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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한국 천주교회의 마이너스 성장은 시작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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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8 ㅣ No.63

한국 천주교회의 마이너스 성장은 시작되었나?

 

 

1. 위기의 징후인가?

 

이 자극적인 제목은 최근에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2004년)1)이라는 조사 보고서에서 받은 충격에서 온 것이다. 필자가 과문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신자율 증가와 관련해서 이렇게 명시적으로 한국교회의 위기적 징후를 드러낸 경우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갤럽의 조사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불교의 약진2)과 개신교의 정체, 그리고 천주교의 후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총 인구 대비 불교 신자와 개신교 신자는 각각 24.4%와 21.4%를 기록했고, 천주교 신자는 6.7%, 기타 종교인은 0.9%를 차지하고 있다. 불교 신자 비율은 지난 1997년 한국 갤럽 조사에서 처음으로 개신교에 역전을 허용한 이래 이번에 다시 1위로 올라서 불교는 명실 공히 국내 최대의 종교로 재등장하였다.

 

이번 조사에서 불교 신자는 1997년에 비해 6.1%p 증가한 반면, 개신교 신자는 1.1%p 증가에 그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천주교 신자율은 지난 1984년부터 시작된 한국갤럽의 조사 가운데 처음으로 성장률 감소라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곧 1984년에 총 인구 대비 5.7%, 1989년에 7.0%, 1997년에 7.4%의 밋밋하지만 지속적인 성장률을 보였는데 처음으로 6.7%로 내려가 -0.7%p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이것은 20년 전인 1984년과 비교해도 겨우 1.0%p가 증가한 것이다.3) 

 

물론 조사 시기로 볼 때 이번 조사보다 뒤에 있었던 ‘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한미준’으로 약칭)이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교회 미래 리포트』4)에서 보면, 천주교 신자율은 1998년 7.5%에서 2004년 8.2%로 0.7%p 증가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역시 불교 신자의 3.2%p(26.7%), 개신교 신자의 0.9%p(21.6%) 증가세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5) 

 

한국갤럽의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보고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종교 영역의 전수조사가 없는 실정에서 1984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종교 현황과 그 추이를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또한 이 조사는 각 종교단체에서 제시하는 신자 인구의 허수(虛數), 곧 명목상 신자와 실제 활동하는 신자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에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이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숨어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인간의 내면적 신앙의식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과학적 조사 방법이 있겠느냐는 고전적 문제의식과도 마주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최대한 감안하면서 이 지표들이 말해 주고 있는 한국교회의 위기적 징후들을 천천히 더듬어 나가다 보면 나름대로 전혀 무익하지는 않은 어떤 실마리, 우리 신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적 양상에 대해 조금은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하는 것이다.

 

 

2. 무엇이 문제인가?

 

비록 ‘특정’ 여론전문회사의 ‘특정한’ 조사연구에 한정되는 것으로 자위할 수도 있지만, 이와 관련한 하위 지표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것이 그냥 일시적 현상이거나 단순한 조사 착오에 기인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교회에 입교하는 신자들이 대폭적으로 줄어들었거나, 냉담자가 증가하였거나, 아니면 양자가 동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곧 어떤 내부적 또는 외부적 요인 때문에 입교자의 수가 감소하고 냉담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국갤럽이 제시한 자료를 우리의 문제의식과 관련해서 좀 더 잘 살펴보고자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것이다. 

 

먼저 외부적 관점으로서 이것은 주로 밖에서 천주교를 바라보는 것이다. 곧 비종교인이나 타종교인들이 우리 교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직접적으로는 일정한 선교 노력과 결합할 경우에 입교로 이어지거나, 간접적으로는 주위에 우리 교회에 대한 좋은 평판을 조성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내부적 관점으로서 주로 신자들의 신앙심이나 해당 종교에 대한 충성심 정도, 또는 선교 열정과 관련된 것이다. 만일 어느 종교의 내부 구성원이 자기 종교의 성직자를 비롯한 다른 구성원들에 대하여 회의적이거나 신앙체계를 불신한다면 그 어떤 선교적 노력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도 믿지 않는 것을 어떻게 남에게 권유할 수 있겠는가? 결국 우리가 말하는 선교라는 것도 순전한 인간적 입장에서 본다면, 전자의 외부적 조건과 후자의 내부적 조건이 적절한 시간에 결합할 때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1) 외부적 관점

 

한미준의 『한국교회 미래 리포트』는 총 9개 측면에서 3개 종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먼저 개신교의 경우에는, 교세 확장, 헌금 강요, 종교 지도자 자질, 비신자에 대한 환대 부족, 지나치게 엄격한 규율 강조 등의 면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다. 반면에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불교는 다른 종교와 대비해 볼 때 뚜렷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현재 불교의 약진으로 볼 때 한미준의 문항이 현 불교의 이미지에 적합한 것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곧 현대인에게 적합한 기호로 알려진 웰빙, 템플스테이, 명상, 뉴에이지 등과 같은 이미지들이 현재 불교에 많이 투사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반영하는 문항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종교에 비해 천주교는 구제`/`봉사활동과 같은 대 사회적 역할의 수행과 종교 지도자 자질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천주교는 1998년의 조사에 비해 모든 면에서 상대적인 감소폭이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부정적인 문항보다는 긍정적인 문항이라고 볼 수 있는 사회적 영향력의 증대, 대사회적 역할, 지도자 우수성 등에서 그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곧 긍정적인 부분은 정체 또는 감소한 반면, 부정적인 부분은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비종교인을 대상으로 종교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서, 한국갤럽의 조사는 불교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은 것(34.4%)으로 조사되어 불교의 약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였고, 천주교와 개신교는 각각 17.0%와 12.3%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다른 조사에서는 이와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곧 「현대불교신문」과 격월간 『불교와 문화』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6)에서는 천주교에 가장 많은 호감도(11.8%)를 나타냈고, 이어서 불교(9.9%)와 개신교(1.7%)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가장 거부감을 느끼는 종교에 대해서는 개신교(12.7%)와 여호와의 증인(12.7%)이 꼽혔고, 불교와 가톨릭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게 응답하였다. 

 

나아가 신앙을 갖거나 개종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 한미준의 조사는 불교 35.6%, 개신교 34.1%, 천주교 25.8%의 순으로 선호 종교를 드러내고 있다. 비종교인으로 한정해 보았을 때도 불교 36.6%, 개신교 35.0%, 천주교 24.4%의 순이었다. 이것을 1998년 조사와 비교해 보면, 불교는 -4.7%p, 천주교는 -11.6%p로 선호도가 줄었으나 개신교는 이와 반대로 11.8%p 증가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한 「현대불교신문」의 조사는 불교 27.0%, 천주교 11.4%, 개신교 9.1%로 나타나 조사 의뢰자의 종교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 내부적 관점

 

(1) 성직자와 교회에 대한 만족도 및 충성도

 

소속 성직자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서, 한국갤럽의 조사를 보면 성직자에 대한 만족도는 개신교 신자가 76.1%로 가장 높았고, 천주교 67.4%, 불교 58.0%의 순이었다. 전반적으로 모든 종교에서 성직자에 대한 만족도가 하락했지만, 특히 천주교의 경우에는 지난 1997년 조사보다 24.7%p, 20년 전인 1984년보다는 무려 34%p나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또한 현재 다니고 있는 곳의 성직자가 얼마나 권위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천주교 신자의 46%가 권위적이라고 답해서 세 종교 가운데 가장 높았다. 

 

소속 종교단체에 대한 평가에서 한국갤럽의 조사는 개신교 신자가 59.2%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천주교는 44.8%의 만족도를 보였는데, 이것은 1984년에 비해 만족도가 20%p나 낮아진 것으로, 다른 종교 신자들이 이와 관련해서 거의 변화가 없는 것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자기 이외의 다른 신자들에 대한 만족도 추정에서도 천주교 신자는 38.9%만이 만족한다고 응답해서 1997년과 비교하면 14.2%p의 감소를 보였다. 이에 비해 불교 신자는 1997년과 거의 동일한 응답을 한 반면, 개신교 신자는 60.6%로 오히려 만족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소속 종교단체에 대한 충성도, 곧 한 종교에서 지속적 신앙생활 영위의 면에서 한미준의 조사는 불교 신자가 80.3%로 충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고, 천주교는 63.9%, 개신교는 61.9%로 나타났다. 순위는 그대로지만 1998년 조사와 비교해 볼 때 천주교의 충성도 상향 폭(3.8%p)이 가장 적었다(불교 9.7%p, 개신교 7.9%p). 또한, 종교 의존도에 대한 한국갤럽의 설문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곧 ‘아무리 열심히 믿어도 절이나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의견에 대한 동의 비율에서 천주교 신자는 1997년에 비해서는 2.8%p 증가했지만, 20년 전인 1984년에 비해서는 무려 11.1%p나 줄었다. 이에 비해 개신교 신자와 불교 신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2) 교리에 대한 수용성과 신앙 체험 

 

한미준의 『한국교회 미래 리포트』는 각 종교 신자들의 교리에 대한 태도를 12개 측면에서 응답하게 하였다. 여기서 개신교 신자의 경우는 유일신, 예수 재림, 종말론에 대하여 비교적 높은 긍정률을 보인 데 비해, 종교 다원론, 제사 허용, 풍수지리, 샤머니즘, 윤회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천주교 신자의 경우는 윤회설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지만7) 다른 그리스도교 교리에 대해서는 개신교 신자보다 낮은 긍정률을 보였고, 제사 허용(80.4%)과 다른 종교에도 구원의 길이 있다는 주장에 동의(62.5%)하는 비율이 높았다. 또 여타의 비그리스도교 사상에 대해서는 개신교 신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반응을 보였다. 불교의 경우는 그리스도교 교리에 부정적인 데 비해 샤머니즘과 풍수지리 등의 사상에는 긍정 반응을 보였다. 

 

한국갤럽 조사는 신앙에 대한 자기 확신의 면에서 천주교 신자들의 확신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1984년의 48.7%, 1997년의 37.5%에 비해 2004년은 26.8%로 1997년에 비해서도 10.7%p 감소하였다. 불교와 개신교 역시 감소 추세이지만 이보다는 훨씬 소폭이다. 이것은 개인생활에서 종교가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서도 드러나는데, 개신교 신자, 천주교 신자, 불교 신자의 순으로 종교가 중요하다고 답하였다. 또한 종교 체험 역시 전체적으로 그 빈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미사와 예배, 법회를 비롯한 종교 의례 참여 빈도 조사에서 ‘1주일에 1회 이상’ 참여하는 비율이 개신교는 71%인 반면, 천주교는 42.9%, 불교는 3.5%로 조사되었다. 반면 불교 신자는 ‘1년에 1-2회’ 종교 의례에 참석하는 신자가 39.1%로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종교적 실천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천주교 신자의 경우 ‘1주에 1회’ 참석 비율이 1997년에 비해 17.7%p, 1984년에 비해서는 23.3%로 대폭 감소하였다. 개신교는 1997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한미준 조사에서도 천주교 신자의 미사 참석률은 1998년의 65.4%에서 2004년 59.8%로 5.6%p 감소한 반면, 개신교는 82.4%에서 83.6%로 소폭이지만 증가하고 있다. 

 

기도의 빈도에서는 ‘하루에 1회 이상 기도를 한다.’에 개신교 신자는 59.3%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천주교 신자는 27.8%로 1997년에 비해 13.4%p, 1984년에 비해서는 무려 30%p 가량 크게 감소하였다. 한미준의 조사에서도 천주교 신자의 기도 시간은 18분으로 1998년의 20분에서 다소 축소된 반면, 개신교 신자는 19분에서 27분으로 오히려 증가하였다. 

 

성경을 읽는 빈도에서도, ‘1주에 한 번 이상 경전을 읽는다.’에 개신교는 49.2%로 거의 절반 가까이 응답한 반면, 천주교(16.3%)와 불교(8.3%)는 상대적으로 아주 적었다. 지난 1997년 조사와 비교해 보면, 천주교의 성경읽기는 무려 17.2%p나 감소한 것이다. 한편 한미준에 따르면, 성경 독서 시간도 천주교는 1998년의 평균 51분에서 30분으로 크게 축소된 반면, 개신교는 66분에서 62분으로 미미한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최근 교회 안에 일고 있는 성경 공부 프로그램의 성행을 떠올리면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결과다. 

 

신자들의 해당 종교에 대한 헌신 정도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헌금액(월평균)과 관련한 한미준의 조사에서 개신교 신자는 월평균 125,600원, 천주교 신자는 59,700원, 불교 신자는 31,400원으로 나타났다.

 

(3) 선교와 관련한 신자들의 의식 

 

한미준의 조사에 따르면, 1년간 전도 경험률에서 개신교 신자는 1998년의 28.5%에서 26.4%로 소폭 감소한 반면, 천주교 신자는 19.2%에서 11.6%로 대폭 감소하였다. 지난 1년간 어떤 종교 신자로부터 전도받은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서 개신교가 83.0%로 가장 높았고, 천주교 12.3%, 불교 5.5% 순으로 드러나, 천주교회의 선교 노력이 개신교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헌금을 어디에 사용하면 좋을지 묻는 한미준의 설문을 통해서도 선교에 대한 신자들의 의식을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다. 여기서 개신교 신자는 교회 운영과 유지(40%), 사회봉사에 할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전도활동비(15%)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반면, 천주교 신자는 사회봉사(58.9%)와 교회 운영(34.8%)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만 선교비에 대해서는 1.8%만이 응답하고 있다. 이것은 천주교 신자들이 선교와 관련해서 의식적인 사고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선교에 대한 신자들의 의식을 파악해 볼 수도 있다. 여기에는 이른바 타종교인의 구원 문제에 대한 시각 같은 것이 포함될 수 있다. 곧 우리가 왜 꼭 신자로서 선교를 해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는 구원을 위한 교회와 신앙의 필요성과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종교 다원주의라고 명명될 수 있는 질문, 곧 ‘여러 종교의 교리는 얼핏 생각하면 다른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같거나 비슷한 진리를 담고 있다.’는 주장에 불교 신자의 81.7%, 비종교인의 81.3%가 동의하였는데, 천주교 신자의 경우에 이보다는 낮지만 개신교 신자들의 53.1%보다는 훨씬 높은 74.0%가 동의하고 있다. 이것은 1997년의 85.4%보다는 낮아졌다고 해도 아직 무척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8)

 

비종교인의 구원 가능성을 묻는,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종교를 믿지 않으면 극락이나 천국에 갈 수 없다.’는 의견을 부정하는 비율, 곧 종교가 없어도 극락이나 천국에 갈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불교 신자 84.1%, 비종교인 83%, 천주교 신자 71.8%인 데 비해 개신교 신자는 31.3%이었다. 불교는 1997년에 비해 5%p 가량 증가한 반면, 개신교와 천주교는 큰 차이가 없다.

 

 

3.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한국갤럽의 조사연구가 한국 천주교회에 의미하는 바는 크다. 물론 여기서 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전체적인 성장률의 감소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 그러니까 교회와 성직자들에 대한 신자들의 태도, 그리고 신앙의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신앙의식과 교회에 대한 태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여러 지표들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천주교 신자들은 20년 전의 신자들처럼 성직자에 대해 긍정적이지도 않고, 교회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도 않다. 또 이에 동반하는 신앙심조차 크게 약화되고 있다. 필자의 소견에서 이런 약화 현상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자녀에게 신앙을 전달하는 부분이다. 

 

최근의 조사 결과들을 보면, 한국의 종교들에서는 과거처럼 개종이 크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나타났지만 가족간에 같은 종교를 갖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족간의 종교 일치율, 곧 배우자나 부모와 종교가 같은 비율이 증가하고 개종 경험율도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종교 인구의 유동성이 감소하고 점차 가족 중심 종교로 정착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9) 그런데 이 종교 일치율 가운데 부친과 일치하는 비율에서 천주교는 세 종교 가운데 최하위인 28.9%(불교 73.8%, 개신교 47.4%)를 기록하였고, 모친과 일치율 역시 최하위인 49.2%(불교 80.6%, 개신교 59.7%)를 나타냈다.10) 

 

이번 조사에서는 종교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연령이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런 경우는 아무래도 부모의 신앙을 그대로 받아들인 경우일 것이다. 개신교와 불교가 특히 이런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천주교는 어려서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감소하고 있다. 곧 9세 이하에서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한 경우가 1997년에는 32.7%였는데, 2004년에는 27.5%로 오히려 5.2%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신앙적 나태함, 또는 자녀들의 신앙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요즘 부모들의 지나치게 자유주의적인 신앙관이 여기에 그대로 드러나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가 왜 가정사목을 중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된다. 열성적인 신자들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가정 안에서 선교를 준비해야 한다. 가정이야말로 최초이자 최대의 선교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본당 차원에서는 주일학교에 대한 대대적 개혁과 지원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각각의 대상별 사목활동을 넘어서 본당 공동체 구성원 안에 심원한 신앙체험과 사랑의 나눔이 가능한 양성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사전례를 통해 주님의 사랑을 배우고 본당 안에서 이를 체험하는 순환적 장이 펼쳐질 때 대외적 선교 역량도 자연스럽게 강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여기’ 있는 신자가 만족하면, ‘저기 밖에’ 있는 비신자 한 명이 동시에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외부적 관점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사회 일반에는 천주교에 대한 호의적 시각이 남아있지만, 20년 전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불교나 개신교와 달리 세계적으로 단일한 교회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교회의 입장에서는 특히 한국 천주교회 차원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최근 새로운 교세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는 불교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불교의 약진이 일종의 거대한 사회적 현상으로서 웰빙 열풍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지만, 이를 포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불교계의 자체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전방위적으로 왕성한 대 사회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계종단 집행부의 노력은 상당 부분이 불교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전국의 사찰들에서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지역사회와 이루는 교류와 참여는 놀라운 결과를 낳고 있다. 최근 오대산 월정사가 개최한 ‘오대산 불교문화대축전’은 지역 주민의 호응과 많은 언론들의 시선을 일거에 잡아끌었다. ‘오대산 천년의 숲길 걷기대회’, ‘월정사 주지배 평창군민 족구대회’, ‘산사영화제’ 등을 개최하며 이미 노하우를 터득한 월정사는 지역의 대표적 문화축제로서 ‘오대산 불교문화대축전’을 기획하여 지난해 10월 2박 3일 동안에 내외국인 5만여 명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많은 사찰들에서 템플스테이11)를 실시하고 있고, 발우공양, 선차시연, 사찰음식시연, 다비식 시연 등의 불교 체험행사, 판화전, 야생화 전시, 불무도 시범, 산사음악회, 마당놀이 한마당 등 대규모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런 행사들은 그 동안 산중의 종교로 알려져 있던 불교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변화시켰고, 자연스럽게 불교문화와 사상체계에 접하게 하는 간접 포교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이를 통해 지역 홍보와 지역민의 단합을 꾀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져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신교 역시 최근에는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전도 방법이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보고 새로운 전도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여러 개신교단들의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과거와 달리 활발한 사회적 발언을 하고 나선다든지, 사회복지 선교를 강조한다든지 하는 것이 이와 관계있다고 본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새 신자 정착 프로그램’이나 ‘양육 프로그램’을 통해 신자 이탈 방지에 부심하고 있다. 개신교계의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직접적인 선교뿐 아니라 이와 거의 비슷하게, 아니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교회 내 정착’을 꼽고 있다. 이들 개신교의 필사적인 노력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비장감마저 들 정도이다. 매년 수백 개의 전도 전략 심포지엄이나 목회 컨퍼런스들이 개최되고 있고, 그때마다 수천 명의 목사들과 평신도 사역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 복음화 과제를 앞둔 우리에게 신자율 감소라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 시대는 우리에게 만만치 않은 도전과 과제를 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교회는 이런 도전들을 피부로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이런 이야기들을 괜한 호들갑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은 것 같다. 특히 신자들의 내적 신앙생활 양상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어떻게 할까? 문제의 해결은 원인이 되는 그곳으로 다시 가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선 신자들의 복음에 대한 열정을 다시 흔들어 깨워야 한다. 선교는 밖이 아니라 안에서, 비신자보다 우리 자신이 먼저 새롭게 복음화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럴 때 잔 밖으로 흘러넘쳐 식탁보를 적시는 물처럼 복음의 물결이 지역사회를 흠뻑 적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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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조사의 대상 지역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이고, 조사 대상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 남녀 1,500명을 표본으로 하고 있다. 표본 추출 방법은 다단층화 무작위 추출법이고 조사 방법은 가구 방문을 통한 1:1 개별면접이다. 조사 기간은 2004년 1월 13~31일이며, 표본오차는 ±2.5%(95% 신뢰구간)이다. 

 

2) 불교의 약진은 이미 통계청의 『2003 사회통계 조사 결과(보건, 사회참여, 소득과 소비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종교 인구 가운데불교 신자는 47.0%, 개신교 36.8%, 가톨릭 13.7%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참고로 이 조사는 전국 약 33,000 표본 가구 내 상주하는 만 15세 이상 가구원 약 70,000명을 대상으로 2003년 9월 21~30일까지 조사하여 집계한 것이다.)

 

3) 같은 기간에 불교는 5.6%p, 개신교는 4.2%p 증가하였다. 

 

4) 이 조사의 표본 설계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고 한다. 먼저, 개신교 신자와 비개신교 신자에 대한 비교조사이다. 이를 위한 조사 대상 지역은 6대 도시이고, 조사 대상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 남녀를 개신교 신자와 비개신교 신자로 나누어 1,000명씩을 표본으로 하였다. 표본 추출 방법은 무작위 추출법이고 조사 방법은 가구 방문을 통한 1:1 개별면접이다. 조사 기간은 2004년 9월 13일~10월 13일(1개월)이며, 표본오차는 ±3.1%(95% 신뢰구간)이다. 또, 하나는 종교 현황 파악을 위해 전국(제주 제외)의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가운데 무작위 추출법을 통해 6,280명을 유효 표본으로 하였다. 조사 방법은 방문을 통한 개별면접이고, 표본오차는 ±1.23%(95% 신뢰구간)이고 조사 기간은 2004년 7월~10월이다.

 

5) 한미준, 『한국교회 미래 리포트』, 두란노, 2005년, 67면 참조.

 

6) 「현대불교신문」 -격월간 『불교와 문화』, 「한국인의 종교인식 관련 여론조사」, 리서치 앤 리서치, 2004년. (이 조사의 조사 대상은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로 성/연령/지역별 할당표집 방법으로 추출된 1,00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조사 방법은 전화면접조사이고, 표본오차는 ±3.1%(95% 신뢰구간)이며, 조사 시기는 2004년 9월 9일에서 10일 사이에 실시되었다.) 

 

7) 그러나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윤회설에 대하여 긍정하는 천주교 신자 비율(39.7%)이 불교 신자(36.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아마도 질문의 모호성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보인다. 곧 윤회설을 묻는 한국갤럽의 설문지는 ‘사람이 죽으면 어떤 형태로든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라는 의견에 대하여 긍정과 부정을 요구한 것인데, 이 문장 자체가 다소 육신부활을 연상시키는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좀 더 명확하게 윤회설에 대하여 묻는 한미준의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다. 곧 ‘사람은 동물이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라는 의견에 긍정한 천주교 신자 비율은 17.9%였고, 불교 신자는 47.7%에 이르렀다. 

 

8) 앞에서도 보았지만, 종교적 관용성에서 천주교는 개신교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천주교 신자들은 불교 신자와 상당히 비슷한 종교적 심성과 타종교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사실 종교적 관용성이란 불교 사상에 훨씬 더 근접한 것이다. 어쩌면 이것 자체가 그들의 교리체계 안에 녹아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적 관용성의 증대는 쉽게 종교 다원주의나 종교 무차별주의 등으로 변질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무조건적인 배타성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건전한 신앙의식은 종교적 관용성과 배타성 사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문제는 관용성이 우리 신앙의 독특성과 유일성마저 제압하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9) 윤승용, “최근 20년간 한국종교 실태 및 종교의식의 변화”,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2004년, 158면 참조.

 

10) 배우자와 일치율에서는 70.9%로 불교에 이어 2위이다. 

 

11) 템플스테이는 2002년 월드컵 당시에 전통문화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한국 불교를 외국인에게 소개하고자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해 아시아경기대회 기간(9월 26일~10월 31일)에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개방하였다. 그러나 2002~2003년 시행된 템플스테이는 국제행사 때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다가 2004년 템플스테이 사무국이 문을 연 뒤 전국의 36개 사찰을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로 선정하면서 본격화되었다. 그 결과 2002년 2,558명, 2003년 1,567명이 참가한 템플스테이는 2004년에는 36,902명을 기록하였다. 2004년에는 7~8월에만 13,500명(36.7%)이 몰렸다. 2005년 상반기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15,933명으로, 2004년 상반기의 5,562명보다 65%p 증가하였다. 금년도 참가자는 약 50,000명을 예상하고 있다(중앙일보, “<깊이보기: 템플스테이> 폭발적 인기 통계로 본 템플스테이”, 2005.8.4. 참조).

 

[사목, 2005년 10월호, 엄재중(한국사목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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