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노인사목] 교회의 노인 복지 대책과 전망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104

교회의 노인 복지 대책과 전망

 

 

1. 머리말

 

2000년대가 시작됨과 동시에 우리 사회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출산율이 감소되고 평균 수명이 증가됨에 따른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와 함께 노인 문제라는 사회적 부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얼마 전 "자식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되기 싫다."라며 80대 할머니가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또 강원도 춘천 지역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의 45%가 하루 세 끼 중 한 끼를 거르고 있으며 이 가운데 60%는 매일 아침을 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지하철 안에서 77세 노인이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중학생을 나무라다 그 중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은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이러한 모습들은 우리 사회가 외형적으로는 전통과 관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통의 가치관과 윤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혼자 사는 독거 노인의 경우 귀찮아서 또는 식사 준비가 불가능해 결식하는 것으로 나타나 일정한 장소에 나올 수 없는 결식 노인을 위한 식사 배달 서비스가 얼마나 절실한 문제이고 필요한 활동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지난 1997년부터 해마다 10월 2일은 노인들의 권익과 노인 공경의 미덕을 살리기 위하여 '노인의 날'로 정하여 정부와 노인 단체들을 중심으로 기념 행사와 노인 위안 행사를 벌이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도 올해 10월 10일을 '대희년 노인의 날'로 정하여 각 교구의 본당과 시설에서 노인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장유유서(長幼有序)와 노인 공경(恭敬)의 마음을 전하는 위안 행사를 가졌다. 우리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노인에 대한 존경과 애덕 활동으로서 소외되고 가난한 무의탁 노인들을 우선적으로 돌보아 오고 있었고, 또 건강한 노후를 위한 사회 교육 프로그램으로 노인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곳도 점차 늘고 있다. 이제는 고령화에 따른 다양한 노인의 욕구에 따라 노인을 단순한 돌봄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기능과 세분화된 서비스로 점차 삶의 질을 높여 가는 전문적인 노인 복지의 영역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전통적인 소규모의 무의탁 보호 시설은 물론, 본당과 지역의 재가 노인 돕기 활동, 요양원, 실비 유료 양로원, 노인 종합 복지관, 노인 회관, 경로당, 치매 노인 주간 보호소, 호스피스와 의료 사목 차원의 의료 복지, 노인 상담 등 다양한 모습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와 욕구에 발맞추어 적극적인 자세로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교회의 공동체적 사랑의 모습을 볼 때 우리 교회의 노인 복지, 넓게는 노인 사목의 현장은 바로 2천년대 복음화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노인의 욕구가 크게 늘고 있음에도 아직도 빈곤과 질병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치매와 신체적 장애를 가진 노인 보호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여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고,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가족간의 갈등이나 심리적인 문제, 생활과 건강 문제, 직업 문제 등으로 힘겨워하는 노인들도 많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글에서는 우리 사회 노인 복지의 현실을 돌아보면서 고령화 사회에 우리 교회의 모습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으며 그 대책과 전망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유엔의 고령화에 대한 원칙과 방향, 그리고 우리 정부의 노인 복지 정책의 과제를 간략히 살펴본 후 노인 사목에 대한 근거를 중심으로 교회의 노인 복지 대책과 전망을 알아보고자 한다.

 

 

2. 고령화 사회의 노인 복지 정책 방향과 과제

 

유엔은 이미 1991년 총회에서 1999년을 '세계 노인의 해'로 선포했고 "노인을 위한 유엔의 원칙과 고령화 관련 국제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그 이후 매년 10월 1일을 '세계 노인의 날'로 선포해 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10월 1일을 이미 국군의 날로 정해 놓아서 부득이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해 해마다 이를 기념하고 있다. 

 

1991년에 발표한 "고령화를 위한 유엔 원칙"에는 5가지의 중요한 특징을 볼 수 있는데, 첫째는 독립(Independence)이며, 둘째는 참여(Participation)이고, 셋째는 케어(Care)이다. 넷째는 자기 실현 (Self-fulfilment)이며, 다섯째는 존엄(Dignity)으로 요약할 수 있다. 노인은 착취,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존엄을 가지며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구나 자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인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세계 노인의 해가 지향하는 방향이다.1) 이렇게 유엔이 1999년 세계 노인의 해를 선포하기까지 중요한 두 흐름을 보면, '고령화'와 '인권 보장'으로 노인의 존엄과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바로 '국제 행동 계획'의 취지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1981년 노인 복지법이 제정되어 현재까지 수차에 걸쳐 개정되었으며, 노인 복지법에 따라 많은 노인 복지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 나라의 노인 복지 제도는 외형상으로는 선진국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거의 다 도입해서 시행하고 있다고 보나 거의 걸음마 단계 또는 시범 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2) 올 7월 현재 우리 나라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33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1%를 차지하고 있어 유엔이 정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평균 수명이 늘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는 점은 축하할 일이지만 향후 발생할 각종 노인 문제들에 대한 입체적인 준비가 전무한 우리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측면도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나라의 노인 복지 문제에 대한 정책 과제로 지난 10월 2일 노인의 날을 기념한 '노인 복지 정책 관련 국민 대토론회'에서 제안된 내용을 보면, 첫째, 노인 소득 보장 정책으로 마련된 경로 연금의 인상이다. 1998년 7월 1일부터 경로 연금 제도가 도입되어 생활 보호 대상 노인과 저소득 노인(전체 노인 18%)에게 지급하고 있는데, 65-79세 노인에게는 월 4만원, 80세 이상 노인에게는 월 5만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저소득 노인에게는 월 1.5-2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노인 취업 기회의 확대를 위해 노인 취업 알선 센터 노인 공동 작업장 등이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노인 재산에 대한 세제 혜택으로 일정액에 대하여 소득세와 재산세의 면제와 저리 융자 제도가 필요하다. 넷째, 노인 주거 시설로 임대 아파트, 유료 실비 양로원과 요양원이 절대 필요하다. 다섯째, 노인 건강 관리 강화로 진료비의 경감과 중풍 치매 병원, 간병비의 일부 지원이 필요하다. 여섯째, 노인 여가 시설을 현대화하고 급식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일곱째, 노인 복지 예산과 노인 복지국과 시, 군, 구에 노인 복지계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노인 관련 단체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3) 사회 보장은 국가가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이다. 이렇듯 우리 나라 노인 복지 정책이 부진하거나 계속해서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나 국민 모두가 노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3. 교회 노인 복지의 사목적 근거와 방향

 

우리 교회 노인 복지의 사목적 근거와 모습은 어떠한가? 먼저 성서에 나타난 노인의 관점을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공경의 대상으로서 노인이고(창세 45,9-13; 레위 19,3; 잠언 17,9 등), 둘째는 지혜의 원천으로서 노인이며(창세 21,1-8; 신명 31,7, 욥기 15,7-13 등), 셋째는 보호의 대상으로서 노인이다(집회 8,6; 로마 8,38-39 등).4) 이렇듯 모든 인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있기 때문에 노년기에 수반되는 여러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 권고 [가정 공동체]를 통하여 가정의 존엄성과 복음적 기능을 강조하면서 현대 산업 사회 안에서 점점 소외당하고 있는 노인들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권고에서는 현대의 많은 노인들이 무질서한 사회 변화와 가치관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 본연의 존엄성을 무시당하며 심지어는 가정에서조차 부당하게 소외되고 있음을 우려하면서 가난과 고독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베풀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교회 공동체가 실시하는 효율적인 노인 사목을 통하여 도움과 후원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을 위해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애덕을 최대한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노인들이 마땅한 존경과 보살핌을 받으며 만족스러운 노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고유한 지역 전통과 환경 속에서 노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심리적 그리고 영성적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는 다양한 복지, 교육, 문화, 사목, 전례 프로그램을 계발, 실시해야 하며 또한 노인들만이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독특한 능력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활용함으로써 복음화 작업에 적극 참여시키며 세상과 하느님의 교회를 위하여 가지고 있는 온갖 힘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노인 사목은 넓은 의미로 "육체적, 정신적, 쇠퇴와 사회적, 경제적 역할 상실에서 오는 가난, 병고, 소외감, 고독감 등으로 고통 당하기 쉬운 노인들이 가정과 사회 안에서 합당한 존경과 사랑 그리고 보살핌을 받음으로써 인간적 품위를 간직하며,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교회의 공동체적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교회의 노인 사목은 신체적 건강이나 정신적, 영적 안녕(安寧)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전인적 인간 복지와 행복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5)라고 하였다. 

 

이러한 노인에 대한 성서와 교회의 가르침은 우리 나라의 경로효친 사상과 맥을 같이하는 내용으로서 오늘날 점점 퇴조해 가는 부모 부양과 노인 공경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반성하게 하고 있다.6)

 

 

4. 노인 복지 문제에 대한 교회의 대응

 

1996년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천주교회에서 운영하는 524개의 시설 가운데 노인 복지 시설은 모두 85개 시설(16.2%)로 그 중 서울이 11개 시설, 대구와 부산이 각각 7개의 노인 시설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 종류를 보면, 요양원(10), 무의탁 보호 시설(62), 유료 양로원(4), 노인 종합 복지관(3)이며 그 외에 노인 학교가 서울의 경우 91개 본당에 분포되어 있다. 양로 시설이 전부였던 과거에 비해서 다양한 형태의 노인 시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치매 노인 요양원과 치매 주간 보호소, 치매 단기 보호소, 노인의 집 형태의 중간 단계의 노인 이용 시설도 점차 늘고 있다. 

 

서울대교구에 소속된 본당의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를 보면, 가장 당면한 문제로 건강 문제를 꼽고 있으며, 그 다음이 경제 문제, 소외 문제, 고독감 문제, 거주의 문제, 자녀 문제의 순으로 나타났고, 그 중 노인들이 가장 바라는 프로그램은 노인 학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7) 서울대교구의 경우 현재 90여 개 본당의 노인 대학이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다양한 부류의 노인들에게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무자 교육, 노인 사목국의 개설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8)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대안으로 본당과 지역 사회가 병행할 수 있는 노인 회관이나 노인 종합 복지관을 운영함으로써 더 적극적으로 교회가 지역 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교회가 운영하는 종합 사회 복지관의 재가 복지 센터에서 지역의 독거 노인 등을 돌보아 오고 있었지만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 교회 노인 복지 활동의 또 하나의 유형으로 본당의 노인 종합 복지관 운영을 들 수 있다. 서울대교구 명일동 본당의 경우 노인 복지관을 직접 운영하여 지역 사회 노인들을 위해 개방은 물론 상담실, 경로 식당, 물리 치료실, 치매 주간 보호소와 사회 교육 프로그램, 의료 복지 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보람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배움과 참여의 새로운 삶의 즐거움을 제공하여 노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교구나 수도회에서 직접 노인 복지관을 운영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 최근에는 많은 교구에서 노인 종합 복지관을 지방 자치 단체에게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어서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교회의 모습을 역력히 보여 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교회 노인 복지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은 형제회 '장성 프란치스꼬의 집'은 21세기 아시아형 노인 복지 모델로 한국의 사회 복지 수준을 한 단계 올려 놓았다는 평을 받고 있을 정도이다. 곧 모든 시설을 지역 사회에 완전히 개방하여 지역의 저소득층 노인이 자유로이 의료와 사회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노인 복지 마을을 조성해 고령화 사회에서 자녀들이 노부모를 부담 없이 부양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형태의 복지 서비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의 노인 문제는 어느 개인이나 정부도 해결할 수 없으며 가정과 지역 사회, 정부가 함께 연대해 풀어야 할 과제임을 제시해 준 좋은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노인 문제의 양상으로 노인 학대 문제를 들 수 있다. 지난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의뢰된 노인 상담 중에는 이런 경우도 있었다. 두 자녀들을 결혼시켜 살림을 나게 하고 단출하게 노부부만 살고 있던 집에, 어느 날 IMF 경제 위기로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자 아들 부부는 노부부가 살던 아파트로 들어와 살게 되었다. 특별한 일을 잡지 못하던 아들은 점차 아버지의 작은 아파트마저 팔아 사업 밑천을 하게 해 달라고 조르기 시작하더니 드디어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칼로 위협하고 폭력을 휘둘러 아버지의 군인 연금마저 가로채고 급기야는 집문서도 내놓으라고 폭력을 휘둘러 노부부가 집을 빠져 나와 도움을 요청한 일이 있다. 물론 노부부와 아들 가정도 모두 신자 가정이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이러한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하여 서울에 있는 카리타스 방배 종합 복지관에서는 노인의 권익을 침해당하는 이들을 위한 노인 학대 전화를 개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 교회 노인 복지의 대책과 전망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노인 복지 사업들이 정부의 주도 아래 이루어지고 있으며 교회와 같은 민간 기관들은 보충, 보조적 역할로써 공공 기관의 손이 미치지 못하거나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일들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와 같이 전반적인 노인 복지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정부가 해야 할 일까지도 민간 단체에서 담당해야 하는 처지이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 아래서 한국 교회는 노인들의 심리적·영적(靈的)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사목 활동뿐만 아니라 신체적 안녕을 위한 복지적 활동까지 관심을 갖도록 요청 받고 있다.9) 이처럼 노인의 문제도 이제는 생존의 차원이 아닌 삶의 질적인 차원에서 증대되는 사회적 욕구에 따라 우리 교회도 함께 부응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정과 본당과 교구, 교회 전체의 측면에서 함께해야 할 노인 복지의 과제와 전망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가족에서의 노인 부양 의무가 점차 어려워짐에 따라 사회적 공동 부양 형태의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적인 재가 노인 보호 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고, 간병인 교육과 파견, 본당과 지역 사회 센터에서 노인 주간 또는 단기 보호소를 운영한다든가 실비 유료 노인 보호 시설, 요양 시설, 노인의 집 형태의 중간의 집 등이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노인을 위한 권익이나 사회 참여를 위한 봉사 활동, 재취업 등의 기회 마련이 필요하다. 퇴직 연령과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향후 20-30여 년 간의 공백은 인생을 그대로 마감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시간들이다. 이 의미 있는 시간을 위해 우리 사회와 교회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에 비해 학식과 풍부한 경험이 많은 노인들이 많은 만큼 새로운 일거리 창출과 직업 훈련의 기회 마련,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봉사 참여로 남은 인생을 새로운 열기로 재창조하여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본당이나 지역, 보호 시설 등에서 노인을 위한 자조 모임을 만들어 새로운 노인 문화를 일궈낼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노인 스스로도 일어설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만큼 과거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가정과 본당, 지역 사회 안에서의 자조 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능력과 관심에 따라 성서 모임이나 전례의 참여 건강, 취미 활동, 재테크, 공동 작업장, 그리고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사귐과 만남의 장소와 동아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모임을 꾸려 나가도록 뒷받침한다면 즐거운 노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본다. 노인 대학을 수료한 이들이나 본당에 노인 휴게실 등을 꾸며 지속적인 단계를 만들어 관리해 준다면 새로운 노인 문화 운동 차원의 프로그램 정착에 이바지하리라 본다. 

 

넷째, 교회는 노인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지침과 새로운 시대에 맞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수년간 해 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그 동안 예방보다는 치료적, 보완적인 차원에서 미봉책으로 다루어진 노인의 문제들을 더욱더 거시적 체계적으로 통합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구적 차원의 노인 사목 전담 기구와 노인 단체들의 협의체가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정착이 된 후에는 다시 전국 차원의 노인 사목 기구와 노인 복지 협의회가 결성되어 교회 종사자 교육과 프로그램의 개발, 정책 개발과 정책 건의, 대정부 관계와 함께 사회 단체와의 연대와 세계화에 발맞추어 국제간의 연대에도 참여할 수 있다면 더욱 커다란 발전이 있으리라고 본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달 15일 2000년 대희년을 경축하는 자리에서 "노인들의 권위가 언제 어디서나 존중되고 평가받게 하려면 노인들을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라고 하고, "교회는 모든 사람이 노년기에 존경을 받으며 보낼 수 있도록 인간적, 사회적, 정신적, 조건의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하였다. 노년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우리 교회는 아낌없이 투자해야 하며 소외된 이웃과 함께해 온 교회의 상을 새롭게 한다면 하느님 나라를 이 지상에서 먼저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

1) [고령화 사회와 유엔의 국제 행동 계획], 오성광.한동희 옮김, 세종출판사, 1999년, 31-34면. 

2) 이가옥, "노인 복지 정책과 재가 노인 복지의 전망과 과제", ['99 세계 노인의 해 기념 특강 자료집], 1999년, 7-13면. 

3) 박재간, "노인 복지 정책의 정책 과제", [노인 복지 정책 국민 대토론회], 2000년, 20-28면. 

4) 김동배, "노인 문제와 교회의 역할", [기독교와 사회 복지], 예안, 1995년, 158-161면. 

5) 한상호, "교회와 노인 사목", [가톨릭 사회 복지], 1996년(가을 호), 5면. 

6) 위의 책, 4-7면. 

7) 안혜식, [가톨릭 본당 노인들의 노인 복지 서비스 욕구와 활성화], 1998년. 

8) 양희옥, [가톨릭 노인 학교 학생들의 이용 만족도에 관한 연구], 2000년. 

9) 한상호, 앞의 책, 5면.

 

[사목, 2000년 11월호, 이현숙(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기획연구부 부장)]



62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