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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새로운 사태 120주년 의미와 세미나 후속 실천과제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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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7-09 ㅣ No.850

"새로운 사태" 120주년 의미와 세미나 후속 실천과제 좌담회

 

사회교리, 복음화ㆍ인간화 위한 '가톨릭교리'

 

 

최초의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 반포 120주년을 맞아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는 지난 5월 '새로운 사태에 비추어 본 한국교회와 사회'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후 정평위는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사태」의 의미를 돌아보고 회칙의 정신을 이 사회에 불어넣기 위한 실천과제와 방안을 모색하고 후속보고서를 발간했다. 「새로운 사태」 120주년 의미와 정평위가 '주요 실천과제'로 꼽은 내용을 들어본다.

 

참석자

박동호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신부

김어상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서강대 명예교수)

사회 : 백영민 기자

 

박동호 신부는 "교회가 세상의 잘못된 모습에 침묵한다면 그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새로운 사태」의 의미와 반포 120주년 기념 세미나 개최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 박동호 신부 : 교황 레오 13세가 1891년 반포한 「새로운 사태」는 유럽 산업혁명과 초기 자본주의 폐해로 고통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인권에 관심을 보인 최초의 사회회칙입니다. 이후 교회는 계속 사회회칙을 발표했고, 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2009년 「진리 안의 사랑」을 반포했습니다. 복음에 입각한 사회회칙은 우리가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실천해야 할 '실천교리'인 사회교리의 바탕을 이룹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을 귀하게 여기며 서로 섬기고,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이 사회교리의 기본원리입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땅에 오신 이유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그 뜻이 세상에서 이뤄지게 하는 것, 즉 복음화는 우리의 소명입니다.

 

「새로운 사태」 반포 120년이 된 지금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탐구해야 할 시대의 징표는 무엇인지, 그 징표를 교회는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여 신자와 사회구성원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있는지 성찰하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한 것입니다. 또한 세미나에서 논의된 여러 사항들을 교회 내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실천지침을 마련했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빈부차와 사회의식에 따라 의견이 갈라지는 것은 사회교리 교육이 절실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하는 김어상 교수.

 

 

- 세미나에서 나온 구체적 실천과제를 사회교리ㆍ노동ㆍ교회언론ㆍ여성 분야 등으로 정리했는데, 분야별 성찰과제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 김어상 교수 : 세미나 발제에서 박동호 신부님은 '사회교리'를 '가톨릭교리'라 부르고 싶다고 하셨는데,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3편 '그리스도인의 삶'은 사회교리의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교리가 사회문제에 관한 가톨릭교리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교리는 일부 신자들에게만 전해지는 게 현실입니다. 가톨릭교리인 사회교리 보급을 위해 예비신자ㆍ견진교리ㆍ구역반장교육 등 교회 내 교육에 편입해야 합니다.

 

노동면에서도 교회가 솔선수범하여 복음에 근거한 모범적 노동 현장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장기적 과제로 비정규직 및 결사의 자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목헌장」 가르침대로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자기 역량과 인격을 개발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회 언론 역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복음전파와 교계 소식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음적 시각에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보도해야 합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사회 모든 구성원은 정의와 사랑 의무를 완수해야 한다"며 "따라서 사회매체의 힘으로도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전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들이 직장에서 임금과 사회보장제도면에 차별을 받지 않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노동으로 인해 가정이 희생되지 않도록 교회 구성원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 실천과제 중에는 교회 내 노조와 비정규직 문제 등 민감한 사항도 거론됐는데, 이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 김 교수 : 교회 내 단체 종사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연대하여 자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가 쌓이면 다른 교구에서 활용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 실천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교회 내에서부터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합니다. 근무 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나가며 교회 내 사업장이나 기관에서부터 결사의 자유를 인정해야 합니다.

 

한국교회도 이미 사용주 입장에 있는 경우가 많기에 성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태」와 그 이후 발전 심화된 노동에 대한 가르침이 교회 현장 안에서 실현되는지도 성찰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 교회는 출판ㆍ교육ㆍ금융ㆍ의료 등 많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 많은 것들이 추가 운영되며 교회마저 돈 벌기 위한 사업 확장을 한다는 오해 소지가 있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 교회가 사회문제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 박 신부 : 교회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교회의 사목 목표로 쇄신과 정화, 복음화와 함께 세상과의 대화를 제시했습니다. "교회가 세상일에 나서면 안 된다"는 사회의 왜곡된 교회 역할에 관한 인식은 바뀌어야 합니다. 교회는 세상 안에 있으면서 세상을 넘어 하느님을 향한 구원 여정의 도구입니다. 교회는 '세상 안 그리스도의 성사'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에 우리 교회는 끊임없이 정화하고 쇄신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세상의 잘못된 모습에 침묵한다면 예수님 십자가 고통을 외면하는 셈입니다.

 

 

- 세미나 후속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 김 교수 : 우선 사회교리가 '가톨릭교리'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사회교리 교육과 보급 확산에 힘써야 합니다. 서울대교구는 1995년부터 매년 사회교리학교를 통해 사회교리 교육을 하고 있지만,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사회교리가 교회 활동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당한 사목적 관심ㆍ참여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적 행위 사이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신자들이 많은 것도 사회교리가 절실히 필요한 것임을 말해줍니다.

 

 

- 후속 보고서에 '사회교리 주간(가칭)' 제정 취지문이 포함돼 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 박 신부 : 사회교리 존재 이유는 '복음화와 인간화'입니다(간추린 사회교리, 530항 참조). 사회교리는 교회가 참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을 제시하며 세상에서 교회 사목활동의 기준(526항 참조)이 됩니다. 모든 신자는 사회교리를 알아야 하지만, 사제ㆍ평신도들에 대한 사회교리 교육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우리가 믿는 '믿을 교리'만큼 우리가 따라야 할 '따를 교리'인 사회교리 역시 중요합니다.

 

사회교리 주간 제정은 사회교리가 가톨릭 교리의 핵심영역이 됨을 공식 선언하고 기념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교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한국사회에 구현하려는 교회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사회교리는 실천을 전제로 합니다. 실제로 사회교리학교 수강생들은 "사회교리 수료 후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사회교리 실천의지가 생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회교리 교육이 곧 사회교리 실천입니다. 사회교리 주간이 제정되면, 사회교리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입니다. 사회교리 내용이 모든 교회 교육과정에 편입될 것이며, 사목 패러다임도 사회교리 가르침에 따라 바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1년 7월 10일, 진행 및 정리=백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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