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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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28: 그리스도교 영성의 공동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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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23 ㅣ No.740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28) 그리스도교 영성의 공동체성


영성 생활, 그리스도 공동체 안에서 실천돼야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인을 거룩해지라고 부르실 때, 외적으로 보기에는 각자에게 더 좋은 길을 마련해 개별적으로 부르시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성화가 다른 사람과는 어떠한 관련도 없이 온전히 개인 차원의 성화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수덕 생활을 통한 완덕의 길은 공동체 구성원 안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발전하며 성덕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영성 생활은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실천돼야만 그 진가가 드러나며 완덕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성령강림과 함께 설립된 초대 그리스도교에서부터 그리스도인의 영성 생활은 공동체적 성격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신 영세자들은 세례 후에 개별적으로 영성 생활을 실천했던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과 친교를 나누면서 함께 성체 성사에 참여하고 함께 기도 생활을 실천했습니다. 초대 교회 신앙인들은 이렇게 늘 한마음으로 한곳에 모여 음식을 나누며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도를 함께 바쳤습니다(사도 2,46-47 참조).

고대 교부였던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는 몇몇 교회에 편지를 보내 지역 주교와의 일치를 강조하면서 영적 여정의 공동체성을 언급했습니다. “이에 저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함께 달릴 수 있도록 여러분들에게 권고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분리될 수 없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뜻으로 (있으심과) 마찬가지로, 땅끝까지 (사방에) 임명된 주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뜻으로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여러분) 주교의 뜻에 따라 함께 달려가는 것이 마땅합니다”(에페, 3,2─4,1).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께 속해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주교와 함께 있습니다. 누구든지 회개하고 교회의 일치에로 돌아오면 그들은 하느님의 사람이 될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 수 있게 됩니다”(필리 3,2).

중세에 빈곤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을 때, 많은 사람들은 가톨릭 교회가 이를 외면한다고 비난하면서 교회를 떠나갔지만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보여준 모습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프란치스코는 부모에게 받았던 모든 것을 돌려주고 난 후 주교님의 망토에 몸을 맡김으로써 교회 공동체와의 일치를 몸소 실천하였습니다. 결국 프란치스코와 그의 형제들은 교회가 빈곤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껴안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가난 실천을 통한 또 하나의 영적 발전의 여정을 교회 공동체에 제시하였던 것입니다.

근세 새로운 사조들이 창궐하기 시작하던 시대에 교회를 수호하고자 결의하였던 로욜라의 이냐시오는 저서 「영신수련」에서 영성 훈련의 마지막을 교회와 뜻을 같이하기 위한 열여덟 개의 규범으로 정하여 제시하였습니다(「영신수련」 352~370항 참조). 특히 첫째 규범에서 이냐시오는 교계제도에 순종하기를 강조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든 개인적인 판단을 버리고, 만사에서 그리스도의 참 정배이시며, 우리의 자모이신 교계제도의 교회에 기꺼이 순종하기 위하여,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영신수련」 353항).

현대 영성신학자 샤를 앙드레 베르나르 역시 저서 「영성신학」에서 영성 생활과 교회 공동체와의 긴밀한 관계를 언급합니다. “모든 영성 생활은 교회적이다”(「영성신학」 473쪽). 따라서 그리스도교 영성 생활은 교회와 분리되어서 실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언제나 교회와의 일치 안에서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실천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은 샤머니즘 등의 영향으로 토속 민간 신앙을 실천하려는 모습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민간 신앙은 개인 신심 실천으로 기우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영적 여정에만 몰두하며 실천하려는 그리스도인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영성 생활은 교회를 통해, 교회와 함께, 교회 안에서 실천돼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평화신문, 2015년 11월 22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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