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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본당사목] 다양한 교회 직무의 조화와 일치: 본당 사목 협의회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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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132

다양한 교회 직무의 조화와 일치 - 본당 사목 협의회를 중심으로

 

 

여는 말

 

필자에게 요청된 주제는,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둘째 해인 성령의 해에 걸맞게 성령께서 이루시는 교회의 일치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교회 내 다양한 직무의 활성화를 위한 일치와 조정의 사목은 가능한가이다. 특별히 본당 각 구성원의 은사와 직무를 활성화하여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열린 사목을 위한 신학적 교회법적 근거는 무엇이며 그것을 본당 내에 구조화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각 직무와 단체간의 관계 설정 그리고 의사 소통 구조에 대하여 기술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 

 

필자는 먼저 성령론의 입장에서 다양성과, 조화와 일치의 신학을 진술할 것이다.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헌장과 교회법, 그리고 [200주년 기념 사목 회의 의안]에서 말하고 있는 조화와 일치의 신학적 근거 위에 새로운 본당 사목 협의회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이를 위하여 각 교구와 본당들이 시행하고 있는 사목 협의회의 구조를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비록 이러한 시도가 매우 까다롭지만 교회의 다양한 직무가 성령 안에서 조화와 일치를 이루도록 하는 새로운 본당 사목의 구조화에 다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술하고자 한다. 

 

 

1. 성령은 다양성, 조화, 일치, 통합의 원천

 

하나이며 삼위이신 하느님은 아버지, 아들 그리고 성령으로 표현된다. 하느님 안에서 아버지, 아들, 성령은 서로 분리되어 계시지 않고 언제나 일치와 통합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삼위일체의 성령론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부, 성자, 성령을 한분 하느님으로 사랑하고, 예배하며, 기도하여야 한다. 

 

우리가 하는 신학도 위와 같이 서로 분리하지 말고 하나로 함께 만나야 한다. 곧 그리스도론, 교회론, 인간론, 성사론, 전례, 윤리, 종말론 등이 하나로 통합되는 성령론적 신학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서로 분리된 신학은 세상과 삶에서 멀어진 영지주의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런 신적 계시는 하느님 백성과 그 역사를 통하여 아들 안에서 아버지의 현실 곧 자기 전달과 통교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모두 하느님의 영이 작용하신 것이다. 

 

1) 유일하신 하느님께서는 영으로 통교하신다

 

살아 계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말씀과 지혜, 그리고 영과 함께 창조 때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 움직이신다. 하느님께서는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고, 인간에게 당신 숨결, 생명의 입김, 영을 선물로 주셨다. 하느님의 숨결은 살아있는 영혼을 지닌 인간이 되게 하셨고(창세 2,7 참조), 말씀과 지혜와 영으로 생기를 불어넣어 주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상인 인간과 대화하며 통교하신다. 하느님은 아담과 하와 그리고 모든 창조물과 통교하신다. 이러한 모든 생명과의 통교는 하느님 지혜의 충만을 드러내게 하는데, 그것이 바로 성령이시다. 

 

하느님의 영은 언제나 인간의 역사 안에서 활동하시며 우리와 함께하신다. 하느님의 영은 하느님 안에서 작용하시지 않고 멈추어 계시지 않는다. 최초에 약속하였듯이(출애 3,12 참조) 하느님의 영은 참으로 성실하신 ‘임마누엘’(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이시다. 영은 사랑과 믿음으로 우리에게 거저 주기를 바라시는 신적 현존이시다. 모세가 손을 얹어주었던 여호수아도 하느님의 영을 받아 지혜가 넘쳤다(신명 34,9 참조). 

 

2) 하느님의 영:결합을 위한 지혜

 

지혜에 대한 여성적 비유는 영원한 신(神)적 사랑의 상징적 모습으로서 정의할 수 있는데, 신적 사랑은 인간에게 계시되며 인간에 의해 모아지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신적 사랑의 지혜는 인간들에게 통교되고 일치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혜는 일치와 결합을 드러내는 비유인 신부(新婦)로서 현시된다. 이 같은 영원한 옛사랑은 역시 최고로 성실하며 최종적으로 진실한 측면을 취하는데, 그것은 오직 사랑으로만 인식되는 지혜이며, 결합력 있는 사랑이다.

 

지혜는 혼례 안에서 백성이 그녀에게 결합되도록 신뢰와 사랑을 전달하는 신부(新婦)로서 나타나는데(지혜 6,12-21 참조), 지혜를 찾도록 하는 이러한 신적인 명령이 신명기로부터 예언서, 시편, 아가서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사도들의 모든 명확한 가르침에까지 이르는 신구약의 무수한 성서적 주제 역할을 한다. 신적 지혜는 두 가지 원리를 취한다. 첫째, 신적인 지혜는 살아 계신 삼위일체 하느님으로서 하느님 안에 모두 하나이고, 모두는 신적 세 위격의 전부에 대하여 모두이다. 둘째, 지혜는 성령의 작용으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육화되었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신적 혼인을 위한 신랑으로 소개된다. 

 

3) 하느님의 영:신적인 일치

 

구약에서 하느님의 영은 잘 알려지지 않아 어떤 면에서 정의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리고 인간들이 다시 범한 못된 짓 때문에 영(‘나의 입김’)은 인간들과 함께 머물 수 없었다(창세 6,1-3 참조). 그러나 구약에서 하느님의 영은 변할 수 없는 율법으로 당신의 잠정성 안에서 늘 나타난다. 분명한 것은, 인간들에게 통교하시려는 행동 안에 하느님께서 항상 계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적 계획은 인간으로 하여금 신적 생명과 함께 일치에로 일어설 것을 원하신다. 그 분명한 일치의 국면은 성령을 보내주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이시다. 

 

그 밖에 특별한 모양으로 신적 원의를 선포하기 위하여 고통의 시기에 파견된 예언자들, 영의 사람들, 하느님께 사랑스러운 이들이 소집되어야 한다. 영은 아버지를 계시하시며 모든 것을 그분께 다시 인도하는 그리스도를 계시하신다. 이와 같이 신구약에서 영은 하느님의 사랑으로서 시작과 중심 그리고 끝에 위치해 계신다. 

 

4) 성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님과 함께 동행하신다.

 

성령은 마리아가 성령에 의해 예수님을 잉태하는 순간부터 함께하신다. 성령은 요르단 강에서 예수님 위에 내리신다. 성령은 아버지의 목소리 안에서 분명하고 함축적인 모습으로 예수님께 세례를 주시고, 그분을 축성하셨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 예수님의 메시아적 위임은 모두 성령 안에서 전개된다. 성령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유혹을 극복하며 사탄을 이기시고, 거칠고 반대하는 자들과 평화를 이루며 새로운 아담으로서 새 에덴의 정신적 회복을 위해 나아가신다. 그 후 즉시 왕국의 기쁜 소식(복음)이 영 안에서 선포되었다(마르 1,14-15 참조). 그리고 왕국의 일이 전개된다(마르 1,16 참조). 영이신 영광의 구름 안에서, 아버지의 메시아적인 음성에 의해서 세례의 사명과 위임으로 확인되며, 그것의 절정은 부활을 위한 십자가로 드러난다. 이것이 거룩한 변모의 총체적인 의미이다. 결과적으로 영 안에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선포되는데, 바로 이것이 최고의 복음이다(마르 8,31; 9,30-31; 10,32-34 참조). 

 

5) 다양성과 일치의 성령론적 직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성령은 세례 때 주어진 갱신의 원천이다(디도 3,5 참조). 그리고 성령은 우리 안에 머물러 계시는 분(2디모 1,14 참조)이시다. 사도 바오로 시대에는 성령의 작용인 은사가 다양하였다(1고린 12-14 참조). 그러나 각자에게 영을 드러내는 은사가 베풀어지는 것은 공익(共益)을 위한 것이었다(1고린 12,7 참조). 그런데 사목 서간의 집필 시기(60-115년)에는 예언의 은사만 남아있고(1디모 1,18; 4,14 참조) 그 밖의 은사들은 교계 제도에 흡수되었는데, 이것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다양한 은사의 체계적인 직무화로 이해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은사의 중요성은 많이 감소되었지만 교회 직분 역시 성령의 도움으로 수여되었다(1디모 4,14; 2디모 1,6 참조). “그대 안의 은사를 소홀히 하지 마시오”(1디모 4,14). 비록 ‘그대 안’이란 말이 살아있는 성령의 언어이지만, 여기서 은사는 직접적으로 성령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예언을 통해서 그대 안에 주어진’이란 구절은 살아있는 성령의 언어이며, 사도행전 13장 2절의 바르나바와 사울같이 예언을 통하여 성령에 의해 헤어지게 되고 디모테오가 지적된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직무에 적용되는 은사의 사용은 언어적으로 황홀경의 요소에서 삶의 요소인 덕목적인 것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와 같이 초대 교회는 다양한 은사를 다양한 직무 형태로 받아들였다(사목 서간 참조). 

 

6) 조화와 일치의 신학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를 ‘하느님 백성’과 ‘그리스도의 몸’으로 역설하였다. ‘하느님 백성’은 다양한 사람들의 친교로서 공동체성을 강조한 것이며, ‘그리스도의 몸’은 사람 몸의 지체는 여럿이지만 모든 지체가 한 몸을 이루는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와 화해를 의미하는 통합성을 강조한 것이다. 교회헌장 7항은 “성령은 그 풍요로움과 직무상 필요에 따라 교회에 유익하도록 여러 가지 은혜를 나누어주신다(1고린 12,1-11). … 같은 성령께서 친히 당신 능력과 지체들의 내적 결합으로 한 몸을 이루시고 신자들 가운데에 사랑을 일으키시며 재촉하신다.”고 강조하면서 조화와 일치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괴로워하고,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하는”(1고린 12,26) 것은 각 지체가 서로 결합되어 있는 유기체라는 의미다.

 

성령은 머리와 지체들 안에 현존하시어 몸 전체를 살리고 통합하며 움직이신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새롭고 보편적인 백성의 머리가 되게 하시도록 성자의 성령,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보내셨고, 그 성령께서는 또한 온 교회와 모든 신자 개인을 위하여 사도들의 가르침과 교류에서, 또 영성체와 기도에서 집합과 일치의 원천이 되신다(사도 2,42).1) 그러나 교회헌장 13항이 또한 강조하는 점은 사도좌의 수위권이다. 곧 정당한 다양성을 보호하면서도 부분적 요소들이 일치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일치에 이바지하도록 감시하며 사랑의 집단 전체를 다스리는 베드로좌의 수위권은 완전히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2. 다양한 직무의 조화와 일치

 

1) 200주년 기념 사목 회의 의안 

 

① 직무의 자율성 

 

이 의안은 교회의 교계 제도와 함께 교회의 또 다른 구조 원리를 언급하고 있다. 그것은 보조 원리(補助原理)인데 교계적이고 단체적인 교회의 구조를 해함이 없이 교회 생활을 위한 자연법적 규범이다. 보조 원리란 교회의 상위 권위가 하위 권위 스스로 자기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한 그를 억압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이 원리는 각 직무들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것이다. [한국 교회 선교 200주년 기념 사목 회의 의안 해설집]도 이 원리를 다음과 같이 긍정적으로 논하였다. “교회 안에 있는 여러 단체들도 그리스도의 복음 정신에 따라 모임을 이룩하고 소정의 과제를 수행할 때에, 상부 기관이 이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 교회의 구조 원리로 천명된 것은 실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2) “교회 내의 여러 행정 단위가 그 독자성을 견지하면서도 동시에 교회 전체의 성장 발전을 위해서 서로 융합하고, 하는 일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하며, 영원한 진리의 증인으로서 교회는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인간들의 요망에 응답하고 봉사하기 위해 늘 신축성 있게 대응의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사목 회의 교회운영 의안, 11항). 

 

② 다양한 직무의 위임과 분할

 

이 의안에서는 직무의 자발성을 배려하는 위임과 분할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어떠한 조직이든 그 안에는 상위직과 하위직이 있기 마련이며 이를 계층제라고 한다. 계층제는 기능상의 차이에 따른 것이 아니라 권한과 책임의 정도에 따른 구분이며 직무를 계단식 등급으로 나누는 통제 체제의 수립을 의미한다. 각 계층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의사 결정권과 구체적 조치권을 직접 맡아서 하는 계층으로 하강시키는 것이 권한의 위임이며 특히 대규모 조직에서는 권한과 책임이 상하 계층간에 고루 배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능력을 낭비하지 않고 충분히 활용하려는 것으로 조직이 최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오늘날 교회 업무의 질적 양적인 증대를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위임하는 쪽과 위임받는 쪽의 능력을 감안하면서, 스스로 행사해야 할 고유의 권한이나 책임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교구의 장인 주교가 사목 임무를 사제들에게 위임하듯이, 권한을 과감하게 하위직으로 위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회 업무의 다양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계층제 외에 직무의 종류에 따라 업무를 세분하고, 일의 전문성에 따라 이를 분업하는 직능주의에 대한 연구도 있어야 한다”(사목 회의 교회운영 의안, 14항). 

 

③ 열린 사목 위원회

 

이 의안에서 사목 위원회는 신자들의 전문 집단으로부터 교회 운영에 관한 의견과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곧 “교회 운영의 전반적인 계획, 통솔, 통제 및 조정에 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며, 명령권자에게 직접 조언하고 권고하며, 상의할 수도 있고, 정보의 제공, 또 업무를 종합하고 분석하며 심사. 평가하면서도 교회 활동에는 직접 간여하지 않는 막료 조직의 활동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계층 조직을 크게 돕게 될 것이다”(사목 회의 교회운영 의안, 15항). 

 

“사목 위원회는 전체 신자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 선정에서도 본당 주임 사제의 개인적인 지명보다 전체 신자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모두 망라되는 것이 바람직하다”(사목 회의 교회운영 의안, 51항). “사목 위원회의 기능은 가급적 본당 사목의 중대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각 사도직 단체에서 다룰 수 없는 전체적 문제, 특히 계획, 재정, 교육, 본당 행사 등이 그 주요 의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사목 협의회가 자문적 성격을 띠는 것이 교회적이지만 그렇다고 토의 없이 주임 사제의 의사가 그대로 사목 위원회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공동체 발전에 적절하지 못하며, 주임 사제는 신자들의 의견을 기꺼이 듣고 신자들에게 교회에 봉사하는 임무를 맡기고 그들이 솔선하여 자기 역할을 다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이 같은 유기적인 교회 운영이 유기적인 사목이며 이는 각자가 하느님께 받은 다양한 직무의 은사를 서로 나눔으로써 공동선을 추구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사목 회의 교회운영 의안, 52항). 

 

2) 각 교구 본당의 사목 협의회3)

 

우리가 먼저 해결해야 할 용어 문제가 있다. 그것은 사목 위원회(200주년 사목 회의 의안), 사목 협의회4) 그리고 사목 평의회(교회법 제536조;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147조)의 용어 통일이다. 필자는 세 가지 용어 가운데 일반적으로 잘 알려있고 각 본당에서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사목 협의회’를 선택하고자 한다. 현재 5개 교구(인천, 제주, 마산, 대구, 청주)에서는 사목 협의회와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으나, 7개 교구(서울, 수원, 전주, 부산, 춘천, 광주, 대전)에서는 단일 조직 기구를 운용하고 있다. 

 

12개 교구의 본당들에서 우리는 본당 조직이 이원 구조(사목 협의회:심의 자문 기구,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집행 실행기구)와 단일 구조(사목 협의회:심의 자문, 집행기구)로 구성되어 있음을 본다. 평협과 사목 협의회의 구조를 보면 부서간의 전문성과 통합성의 조화와 일치보다는 전례, 교육, 청소년, 구역, 선교, 사회 복지, 여성, 노인, 성소, 봉사, 노동 사목, 재경 분과 등 단순히 부서들의 나열만을 볼 수 있다. 또한 각 단체들을 서로 통합하는 부서도 없다. 이러한 구조의 본당 조직에서는 조화와 일치를 강조하는 통합적 특성의 성령론적인 조직 기구가 요청된다. 

 

3) 다양한 직무의 조화와 일치를 지향하는 성령론적인 사목 협의회

 

본당에서 요청되는 다양한 직무가 어떻게 조화와 일치를 이룰 수 있는가?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전개한 성령론에 기초를 두어 사목 협의회를 조직할 때 본당의 각 구성원과 직무는 활성화되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이며 조화로운 열린 사목이 가능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성령론적인 사목 협의회 구성을 위해서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사제와 신도들이 성령과 함께 ‘하느님 나라의 선포와 건설’을 위한 일치와 조화의 협력자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5) 곧 본당의 다양한 직무가 조화와 일치를 지향하도록 사목 협의회를 새롭게 시도한다는 것은 먼저 성령론적으로 체계화하고, 이 성령론적 신학 위에 새로운 본당 사목 협의회가 탄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 사목 협의회의 다원화된 부서는 다양성이 인정되는 가운데 관련 부서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조화와 일치를 이루며 전문, 통합되는 조직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4) 사목 협의회 분과의 다양화, 전문 통합화

 

본당 사목 협의회는 전반적으로 사목적, 경영적 운영과, 관리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본당에서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가 지닌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배려하여야 할 것이다. 교회 내의 주요 직무 기능과 전문가를 살펴보면, 먼저 사제의 전문성은 성사 집행 및 사목 기능과 구역, 반 관리 기능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수도자의 전문성은 기도와 사도직 협조 그리고 구역, 반 관리 기능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평신도의 전문성은 본당 운영 관리 기능과 단체 운영 관리 기능에서 발휘될 수 있으며, 사제, 수도자, 신도들 곧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공통적으로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 점은 교회의 본질 사명인 복음화와 선교 기능이다.6) 

 

성령론적 사목 협의회의 다양한 분과를 전문 통합화의 측면에서 분류해 보면 첫째, 본당의 사목적 경영적 운영과 관계될 수 있겠다. 본당의 경영적 운영에 속하는 분과로는 기획, 본당 사무실, 시설 관리, 재경이며 사목적 운영에 관한 분과는 전례, 영성-교육, 청소년, 성소, 노인이다. 둘째는 하느님 백성 모두가 참여하는 본당의 공동체와 관계된 분과로서 구역, 전교(레지오 마리애), 여성(연령별 단체 : 안나회-55세 이상, 성모회-40세 이상과 중고등학생의 어머니, 자모회-25세 이상과 초등 학생의 어머니), 남성(연령별 단체, 요아킴회-60세 이상, 요셉회-45세 이상, 요한회-30세 이상), 청년, 신심, 공소이다. 셋째는 본당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열려있는 분과로서 사회 복지, 연령, 노동 사목, 우리 농촌 살리기, 환경이다. 

 

위의 성령론적 사목 협의회는 다양한 분과들을 통합한 것이 특징인데, 먼저 사목과 경영의 측면, 그리고 모두가 참여하는 본당 공동체, 마지막으로 본당이 속한 지역 사회 부문들을 세 국(局)으로 모은 유기적으로 통합한 조직이다. 

 

5) 모든 과정의 투명성과 아래로부터의 의견 수렴과 중재

 

세 국(局)은 각각 사목 협의회의 부회장들이 대표하는데, 그들은 각 분과에서 상정되는 참된 의사가 잘 소통되도록 중재하고 그것을 구조화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각 국을 관할하면서도 각 국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모든 분과장들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 또한 분과장도 역시 분과원들과 책임과 의무를 나누어 가지며, 의견을 아래로부터 모으는 데 있어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하도록 올바로 중재하고, 일의 집행과 실천에 모든 신자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견과 사업 내지 운동이라도 아래로부터 수렴, 중재, 조정되지 않고, 상부 지시형일 때 신자들은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인지도와 참여도 또한 저조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교회 활동7)에 대한 신자들의 인지도와 참여도는 전체 신자의 30% 전후에 머무르고 있다.8) 이러한 문제는 아래로부터의 자율성과 다양성의 구조가 위로부터의 교회 구조와 조화되거나 일치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과장들은 분과원들과 신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부회장에게 잘 전달하고 중재해야 한다. 사목회장은 부회장들에게서 수렴된 신자들의 의견을 하느님 백성의 대표성을 드러내는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신자 대표인 회장, 부회장들이 모이는 회장단 회의에서나 사목 협의회에서 신중하게 심의하고 중재하여 본당 공동체의 발전과 공동선을 드러내는 데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다. 

 

6) 사목 협의회의 조정과 일관성을 위한 직무

 

사목 협의회가 일관성 있게 유지, 발전하려면 본당 사제와 회장단과 분과장들이 임기 때문에 바뀐다 해도 바뀌지 않는 직무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무실의 유급 봉사직과 같은 것이면서 하느님의 부름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성소와 같은 직무가 필요하다.9) 사목회장과 분과장들의 선출에서도 그 과정이 투명해야 하는데 먼저 회장 선출은 본당 공동체 총회에서 신자들의 전체 투표로 선출하여 본당 사제가 인준하고, 분과장들의 선출도 가능하면 신자들과 분과원들이 선출해서 본당 신부가 인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운영 봉사국과 지역 사회 봉사국은 그 성격상 비교적 특별한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회장단 회의에서 신중히 적임자들을 심의 선발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모든 직무 봉사자들의 선발을 성령론적인 선출10)로 제도화한다면 인간적인 지지와 하느님의 선택이라는 두 부분을 만족시킴으로써 봉사자들의 자발성은 극대화될 것으로 확신한다. 

 

 

닫는 말

 

한국 교회는 그 동안 외적으로 많이 성장하였다. 그러나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한국 교회는 내외적으로 성령의 뜻에 따라 균형 있고 성숙한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폐막한 지도 삼십 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 정신이 한국 교회의 내부와 외부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외적으로는 하느님 백성으로서 친교의 공동체성이 강조되고 신앙의 내적이고 영성적 부분에서 그리스도 신비체의 일치와 조화가 잘 드러난다고 하지만, 이러한 공의회의 성령론적인 다양성 안에서 조화와 일치의 신학이 교회 구조와 실천 신학에서 참으로 드러나는지 자세히 살펴야 한다. 

 

필자의 관심은 공동체의 구조이다. 특히 성령론을 바탕으로 한 교회론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우리 인간이 몸의 뼈대 없이 정신만으로 살아가기 어렵고 또한 정신 없이 몸의 뼈대만으로 살기 어렵듯이, 교회도 자신의 튼튼한 구조와 하느님의 영인 성령과 조화와 일치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하느님의 뜻이 성자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하여 세상의 교회 안에서 제대로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본당은 교회의 기본 단위이며 하느님 영의 뜻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하는 현장이다. 그 구체적인 현장은 본당의 하느님 백성을 대표하는 사목 협의회이며 그 안에서 하느님 영의 뜻인 다양한 직무들의 조화와 일치가 드러나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초 위에 각 지구 그리고 교구의 구조와 직무도 교회법적,11) 성령론적 조화 안에서 구조 조정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와 같은 구조 안에서 교구, 지구, 본당은 항상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고 그것을 통하여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모든 하느님 백성과 어떻게 그것을 준비하고 실현할 수 있는지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대희년을 잘 준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지금까지 출간된 대희년 길잡이를 통하여 그 정신을 알고 그것을 내적으로 성찰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 정신이 본당의 사목 협의회, 지구 그리고 교구의 직무 곧 하느님 백성 전체 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본다. 

 

비록 까다로운 주제였지만 필자는 교회의 다양한 직무들이 성령 안에서 조화와 일치를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진술하였다. 성령의 해를 맞이하여 본당의 사목 협의회가 성령론적인 실천 신학을 통하여 새로워지길 바란다. 성령론적인 구조 안에서, 늘 우리와 함께하시는 성령을 통하여 교회의 모든 직무들은 새롭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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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회헌장, 13항.

 

2) 김병상, “교회 운영”,[한국 교회 선교 200주년 기념 사목 회의 의안 해설집],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1994, 276-277면 참조.

 

3) [사목] 150-155호에서는 대구, 부산, 광주, 마산, 제주, 인천, 수원, 전주, 원주 교구의 본당 사목 협의회 회칙을 수록하였다.; 정준교, “사목협의회의 구조와 역할”, [사목] 220호(1997.5.), 22-24면 참조.

 

4) 같은 자료 참조. 일반적으로 본당에서도 ‘사목 협의회’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5) 정준교, 앞의 글, 27-28면 참조. “3000명 이상의 신자를 사목하고 관리하는 사제가 평신도들에게 위임해도 좋은 일은 무엇이고, 직접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하나의 기준은 사제가 ‘전문가가 아닌’ 일들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은 위임하고, ‘전문가인 일’은 직접하도록 하는 것이다.”

 

6) 정준교, 앞의 글, 33면 참조.

 

7) 예를 들면, 교회 재일치 운동, 도농 협력 운동, 북한 동포 돕기 운동, 생명 운동, 환경 운동, 정의 평화 운동, 소공동체 운동, 대희년, 2000년대 복음화 운동 등이다.

 

8) [가톨릭 신문]이 실시한 가톨릭 신자 종교 의식과 신앙 생활 특집인 [교회 내 다양한 활동 ‘잘 몰라’ … 의사 소통 ‘삐그덕’]에서 “본당의 다른 신자들과 신앙 생활이나 일상 생활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편인 신자들은 전체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보면 의사 소통의 장애는 평신도 사이의 수평적 차원이나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의 수직적 차원 모두에서 심각하지만, 수평적 의사 소통의 문제보다는 수직적 의사 소통의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특히 수직적 의사 소통의 장애 문제는 우리 교회의 중앙 집권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구조가 신자들의 일치나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정책 집행과 같은 미덕을 발휘하기보다 교회의 비대화 추세와 결합되어 관료적 비효율성을 체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1998년 7월 12일자 참조). 

 

9) 초대 교회에서 사도들은 기도와 말씀의 봉사의 사도직에 전념하기 위해서 헬라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의 대표 일곱을 뽑았듯이, 본당에서도 사제와 하느님 백성 그리고 신자와 각 부서들 사이의 중재 및 조정을 위한 직무가 요청되는데, 사목적 영적인 면에서는 일관성 있게 중재 조정할 수 있는 종신 부제직과 본당 경영 및 운영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유급 봉사자로서 간사직(幹事職)이 필요하다고 본다.

 

10) 본당 대표를 선발하는 데에서도 성령론적인 선발(1사무 10,17-27; 사도 1,19-26 참조)을 시도한다면 비밀 투표라는 인간의 지지뿐만 아니라 제비뽑기의 하느님의 선택이라는 사명감 앞에서 직무에 대한 자발성이 더욱 드러날 것이다. 필자는 실제로 본당에서 꾸리아 단장을 선발하는 데, 레지오 간부들이 모인 꾸리아 회의에서 비밀 투표로 단장을 선출하였다. 그러나 선발된 사람이 개인 사정상 도저히 꾸리아 단장 직분을 수행할 수 없다고 하였다. 사정을 들어보니 과연 단장 직분을 수행할 수 없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은 그러면 차점자가 단장직을 수행하라고 몰아 세웠다. 그러나 차점자는 난감한 표정으로 그럴 수는 없다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필자는 그때 성령론적인 선발을 제안하였다. 곧 투표 결과 최고 득점자와 차점자(많은 차이가 있어도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을 두고 모두 함께 기도하고 제비를 뽑았다. 그 결과 하느님의 도움으로 차점자가 단장 직분에 봉사하도록 뽑혔다. 인간의 투표와 하느님의 제비뽑기로 봉사직에 부름을 받은 꾸리아 단장은 지금도 사람들의 지지와 하느님의 선택에 감사하면서 기쁘게 꾸리아 단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11) “서울대교구의 운영은 교회법전에 나온 대로 하겠다.”([평화신문], 1998년 7월 26일자)는 정 대주교의 방침을 사제 평의회가 받아들임에 따라 서울대교구는 지구 사목 체제로 개편하고 지구장 권한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사목적 결정은 시대에 걸맞게 교회법적인 원칙을 다양성과 일치와 친교 안에서 실현하는 한국 교회의 구조 조정의 시작이라고 본다. 

 

[사목, 1998년 9월호, 곽승룡(대전교구 금산 천주교회 주임 신부, 교의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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