니다.


참된 지혜이신 천상의 스승 예수

무엇보다도 성녀는 예수님의 가르침의 뿌리를 그분이 하느님이시라는 근본 사실에서 보았습니다. 그래서 성녀는 예수님을 ‘천상의 스승’, ‘지혜의 스승’, ‘신적 스승’이라 부르곤 했습니다. 성녀가 예수님을 스승으로 본 것은 그분이 온 우주 만물의 근원인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수님의 신성(神性)은 그분의 인성(人性)을 통해 비로소 우리에게 드러납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이신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분의 인간적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성녀는 늘 인간 예수님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습니다.

예수님의 신성을 특징짓는 측면 중에 하나는 ‘지혜’라는 말입니다. 성경의 전통에 의하면, 예수님은 성부 하느님의 지혜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부의 영원한 지혜께서 우리를 위해 강생하심으로써 이 시간 안에서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지혜가 되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야말로 우리에게 천상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참된 스승이자 지혜 자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인간은 천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를 ‘스승’이신 예수님에게서 배울 수 있다고 성녀는 보았습니다.


인류의 스승이신 인간 예수

이렇듯 인간이 되신 영원한 지혜인 예수님은 강생을 통해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가르치십니다. 이런 면에서 주님의 인성이야말로 영원한 지혜께서 우리에게 이르기 위해 거치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그래서 성녀에게 있어서 하느님의 지혜는 나자렛 사람 예수 안에서 드러나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것으로 회자되곤 했습니다. 또한 이런 선상에서 성녀는 예수님이야말로 우리가 영성생활을 통해 모든 면에서 닮아 가야 할 모델이자 사랑으로 온전히 일치해야 하는 궁극적인 대상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우리 행복의 일체이시요 구원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인성을 일부러 떠나다니, 그게 될 말입니까?… 길잡이, 어지신 예수님을 놓쳐 버릴 때, 바른길을 가늠하지 못하는 법… 주께서는 당신을 길이시라 말씀하십니다”(「영혼의 성」 6궁방 7장 6절). 인간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을 즉시 만나게 해 주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인간이요 하느님이신 예수님 안에 뿌리내릴 때 우리는 비로소 참된 하느님 체험에 이를 수 있습니다.


스승이신 예수님의 가르침

성녀가 스승이신 예수님과 그분이 인류에게 전하는 가르침에 대해 말할 때 전제했던 것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계시’였습니다. 예수님이야말로 하느님의 신비를 온전히 우리에게 계시해 주신다는 의미에서 성녀는 그분을 유일하고 참된 스승으로 고백한 것입니다. 또한 예수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시는 가르침의 내용은 바로 당신 자신이라는 점입니다. 그분의 인격 자체야말로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공간입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시고 성령을 통해 우리 내면에 빛을 비춰주셔서 계시된 말씀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그래서 그분은 우리의 스승이십니다. 성녀는 하느님의 결정적 계시 사건인 예수님을 단순히 지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실존적인 삶의 차원에서 감지하고 받아들였습니다.

인간이 예수님과 사랑으로 하나 되어 가는 과정은 단지 그분이 가르치신 말씀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그럴 때 그는 영적인 사람으로 거듭나며, 그렇게 영적으로 변화될 때 비로소 그분의 가르침을 충만히 깨달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녀가 이르고자 했던 완덕(完德)이란 스승이신 예수께서 가르치셨던 내용, 즉 그리스도의 신비를 머리로만이 아니라 삶을 통해 구현하고 그 신비와 하나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많은 사람을 진리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참된 스승, 큰 어른의 존재가 아쉬운 오늘 한국 사회에서 여러분들은 예수님을 여러분 인생의 참된 스승으로 모시지 않으렵니까? 그분이야말로 여러분에게 진정한 삶의 길을 보여줄 스승이 되어주실 겁니다.

[평화신문, 2014년 8월 10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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