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ㅣ 봉헌생활
유럽 수도원 기행: 영국 요크의 암플포쓰 수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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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도원 기행] 영국 요크의 암플포쓰 수도원
영국 영어의 악센트(미국식으로는 액센트인가?)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요크York 역에 내려서도 계속 되었다. 역에 내려 아무리 찾아봐도 수도원으로 가는 버스가 없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도, 버스 기사들에게 물어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도원으로 가는 버스는 역 앞이 아니고 요크 시내의 박물관 앞에 잠시 정차하고, 운행횟수도 많지 않은 노선이었다. 하지만 내 영어 발음도 이 혼돈에 한몫했음을 나중에 깨달았다. 내가 방문하려는 수도원의 마크 버틀린 신부가 예전에 왜관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 수도원 소식지에 미국식으로 ‘앰플포스 수도원’이라고 표기한 것 같다. 그런데 영국식 발음은 ‘암플포쓰’(Am-ple-for-th)인데, 한국 사람들에게 취약한 p와 f, l과 r, 마지막 th 발음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더구나 밋밋하게 발음을 해서는 안 되고, ‘암’(Am)에 힘을 주고 발음을 해야 겨우 비슷하게 들리는 모양이었다. 겨우 차를 탔는데, 차는 요크 시내를 벗어나서 40분이 넘게 시골길을 달리더니 수도원에 도착했다. 수도원은 언덕 위에 고풍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데, 앞쪽으로 잔디밭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있다. 벨을 눌러도 응답이 없어 잠시 기다리니, 저녁기도를 마치고 수도자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님담당 신부가 나와 나를 본관과 떨어진 손님의 집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보통 방학 때 다른 수도원을 방문해 보면 손님집이 아니라 수도자들과 같이 생활하도록 해준다. 그래서 잠시 복잡한 생각들이 들었다. 열쇠도 주지 않았다. 어느 수도원엘 가도 공동 열쇠를 주면서 아무 곳이나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데 열쇠를 주지 않는 것이 좀 이상했다. 그런데 그런 의문은 곧 풀렸다. 손님의 집이나 수도원 본관에 들어갈 때,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번호판에 비밀번호를 누르면 문이 열리도록 되어 있었다. 비밀번호 두 개만 알고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수도자들의 방도 여러 건물에 흩어져 있었다. 놀랍게도 바로 내 옆방이 아빠스의 방이었다. 주로 손님들이 이용하는 건물에 아빠스의 방이 있었다.
수도원 안에는 유명한 기숙학교boarding school가 있다. 학생들은 600명 정도 되는데, 가톨릭의 ‘이튼 스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기숙사들은 영국 성인들의 이름을 딴 열 개의 집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기숙사마다 ‘하우스 마스터’House master라는 책임자가 있고, 학교 책임자인 ‘헤드 마스터’Head master가 있다. 헤드 마스터는 신부이며, 하우스 마스터는 평신도들과 신부들이 함께 맡고 있다. 학교 이름이 ‘암플포쓰 컬리지’Ampleforth College라고 해서 처음에는 대학인 줄 알았다. 그런데 13-18세의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언덕 하나를 넘으면 오래된 질링 성Gilling castle 인근에 3-13세의 아이들이 다니는 다른 학교St Martin’s Ampleforth가 또 있다. 학교 건물들은 모두 오래된 석조 건물이다. 해리포터를 쓴 작가 조앤 롤링은 작은 아버지가 이곳의 수도자였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나는 두 달 동안 올리베따노 연합회 수도원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영국 연합회 수도원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영국 특유의 날씨탓에 수도원의 분위기도 좀 무겁겠지 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모두들 아주 친절하였고 내가 공동체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매일 오후 4시에 휴게실에서 가지는 티타임에 나를 초대해 주었다. 목수일을 하는 에드가 신부는 수영장에 함께 가자고 늘 아침마다 손님집 앞에 차를 대고 나를 기다렸다. 수도자들 중 유일한 아시아인인 말레이시아 출신의 콜룸바 수사와는 함께 농장일도 하고 휴일에 산보도 같이 가면서 지냈다. 이 수도원을 생각하면 잘 깎인 잔디밭이 수도원 앞에 푸르게 펼쳐진 모습이 떠오른다. 대략 2,000에이커acre라고 하는데, 240만 평이 넘는 모양이다.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사용하는 잔디밭을 수도 없이 지나쳐도 여전히 수도원 경계 안이었다. 성당 안에서는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수도자들의 합창이 어우러져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장엄한 전례를 연출한다. 영국은 베네딕도 성인의 전기를 쓰신 그레고리오 대교황이 596년에 아우구스티노와 동료 수도자들을 파견하면서 복음화가 시작되었고 수도생활도 시작되었다. 이들의 후예들이 여전히 이곳에서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다. 비에 젖은 새파란 잔디처럼 늘 푸름을 잃지 않는 수도생활을 지켜 나가기를 기도한다.
☞ 참고할 만한 누리집 http://www.ampleforth.org.uk 암플포쓰 수도원과 학교 소개(영국) http://www.benedictines.org.uk 베네딕도회 영국 연합회 http://blasio.tistory.com 이 글에 다 싣지 못한 내용과 사진들을 실을 예정
[분도, 2010년 봄호, 글 · 사진 박현동 블라시오 신부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0 2,015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