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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39: 성녀 에디트 슈타인의 영성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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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2-21 ㅣ No.766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39) 성녀 에디트 슈타인의 영성 ⑥

세례로 하느님 자녀가 된 우리는 ‘디바인 패밀리’



성녀 에디트는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우리의 품위를 상기시켜 주었다. 램브란트 작, ‘돌아온 탕자’.


그리스도께 삶의 공간을 내어드림

섭리의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 삶 속에서 하느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분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도록 초대하십니다. 그런데 자신을 내어놓는 여정은 동시에 자신을 비워 나가는 여정, 자신으로부터 해방되어 가는 여정과 맞물려 있습니다. 하느님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그분이 아닌 것을 비워 나가는 작업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에디트 성녀는 우리 자신의 뜻을 넘어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가까이하는 가운데 비움의 과정을 이룰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야말로 하느님의 구원 의지를 우리에게 계시하셨으며 성부의 뜻을 이루기 위해 혼신을 다해 사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 삶의 공간을 내어드릴 때 우리는 하느님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드릴 수 있으며 그분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디바인 패밀리에 속하는 우리

이러한 여정은 우리에게 다양한 열매를 맺어줍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여정을 통해 우리가 참으로 하느님의 자녀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에디트는 이점이야말로 교회의 구성원인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우선적인 요소라고 보았습니다. 자신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만이 진정 그분의 자녀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8장 15절에서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고 전합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납니다. 그분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곧 그분의 가족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분의 가족이 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막대한 재산을 가진 재벌가나 권력의 핵심에 속한 가문을 소위 ‘로얄 패밀리’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세례를 통해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가 된 우리는 그런 세속적인 로얄 패밀리로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디바인 패밀리’(Divine Family), 즉 하느님의 패밀리, 하느님의 족속(族屬)입니다. 온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 역사의 주인이신 하느님, 바로 그분의 아들이요 딸이라는 사실, 그것이 바로 우리 존재가 갖는 고귀한 품위입니다. 우리는 그런 그분의 자녀로서 자긍심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우리가 받게 될 상속

이렇게 자신이 진정 하느님의 자녀임을 자각하는 사람은 그분께서 자신을 구원하셨으며 자신이 그분의 상속자로서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음을 잘 압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8장 17절에서 “자녀이면 상속자이기도 합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받게 될 구체적인 상속 재산은 무엇일까? 하느님은 온 우주 만물의 주인이시므로 당신이 가진 것 중에 가장 좋은 뭔가를 하나 주실 것인가? 아닙니다. 우리는 모든 만물의 창조주요 주인이신 삼위일체 하느님 자신을 상속받게 될 것입니다. 한 줌의 재로 사라져 없어질 허무에 불과한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이 엄청난 일을 하느님은 우리를 위해 마련해 주셨습니다. 왜? 그분은 우리 아버지이시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아버지 하느님으로부터 차고 넘치도록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공동 상속자인 우리가 누릴 특권

이처럼 성녀 에디트는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의 상속자인 우리가 누릴 특권에 대해 주목하도록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는 로마 신자에게 보낸 서간 8장 17절에서 이렇게 가르칩니다. “자녀이면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상속자입니다.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 상속자인 것입니다.” 우리가 받는 상속은 단순한 상속이 아니라 성자이신 예수님과 더불어 받는 ‘공동 상속’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본질적으로 하느님이신 반면, 우리는 인간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지만 양자(養子)로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반면, 예수님은 성부의 친자(親子)이십니다. 사람들의 보통 심성대로라면, 재산을 물려줄 때 자신이 직접 낳은 자식과 양자로 들인 자식 중에서 양자보다는 친자식에게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싶을 겁니다. 성부 입장에서 보면 예수님은 친자이고 우리는 양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달리, 성부께서는 친자, 양자 구분하지 않고, 성자께 주실 유산을 우리에게도 똑같이 주십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 상속자라고 하는 표현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우리가 누리는 특권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줍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친자이신 예수님을 사랑하시듯, 그렇게 양자인 우리도 똑같이 사랑하시고 똑같은 유산을 물려주고자 하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진정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아야 합니다. 그분의 마음에 들게, 그분의 뜻대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분의 자녀인 우리가 그분께 드릴 수 있는 효(孝)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성부께 온전히 순명하며 그분의 뜻을 이루심으로써 효자가 되셨듯이, 우리도 예수님 안에서 작은 효자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평화신문, 2016년 2월 21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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