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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사목] 관광에 대한 새로운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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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77

[관광 사목과 한국 교회] 관광에 대한 새로운 이해

 

 

1. 우리 사회에서의 관광에 대한 오해

 

현재 우리 사회의 여가 생활과 관련된 문화를 살펴보면 여전히 성장 시대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성 세대'는 대부분의 여유 시간을 생산 활동에서 연장된 강박감 속에서 보내게 되거나, 마땅한 놀이를 찾지 못하여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화투놀이 등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여유 시간은 창조적인 활동으로 채워지기보다는 '발광'적이고 발산적인 놀이나 수동적인 여가로 채워지기 일쑤이다. 그런가 하면 '신세대'는 창조적인 여가를 보낼 만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상업적으로 공급되는 수동적이고 쾌락적인 여가 활동에 몰두하고 있고, 박제화된 공간에서 피상적이고 단편적이며 쾌락적인 놀이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물질적으로 과거보다 훨씬 잘살게 되었다. 이른바 '보릿고개'가 사라지고 이제는 어느 가정에나 아파트, 자가용, 가전 제품 등을 소유한다는 것이 일상적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물질적인 풍요로 우리 삶이 과거보다 더 행복해졌다고 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 우리는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삶이 비록 옛날 사람들의 삶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그만큼 여유로워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네 살림살이가 양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로서 현재 우리의 여가 문화는 쾌락적이고 상업적인 이윤 추구의 논리에 오염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가'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퇴폐 향락 산업, 출렁이는 관광 버스, 노래방, 고스톱, 관광지의 바가지 상혼, 북적대는 해수욕장과 계곡, 골프와 스키 등이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우리 실정에 맞는 여가 문화나 관광 문화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사정을 따진다면 관광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원래 '여가'와 '관광'의 의미는 자유 시간에 자유롭고 재창조를 위한 휴식으로서 육체적인 향락과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상업화된 놀이가 아니다.

 

바야흐로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날로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위 한 쪽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여가나 관광을 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우리 사회에서의 여가, 관광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재고하여야 할 것이다.

 

 

2. 관광의 실상

 

요즈음 주말이나 휴가 철이면 고속 도로는 어김 없이 차들로 막히고, 관광지에는 수많은 행락 인파가 몰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관광 행위의 대중화 현상은 사회적으로 여가 시간이 늘고 국민 경제가 급속히 발전한 데 그 큰 원인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관광의 참뜻과 진정한 의미의 관광 여행과는 동떨어진 '퇴폐성 관광'의 표현은 어떤 것일까? 건전하지 못한 관광 활동은 무엇일까? 첫째로, 해외 여행객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나타나고 있는 과소비형 관광 여행이 관광의 참된 모습을 흐리는 전형적인 예가 될 것이다. 곧 과다 쇼핑과 향락, 보신을 위한 관광(이른바 보신 관광) 등을 일삼는 해외 여행은 오늘날의 관광 이미지를 가장 흐리는 관광 활동이다. 해외 여행은 관광의 본질인 이질 문화를 경험하며 견문을 넓히는 생산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 국제화 시대에 가장 기본적인 문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처럼의 해외 여행에서 일부 관광객들은 늘 들뜬 상태에서 '쾌락'적이고 '무계획'적인 관광으로 건전 관광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이는 일상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평소에 할 수 없었던 것을 해볼 수 있다는 것과 자기 과시 등 관광의 부정적 기능에 몰두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해외 여행 자유화 초기에 있는 나라들에서 거의 항상 나타나고 있는 바,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들과 같이 시간이 지나면 생산적이고 건전한 해외 여행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둘째로, 여름 행락 철에 흔히 볼 수 있듯이 관광지에서 집단적으로 술에 취해 고성 방가하는 행위는 바로 '건전하지 못한 관광 문화'의 또다른 표현일 것이다. 사실 이러한 모습 외에도 관광지에서 화투놀이, 함부로 쓰레기 버리기 등은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측면에서 건전하지 못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셋째로, 사치성 관광 스포츠 활동의 선호도 건전하지 못한 관광 문화의 예로서 지적되고 있다. 물론, 값비싼 장비가 필요한 활동을 모두 다 사치성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관광 스포츠 활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몸가짐이 너무 과시적이고 소외감을 유발시킬 정도로 심하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스키나 골프는 다른 스포츠 활동보다 비싼 편이지만 문제는 스포츠 장비 자체가 아닌 옷가지나 기타 소비에 너무 사치스러운 행태를 유발하고 있어 현재 사치성 관광 활동으로 지적 받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로, 환경 오염과 자연 훼손을 유발하는 관광 활동이야말로 건전하지 못한 관광 문화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에게 관광 활동은 자연 경관 감상, 자연 체험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관광 활동 공간으로 '자연'의 보전과 환경 관리는 중요한 관심사이다. 관광으로 생긴 자연 환경 훼손 행위는 관광지에서 무분별한 취사 행위와 쓰레기 투기 등으로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건전하지 못한 관광 행태 곧 '퇴폐성 관광'은 우리가 관광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정립하고 있지 않은 데 일차적인 요인이 있으며, 그 다음으로 관광 문화 교육 문제, 관광 프로그램과 관광지 시설의 문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3. 참다운 관광의 의미는 무엇인가?

 

참다운 관광이란 무엇인가? 관광의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누구에게나 유익한 행위인가? 어찌됐든 관광은 재미있고 즐거운 체험이다. 또한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운다는 의미에서 교육적 가치도 찾을 수 있다.

 

일상의 복잡함에서 훌쩍 떠나 나그네가 되고픈 심정은 복잡한 도시 생활을 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휴식하며, 자신을 발견하는 자아 성찰의 작업이 이어지는 모습은 관광이라는 여정을 통하여 저절로 이루어진다.

 

우리에게 보편화한 관광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서 탈출하려는 동기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관광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한 돈벌이나 일상 생활을 잠시 잊어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조금이나마 충족시키려는 데 있다.

 

그러면 인간은 왜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은 그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지식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형이상학]의 첫머리에서 "모든 사람은 천성적으로 알기를 원한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현대의 관광은 과거의 그것과는 다르다. 과거의 관광이 소수에 의한 신분 과시적인 행위였다면 오늘의 관광은 누구나 참여하고 즐기는 이른바 대중 관광이다.

 

우리의 관광 생활은 평일에는 가까운 집 근처 공원이나 유원지 방문에서부터 주말에는 산, 바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일상 생활화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관광의 장점으로는 일상 생활의 긴장과 괴로움에서 잠시나마 휴식하는 기본적인 면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면에서도 관광지 주민과의 만남으로 다양한 환경을 접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느 유명한 관광학자는 인간이 관광을 하고자 하는 욕구로서 지식, 탐험과 모험, 다양성의 추구를 들고 있다. 인간이 지식을 탐구하는 것은 개인의 안전과 발전을 지향하는 기술 획득의 일환으로서 이러한 욕구를 알고자 하는 학습과 사고하고자 하는 이해의 단계적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광의 진정한 의미는 휴식과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관광이란 용어가 지니는 뜻은 '풍광, 문물을 보고 느끼고 배운다.'는 것이다. 관광이 담고 있는 교육적 측면은 정규 교육 못지 않게 개인의 인성 계발과 지식 확대의 효과가 크다. 우리의 문화 유산과 자연을 답사(관광)하지 않고서 어떻게 우리 문화와 자연을 알며, 세계를 보지 않고 어떻게 우리 스스로 세계를 알겠는가. 그런 점에서 관광의 참된 의미를 살리고 제대로 된 관광 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4. 관광의 기능과 역할

 

현재 관광 산업은 단일 산업으로는 세계 최대 산업 중의 하나이다. 전세계 GNP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취업자 15명 중 적어도 1명은 관광업과 관련된 일에 종사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사실은 관광이 이제 개인적인 여가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면에서 하나의 산업으로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관광 산업은 흔히 부가 가치가 높은 21세기 유망 산업, 고용 효과가 높은 노동 집약 산업, 부존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제2의 수출 산업, 공장 없는 굴뚝 산업, 무공해 산업 등이라는 이유를 들어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 밖에도 국제 친선과 이해 증진, 국민 정서 함양과 성숙한 이해 증진, 새로운 경험을 통한 자기 계발 등의 이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일반론을 떠나 '관광'이 가지고 있는 전혀 다른 측면을 살펴보면 '관광'이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은 확실히 넓어졌다.

 

관광 산업은 21세기 미래 유망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관광 레저 산업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유엔 산하의 세계 관광 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에서 펴낸 [2000년대 세계 관광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 산업의 경제 기여도는 세계 GNP의 12%이며, 매출액은 미화 2조 달러나 되고, 관광 산업에 고용된 인력이 총 1억 100만 명으로 이제 관광 산업은 석유, 자동차와 더불어 세계 3대 교역품이 되었다. 국제 경제 면에서 관광 산업은, 세계 제1의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 서비스 교역량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를 과시하고 있다.

 

관광이 지닌 제반 효과로는 경제 면에서 국제 수지 개선 효과, 고용 증대 효과, 국민 소득 창출 효과 등과 사회 문화 면에서 국가 홍보 효과, 국제 관광 효과, 지역 사회 발전 효과 등 국가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미치는 영향이 참으로 막대하여, 이를 국가 주요 전략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세계 각국의 공통된 추세이다.

 

또한, 선진 각국은 이미 국민 복지 차원에서 여가 생활을 보람 있게 영위할 수 있는 터전의 제공과 제도적인 배려를 하는 등 국가 정책적인 견지에서 관광을 다루어오고 있다. 지역 사회에 여가 공간 및 시설의 확충, 청소년 관광의 장려 정책,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관광의 배려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관광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그들의 정책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5. 결론

 

관광은 이제 단순히 놀고 즐기는 차원의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문화적으로도 그렇고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그러나 그 동안 관광이 지니는 본래의 의미는 퇴색된 채 과소비라든가 위화감 조성 등 역기능만이 지나치게 강조된 것도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언론에서도 관광에 대한 계몽보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상업적인 홍보를 주로 해왔다.

 

이러한 관광의 부정적 기능에 대한 이미지는 관광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관광과 여가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관광이 복지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현재의 사회적 흐름 속에서 다음의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로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인식되고 있는 관광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참여 기회가 적은 계층(청소년, 공단 근로자, 노인, 장애자)에 대해서 다양한 관광 정책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오늘날의 관광은 과거에 비해 실제적인 참가에 제한을 받기보다는 그 관광 경험이 어느 정도 만족한 것이었는가 하는 면에서 제한성을 가진다. 장애자도 마음만 먹으면 관광을 할 수 있지만 시설이 미비하기 때문에 불만을 느끼게 된다.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제약으로 관광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관광의 기회를 넓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관광을 평생 교육과 인성 교육의 장으로 생각할 수 있다. 관광은 '일상의 모든 것에서 벗어난 이완과 휴식'이라는 소모성 즐거움을 제공하는 상업적 관광과 달리, 개인의 개성과 취미를 계발하고 '책임감과 공공 의식을 습득하고 축적할 수 있는 교육과 문화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회의 지식인, 종교인들이 앞장서서 관광의 참된 의미를 알고 실천하여 선도적인 관광 문화의 정착에 나서야 할 것이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관광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소비적이고 과시적인 수단으로서의 관광에서 생산적이고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관광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사목, 1998년 7월호, 김시중(우송 대학교 교수, 관광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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