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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병원사목] 호스피스: 종사자를 위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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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124

호스피스 종사자를 위한 프로그램

 

 

1. 호스피스인이 가져야할 생의 윤리란 무엇이며, 임종환자를 돌보면서 겪게 되는 윤리적 딜레마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1) 호스피스 환자를 돌보는데 영향을 미치는 생의 윤리 원칙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생의 윤리 원칙이란 윤리적인 문제 상황에서 의사 결정에 중요한 원칙들입니다.

 

(1) 자율성(autonomy)

 

개인이 스스로 선택한 계획에 따라 행동 과정을 결정하는 행동 자유의 한 형태로서 결정에서의 자주성을 의미합니다. 이 자율성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자신이 원하는 행동은 무엇이든지 관계없이 다 할 수 있는 자율성이며 둘째는 자신이 선택해서 행한 행동이 존중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2) 정직(veracity)

 

정직은 진실을 말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정직의 원리가 포함해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선을 위해서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이 의무에 속하며, 언어로 의사 소통을 할 때 진실된 것만 말하고 거짓말이나 속임을 안 해야 합니다.

 

(3) 악행 금지(nonmaleficence)

 

악행 금지의 기능은 고의적으로 해를 가하는 것을 피하거나 해가 될 위험을 피하는 것입니다. 해가 될 위험성과 고의적인 유해성과의 차이는 분명치 않습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가해를 주는 것과 상해의 위기가 가해지는 것을 구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4) 선행(beneficence)

 

선행은 선(善)을 행하는 하나의 의무요 긍정적인 윤리로 친절과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만약 임종에 가까운 환자가 계속 치료받기를 보류할 때 그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선행인지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해성의 의무에 반하는 행위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행의 원칙은 선을 행할 것을 원하거나 실제로 그러한 행위를  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한다는 사실입니다, 선행을 한다는 것은 칭찬받을 만하고 유익한 일이긴 하나 도덕적인 의무의 요구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5) 비밀유지(confidentiality)

 

환자의 개인차와 독자적인 인격을 존중하며 성실히 돌보는 것입니다. 환자의 사생활을 유지시킬 의무와 환자의 비밀을 지킬 의무는 오랫동안 간호윤리와 의학윤리의 한 부분이 되어 왔습니다.

 

(6) 정의(justice)

 

정의의 원칙은 분배적 원칙으로 인간의 권리가 그 발달 정도에 따라 각기 달리 분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해야 할 의무와 할 것에 대해 곧바로 실천합니다. 이는 합법적 의무와 권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7) 성실(fidelity)

 

성실은 자율성의 원리와 독자성으로부터 기인되는 도덕률이며, 성실은 규율보다 강한 것입니다.

 

(8) 사전동의(informed consent)

 

환자로부터 치료에 대한 동의를 받기 위해서 모든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 주어 시행될 치료와 처치에 자발적으로 동의하고 협조하는 법적이고 윤리적인 요구 조건을 말합니다.

 

2) 임종 환자는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나요(The Dying Person's Bill of Right)?

 

- 나는 내가 죽는 날까지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대우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희망을 유지할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희망을 가진 자에 의해 간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죽음이 다가옴에 따라 내 방식대로 나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할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나의 간호에 관한 의사 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치료(cure)” 목적이 “안위(comfort)”의 목적으로 변화할지라도 계속적인 의료와 간호의 관심을 기대할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홀로 죽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통증으로부터 해방될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나의 질문에 대해 정직한 대답을 들을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기만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나의 죽음을 수용하는데 있어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평화와 존엄성을 가지고 죽을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다른 이들의 신념에 반대되는 결정에 대해 판단받지 않고 나의 개별성을 유지할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다른 이들에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든 나의 신앙과 영적 경험을 충족시키고 토의할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인간 육체의 성스러움이 죽은 후에도 존중될 것을 기대할 권리가 있습니다.

- 나는 내가 죽음에 직면하도록 돕는데 만족을 느끼며 나의 요구를 이해하는 민감하고 지각있는 사람에 의해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3) 호스피스 환자에게 “안락사”(Euthanasia)는 허용될까요?

 

안락사는 살인 행위이며 어떤 목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1) 안락사의 정의와 구분

 

역사적으로나 어원상으로 ‘안락사’라는 말은 “고통과 통증이 없는 편안한 죽음”을 또는 원래 선하고 공경할 만한 죽음을 의미합니다. 의학 용어로서의 이 단어는 항상 죽어가는 환자에게 의사가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서 그리고 통증과 괴로움을 줄여 주기 위해서 행하는 친밀한 도움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그 말의 본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고통이나 단말마의 고통을 없애려는 어떤 의학적 개입을 생각하게 됩니다. 의사들은 대개 적극적인 안락사와 소극적인 안락사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소극적 안락사는 생명을 연장시킬 수도 있는 치료를 의도적으로 생략하는 것을 의미하고 적극적인 안락사는 더 이상의 다른 방법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 의도적으로 더 빨리 죽음을 초래하는 “치료”의 설정을 의미합니다. 적극적인 안락사는 충격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 의사들이 사용하기를 꺼려하지만 종종 “안락사”(mercy kelling)라고도 일컬어집니다.

 

(2) 정당화될 수 없는 안락사

 

① 누군가의 생명을 죽이는 것이나 다른 생명이 ‘평안한’ 종말을 맞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때 남는 것은 그저 고통과 심각한 좌절뿐입니다. 이것은 사실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것입니다. 안락사는 살인 행위이며, 어떤 목적으로든 정당화할 수 없는 것입니다.

 

② 말기 환자들, 이상 아동, 정신 질환자와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의 고통과 고난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연민은,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어떠한 형태의 직접적 안락사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돕는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살해하는 행위입니다.

 

③ 의사와 준의료인 - “항상 생명에 봉사하고 이 생명을 임종에 이르기까지 돕는 사람” - 은 관계 당사자의 요청과 더욱이 가족들의 요청이라 하더라도 안락사를 시도하는 행위에 협력할 수 없습니다.

 

④ “흔히 죽여 달라고 하는 중환자들의 간청이 안락사에 대한 진정한 원의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됩니다. 사실 그것은 거의 언제나 도움과 사랑을 구하는 고뇌에 찬 간원의 경우입니다. 의학적인 가료 외에, 병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으로 부모, 자녀, 의사, 간호사 등 가까운 모든 사람들이 병자를 에워쌀 수 있고 또 감싸줘야 하는 인간적이고도 초자연적인 온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3) 암환자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은 중요한가요?

 

죽음을 앞둔 사람, 혹은 불치병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진실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어떠한 사람에게 있어서나 다가오는 죽음은 자기 가족에 대한 특정한 의무를 수행하고 사업을 정리하며 부채를 청산하는 등의 책임을 수반하게 됩니다. 어떻든 죽음에 대한 준비는 죽음이 다가오기 훨씬 전에 아직 건강이 좋은 때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누구든지 환자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임종이 가까워옴을 환자에게 알려 주어야 합니다. 가족과 사목자, 의료인들은 이 의무에 참여해야 합니다. 관련된 사람의 감수성과 수용 능력에 따라, 또는 환자의 상태와 그의 대인 관계 능력에 따라 각기 경우가 다릅니다. 환자와 가까운 사람이 태연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진실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나타낼지 예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병원의 사목자는 계속적인 접촉을 통해서 환자들, 특히 믿지 않거나 무관심속에 있는 환자와 신뢰 관계를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사목자는 죽음이 임박했음을 너무 일찍 말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동시에 진실을 감추어서도 안됩니다.

 

 

2. 임종환자를 돌볼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질문과 대답

 

▶ 나는 자주 환자의 방에 들어가는데 그들 환자들로부터 종종 지극히 부정적인 반응을 감수해야 될 때가 많습니다. 이런 환자들과 어떻게 접촉을 해야 할지 의견을 제시해 주시겠습니까?

 

♣ 때로는 어느 환자가 아주 기분 나쁘게 굴어서 금방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으면 할 때도 있습니다. 이때 그러한 환자의 태도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하고 화나게 한다고 솔직히 털어 놓으면 가슴이 후련해지며 만약 우리가 이렇게 터놓고 말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과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환자도 의료진을 소원하게 대하지만은 않습니다. 만일 내가 환자에게 가슴을 트고 솔직하게 대하면 환자 역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는 내심으로 내가 자기에게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일층 더 솔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나를 대하게 됩니다.

 

▶ “어째서 내가 하필 이 몹쓸 병에 걸렸느냐?”고 묻는 환자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요?

 

♣ “저도 모르지요.” 라고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렇게 그 질문을 돌려서 말해 볼 수 있습니다. “어째서 당신이어서는 안되나요?” 우리들 모두가 죽음과 임종에 직면하여 있는 한, 시간의 차이야 있겠지만 인간이면  누구나 다 죽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죽음이 왜 하필이면 지금 나에게 닥쳐야 합니까?” 라고 또 물으면 나는 그가 그런 질문을 하게끔 용납해 줄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그 환자는 자기 자신의 불안과 분노와 온갖 근심 걱정을 겉으로 나타낼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좌절감과 그에 따른 근심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할 때 당신에게는 환자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한 해결점이 주어질 것입니다.

 

▶ 환자의 격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합니까? 그들의 격분을 잠잠히 받아들여 준다면 그것은 너무나 잔인한 일이고 그러나 그들의 분노를 분노로서 대한다는 것 역시 잔인한 일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습니까?

 

♣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붓는 거친 환자, 자기 불만과 시기심을 자기 친구나 친척 또는 자기를 도와주는 의료진들한테 발산하는 환자는 그 환자를 간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루기 힘든 존재일 수 있습니다. 그런 환자를 만나게 되면 여러분은 그 환자의 분노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발견해 보고자 애써야 합니다. 예컨대 음식이 형편없다고 하면 여러분은 음식을 좀 더 낫게 장만하라고 영양사에게 말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환자가 “왜 하필이면 내가 이 병에 걸렸느냐?”고 따지면서 반항하는 격분의 임종 단계를 실제로 통과하고 있는 과정이라면 여러분은 환자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고, 누구라도 그런 경우에 있으면 화를 낼 것이라고, 진심으로 이해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더 보태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환자가 그의 분노를 털어놓게 해야합니다. 또 여러분이 그 환자보다 우월하다거나 혹은 환자를 멸시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다루기 힘든 환자에게 던져 준 몇 분의 대화가 기적을 불러올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환자들이 간호사를 덜 자주 부르게 되고, 가족들이 기뻐하며, 환자의 마음도 평온해집니다.

 

▶ 환자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우리는 그 환자를 도와 줄 수 있습니까? 거부의 단계로부터 아무런 진전이 없어 보이는 환자에게 어떻게 손을 뻗쳐 도와 줄 수 있습니까?

 

♣ 자기가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환자가 알고 나서야 그를 돕는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이 환자를 도울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거부의 단계에 있으면서도 역시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환자의 상징적 언어를 이해하여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마주앉아 “힘들지요? 정말 힘들지요?” 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말 한마디가 여지껏 닫아 둔 말문을 열어서 환자로 하여금 드디어 자기의 공포와 불안과 환상을 여러분께 이야기하도록 해 줍니다.

 

▶ 죽는 순간까지도 완전히 거부적 자세에 머물러 있는 환자를 간호진들은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 간호진들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똑같이 그런 분들을 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환자들에게는 이 거부적 자세가 필요하므로, 그 태도를 반드시 완화시켜야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인위적으로 그 거부 자세를 깨뜨려 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 어떤 청년이 암을 앓고 있는데 그러다가 기적적으로 치유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은 그가 사망 예정의 단계에 와 있음을 말해 줍니다. 이러한 경우, 우리들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이 남자는 자기 가족을 위해 이런 장난을 하는 것입니까? 자기가 어떤 상태에 있다는 것을 그는 정말로 알고 있는 것입니까?

 

♣ 사망이 예정된 젊은이가 자기의 병이 기적적으로 치유되었다고 공언하였다면 그것은 의학적으로 보아서는 그가 사망이 예정된 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병이 완쾌되는 기적을 그가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나라면 그 환자와 마주 앉아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그렇지요. 기적도 가끔 일어나지요.” 그리고는 잠시 기다렸다가 계속적으로 그 환자를 방문하여 그로 하여금 의사와 함께 자기의 중병에 대해여 또 병이 완쾌되었다고 생각하는 신념에 대하여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 당신이 전문 봉사원이건 아니면 가족의 한 사람이건, 환자의 방어 자세를 무너뜨리는 것이 당신의 임무는 아닙니다. 그저 환자를 돕는 것이 당신의 직분이고 만약 그 환자가 자기는 완치되었노라고 믿고 싶어한다면, 그런 때에 당신이 이 세상엔 그같은 기적이란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잔인한 일입니다. 당신 자신은 기적의 발생을 전혀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환자가 믿고 있는 그 기적의 상황에 대하여 환자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환자는 당신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환자가 임종의 단계 중 그 어느 하나에 머물러 있다가 다시 그 전 단계로 돌아갈 경우 이것은 그 먼저 단계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뜻인가요? 

 

♣ 아닙니다. 환자들이 반드시 거부와 분노와 타협과 절망과 수용의 자세 등 임종에 이르는 단계를 순서에 맞추어 따라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자들은 임종의 두 세 단계를 동시에 나타내기도 하고 또 반드시 동일한 순서를 따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환자가 죽음의 수용 단계에 들어왔다가 다시 먼저 단계로 후퇴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흔히 우리가 환자로 하여금 자기 감정을 완전히 털어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쓸데없이 생명을 연장시키는 의료 기술을 강행하는 수가 있고 이때 환자는 전혀 그것에 감사해 하지 않습니다.

 

▶ “왜 그런걸 해요? 나는 어쨌거나 죽을 몸인데요. 나는 이미 죽어 버리지 못한 게 한이예요” 이렇게 말하는 환자에게 선생님은 어떤 유형의 반응을 보이시겠습니까?

 

♣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이상 더 어떤 일을 해보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을 때에 무슨 일을 하라고 강요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나는 어쨌거나 죽을 몸인데요. 나는 이미 죽어 버리지 못한 게 한이예요” 하고 말하는 환자라면 다시 한번 자세히 관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마도 이 환자의 고통은 너무도 극심해서 참을 수 없는 지경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에게 진통제의 적정량이 투여되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아무도이 환자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육체적이건 심리적이건 도움을 받는 환자는 으레 그런 고통을 참을 수 있고, “이미 죽어 버리지 못한 게 한이예요” 식의 절박한 탄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 자신이 죽은 다음에 이 세상에 홀로 남게 될, 사랑하던 사람을 근심하는 임종 환자에게는 어떤 태도를 보이십니까?

 

♣ 나는 그의 말에 공감하면서 그가 뒤에 남기고 가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고 묻겠습니다. 미해결의 일들을 완결 지었는가 살펴보고 또 유언장을 작성해 놓았는지도 알아보겠습니다. 재정적인 또 기타의 모든 일들을 그가 아직 생존하여 처리할 수 있는 때에 완결 지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간혹 가족 중의 일원이 환자의 임종 준비 심리과정을 따라오지 못하고 뒤에 쳐져서 괴로워하는 경우라면 나는 그 가족이 임박한 죽음의 실제를 직시하도록 도와 줄 수 있는 상담을 주선해 주겠습니다.

 

▶ 선생님이 대화를 나누신 환자 가운데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때에 죽음을 수락하는 단계에 와 있었는지요?

 

♣ 전문 보조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의사가 환자의 죽음을 수락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고, 오히려 환자들의 대부분은 마지막 수락의 단계에까지 도달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의사들이 쓸데없이 생명을 연장하고 죽음을 지연시키고자 하면 환자는 오히려 절망의 단계로 후퇴하게 되며 따라서 화평과 긍정의 자세로 죽을 수가 없게 됩니다. 다음으로 또 가장 자주 부딪치는 문제 중의 하나는 가까운 가족이 임종자에게 매달려서 “머물러 있어 달라”고 간청하거나 “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만약 사랑하는 아내가 죽음을 수락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하여 죽어 가는 남편이 아내에게 혼란과 고통을 주고 있음을 바라본다면 어떤 남자도 마음의 화평을 갖고 죽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암암리에 묵살되는 이같은 심리적인 저의와 또 임종에 이르는 각 단계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본다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환자들의 뒤에서 “환자들의 심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쩔쩔매는” 사람들입니다. 이 때문에 나는 우리들이 의사들로 하여금 죽음을 수락하도록 도와 주고 또 아내로 하여금 사태를 직시하도록 위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간접적으로 임종 환자가 수락의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수락의 단계에 도달하기 위하여 노력하도록 도와 주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 튜브를 끼고 있는 환자의 경우, 자기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전달합니까? 의료진은 이런 환자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합니까? 우리가 꼭 귀담아 들어야 할 일은 어떤 것입니까?

 

♣ 우선 환자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 보셔야 합니다. 환자의 눈이 두려움과 공포를 나타낸다면 다가서서 “두려우신가요?” 라고 물어 보십시오. 환자가 눈을 깜빡이거나 머리를 끄떡거린다면 옆에 바짝 앉아서 손을 잡고 “무엇이 두려우세요?” 하면서 환자가 두려워할 만한 것을 생각하여 이것인가, 저것인가 하면서 물어 보십시오. 어느 항목에선가 환자는 자기가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손에 힘을 주어 거의 절망적일 정도로 누를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환자가 근심과 공포를 극복할 때까지 반드시 그 곁에 의료진의 한 사람이 있어 주게 하마고 확신시켜 주십시오. 아주 좋은 예가 하나 있습니다. 샤만 박사가 메닝거 재단의 1972년 5월의 속보에 쓴 이야기입니다. 거기에서 박사는 인공호흡기에 매달려 사는 환자의 불안을 체험한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다른 의사가 그때 병실로 걸어 들어와서 자기가 그 환자 곁에 머물러 있겠다고 말함으로써 환자를 크게 도와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 환자가 혼수 상태에 빠져 있을 때 환자의 가족들을 어떻게 다루십니까?

 

♣ 환자의 가족들과 가까이 하며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온 가족이 쓸데없이 환자의 침상머리에 둘러앉아 환자의 임종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니하도록 도와줍니다. 시간적으로 보아 이것은 며칠, 몇 주, 몇 달이 가는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족은 계속해서 살아야만 하고 젊은이는 계속해서 애인을 만나야 하고 필요하다면 영화관에도 가도록 정상적인 생활을 지속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경우에 가족들은 더욱 기진맥진하고 그와 같은 환경에 대하여 격분하게 됩니다. 사람이 죽고 난 다음에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은 바로 가족일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기진맥진해지기까지 자꾸만 지연되어 온 임종을 기다리는 동안 죄의식에 분노까지 곁들여 왔었기 때문입니다.

 

▶ 의료진에게 안락사를 요청하거나 또는 진료받기를 거부함으로써 자살하겠다고 위협하는 환자들에게는 무엇이라고  말씀하십니까?

 

♣ 나는 환자로 하여금 억지로 약물 치료를 받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여막분석을 거부하거나  그 치료 진행을 거절하고 투약을 기피할 경우, 만약 그 환자가 정신적으로 자율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게는 자신의 신체를 처리할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수긍해야 합니다. 만약 환자가 정신질환적 좌절감에 빠져 있다면 환자를 그 상태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계속 치료나 투약을 거부할 경우 나는 그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또 환자가 안락사를 요청한다면 환자가 왜 그것을 요청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환자가 적당량의 진통제를 받고 또 훌륭한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 도움을 받았는데도 안락사를 요청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뭅니다. 천에 하나일 것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아닙니다. 수명을 다하고 죽을 때까지 그들을 돕는 것입니다. 나는 어떠한 형태의 안락사에도 반대합니다. 결코 그런 일에 참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 병원에서 기계의 힘을 빌려, 사망예정환자나 혹은 거의 소생의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의 목숨을 연장시키는 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어떤 환자든지 병세가 호전될 가능성만 보인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기술적 지원을 다 동원하여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의학적인 도움을 받더라도 희망이 없는 환자, 기계를 신체에 부착했을 때에만 체내 기관이 작동하는 환자들은 이런 식으로 보살펴 주어도 아무 이득이 없습니다. 우리는 때에 따라서 필요할 때 이 기구들을 제거할 수 있는 용기를 배워 두어야 합니다.

 

▶ 환자 자신이 특수 기계 장치에 의하여 생명이 유지되는 일에 대하여 찬반을 결정하지 못할 경우에는 누가 책임을 집니까? 또 가족들이 그와 같은 조치에 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우선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사람은 환자 자신입니다. 만일 환자가 혼수 상태에 빠져 있거나 성년이 되지 못하였다면 그 다음으로 의견을 내세울 사람들은 환자의 가족입니다, 어린이의 경우, 그 애의 부모님들에게 이 끔찍한 결정을 내리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음을 아실 것입니다만 가족이 의견의 합치를 보지 못할 때에는 진료진이 모여서 단체로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상적으로 진료진을 구성하려면 그 환자를 보살피던 의사, 그 경우에 관련되던 전문가들, 목사와 간호사와 사회봉사자, 그리고 상담역 정신과의사 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구성된 팀은 죽어 가는 환자를 위해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하는 위치에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환자가 어린애일 경우에는, 바로 이 환자가 우리 자식일 경우에도 인공적 생명 유지를 고집할 것인가고 서로 물어 봅니다. 그리하여 만장일치로 그와 같이 특이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했다면 이 결정을 가족에게 내놓아 봅니다. 가족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우리들의 결정을 통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만약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상당히 강렬한 거부 의견이 나왔을 것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그렇게 하면 그 어린애가 죽었을 경우 그 애의 가족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고 또 “만일 좀더 다른 치료를 해 보았더라면 그 애가 아직 살아 있었을텐데” 하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족들이 분노의 시기에 처해 있을 때에 아이의 죽음에 대해서 우리 의료진을 비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환자는 혼수 상태에 빠져 있고 가족은 의견의 합치를 보지 못할 때 우리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온 가족들까지 다 모여서 단체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추진해야 합니다.

 

▶ 아주 인공적인 방법으로 생명을 연장함으로써 결단코 환자가 죽도록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선생님의 태도를 간단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이러한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하고 보살피고 생명을 연장하도록 훈련만 받았지 결코 사망예정환자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분들입니다. 그들은 환자의 죽음이 바로 자기 업무의 실패인 것으로 생각하게끔 훈련받았습니다. 그분들은 흔히 아직 해결되지 아니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고 “환자가 자기에게 의지하고 있다가 죽었을 때”에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런 의사들에게는 그와 같이 인공적인 생명 연장의 조치가 환자를 돕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자기 자신의 내적인 갈등을 해소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기에는 많은 이해심과 인내심과 의사 소통이 요구됩니다.

 

▶ 환자의 생명을 계속 부지시켜 달라고 가족들은 원하는데 환자 자신은 그냥 죽어지기를 원할 경우 선생님은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 정말 이런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다시 말해서 환자 자신은 죽음을 용납하는 단계에 도달하였는데 아직 가족들은 임종의 여러 단계를 뒤미쳐 쫓아오지 못하고 거부나 분노나 타협의 단계에 있는 경우입니다. 그럴 때에는 가족 되는 사람한테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경주하여 그들로 하여금 아직까지 완결 짓지 못한 일을 완결 짓도록 하고, 환자로 하여금 눈을 감고 편히 가도록  허용하기까지 도와 주어야 합니다.

 

▶ 의학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할 때, 그것은 바로 안락사와 마찬가지가 아닐런지요?

 

♣ 당신이 “훌륭한 죽음”이라는 뜻으로 안락사를 해석하신다면 그것은 안락사와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자비스럽게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환자로 하여금 평화롭게 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인간적 존엄성을 지니고 죽도록 도와 준다는 것을 뜻합니다. 나는 이런 노력이 성취될 때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 자비를 베풀어 죽여 달라고 의사들에게 간절히 비는 환자에게 어떤 말을 해 주시겠습니까?

 

♣ 우선 어떤 이유 때문에 그 환자가 자기의 현재 상태를 더 이상 참지 못하는가, 그 이유를 발견해 내야 합니다. 아마도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있을 경우도 있겠습니다. 그런 경우에 나라면 진정제를 좀더 많이 주겠습니다. 만약 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다면 혹시 내가 그 가족과 접촉해 볼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만약 그 분은 자기의 일생을 제멋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인데 자기의 죽음에 대해서 어쩔 수 없다고 느끼셨다면, 나는 어떤 과정에 대해서는 그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끔 도와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음식의 선택이라든가, 목욕을 할 시간이라던가, 병원에 찾아오는 손님의 수를 스스로 가감하고 제한을 한다던가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그 분은 아직도 여러 가지 일들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환자가 퇴원하는 서류에 도장을 찍고 약을 복용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환자의 권리입니다. 환자가 아직 정신적으로 건강한 분이라면 당연히 정신 상담을 요청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성적인 정신 상태에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좀더 나은 정신상태로 이끌어 가도록 보살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것이 정말로 환자 자신의 욕망에 합치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 사망 예정 환자들은 집에서 가족에게 둘러싸여 임종할 때 어떤 공공 기관에서 임종할 때보다 임박한 죽음에 더 잘 적응합니까?

 

♣ 대부분의 환자들은 집에서 죽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병원에서 임종하는 쪽을 택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예컨대 자기 어린아이들한테 마지막 위기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 주기를 원치 않는 어머님들, 그리고 여태껏 고독한 생활을해 왔기 때문에 거의 가족 관계가 없던 분들, 이런 사람들은 때로 공공 기관에서 임종하기를 원합니다. 개인개인마다의 특수한 사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만약 환자가 병원에서 임종하는 편을 택한다면 억지로 퇴원시켜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는 집에서 임종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소원을 들어 주기 위해서 가능한 한 모든 주선을 해야만 합니다.

 

 

3. 호스피스 종사자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소진 예방을 위한 해결책

 

호스피스 환자를 돌본다는 것 자체가 구성원에게는 커다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즉 죽음을 앞둔 환자와 고통받는 환자의 가족을 계속적으로 돌본다는 것은 구성원에게 큰 부담을 느끼게 합니다.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 요인은 끊임없는 죽음에의 직면, 육체적, 심리적, 영적 고통의 직면과 높은 성취 목표, 과도한 업무량, 환자와 가족의 과도한 요구, 기존 가치관에 대한 도전, 능력의 한계, 그 외에도 구성원 자신의 인간 관계에 위협을 느끼는 것 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자기 진단이 필요합니다.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느끼는 사람은 신체적 증상으로 불면이나 체중 감소 및 증가, 또는 두통, 오심, 피로, 위장계 장애, 요통 등을 호소할 수 있고, 행동적인 증상으로 우울증, 활동 과다, 심한 감정 변화, 환자 및 가족 그리고 동료에 대한 지나친 분노, 죄책감, 부정적인 마음 등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나친 스트레스는 비인격적이고, 타성에 젖은 간호를 제공하게 되므로 간호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때에 따라서는 특정한 환자를 회피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1) 스트레스 요인

 

간호사는 누구든지 본인이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신체적 증상과 정신적 문제를 조절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증세가 경감되지 않는 환자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지 못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는 근심과 좌절, 죄책감 등을 심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임종하는 환자를 돌보는 일에는 육체적, 정신적인 노고가 모두 요구됩니다. 환자는 개별적인 간호를 원하며, 능숙한 일 처리와  진행 과정, 그리고 침대에 누운 채 시트를 갈아주는 것 등, 모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만일 환자의 몸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쇠약하고, 또는 혼수 상태일 경우에는 간호사가 신체적으로 더욱 힘들게 느낄 것입니다. 어떤 간호사는 이상주의이거나 완벽주의적인, 또는 지나치게 헌신적인 개인적 특성을 지님으로써 스트레스를 더 받기 쉽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살리려다 보면 자기 스스로가, 또는 환자와 동료가 자신에 대한 기대 수준을 높게 설정하게 되며, 지나치게 높은 기대수준은 실망감과 좌절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훌륭한 간호사란 환자에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몰두해서는 안된다는 일방적 견해에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견해가 변하여 간호사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담당 환자와 정신적인 교류를 하고 정성을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죽어가는 환자에게 지대한 정성을 기울인다는 사실에서 느껴지는 좌절감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생겨납니다. 환자와 감정적으로 분리된 상태를 유지하려는 일, ‘거리를 두는 일’은 스트레스에 대처키 위한 치료법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방법 자체가 문제점을 지닙니다. 또한 간호사 입장에선 이로 인해 인간적인 측면에서 상실감이 생겨날 수 있고, 그 결과 따르게 되는 권태감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스트레스 요인은 바로 갈등입니다. 간호 업무는 이상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에게 관심을 끈다고 알려졌는데, 그 중에도 호스피스 간호 업무는 특히 그러합니다. 가족은 그들이 환자에게 가정 사정상 주지 못하는 것을 간호사가 주기를  바라고, 팀 내에서 불가능한 도움과 치료를 치료팀이 제공하기를 바라며, 실현성이 전혀 없는 도움을 전체 조직에서 제공해 주기를 바랍니다.

 

2)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전략

 

(1) 직원을 위한 보조 프로그램

 

업무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체적, 정서적 문제를 지지하는 프로그램으로 피정, 연수, 세미나 등이 있습니다.

 

(2)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계속해서 교육을 받도록 하며 외부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 역시 직원을 후원하는 수단이 됩니다. 말기 환자들에 대해 더 알면 알수록 그 간호사는 자신감이 생기고 직업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더 강해집니다. 호스피스 간호사에게는 자신의 기술을 향상시키고 지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 과제물이 제공되어져야 합니다.

 

(3) 지지 그룹

 

지지를 위한 그룹들은 직원 스트레스에 대처키 위한 효과적이고 공식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상담자나 사목자가 이에 해당하며, 이들을 통해 간호제공자들은 서로의 감정 교류 및 상호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룹에서 간호사는 자신의 슬픔과 애도를 표현할 수 있으며 죽음과 관련된 느낌과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도록 지지받을 수 있습니다.

 

(4) 물리적 공간

 

간호로 인한 긴장을 주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합니다. 낮 근무 중에도 정서적 재충전과 휴식을 위한 공간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5) 가족과의 관계에서의 긴장 완화

 

호스피스 간호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인 및 가족 관계에서 갈등이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가족 구성원은 호스피스 간호의 성격과 간호사의 정서적 측면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가족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 개발이 요청되며 이때에 간호사가 가족에게 이러한 문제를 언급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6) 일상적 협조

 

팀 구성원이 서로 협력하여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비공식적인 지지가 생겨납니다. 동료와 함께 일하는 간호사는 자기 일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혼자 애쓰며 일하는 간호사는 스트레스의 희생양이 되기 쉽습니다. 스트레스의 본질을 파악하여 좀더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간호사는 동료와 더불어 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점심을 같이 하고, 생일 등을 기억했다가 조용히 축하해 주는 일 또한 동료에게 도움을 주는 사려깊은 방법입니다. 그날 하루가 무척 힘들었다든가, 자기와 각별한 사이인 환자가 사망해 몹시 슬퍼하는 동료의 한탄 섞인 얘기를 들어주는 것도 동료 관계를 증진시키며, 전체 팀에도 도움이 됩니다. 직원끼리 서로 후원해 주는 일은 환자에게도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7) 유능하고 세심한 간호 제공

 

임종하는 환자를 돌보는 일이 소중하고, 전문직 동료를 존경하는 일 또한 중요함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러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직원 서로의지지 행동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호사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위로를 주고, 상호간의 의사 소통을 원활히 하며, 그들의 근심이 덜어질 수 있도록 마음을 터놓고 솔직한 감정을 기울이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호스피스 간호사가 자신이 환자와 개인적인 교류를 갖는다는 것은 설사 죽음으로 인해 환자와의 관계가 단절된다 할지라도 임종 직전까지 환자를 헌신적으로 돌보고 간호함으로써 그 관계가 계속적인 의미를 지님을 시인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8) 자기 관리

 

간호사는 온 힘을 기울여 수준 높은 자가 간호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대화방식을 점검하고 설득력을 배워야 합니다. 간호사는 적절한 휴식과 기분 전환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심신의 긴장을 풀기 위한 이완 훈련은 간호사에게 유익할 뿐 아니라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도 도움을 줍니다.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주요한 방법입니다. 그날의 계획을 짜고,우선적으로 중요한 일을 정하고, 시간 낭비의 요인을 밝혀 내고, 방해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 기법이 검토되어야 합니다. 신체 운동 또한 스트레스와 긴장에 대처키 위한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속보 연습은 아무런 장비를 들이지 않고도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또한 적절한 영양 섭취와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몸이 건강해집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또다른 수단은 자신의 자존감을 고양시키는 것입니다. 창의력과 학습을 중시하는 간호사라면 직업상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의사나 관리자들과 맞서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설득력있는 대화술과 긍정적인 자아상에 의해 진실된 동료 관계가 생겨날 것입니다. 또한 간호사는 능동적으로 책임을 수행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됨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자아존중감이 저하되어 오히려 스트레스가 증가됩니다.

 

[출처 : 강남 성모 병원 호스피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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