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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38: 성녀 에디트 슈타인의 영성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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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31 ㅣ No.763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38) 성녀 에디트 슈타인의 영성 ⑤

 

우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최고의 선물은 ‘의탁’

 

 

사랑의 응답으로 초대하는 하느님 

 

우리는 지난 호에서 자신의 허무에 대한 깊은 자각을 통해 오히려 우리 안에 현존하시며 끊임없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 그 하느님의 위대함을 발견하게 되리라는 성녀 에디트 슈타인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을 영원으로부터 사랑해 왔다는 그 사랑의 흔적을 발견하는 사람은 이제 그 하느님께 자신을 통째로 내어놓고 그분을 향해 진실하게 응답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그 누군가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며 받아들여 준다는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응답입니다. 그분의 사랑은 그에 합당한 응답을 드리도록 우리 각자를 초대하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에디트 슈타인을, 그리고 그를 통해 우리를 인도하고자 하시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사랑을 먼저 알아듣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먼저 그분께 사랑을 드릴 수 없습니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신학자 중 한 분인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는 엄마가 갓난아이에게 먼저 미소를 지어 보이지 않는다면, 결코 그 아이는 미소 지을 수 없을 것이라는 비유를 드는 가운데, 하느님께서 먼저 그렇게 우리에게 미소 짓고 사랑을 건네주셨기에 우리가 사랑할 수 있고 그분께 응답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사랑은 사랑의 원천이신 하느님에게서 오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우리의 뜻을 일치함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응답의 구체적인 모습은 무엇보다도 그분 뜻에 우리 뜻을 일치시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의지를 그분 뜻에 맞추고 주도권을 내어드리는 것은 자유로운 행위에서 나오는 결실이어야 합니다. 사랑은 강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유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핵심적 영역에 속합니다. 인간을 향한 그분의 구원 역사는 언제나 우리의 자유와 어우러진 하느님 은총의 역사입니다. 그분은 마지막까지 우리의 자유를 존중하셨고 그 자유를 통해 우리 역시 우리를 향한 그분의 원대한 구원 계획의 실현 과정에서 그분과 더불어 또 다른 주인공이 되도록 초대받았습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최고 선물 ‘의탁’

 

그런데 하느님께서 진정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 그분의 뜻은 우리 각자가 성인(聖人)이 되는 데 있습니다. 성경의 표현을 빌리면, 아버지 하느님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우리 또한 그분의 자녀로서 완전한 자가 되는 것, 이것이 그분께서 바라시는 일입니다. 달리 말해, 그분은 우리가 당신 안에서 온전히 우리 자신을 충만히 실현하길 원하십니다. 주님은 이러한 실현 과정에서 우리가 당신의 사랑에 응답하며 자유롭게 협력하길 바라십니다. 우리는 내면에서부터 우리 자신의 주인으로서 자유로운 존재가 될 때, 비로소 우리 자신을 온전하고 충만하게 하느님께 내어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에디트는 ‘의탁’이야말로 우리가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전합니다. 

 

에디트는 불완전함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 부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가르침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럼으로써 그들이 자신의 죄와 불완전함, 나약함을 하느님의 손에 맡기도록 초대했습니다. 에디트에 따르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완전함은 죄로부터 온전히 해방되는 것이라기보다 사랑 안에서 완성되는 데 있습니다. 즉,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완전함은 완전한 사랑을 실천하는 데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온전히 우리 자신을 내어드릴 때 사랑 안에서 완성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의 죄와 불완전함, 나약함까지 내어드리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리스도인이 견지해야 할 삶의 근본 태도

 

하느님으로부터 조건 없이 사랑받고 있다는 체험, 그 사랑에 힘입어 그분께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어드리는 체험은 우리를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인도해 줍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삶의 모습은 예수님과 성모님의 삶 속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분들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데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로부터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를 아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분의 뜻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나와 더불어 우리 모든 이가 구원되길 바라십니다. 에디트는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구원하시도록 우리를 온전히 내어 맡기는 것이야말로 우리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삶의 근본적인 태도라고 가르쳤습니다.

 

[평화신문, 2016년 1월 31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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