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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01년 제9차 세계 병자의 날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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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1-31 ㅣ No.222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제9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2001년 2월 11일)

 

 

1. 대희년의 은총을 받아 또 “인간 고통의 가장 확실한 최고의 준거점”인 강생하신 말씀의 신비를 바라보며 풍요로워진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2001년 2월 11일의 제9차 세계 병자의 날 거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뜻깊은 행사의 거행을 위하여 지정된 장소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주교좌 성당입니다. 문화와 민족이 다양한 호주 대륙에 대한 선택은 교회 친교의 다양한 유대를 강조합니다. 이 유대는 거리를 초월하여, 자유를 주는 유일한 구원 메시지로 풍부한 열매를 맺는 다양한 문화의 만남을 촉진합니다.

 

시드니 주교좌 성당은 교회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봉헌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올해까지 9년 동안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에 지내온 세계 병자의 날에 성모님께서 지니시는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사랑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는 호주 대륙의 병자들뿐만 아니라, 병자들을 돌보는 데 전문 기술로 평생을 헌신하는 모든 사람이 다시 한번 당신의 보호를 느끼게 하실 것입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세계 병자의 날은 고통받는 이들을 돌보는 데 헌신하는 수많은 기관들에게 기도와 후원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세계 병자의 날은 교회의 이름으로 병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많은 사제들과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며, 동시에 가장 힘없는 사람들과 고통받는 투병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생명의 문화가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줄 것입니다("생명의 복음", 100항). 저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병에 걸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저의 베드로 직무는 물론 교회 생활 자체를 위하여 그러한 경험의 가치를 점점 더 분명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애정과 연대를 표명하면서, 저는 병자들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신비를 신앙으로 바라보며 고통의 경험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의 계획을 깨닫도록 초대합니다. “고통을 겪고 병고를 아는 사람”(이사 53,3), 바로 예수님을 바라볼 때에만 평정과 신뢰를 찾을 수 있습니다.

 

2. 교회는 ‘새로운 복음화와 고통받는 이들의 존엄’을 주제로 올해 세계 병자의 날에 고통이라는 인간의 경험을 새롭게 복음화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인간의 완전한 행복과 전세계 만민의 진보를 추구하도록 격려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질병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더 깊은 연구를 위한 노력, 충분한 자원의 투자 등은 세계 곳곳에서 성공적으로 추구되어 온 훌륭한 목표들입니다. 그러나 기울여 온 노력에 대하여 갈채를 보내면서도,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국민들에게 적합한 생활 환경과 충분한 보건 혜택을 제공할 수 없는 수많은 나라에서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의 발전을 도모하도록 모든 일을 하자고 간절히 호소합니다. 저는 또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현대 의학이 인간에게 효과적으로 봉사하고 인간의 존엄을 온전히 존중하는 데 쓰여지기를 희망합니다.

 

교회는 2000년 역사에 걸쳐 병자들에게 더 나은 도움을 주도록 언제나 의술의 발전을 지원하고자 노력하여 왔습니다. 교회는 여러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인권이 존중되고 인간의 참된 행복이 추구되는지 살펴왔습니다("민족들의 발전", 34항 참조). 교도권은 오늘날에도 복음의 원칙에 충실하여, 진정한 인도주의의 요구 조건들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아직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방면의 연구를 계속하는 의료인들을 인도할 도덕 기준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3. 날마다 저는 온갖 사회적 배경을 가진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병원과 치료소로 영적 순례를 합니다. 저는 특히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 보건 의료인들 곁에 머물고자 합니다. 이러한 자리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참여하는 순례지와 같습니다. 가장 무심한 사람도 여기서는 자신의 생명과 그 의미에 대하여, 죄악과 고통과 죽음의 이유에 대하여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현대 세계의 사목 헌장, 10항 참조). 그러므로 이러한 틀 속에서 신자들이 훌륭한 기술로 의미 있게 활동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의료와 간호 전문인들에게 영혼과 육신의 의사이신 그리스도께 배우고, 형제 자매들에게 참으로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라고 간절히 호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저는 연구에 헌신하는 모든 사람이 꾸준히 노력하여 인간의 총체적인 건강을 증진하고 심각한 질병과 싸우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저는 병자의 치료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고통받는 이들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고, 직업 생활에서 의술과 인간애를 조화시키도록 당부 드립니다.

 

병원, 보건소, 양로원, 기타 고통받는 이들을 돌보는 모든 기관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특별한 장소입니다. 바로 이러한 곳에서 희망의 복음 메시지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신 예수님만이 평화와 구원을 찾는 모든 인간의 가장 간절한 열망을 충족시키는 완전한 답을 주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의 구세주이시며, 그 사람 전체의 구세주이십니다. 이러한 까닭에 교회는 결코 지칠 줄 모르고 그리스도를 선포하여, 질병의 세계와 건강의 추구가 그리스도의 빛으로 생기를 얻게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교 제3 천년기를 시작하며, 사랑의 문화를 위한 귀중한 실험실이 되기에 매우 적절한 자리인 보건계의 복음화를 새롭게 추진하여야 할 것입니다.

 

4. 최근 의료 분야의 과학적 연구와 보건 조직의 현대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경향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병자들에게 효과적인 도움을 주고 질병과 싸우는 그들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관심이 그러한 경향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줄기찬 요구를 강조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병자는 물론 그 주변 사람들의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영신적 요구에 관심을 기울이는 치료를 뜻하는 ‘전인적’ 치료에 대한 논의가 증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의학과 치료와 수술과 관련하여, 개인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또한 거기에 따르는 위험과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임상 실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그리스도인 전문가들은 그들의 윤리적 확신에 대한 증거를 보이고 끊임없이 신앙의 빛을 받아들이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교회는 헌신적인 직업 정신으로 연구나 치료에 종사하며 병자들에 대한 봉사의 질적 향상을 돕는 사람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5. 창조주께서 바라시는 공정한 재화의 분배 또한 보건 분야의 절박한 과제입니다. 특히 가난한 나라의 대다수 국민이 건강에 반드시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하는 끈질긴 불의를 단호히 척결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심각한 악행에 맞서서 국가 지도자들은 물질적인 수단이 부족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의료 혜택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모든 이를 위한 건강’ 증진은 모든 국제 공동체 구성원들의 첫째 가는 의무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그것은 신앙 증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활동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에 대한 존중심을 증진시키고, 낙태에서 안락사에 이르기까지 생명에 대한 온갖 공격을 물리침으로써, 실제적으로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여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동원 가능한 수단들의 활용에 대한 성찰 또한 이러한 맥락에 속합니다. 그러한 수단들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한 특수 치료와 관련하여 환자들이나 그 보호자들의 결정을 이끌어 줄 분명한 도덕적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어떤 경우든 지나친 의학 치료 형태에 의지하는 것은 피하여야 합니다("생명의 복음", 65항 참조).

 

여기서 저는 극빈 지역이나 국가에 사는 개인과 민족들의 절박한 요구에 용기있게 부응하여 이 분야에서 아낌없는 봉사를 하고 있는 개인과 조직, 특히 종교 단체들을 칭송하고자 합니다. 교회는 이렇게 방대하고 민감한 사도직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공헌하여 온 사람들에게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저는 보건 사목에 종사하는 수도 가족의 구성원들에게 창립자의 발자취를 따라서 제3 천년기의 도전에 용감하게 대처하도록 당부하고자 합니다. 과거의 전염병을 대신하는 새로운 질병들과 비극을 생각해 볼 때, 병자들에게 필요한 치료를 해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신앙의 힘으로 이겨나가도록 영신적 도움도 주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의 노고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6. 저는 특별히 점점 더 많은 평신도들과 함께 병원과 보건소에서 놀라운 사랑의 복음서를 기록하고 있는 남녀 수도자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그들은 흔히 위험한 전쟁 지역에서 활동하며 날마다 형제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목숨을 겁니다. 불행히도 많은 수도자들이 생명의 복음에 봉사하다 죽었습니다.

 

저는 또한 보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최근 만들어진 많은 비정부 기구들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비정부 기구는 ‘현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활동을 재정적으로 돕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대한 행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모든 사람이 여러 나라에서 뜻 깊은 방식으로 의식을 일깨우고 있는 이러한 훌륭한 활동을 계속하도록 격려합니다.

 

끝으로 저는 사랑하는 병자 여러분과 헌신적인 보건 종사자들에게 말씀 드립니다. 올해 세계 병자의 날은 희년 폐막 직후에 열립니다. 따라서 병자의 날은 2000년 전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라는 새로운 초대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아낌없는 헌신으로 생명과 희망의 복음을 선포하고 증언하십시오. 그리스도야말로 비탄에 잠겨 있거나 어려움에 놓인 모든 사람의 위로자이심을 선포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는 지치고 상처입은 사람들의 힘이시며, 모든 사람에게 더 나은 생활 환경과 보건 환경을 보장해 주고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받쳐 주는 기둥이십니다.

 

저는 여러분을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 맡겨 드립니다. 제가 서두에서 상기시켜 드렸듯이, 제9차 세계 병자의 날의 영적 중심지인 시드니 주교좌 성당은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봉헌되었습니다. 위로의 성모님께서 고통받는 모든 자녀가 어머니이신 당신의 보호를 깨닫게 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여러분이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증언하도록 도와 주시고 또한 여러분을 성자의 살아있는 모습으로 만들어 주시기를 빕니다. 이러한 바람과 함께 저는 여러분과 여러분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사도로서 특별한 축복을 보내 드립니다.

 

카스텔 간돌포에서,

2000년 8월 22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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