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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기쁨 해설21: 신앙 토착화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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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09 ㅣ No.669

[홍기선 신부의 복음의 기쁨 해설] (21) 신앙 토착화의 도전


복음 정신 담은 가톨릭 대중문화 확산해야

 

 

‘문화’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 또는 생활양식이다.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도덕, 종교, 학문, 예술 및 각종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국어사전).

삶의 구체적 표현 양식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다. 보고 듣고 말하고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분노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미 형성된 문화는 그 시대와 공간을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다. 문화는 민족과 시대와 그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도 하고 어둡게 만들기도 한다. 죽음의 문화가 있고 생명의 문화가 있다. 퇴폐 향락 문화가 있고 건전하고 건강한 문화가 있다.


문화에 녹아 흐르는 그리스도교 정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화의 복음화’를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19일에 복자가 되신 바오로 6세 교황께서 1975년에 발표한 교황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에서 이미 사용하신 개념이다. 문화를 복음화시켜야 한다는 말씀이다. 오늘의 주제 ‘신앙 토착화의 도전’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신앙을 토착화시키기 위해 도전해 보자는 것이다.

「복음의 기쁨」에서 ‘도전’의 의미는 능동과 수동으로 사용되고 있다. 어떤 경우는 거세게 문화적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고, 다른 경우에는 우리가 도전해야 함을 일깨우고 있다. 오늘은 후자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신앙을 토착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화를 복음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도전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교회는 지금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살기 위해 2000년 이상 특별한 삶의 방식을 정착시켜 왔다. 우리는 이를 ‘그리스도교 문화’라고 일컫는다. 유럽 사회의 언어와 삶의 양식과 풍속, 학문과 예술 등의 모든 분야에 녹아 있다. 그 문화의 기저에는 사랑과 용서 그리고 희생과 헌신이 있다.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구세주께 해준 것이라는 말씀에 따라, 세상 안에서 살기 위해 노력한 2000년이었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른 사람들에게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들을 따뜻이 맞아들였고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주었다. 병든 이들을 돌보아주었고 감옥에 갇힌 이들을 찾아 위로해 주었다(마태 25장 참조).

그야말로 행동하는 믿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2000년이었다. 건강한 서구 문화의 윤리와 도덕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복음화한 문화는 오늘날 세속주의의 맹공 앞에서 그 한계를 뛰어넘어, 단순한 신자 수보다 훨씬 큰 자산이 되어 있다(68항).


문화 복음화를 통한 복음 토착화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토착화를 위해 ‘문화를 복음화시켜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69항). 세속화한 나라에서는 장기간의 계획이 필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를 지니고 ‘문화의 복음화’를 일구어내야 함을 역설했다. 문화적 경향을 복음의 빛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러려면 이 시대의 상징과 기호와 코드를 읽어내야 한다. 대중의 의식 한가운데로 나아가 복음의 기쁨을 선포할 수 있어야 한다. 사목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성령께 의탁하고 그 빛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교황은 먼저 우리들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우리 가톨릭 대중문화 속에서 복음의 빛으로 치유되어야 할 부정적 부분을 지적했다. 현재 우리 내부에 만연하고 있는 “남성 우월주의, 알코올 중독, 가정 폭력, 낮은 미사 참여율, 주술에 빠지는 숙명론이나 미신”(69항)이 그것이다. 이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좋은 출발점이 ‘대중 신심’이라고 강조했다.

‘대중 신심’이란 개인적 혹은 공동체적으로 표현되는 그리스도교 신앙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거룩한 전례를 통해 표현될 뿐만 아니라 민족이나 부족의 특별한 문화적 표현의 형태로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전례주년 축제에 따른 행렬, 9일 기도, 십자가의 길, 성인 공경, 성지순례, 피정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교황은 ‘대중 신심’ 행위의 참가치에 주목하고 이것을 보다 보편적 문화로 확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젊은이에게 신앙을 전수하려면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신앙이 전수되지 못하고 단절된 원인 역시 우리 안에 만연된 나쁜 문화의 영향임을 지적했다. 다음과 같이 하나하나 열거했다. “가정 안에서 대화 부족, 대중 매체의 영향, 상대주의적 주관주의, 시장만 배불리는 무분별한 소비주의,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그들과 함께 사는 사목의 결여, 교회 기관들의 환대 부재, 그리고 다종교 상황 속에서 신앙의 신비를 지키고 되살리는 데서 겪는 어려움 등이 있습니다”(70항).

 

[평화신문, 2015년 5월 10일, 홍기선 신부(춘천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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