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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11: 십자가 성 요한의 작품 - 사랑의 산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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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22 ㅣ No.685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11) 십자가 성 요한의 작품 ④ 사랑의 산 불꽃


하느님과 사랑으로 하나된 영혼의 행복 노래



영적 여정의 최고봉에 대해 소개한 작품

십자가의 성 요한이 쓴 네 편의 주요 작품들은 인간이 걷는 영적 여정의 다양한 측면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사랑의 산 불꽃」은 다른 작품과 달리 인간이 영적 여정을 다 걷고 난 후 도달하게 되는 지복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묘사합니다. 성인이 말하는 영적 여정의 목적은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사랑의 합일’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하느님과 사랑으로 하나 된 상태에서 인간은 어떤 행복을 누리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인의 다른 여느 작품들도 그렇지만 특히 이 작품은 그런 지복의 상태에 대한 체험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결코 쓰일 수 없는 책입니다. 한 마디로, 성인은 이 영적 여정의 최고봉을 체험하는 가운데 이 상태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부분들에 대해 깊이 이해했으며 이를 철학적, 신학적 식견을 바탕으로 「사랑의 산 불꽃」이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신비가로서의 십자가의 성 요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집필 배경과 두 가지 판본

「사랑의 산 불꽃」은 십자가의 성 요한이 스페인 남부의 그라나다 수도원 원장으로 있던 시절에 쓰였습니다. 성인은 해설서를 쓰기 전 1582년에서 1584년 사이에 이 작품의 모태가 되는 「사랑의 산 불꽃」이란 시(詩)를 먼저 썼습니다. 이어서 1585년부터 1586년 사이에 보름을 할애해서 이 시에 대한 영성적, 신학적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오는 「사랑의 산 불꽃」이란 영성 서적입니다. 이 작품 역시 「영혼의 노래」처럼 두 가지 버전을 갖고 있습니다. 성인이 그라나다에서 처음 작성한 원고를 「사랑의 산 불꽃 A」라고 부르며, 1591년 모함을 받아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다음 남부의 라페뉴엘라라는 작은 마을에서 멕시코 선교를 준비하며 손질한 작품을 「사랑의 산 불꽃 B」라고 합니다.

성인이 이 작품을 쓰게 된 데에는 성인을 영적 스승으로 따르던 ‘페냘로사의 안나’라는 신심 깊은 여인의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1582년 성인이 그라나다 수도원 원장으로 있을 당시 성녀 데레사가 성인에게 베아스 가르멜 수녀들을 도와 그라나다에 가르멜 수녀원을 창립하도록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창립을 위해 경제적인 도움을 약속했던 은인들이 도움을 취소하고 수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둔 집의 주인마저 자기 집이 수녀원으로 사용될 것을 알고 수녀들을 문전박대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곤란에 처한 그 수녀들을 자기 집에 맞아들여 창립 전까지 약 6개월간 정성껏 보살핀 사람이 바로 페냘로사의 안나 부인입니다. 이 부인은 성인에게 영적 지도를 받아왔던 분으로, 일설에 따르면 베아스 가르멜의 원장인 예수의 안나 수녀의 요청으로 「영혼의 노래」가 집필된 것을 알고 거룩한 질투심에 자신을 위해서도 그에 버금가는 영성 서적을 써 달라고 성인에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사랑의 산 불꽃」입니다. 실제로 성인은 이 작품 서언에서 안나 부인의 요청에 의해 이 작품을 쓰게 됐다고 분명히 밝히며 그 부인에게 작품을 헌정(獻呈)했습니다.


신적 사랑으로 변모된 영혼의 과거, 현재, 미래

「사랑의 산 불꽃」은 시를 구성하는 네 개 연에 대한 해설로, 이에 따라 네 부분으로 나뉩니다.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내용은 하느님과 사랑의 합일을 이룸으로써 영적으로 변모된 상태에 있는 영혼에 대한 소개입니다. 성인은 영적 여정의 최고봉에 이른 현 시점을 바탕으로 과거에 걸어온 여정과 미래에 누릴 지복에 대해 각 연을 통해 설명했습니다. 우선 성인은 1연에서 이미 현세에서 하느님과의 사랑의 일치를 누리고 있는 상태(1연 1-17)를 기본 시점으로 거기에 이르기 전까지 영혼이 거쳐야 했던 정화의 단계(1연 17-26)에 대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내세에서 누리게 될 영원한 지복직관에 대해(1연 29-35) 설명했습니다. 반면, 2연에 대한 해설을 통해서는 현재 누리고 있는 삼위일체 하느님과의 깊은 사랑의 일치(성령의 지짐, 사랑의 불로 관통됨, 성자의 어루만지심 등, 2연 2-20)에 대해, 미래에 누리게 될 영원한 삶에 대해(2연 21-22), 그리고 자신이 지나온 어두운 밤에 대해(2연 23-26) 설명했습니다.

한편, 시의 3연을 통해 성인은 영적 여정의 최고봉에 있는 영혼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룩한 움직임(3연 2-17)에 대해 다루며 구체적으로 이 상태에서 영혼이 누리는 거룩한 등불, 넘쳐 흐르는 샘, 광채, 그늘 등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반면 3연 10-11에서는 미래에 영혼이 충만히 누리게 될 영광스러운 삶과 사랑의 불꽃에 대해 설명했으며 3연 24-76에서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영적 약혼과 영적 결혼 간의 차이, 영혼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세 부류의 장님(잘못된 영적 지도자, 악마, 영혼 자신), 성령의 도유 등에 대해 다뤘습니다. 마지막으로 4연에서 성인은 영혼이 이 영적 최고봉의 상태에서 누리는 두 가지 효과에 대해 다뤘습니다. 그 두 가지란 하느님의 깨어나심과 하느님의 숨결로 성인은 각각 4연 4-6과 4연 11-17에서 두 주제를 심도 있게 소개했습니다.

한 마디로, 성인은 이 작품을 통해 그리스도 신자가 영적 여정의 마지막에 누리게 될 지복(至福)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이 원대한 목표를 바라보며 용기백배해서 걷도록 초대하고 격려했습니다.

[평화신문, 2015년 6월 21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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