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농민사목] 농촌 · 농업 문제의 원인과 극복 방안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116

농촌 · 농업 문제의 원인과 극복 방안

 

 

1. 우리 농촌의 사회 경제적 여건

 

최근 수년 동안 우리 농민 수는 연간 30만 명에 이르는 이·탈농 속에 급속하게 감소하여 왔다. 급기야 오늘날에는 전체 인구의 6-7%인 420만 명으로 크게 축소되었고, 이 가운데 60대 이상의 노령 인구가 전체의 32%에 이른다는 것을 고려하면 농촌 공동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이제 우리 농업, 농촌 문제가 단순한 이·탈농의 시비를 넘어 농촌 공동화에 대한 전면적 대응을 전제로 해야 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곧 농업, 농촌에 관한 사소한 정책적 시비가 아니라 ‘우리 농업, 농촌의 재건과 회생’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지난 연말 두 차례에 걸쳐 전국 고속도로를 마비시키다시피 한 농민들의 저항은 우리 농촌의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농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절박한 요구의 분출이었다. 한 달 동안 무려 10여 명에 이르는 농민이 농가 부채 문제로 음독 자살할 정도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농가 부채와 농업, 농촌은 긴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우리 농촌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수입 개방 정책과 1990년대 중반 이후 WTO 체제의 극복을 위한 농업 구조 개선 정책이라는 현란한 구호가 있었지만, 영세 소농의 극복이라는 농정 목표를 아직까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영세 소농의 만연 속에 0.5ha 이하 영세농의 실질 소득이 1995-1999년 사이 연평균 7.4%나 줄어드는 지경에 놓이게 되었고, 1999년 현재 전체 농가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5.8%에 이르는 등 오히려 농업 구조의 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리 농업 구조의 문제는 국내 농업, 농촌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결여된 채 국제 경쟁력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상층 전업농 중심의 농업 정책을 추구해 온 결과이다.

 

우리 농가들은 1999년 말 호당 18,535천 원의 농가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농가 부채가 전혀 없거나 천만 원 이하의 부담을 지고 있는 농가 수가 전체 농가의 54.1%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주요 핵심 농업 인력의 농가 부채 부담은 훨씬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볼 수 있다. 몇 천만 원에 불과한 농가 부채가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번 농림부의 농가 부채 대책 자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농업 수익률이 농업 정책 자금 대출 금리인 5%에도 미치지 못하는 3%에 불과하다는 것에 있다. 이 같은 수익률로는 농업 경영을 통한 농가 부채 문제 해결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농민들은 여전히 부채 상환을 위한 대출이라는 농가 부채의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농가 부채의 탕감이 아니라 빚 갚을 능력을 만들어 달라’고 한 지난 전국 농민 항쟁의 요구는 이러한 농업, 농촌 사정의 가장 현실적인 표현인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특정 금액의 농가 부채 상환 연기와 농업 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농가 부채 금리를 인하하는 것으로 결정된 지난해 말 정책 당국의 농가 부채 해소 대책이 오늘의 농업, 농촌 문제의 해결을 위한 궁극적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잘 말해 주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의 농가 경제 통계 표본 농가 분석 결과는 1999년 농가 부채 상환 능력이 있는 농가가 전체 농가의 59.5%에 불과함을 제시함으로써 이 같은 농가 부채의 심각성을 잘 말해 주고 있다.1)

 

그러면 이 같은 농가 부채 증가와 농가 경제 파탄의 원인은 무엇인가?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농산물의 전면 수입 개방을 전제로 한 UR 협상 타결과 WTO 체제의 출범이다.

 

지난해 굴욕적인 대중 농산물 협상이라는 비판 속에 농업 정국을 흔들었던 마늘 수입 파동, 전국적인 LG 제품 불매 운동을 불러왔던 오렌지 수입 파동 등은 모두 지난 WTO 체제의 출범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 최근 수년 간 우리 농산물은 국내 시장에서 수입 농산물과의 전면 경쟁을 거치면서 점차 그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WTO 대체 품목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과 지원을 받아왔던 사과, 배, 포도 등의 주력 과수 산업들이 지난 1995년 이후 연쇄적 파동 속에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양념 채소 시장이 중국 농산물로 전면 자리 교체하고 있음은 물론 최근에는 일부 특정 신선 채소 시장마저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외국 농산물 수입과 그에 따른 국내 농산물의 경쟁 심화는 해당 품목과 관련한 농가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전작 등에 따라 다른 작목으로 연쇄 파동을 일으킨다는 점이 위협적이다. 지난 한 해 국내 배 가격의 폭락이 오렌지 수입의 결과였다는 분석도 이러한 근거에서 비롯한 것이다.

 

WTO 농산물 협정의 더 큰 위협은 그 영향이 국내 시장의 개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국내 농업 정책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WTO 농업 협정은 국내 농산물 가격 지지 정책이나 농산물 생산 보조와 관련한 각종 농업 정책의 규제와 철회를 전제로 하고 있어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한 정책 수립을 크게 축소시키고 있다. 특히 중앙 집권적 농정 체계 아래에서 거의 모든 농업 정책이 WTO 협정의 구속에 놓이게 되어 우리 나라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한다. 한우와 수입 쇠고기의 구분 판매가 수출국(미국)의 반발로 WTO 패널에 제소되어 국제적 심판을 기다리고 있고, 이미 국내에 불리한 일부 판정이 내려지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다.

 

오늘날 농가 부채의 또 하나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1997년 말 이후 국내 경제 전반을 강타한 IMF 체제의 수용이다.

 

IMF 체제의 수용은 국가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쳐 온 것으로 특히 원화 가치의 폭락과 유류대 및 각종 생산 자재 가격의 폭증으로 해외 의존형 생산 설비 그리고 중화학 중심 산업에 큰 부담을 가져왔는데 농업 부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제 경쟁력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농업 구조 개선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어 온 농촌 현장의 막대한 농업 시설 설비가 거의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했고, 농업 생산의 지속이 오히려 농가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되어 농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는 사태를 연출하였다. 사료 값 폭등으로 소를 더 이상 사육할 수 없어 과천 정부 청사 앞마당에 방사했던 한 축산 농가의 절규가 있었고, 막대한 연료 소비를 필요로 하는 겨울철 시설 농업이 거의 생산을 중단할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IMF 체제는 문민 정부 시절부터 현재에 걸쳐 투자된 52조 원의 천문학적인 농업 구조 개선 자금이 농업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고스란히 농가의 악성 부채로 남게 된 원흉이 되었던 것이다.

 

WTO 체제와 IMF로 말미암은 우리 농업의 위기는 자생력 없이 규모와 시설 위주로 무한 궤도를 질주해 온 국내 농업 구조에 기인한 것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본다면 지난 1960-1970년대 중반 이후 우리 농정에서 일관되게 관철되어 온 중앙 집권적 농정과 녹색 혁명의 기조에 따른 것이다.

 

우선 중앙 집권적 농정 기조는 강제 농정으로 지역별 생산지별 구체성을 무시한 채로 획일적 농정을 추진해 왔다. 전국적 단위에서 우리 농업의 다양성을 철저히 파괴해 갔다. 중산간 지대와 평야 지대의 차이와 차별성이 무시되었고, 이 결과 농촌 지역의 지역간, 사회간, 그리고 계급간 격차가 더욱 현저해졌다. 

 

한편 통일벼와 보릿고개 탈출로 우리에게 익숙한 녹색 혁명은 철저한 중앙 집권적 강제 농정의 뒷받침 속에 우리 농업 구조의 대외 의존성을 한층 고착화시켰다. 

 

녹색 혁명은 당초 다국적 기업의 세계 지배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이들의 이해에 따라 녹색 혁명을 수용한 이른바 자유 진영과 제3세계 나라의 많은 농업 국가들은 국가의 농업 구조를 농약 다투입형 농업, 화학 비료에 대한 의존성 심화 농업, 종자의 대외(다국적 기업) 종속성 강화 농업으로 개조시켜 나갔다. 또한 녹색 혁명은 관개 시설을 통한 다수확형 농업 체계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농업 생산비의 고비용화와 함께 철저히 대농과 부농 중심의 농업 체계를 형성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우리 나라 농정도 이러한 녹색 혁명의 절대적 영향 아래에 놓여 있었다. 우리 정부가 농정사의 큰 치적으로 치켜 세우고 있는 이중 곡가제, 곧 오늘의 수매제의 기원도 당시 먹을거리조차 없는 빈농과 소농에게는 해당이 없었다는 점에서 부농과 대농 중심의 지원 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역시 빈·소농과 부·대농 간의 격차 심화에 따른 농업 문제의 왜곡이었다고 할 수 있다.

 

중앙 집권적 강제 농정과 녹색 혁명은 결국 우리 농업 내부의 순환 체계를 단절시키고, 이를 대신해 원격지간(해외, 국가간) 물질 순환 체계로 전환시켜 놓았다. 오늘의 국내 축산 분뇨 문제, 지력의 쇠퇴 등을 비롯한 농업, 농촌의 많은 환경 문제가 바로 이러한 국내의 물질 순환 체계의 파괴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그 해결점 마련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원격지간 물질 순환 체계는 우리 농업의 중화학 농법에 대한 의존, 시설 농업의 확대 등과 함께 생산 자재의 고비용화를 끊임없이 부채질하였다. 이는 당연히 농업 생산의 금융 종속 심화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것이 곧 오늘의 만성적 농가 부채 구조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녹색 혁명이 강요한 다수확 품종에 대한 농업 생산의 의존은 종자의 대외 종속은 물론 높은 생산력을 가진 소수 품목과 종자의 농업 생산에 의존을 강화함으로써 생산의 다양성을 파괴하였다. 이는 결국 식민지 농업 경영의 전형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농업의 단작화 심화로 이어졌다. 그리고 녹색 혁명을 통한 오랜 단작화의 지속은 밀, 보리, 콩 등의 국내 농업 생산 체계를 전면 파괴하면서 국내 식량 자급률의 급락을 나았다. 식량의 대외 의존성 심화와 그에 따른 우리 사회 안정의 위협이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회의 보릿고개 탈출의 기회가 되었던 녹색 혁명이 가져온 한 폐단이라는 점을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석유 화학 문명으로의 농업의 의존 심화를 전세계적 단위에서 결과하고 있는 녹색 혁명의 폐해는 최종적으로 땅과 물의 오염을 통한 생태계의 파괴, 곧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의 파괴를 크게 조장하는 데까지 이른다. 오늘날 우리 식탁과 사회 그리고 자연의 심각한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는 유전자 조작 생물체 역시도 바로 녹색 혁명의 과학적 농법, 화학적 농법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오늘날 우리 농업이 WTO 체제와 IMF 위기에 올바로 대처하지 못하고 만신창이가 된 원인의 직접적 계기는 WTO 체제와 IMF였지만 더욱 근본적 원인은 이상의 중앙 집권적 농정 틀과 이에 강제된 녹색 혁명 기조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잘못된 농정 기조가 오늘날 우리 농정 속에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는 것이다.

 

 

2. 농민 복지와 농촌 사회의 교육 문화적 여건

 

WTO 체제와 IMF 그리고 녹색 혁명과 중앙 집권적 농정 체계는 현장 농민들에게는 농산물 가격 보장과 이를 통한 농업 소득 기회의 박탈로 생활 속에서 구체화되었다. 이제 우리는 농산물 가격 보장과 이를 통한 농업 소득 실현의 기회 박탈을 농민 복지와 농촌 사회의 문화 교육적 여건이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조명해 보고자 한다.

 

농산물 가격 보장과 농업 소득 실현 욕구는 근본적으로 농민 생활의 보장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가격 보장을 대신하여 간접적으로 소득 증대 효과를 줄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또 다양한 측면에서 농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안전 지대는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높은 농산물 가격 보장이 전제되지 않더라도 충분한 사회 보장이 이루어진다면, 곧 교육, 문화적 여건이 현저히 개선된다면 농민들의 농업 경영과 생산의 지속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욕구 충족은 물론 이·탈농에 대한 요구도 새삼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 농어촌 사회 보장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특히 생산 수단이 취약하거나 경쟁 능력이 약한 농민들에게 사회 보장의 요구는 곧 생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의 우리 농촌은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 속에서 소외되고 있다. 

 

농촌 지역에 관한 여러 설문 조사는 농민들이 이농을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교육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점에 일치된 결과를 보여 왔다. 대학 교육 기관의 대도시 편중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중, 고교에 이르기까지 시설과 환경이 현저히 낙후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 수년 동안은 교육 행정의 효율화를 명목으로 전국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인구 과소 지역 초등 학교의 통폐합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 저변에서의 보육 시설, 지역 사회 복지관, 장애인 종합 복지관, 청소년 복지관 등의 다양한 농촌 사회 교육 시설의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일 수밖에 없다. 농가 경제의 파탄 속에 열악한 교육 환경에 따른 교육비의 증가도 당면 문제지만,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읍·면에서 주변의 중심 도시로 그리고 다시 대도시 지역으로 자식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취약한 농촌 교육 환경도 문제다. 

 

농촌의 의료와 관련한 복지 수준 역시 오늘의 농업, 농촌 문제의 열악한 환경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부분이다. 제도적 측면에서만 봐도 농촌 지역은 지난 1988년 이후 의료 보험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되었지만, 조합주의라는 왜곡된 의료 보험 제도(직장 의료 보험 조합과 지역 의료 보험 조합으로의 분리 운영)로 도시 자영업자 그리고 직장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면서도 그 혜택은 절대적으로 빈곤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 인력과 의료 시설의 절대적인 도시 의존으로 혜택은 오히려 제한되는 모순 속에 있어 왔다. 1996년을 기준으로 국내 의료 기관 병상 수의 91%가 도시 지역에 분포해 있고, 인구 10만 명당 농촌 지역의 도시에 비교한 의료 인력은 의사는 21.5%, 치과 의사는 26.6%, 한의사는 29.2%, 간호사는 19.1%에 이르는 등 극히 열악한 여건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의료 시설의 불평등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폭설 피해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듯이 우리 농업, 농촌은 농업 노동 재해와 농업 고령 장애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현재의 국내 재해 보상 대책에 근거한 재해 지원이 생계 구호 차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폭설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농업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천문학적인 부채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자연 재해 대책법과 농어업 재해 대책법으로 대표되는 국내 재해 구호와 복구 지원은 농약 값과 대파 비용, 농경지 비닐하우스, 축사 등의 직접 지원과 이재민 구호, 생계 보조용 무상 양곡 지급, 농업 경영 자금의 이자 감면과 상환 연기, 중 고교 학생의 수업료 면제 등의 간접 지원으로 나눠지는데, 지원 단가가 지나치게 낮고, 농경지 축사 등 시설 복구는 융자와 자기 부담 비율이 너무 높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것마저 재해 지원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동일 시 군 구 내에서 30-50ha의 규모가 되어야 하고, 또한 농가 단위에서는 피해율이 전체 경작 면적의 30%를 넘지 않으면 해당 사항이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결국 농업 재해는 대개의 경우 고스란히 농가들의 직접적인 부담으로 농가 부채를 통해 실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사과와 배를 대상으로 농작물 재해 문제를 보험 차원에서 접근해 보고자 하지만 이는 품목별 보험 설립 요건 설정의 문제, 국가의 부담 정도 그리고 농가의 부담 능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농민 복지와 교육 문화적 환경의 이 같은 취약성은 결국 농민의 삶과 생존에 대한 국가의 책임 방기의 한 측면이기도 하다. 사회 보장 체계조차 갖추지 못한 속에서 해외 농산물의 전면 개방으로 농산물 가격 실현의 길마저 봉쇄한다는 것은 국내 농민, 농업, 농촌에 대한 국가적 방치, 농정 부재를 넘어 국내 농업 포기 정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3.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농업, 농촌의 위기로 우리 농민들의 삶은 황폐되고 있고, 농촌은 폐허로 변해 가고 있다. 농업 생산의 위축으로 국민의 먹을거리가 안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면서 국가 자주권이 크게 위협받을 지경에 놓여 있다. 그리고 도시의 인구 과밀과 교통 체증, 각종 공해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급속한 증가는 농업, 농촌의 위기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 그리고 국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과 함께 비용 손실을 초래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 WTO 농업 협상과 우리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다양한 분석은 국내 농업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며, 우리 사회가 농업 발전을 위해 더욱 근본적인 중지를 모아야 함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2) 

 

농업과 농촌의 재건을 위한 노력은 우선 국가적 단위에서 지난 농정에 대한 반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거기에는 국제 경쟁력 지상주의에 매몰된 채 추진된 농업 구조 개선 정책의 극복, 국내 농업 여건의 구체적 파악 없이 진행되어 온 녹색 혁명 기조에 따른 농법 체계 그리고 농업, 농민의 삶과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관련법 제도의 정비 등의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를 농업의 구체적 입장에서 설명하면, 기존의 국내 중앙 집권적 농정을 탈피하면서 그 대안으로 지역 농업론의 전면적 시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3) 이를 농업 내부적 관계에서 구체화하면, 지역 내의 생태학적 물질 순환 체계를 구축하여 확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환경 보전형 농업에 토대를 둔 유기 농업을 실현해 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농업, 농촌 발전을 위해서는 상생과 협동의 견지에서 우리 사회의 동력이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 이는 농업, 농촌의 올바른 보호와 발전을 위해 국민적 합의 도출과 이를 통한 국가 정책의 견인을 의미한다. 국가 정책의 견인은 농업 정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교육과 문화 등이 포괄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식료의 안정과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전 국민적 공감대 확산은 농업, 농촌 발전을 위한 사회적 문제 제기와 국민 의사 결집의 최소한의 이해이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는 부문별 계층별로 상생과 협동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지구와 환경의 지속적 발전을 전제로 한 생명 활동과 농촌과 우리 전통의 지속과 발전을 매개로 한 농촌과 도시 사이의 구체적 교류가 요청된다. 

 

더욱 구체적으로 교회 등의 차원에서 지역 공동체 활동과 소비자 생활 협동 운동의 고양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상에서의 우리 삶을 생명 활동 공간으로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 소비를 조직화하여 국내 다양한 분야 특히 농업, 농촌 공간과 지역적 연대를 강화하여야 한다. 

 

이로써 농촌과 도시 사이, 농민과 도시 소비자 사이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인적 물적 순환 체계를 무한히 확대해 가는 것이 우리 삶의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

1) 통계청의 농가 경제 통계 표본 농가 분석 자료에서의 상환 능력 부족 농가는 소득이 가계 지출보다 적은 농가, 잉여와 감각 상각비의 합계가 부채 원금보다 적은 농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2)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논에 국한하여 설명하면 국민의 식량 안보, 장마철 홍수 방지, 지하수 공급, 토양 유실 방지, 맑은 물과 공기의 정화 등을 가지고 있는데 지난 1997년 농촌 진흥청 농업 과학 기술원의 계량적 분석에 기초하면 그 금액이 연간 1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그 해 쌀 총생산액 9조 2천억 원의 2배가 넘는 금액으로 농업 파괴가 가져올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인 셈이다. 

 

3) 지역 농업론은 ‘지구 규모의 환경 문제’, ‘녹색 혁명에 대한 반성’, ‘WTO 체제의 올바른 극복’, ‘중앙 집권적 농업, 농정 체계의 반성과 지방 자치 농정의 성숙’ 등을 포괄적으로 수용하는 대안 농정을 말한다. 여기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고, 다만 농업 선진국인 EU에서는 이미 지난 1996년 코크 선언을 통해 EU 전체의 농업, 농촌 정책을 ‘진실로 통합된 농촌 발전’, ‘활기 넘치는 농촌 전원’ 등을 골자로 한 지역 농업론을 기초로 추진해 나갈 것임을 각국 정상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합의를 이룬 바 있다는 점과 WTO 농업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EU의 저력도 이 같은 지역 농업론에 기초한 농업 정책에 따른 것임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사목, 2001년 4월호, 송동흠(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사무국장)]



55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