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7일 (월)
(녹)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강론자료

대림 4 주일-나해-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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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3-03-01 ㅣ No.381

대림 4 주일 (나해)

 

        2사무 7,1-5.8ㄴ-12.14ㄱ.16    로마 16,25-27     루가 1,26-38

 

    2002. 12. 22.

 

주제 : 하느님의 선택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인류에게 구원의 빛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의 아들을 맞이하는 성탄축제일을 며칠 앞둔 대림 4주일입니다.  대림(待臨)이란 ‘우리에게 오심을 기다린다’는 의미를 갖는 낱말입니다. 이 기다림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려고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는 것과는 의미가 다른 말입니다. 혹시라도 같은 의미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담는 우리말이 부족한 탓입니다.  하느님이신 말씀, 성자이신 분이 인간의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으로 우리 가운데 오셨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흐르면 만날 수 있는 현세의 기다림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오시는 것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결정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향하여 하소연을 하고 아우성을 친 결과로서 예수님의 탄생이 있게 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가 인간으로 오신 하느님을 맞아들이고 함께 축제일로 삼고 기뻐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에게 필요한 선물을 하느님이 주셨기에 우리가 감사함을 표현해야 하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으로 탄생하신 데에는 이러한 의미가 담겨있기에 대림절 시기를 준비하는 마음은 특별해야 합니다.

 

오늘 대림 4 주일에 듣는 말씀은 ‘하느님의 선택을 받는 인간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복음은 인류의 구원자이신 예수님이 육신을 취하는 과정에서 오고갔을 법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으며, 사무엘 하권의 독서에는 이스라엘의 왕으로 살던 다윗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은 인류전체와 관련된 세상일의 선택은 하느님이 주도권을 잡으신다는 것입니다. 요셉과 약혼한 처녀 마리아에게 천사 가브리엘을 파견하신 일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하느님도 인간의 동의가 필요한 일에는 사람이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신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살면서 이러저러한 욕심을 갖는 우리는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 많은 일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할 일은 ‘자기 노력을 다하고 하늘의 명령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처럼 사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우리의 생각을 하느님의 뜻보다 앞세우려고 할 때, 우리의 뜻은 하느님의 뜻과 충돌하기 마련이고 하느님은 항상 우리의 삶을 방해하는 분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런 생각을 갖고 우리 사람들을 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가진 생각과 자세 때문에 그렇게 밖에 하느님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분명 이것은 현실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마리아가 가브리엘 천사에게 응답했던 것처럼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겸손한 자세에서 하느님의 구원은 시작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귀하게 보고 귀중하게 대하는 일도 좋고 훌륭한 일이지만, 잠시 잠깐 이 세상을 살다가 떠나야 할 사람에게서 자신의 존귀함을 발견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인간이 귀중한 존재이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은 ‘우리 안에 하느님의 모상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모상을 담고 있는 우리가 보여야 할 삶의 방법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법칙을 따지고 그 법을 지키며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 모상을 간직한 존재로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존경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고 있던 마리아는 자기의 친척 엘리사벳이 하느님의 놀라운 은혜를 입고 행복해하고 있다는 천사의 말을 듣고, 자신의 마음을 바꿔 자신의 삶이 하느님을 향하도록 방향을 돌립니다.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으로 왕이 되었던 다윗은 남쪽 유다와 북쪽 이스라엘을 통일하고 이제는 하느님을 기억하고 존경하는 자세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현실을 돌아보고 새롭게 할 일을 찾는 자세를 가상히 여겨 하느님은 당신이 계획하셨던 일을 다윗을 통하여 이루겠다고 선언하십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만, 세상에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것을 깨달은 사람이라면 먼저 우리 삶이 하느님 보시기에 어떤 삶의 길을 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을 존경하는 자세를 어떻게 드러내야 할 것인지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을 접고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겠다는 자세가 있다면 그것도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대림 4 주일을 지내면서 우리는 과연 하느님의 사랑을 받을 만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돌이켜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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