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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가정사목을 위한 교구와 본당사목 조직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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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47

가정 사목을 위한 교구와 본당 사목 조직의 필요성

 

 

들어가는 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가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 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가정은 국가 사회와 교회의 기초이다. 가정은 사회의 기본 세포로서 곧 작은 사회요 작은 교회인 것이다. 따라서 가정이 건강하냐, 병들었느냐에 따라 국가 사회와 교회가 건강하냐, 병들었느냐가 많이 좌우된다. 오늘의 가정이 내일의 사회와 교회를 결정하기에 사회와 교회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 있다. 한마디로 가정이 살아야 사회가 살고 교회가 산다. 이처럼 오늘의 가정 문제는 모든 사회와 교회의 근본 문제가 아닐 수 없다.1) 

 

이렇게 중요한 가정을 위하여 국가와 교회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국가의 가정을 위한 책임 부서는 ‘보건사회부’이다. 보건사회부가 가정을 위하여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천주교의 가정을 위한 책임 부서로는 ‘교황청가정위원회’ 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가정사목위원회’가 있다. 하지만 각 교구 단위로2) 그리고 본당 단위로는 가정을 위한 책임 부서가 지금까지는 없었다.3) 이와 같은 용두사미격인 교회의 모습은 가정의 중요성으로 보나 교회 구조로 보나 맞지 않는다. 

 

그래서 아래의 글에서는 Ⅰ. 현재 한국 가정이 맞고 있는 상황을 조금 살펴 보고, Ⅱ. 오늘도, 내일도 국가 사회적으로나 교회 사목적으로 변함없이 중요한 가정의 중요성을 살펴본 다음, Ⅲ. 가정 사목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교구에는 가정 사목부(실)를 그리고 본당에는 가정분과위원회를 두어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간단히 적어 보고자 한다.

 

 

I. 한국 가정의 상황 

 

“시대의 징표”를 읽어야 한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 헌장 정신을 받아 “교회가 자신의 봉사 임무를 완수하자면 오늘날 결혼과 가정이 놓여 있는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가정 공동체」4)는 현대 가정 상황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1. 사회 변화에 따른 가정의 변화 

 

한국 사회는 아주 빠른 속도로 농업 중심적 전통 사회에서 도시 중심적 산업 사회로 변화하였고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시골을 중심으로 대가족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던 사회가 도시 중심으로 핵가족화되어 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 구조의 변화는 전통적 가치관의 전도를 가져왔다. 이로 말미암아 많은 한국 가정의 주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나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는 것과 입신 출세를 위한 지나친 교육열이 그것이다. 많은 부모가 가정 생활을 우선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경제 생활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대부분의 아버지는 직장에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여 가정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으며,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어머니도 가정에 있는 시간이 없다. 또한 가사를 돌보는 어머니도 취미 생활, 사회 생활의 이유로 집을 자주 비운다. 자녀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학교 공부에다 과외 공부까지 해야 하는 벅찬 생활 속에 밤늦게 집에 돌아와 밥만 먹고 그대로 잠을 잔다. 어쩌다 가족이 함께 모여도 텔레비전이 가족들의 눈과 귀를 빼앗아 간다. 그 결과 적지 않은 가정에서 가정 기도와 가족 대화가 사라졌고, 우리집은 ‘하숙집’ 또는 ‘여관’처럼 되었다. 

 

이와 같이 가정 공동체와 가정 생활보다는 사회 생활과 경제 생활을 더 우선으로 여길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하여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다음과 같이 더 자세히 말한다. “가정 중심적인 사고 방식은 구시대적인 것으로 착각되어 가족 상호간의 만남은 적어지게 되었고 따라서 대화의 부족으로 인한 가정 부재 시대를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가정에서 심신의 안식을 얻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부정 행위나 과음 및 도박, 가출 등을 유발하여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전통적 가정에서는 부모에 대해 효도하는 것이 우선이었으며, 자녀를 인간답게 교육하는 것이 그 목표였으나 가정 제도의 가치관 변질 영향으로 많은 노인들은 안주할 가정을 잃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가정 밖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5) 

 

가정 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난 채 학교 교육만 중시되는 것에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가정 교육은 모든 교육의 기초이기 때문에 이 기초가 잘 안되거나 잘못되면 그 다음 모든 교육과 인격적인 면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더 나아가 자녀의 학교 교육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많은’ 자녀들은 좌절하게 마련이고 우울한 생활을 하게 되며 마침내 비행(가출, 마약, 청소년 범죄)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톨릭 신자 가정마저도 한국 가정들의 잘못된 경향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나타난다. 즉 학교 교육을 신앙 교육보다 앞세워 자녀를 주일 미사와 주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학업을 강요하고, 시험 공부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도 가정을 위하여 좋은 가치인 참여, 대화, 신실성, 인격 존중, 여성의 지위 향상, 청소년의 권리 인정과 같은 특정 가치들이 새롭게 강조되고 있고, 많은 가정들이 오늘날 우리 가정이 맞고 있는 이와 같은 경향을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에 대하여 확신을 잃고 혼란을 느끼거나 부부 생활과 가정 생활의 궁극적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잘 모르거나 무지 상태에 있으며 더 나아가 각종 불의한 상황 때문에 기본 권리의 실현을 방해받고 있는 가정들도 적지 않게 있다.6) 그런가 하면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가정들이 파탄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국 천주교 주교들은 지적한다.7) 그 결과, 적지 않은 이들에게는 우리 가정은 이미 심신이 안식을 누리고 재충전할 수 있는 스위트 홈(sweet home)이 아니라 가정이란 가족 프로그램도 없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곳이요, 더 나아가 야단이나 맞는(어른의 경우 잔소리나 듣는) 지겨운 곳으로서 잠자고 밥 먹는 하숙집 또는 여관과 같은 곳이다. 이제 가정은 경제적인 이유와 인간의 기본 욕구의 해결처로 전락하여 급기야 가정 공동체의 위기를 넘어 가정 부재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2. 가정 문제의 내용들 

 

윤리 도덕적이며 정신적인 것보다는 물질적인 것에 치중하는 우리 가정 문화 사조는 점점 개인주의적 내지는 이기주의적 사회로 변하게 되었고, 결국은 인간성 상실과 더불어 사랑과 생명 경시 풍조를 몰고 온다고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지적한다.8) 주교단은 1994년 ‘세계 가정의 해’를 맞이하여 낸 사목 교서에서 이러한 한국 가정이 안고 있는 가정 문제의 내용들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가족들의 이기주의, 물질주의, 이혼, 인공 피임과 불임 수술, 낙태, 가정 내 폭력 등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풍조 저변에는 왜곡된 자유 관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릇된 인공 피임은 부부의 참사랑을 고갈시킬 뿐 아니라, 성 윤리의 타락과 낙태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모든 사회 문제의 근본이라 할 생명의 경시 풍조에서 자행되는 이러한 태아의 생명권 침해는 곧바로 가정의 정체성 상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을 경시하는 사고방식이나 그릇된 성 문화는 남아 선호에 의한 여아 낙태, 인신 매매 등 여성을 인격체로 보지 않는 온갖 형태의 인간 존엄성 파괴와 인권 침해를 낳고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은 사회의 대표적인 폭력의 하나이면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 범죄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지나친 가부장 제도와 우월주의 때문에 불임 여성, 별거 중이거나 이혼한 여성, 미혼모들의 남다른 애로와 고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핵가족화로 소외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고,어린이에 대한 성 폭력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9) 

 

 

3. 반가정적 사목활동 

 

우리 사회에는 반생명적이요, 반가정적인 사회 요인들이 많이 있다. 젊은이들의 결혼 기피증,10) 자유 연애, 변칙적인 결혼, 정부의 낙태 권장 정책과 경제 지원, 밤늦게까지 일하는 우리 나라의 직장 풍토, 여성의 사회 진출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잘못된 여성 해방 운동 등이 그런 것들이다. 

 

사회적인 요인들은 그렇다고 치지만, 정작 가정을 돕고 가정 교회를 세워야 하는 교회의 가정 사목 활동은 교구나 본당에서 뚜렷한 방침을 가지고 조직적이며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는가? 그렇다기보다는 사목자들 각자 알아서 하도록 일임된 채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여겨진다. 사목자들 중에는 물론 잘하신 분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천주교회의 가정에 대한 사목에는 반가정적인 면들도 많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가정에 대한 천주교회의 사목 활동은 신자들의 가정을 도와 가정 기도를 잘 바치고, 가족이 함께 복지 시설 방문 등 봉사 활동과 사회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한마디로 가정마다 성가정을 이루고 가정 교회를 이루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사목은 많은 경우에 신자들을 가정으로부터 성당으로 불러모으는 데 주력했으며, 교회 봉사자들에게는 중복 봉사를 시켜서 가정에 불충케 하였고, 열심하다는 신자들에게는 여러 단체에 가입케 함으로써 가정에 등한케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주일 미사도 어린이 미사, 중?고등학생 미사, 청년 미사, 어른 미사 등으로 나누어져 미사 참례 때마저 가족이 흩어지게 되었다. 그 밖에 가정 방문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등은 신자 가정을 돌보는 사목 활동과 제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 준다.

 

 

II. 변하지 않는 가정의 중요성 

 

현대 사회에서 가정이 위기를 맞고 있고, 가정 문제들이 감당하기 두려울정도로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정을 포기할 수도,간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가정의 중요성은 오늘도 그리고 세말까지도 변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변함없는 가정의 중요성을 몇 가지 면에서 살펴본다. 

 

 

1. 국가 사회적으로 볼 때 

 

한 국가의 흥망에는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이 있다. 외적으로는 뻗어나가는 힘, 군사력(또는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내적으로는 인화 단결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가정은 국가 사회의 세포이며 기초로서 그 사회를 이루고 육성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고대 그리스의 경우 내적으로 문화는 대단히 발전했으나 외적인 군사력에 문제가 있어 로마 제국의 속국이 되었다. 반대로 로마 대제국은 군사력이나 경제력 모두 막강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가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윤리 도덕이 무너져 멸망하고 말았다.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외적 요인보다는 내적 요인으로 인해 몰락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도 현재 국가 사회적으로 볼 때 두 가지 위협을 받고 있다. 하나는 군사적 위협으로서 북한의 (핵) 위협이요, 또 하나는 내적 위협으로서 사회 문제의 근본이 되는 가정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도 큰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 안에 급속도로 커 가는 가정 문제도 간과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2. 교회 및 신앙 생활 면으로 볼 때 

 

하느님께서는 태초부터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시고 결혼 제도를 허락하심으로써 사랑과 생명의 가정 공동체를 원하셨다. 하느님께서 가정에 최고의 가치인 사랑과 생명의 가치를 주시어 이 가치들이 가정으로부터 인간 사회로 흘러가게 하신 것이다. 

 

교황 바오로 6세는 “가정은 교회처럼 복음이 전달되는 곳이요 거기서 복음이 빛나는 곳이기도 하다.”라고 말씀하셨고 요한 바오로 2세는 “복음화의 장래는 대체로 가정 교회에 달려 있다.”고 말씀하셨다.11) 가정 교회가 이행하는 복음화의 직무는(봉사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교회적 봉사”로서 다른 무엇으로 대치될 수 없는 것이라고「가정 공동체」는 말한다.12) 가정은 복음화의 주체요 객체로서 비신자 가족이나 냉담 가족의 복음화를 위해 중요하지만 특히 어린이들의 신앙 생활에 있어 그들의 신앙이 싹트고 자라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가족 복음화는 물론이고 친척과 동료들 그리고 이웃 복음화를 위해서도 성가정을 이룬 가정의 역할이 오늘날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가정은 교회와 신앙 생활에서 중요시하는 사랑과 생명의 원천이요, 교회의 복음화 사명 수행의 주체요 객체로서 포기해서도, 포기할 수도 없는 중요성을 오늘도, 내일도 갖는다. 

 

 

3. 교육적으로 볼 때 

 

모든 교육의 토대가 되는 것은 가정 교육이다. 그러므로 가정 교육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하고 중요시되어야 한다. 인간은 가정 안에서 진리와 선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고 그렇게 하여 인간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운다.13)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의 일차적인 교사요 가장 큰 스승이다. 가정과 부모와 중요성을 H. 페스탈로찌는 함축적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 한다. “좋은 어머니 한 분이 100권의 교과서보다 더 큰 축복이다.” 

 

이상에 본 것처럼 가정은 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인격 형성의 기초요, ② 사회를 이루는 세포이며, ③ 신앙 생활의 모태요 못자리이다. 가정이 이렇게 중요하기에 가정과 사회, 교회와 정부가 함께 위기에 처한 가정들을 돕고 가정의 가치와 영향력을 키우고, 가정을 침해하는 각종 원인들을 찾아내어 제거하며 가정이 발전하도록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가정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도록 해야겠다.

 

 

III. 왜 교구와 본당에 가정 사목 조직이 있어야 하는가? 

 

교회는 세상의 구원을 위한 도구이기에 사목 환경인 세상의 변화에 따라 교회의 사목 분야도 변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20-30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문제시되지 않았던 환경 문제가 그러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정의 중요성 자체는 옛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지만, 지금까지는 그리 문제시되지 않던 우리 가정이 점점 ‘선진국형’으로 변화함에 따라 문제화하고, 현대 사회에서 가정의 중요성이 점점 더 깊이 인식되기 때문에 교회의 복음화 측면에서 볼 때 가정을 위한 사목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1. 천주교회만이라도 가정을 도와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정 문제들(가정 폭력, 알코올, 도박, 청소년 비행 등)로 인하여 가정이 파괴되고 그 때문에 고통 중에 살아가고 있는 가정들이 오늘날 많이 있다. 천주교인들의 가정 중에도 그런 가정들이 있다. 교우 가정 중에는 이외에도 가족들의 종교나 교파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외짝 교우이기 때문에, 냉담자 가족이 있어서 등의 문제로 고통을 받는 경우도 있다. 많은 가정은 이런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그들의 가정을 도와주어야 하며 많은 가정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하여 도움을 받기를 원한다. 이는 가정 문제에 대한 강연이 있을 때마다 거의 매번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과 가정 문제 전문가들에게 쇄도하는 면담 및 전화 문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다른 한편 요즈음 신세대들은 가정 우선주의 경향을 보여 직장을 선택할 때 해외 근무나 지방 근무를 하는 직장은 기피하고, 기업들도 그들의 가정 우선주의에 부응하기 위해 직장에서 탁아소를 운영하는 등 가정과 직장을 조화시키는 노력을 한다. 또 “오늘날 사회의 홍보 매체, 각종 시민 단체, 가정 상담소 등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가정을 위한 노력이 적지 않지만”, 그러나 전체 사회의 흐름과 TV 등 대중 매체의 반가정적 악영향으로 인하여 “가정의 정체성을 침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국 주교들은 사태를 보고 있다.15) 

 

가정 문제로 고통받는 가정들을 돕는 문제 외에도 가정의 안녕을 위하여 누군가 나서야 하고 조직적이며 체계적으로 무언가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보건 사회부가 가정을 위하여 어떤 기본 계획을 세워 일할 것 같지도 않고,YMCA나 몇몇 사회 단체들의 노력만으로는 많고 다양한 가정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정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조직적이며 체계적으로 가정을 도울 만한 곳은 역시 천주 교회와 수도 단체일 것이다. 이 시대의 요청인 복지 사업을 교회와 수도 단체들이 맡아서 하듯이 말이다. 가장 보잘것없는 자들을 돌보는 복지 사업도 교회가 해야 할 일이지만 무너져 가는 가정을 도와 바로 세우고 튼튼히 하는 것 역시 교회가, 교회만이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세상을 위한 교회’로서 세상 사람들의 그리고 교우들의 목마름을 보고도 응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만에 하나라도 응답하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바로 직무 유기가 아니겠는가?! 

 

 

2. 가정 사목에 대한 교회의 분명한 의지 표명 

 

최근 몇 십년 동안 나온 문헌들을 보면 천주교회는 가정의 중요성에 대하여 절감하고 있고, 교회의 모든 백성들과 선의의 모든 이들이 가정을 위해 일해 줄 것을, 특히 주교와 사제, 전문가들 그리고 각 가정과 매스컴 종사자들이 가정 사목을 위하여 노력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 헌장’을 통하여 “개인의 구원과, 일반 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 구원은 부부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에 직결되어 있다.”(47항)고 밝히면서 혼인과 가정의 행복을 도모하는 것은 만민의, 특히 그리스도 신자들과 사제들의 의무라고 강조한다(52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도적 권고「가정 공동체」를 통하여 말씀하신다. “교회는 사회와 교회의 안녕이 바로 건전한 가정과 밀접히 직결되어 있음을 의식하기 때문에, 결혼과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할 사명을 절감하고 있다”(3항). “그러므로 가정을 보조하기 위한 교회의 사목적 개입은 긴급한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한다. 가정을 위한 사목적 배려를 강화하고 개발하는 데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미래의 복음화는 대체로 가정 교회에 달려 있다는 확신하에, 가정은 최우선 순위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65항). 

 

「가정 공동체」는 교회가 가정 사목을 “교회의 건설에, 하느님 나라를 역사 안에 설립하는 데에 봉사하는 것”(71항)으로,따라서 “일반 사목 활동의 한 가지 특수한 형태”로 보아 “조직과 일꾼을 겸비”하여 펴 나가야 한다고 권고하면서(69항), 가정 사목을 펴 나가야 할 사목 구조로 보편 교회(세계 교회)뿐 아니라 교구와 본당 그리고 가정 자체와 가정 사목을 하는 각종의 가정 협의체를 들고 있다(70-72항). 특히 교구와 본당들이야말로 “가정 사목을 실천하는 데에 있어서 좀더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행동 주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지역 교회, 더욱 구체적으로는 모든 본당 공동체는 가정 사목을 촉진하기 위해서 주님에게서 받은 자신의 은혜와 책임을 더욱 생생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제70항). 가정 사목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인식 차원에서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교구와 본당 안에 사목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므로「가정 공동체」는 가정 사목을 담당할 교구 내의 그리고 본당 내의 조직 설립, 특별 종사자들을 위한 연구소 설치와 그들의 충분한 교육과 훈련 등이 수반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70항 참조). 

 

「가정 공동체」는 “교구 내에서 가정 사목에 대한 책임을 주로 지는 이는 주교”라고 말하면서, 주교는 가정 사목을 위하여 “개인적 관심, 배려. 시간 외에 인력과 재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73항). 교황님은 주교님들이 교황청에 ‘교황청가정위원회’를 설치한 의도를 생각하여, 이는 교황님이 “가정 사목을 중요시한다는 징표로, 동시에 가정 사목을 모든 차원에서 돕고 촉진하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73항). 사제들은 “결혼과 가정에 대한 교회 직무의 본질적 부분을 담당하는” 자이기에 가정 사목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하며, “그들의 책임은 도덕적 문제와 전례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도 연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73항). 

 

「가정 공동체」는 이처럼 가정 사목에 대한 교회의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이를 위하여 교구와 본당에 사목 조직을 갖출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모든 이들이, 특히 이 분야에 책임 있는 사람들과 전문인들 그리고 선의의 사람들이 이 중요한 사업에 참여할 것을 간곡히 권고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사목 회의 의안 “가정 사목”도 가정 사목을 위한 사목 조직의 필요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가정 사목은 교회의 일반 사목 활동 중의 하나의 특수한 활동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증표로 보아서 혼인과 가정을 위한 사목 활동에 우선 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모든 교구와 본당 공동체는 가정 사목을 촉진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3항). 이 의안은 고해성사와 관계없이 상담을 요구하는 신자들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교구별로 상담 요원을 양성하고 상담소를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

 

 

3. 가정 사목을 위한 교구와 본당 사목 조직의 실질적인 필요성 

 

가정 사목 내에 있는 분야들과 내용들은 참으로 방대하다. 가정 사목 내에서도 크게 혼인 사목, 가정 사목, 노인 사목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가정 사목 하나만 보더라도 부부대화 및 사랑, 부모자녀 관계, 고부 갈등, 가정 신앙 생활, 가정 폭력, 알코올 중독, 도박, 이혼 문제 등 여러 측면들이 있다. 현재 각 교구에는 젊은이들과 부부들을 위해서 실시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순결 교육, 선택, 행복한 가정 운동, 자연적 가족 계획, 인간 생명 수호 운동, 가나 혼인 강좌,매리지 엔카운터, 알코올 중독자 모임, 상습 도박 퇴치 운동, 가정 상담실, 나눔의 전화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이 대개 교구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본당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가정 사목 과제들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노인 대학, 부모 역할 훈련(PET), 순결 교육, 행복한 가정 운동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가나 혼인 강좌와 같은 교육을 시청이나 구청의 협조를 얻어 교구가 사회의 모든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시키는 봉사를 한다든지 교구가 모든 이들을 위한 가정 상담실을 운영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또 양로원이나 장애인의 집, 출감자의 집, 청소년 선도의 집, 미혼모의 집 등을 한 본당 구역 내에 하나씩 만들어 운영하기 운동을 벌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런 일들은 모든 가정들을 위한 교회의 봉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가 사회와 접근하기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이고 대사회적으로 가톨릭 교회의 존재 의미 내지는 이미지 개선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가정 사목에는 여러 분야들이 있고, 또 각 분야별로 여러 측면들이 있다.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교구와 본당이 자기 위치에 맞게 필요한 제도적 사목 구조를 갖추고 활동을 하여야 한다. 가정 사목을 위하여 교구 구조, 본당 구조를 갖추어야 하는 이유는 가정 사목 활동의 성격상, 규모상 그리고 전문화를 위한 실질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는 1993년 12월 7일 제18 회 정기총회에서 이 다양한 가정 사목 분야들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각 교구에 가정 사목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런 모든 방법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더 많은 부부와 가정에 파고들게 하기 위해서는 각 교구에 가정 사목국이나 가정 사목부를 설치하여 이런 다양한 가정 사목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인천교구장 나길모 주교도 「가정 공동체」의 정신과 권유를 따라 주장하였다.16) 또한 대구대교구는 벌써 몇 년 전부터 교구에 ‘가정 사목부’ 를 운영하고 있다. 수원교구는 1994년 1월 11일 교구 사제 평의회에서 사목적으로 볼 때 중요한 교회의 가정 사목을 담당하기 위하여 그리고 1994년 ‘세계 가정의 해’를 계기로 하여 각 본당에 가정 분과 위원회를 두기로 하였고, 대구대교구는 평협에 ‘가정 분과’ 신설을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고 한다. 

 

 

맺음말 

 

가정의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의 문제요 우리 교회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모든 가정과 사회, 국가와 교회가 가정을 위하여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세상을 위한 교회’로서 교회는 가정에 봉사해야 하고 교회 복음화의 토대가 바로 가정이기에 모든 교구와 모든 본당이 속히 가정 사목을 위한 조직을 만들어서 가정 사목이 조직적이며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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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1994년 ‘세계 가정의 해’를 맞아 낸 사목 교서 참조. 

2) 대구대교구에는 가정 사목부가 있다. 

3) 물론 그런 조직이 없이도 교구장이나 본당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가정을 위하여 일해 오신 것은 사실이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가정 사목을 펼치지는 못했다. 

4)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 4항. 

5) 1986년 한국 주교단 사목 교서,”성체와 가정”,8항. 

6)「가정 공동체」1항. 

7) 1986년 사목 교서, “성체와 가정”, 2항. 

8) 위의 교서, 2항 참조. 

9) 위의 교서. 

10) 결혼을 안하는 것이 문제라기보다 결혼을 안하면서 일으킬 사회적, 반가정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11)「가정 공동체」52항. 

12)「가정 공동체」53항. 

13) 요한 바오로 2세의 사회 회칙「백주년」39항. 

14) 1994년 한국 천주교 주교단 사목 교서 참조. 

15) 1994년 주교단 사목 교서. 

16)「사목」181호(1994. 2),4-5면.

 

[사목, 1994년 8월호, 최덕기(수원교구 사목국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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