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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동아시아 교회 복음화, 토착화 진단 국제학술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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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1-28 ㅣ No.226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설립 2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동아시아 교회 복음화 · 토착화 진단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심상태 몬시뇰)가 1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동아시아 교회의 복음화와 토착화 현실 그리고 미래 전망’을 주제로 제36차 학술회의를 열고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학자들을 초청해 동아시아 교회의 복음화, 토착화 현실을 진단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중국 교회 학자로는 상하이신학대학교 교수 팡푸커 신부, 일본 교회 학자로는 난잔대학 종교문화연구소 데라오 가즈요시, 한국 교회 학자로는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곽승룡 신부가 초청됐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새천년복음화사도직협의회 박노훈 회장이 참석, 축사를 전해 자리를 빛냈다. 또 초대 이사장이자 현 상임고문인 정의채 몬시뇰이 기조강연을 맡아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에 대한 회고와 전망을 전했다. 정 몬시뇰은 강연에서 “그리스도교 사상은 이제 동양문화 특히 동아시아 문화와 만나 또 다른 형태의 구원 작업을 해야 할 사명 수행 시기에 도달했다”면서 “오늘의 이 만남은 더 큰 교회의 또 다른 문화 토착화의 시발점”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논평자로는 오규열 교수(서울디지털대학 중국학부), 김병수 신부(외방선교회·중국상하이신학교 교수), 유희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구정모 신부(예수회), 배형진 신부(말씀의 선교 수도회), 김혜경 박사(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가 참석했다. 특히 곽승룡 신부의 논평을 맡은 김혜경 박사는 ▲ 세속주의와 문화적 도덕적 상대주의 ▲ 세계화와 전통의 현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교회의 복음화 과정에 대한 연구 및 전례 토착화에 대한 성찰과 분석의 필요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심상태 몬시뇰은 개회사에서 “이번 국제학술회의 개최를 통해 연구소 설립 20주년을 기쁨과 감사로써 기념하려고 한다”면서 “이 학술회의가 중국 일본 한국 세 동아시아 교회의 발전과 상호이해, 협력에 기여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는 1991년 15인의 성직자와 평신도에 의해 창설된 이래 한국교회의 토착화와 내실화 작업을 꾸준히 수행해오고 있다. 이번 학술회의 주제 발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중국 천주교회의 복음화 배경, 현황 및 전망 - 팡푸커 신부(중국 상하이신학교 교수)

 

중국교회는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앙의 자유가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도 복음화를 위한 노력을 멈춘 적이 없다. 중국교회 내에서 복음은 ‘유격전’ 양상으로 전파됐다. 역사적인 이유로 인해 현재 중국 성직자들은 평균 연령이 45세를 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젊은 편이고 교회가 굉장히 넓게 분포돼 있기에 신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때문에 많은 교구나 본당이 젊은 신자들을 교회의 간부로 양성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복음화 전문 평신도 선교사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교회는 지역에 따라 신앙생활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어떤 지역은 가두 선교를 할 정도로 개방돼 있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대축일에 한두 번 성체 거동이나 성모상 순례행렬이 용납되는 정도다. 남방의 큰 도시에서는 이런 복음화 활동이 금지돼 있어 모든 활동이 성당 내로 국한돼 있기도 하다.

 

중국교회 내에서는 현재 전국을 이끌어 갈 중추 기구가 없어 각 교구의 유용한 자원을 모아 복음화 사업을 추진하거나, 교구 간 교류·협력을 이룰 형편이 안 된다. 또 중국의 종교정책에는 여러 제약이 많아 중국 교회가 발전을 위한 대규모 복음화 대회를 조직하고 실행하기 어렵다. 정부의 허락을 받아 교육 의료 자선사업 등의 대 사회활동을 위한 기구를 만들거나 대중매체를 통한 복음화는 더욱 어려울 실정이다.

 

그러나 중국과 바티칸 교황청의 관계가 개선되면 중국교회의 복음화 사업은 유례없는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일본에 있어서의 토착화 - 데라오 가즈요시(일본 난잔대학 종교문화연구소)

 

일본은 16세기 중반 프란치스코 사베리오를 통해 천주교를 처음 접했다. 1613년 당시 총 인구 1200만 명 중 성직자가 160명, 신자가 65만 명에 달했을 정도로 교회는 상당한 발전을 했었다. 그러나 에도 막부는 기리시탄(그리스도인을 부르는 일본식 표현)을 엄금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면서 국수주의가 좌절된 후의 정신적 공백상태를 메우기 위해, 많은 이들이 교회로 몰렸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6·25 전쟁이 터지면서 일본 경제는 급속도로 발전했고, 사람들의 관심이 물질적인 것에 쏠리면서 세례자 수는 1953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단적으로 말해, 일본에서 그리스도교는 앞으로도 크게 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자가 전 인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유가 있다. 기리시탄 시대나 메이지 초기, 제2차 세계대전 이후를 되돌아보면 외부 충격으로 정체성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일본인들은 일신교에 매료되곤 하지만, 신자라고 하더라도 의식적 차원에서 일본의 심층적 문화적 토대로부터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토착화를 전개해나가기 위해서는 비언어적 혹은 전(前) 언어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전 독해에 있어 교회의 지식이나 지혜가 공헌할 수 있다면 이 시스템은 세련된 토착화로 연결될 수 있다. 인류 보편의 고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성서의 가치관을 통해 일본의 고전을 해석해나가는 것, 성서가 일본인의 고전으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판 성서에는 가타카나가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외국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일본 문화에 비본질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문어체로 된 성서를 도입해 위화감을 줄이고 전통을 느끼게 해 줘야 한다. 이러한 문학적 전통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제창한 쇄신이 조화되도록 하는 것이 선교학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복음화와 토착화 현실, 그리고 미래전망 -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한국교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교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 왔지만 이를 통해 진정한 복음화의 가치를 실현한 것인지는 의문시된다. 준비된 복음화 원칙과 비전·전망 없이 사목현장에서의 단기적 응급처치로만 교회의 외형적 급성장에 대처한다면, 교회는 복음화의 근본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교계 중심의 교세성장론(타인의 복음화)과 신학자 중심의 복음화 본질론(자기 복음화)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 자기 복음화를 위한 교회 인식과 쇄신을 위해서는 형제자매적 가정공동체를 이루고, 교회의 자율성과 동반사목, 개인 스스로 주체가 되는 자기 복음화 운동을 펼쳐야 한다. 타인의 복음화는 친교의 핵심인 공동 분유와 참여, 소공동체 복음화, 타인 복음화 운동 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한국교회는 자치 교회로 성장했지만, 신학과 문화적인 면에서는 아직 서구교회의 아류 또는 모방 교회, 번역 신학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유럽 수준의 신학 영성 사목의 전문아카데미, 즉 3~4개의 한국가톨릭신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제안한다. 3천년기를 걸어가는 한국교회가 바라보고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신학자, 사목자, 영성가 양성을 통해 한국과 동아시아교회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등 여러 연구소 간 협력과, 이에 대한 깊은 재정적 협력이 필요하다. 신앙과 신학의 토착화 과제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부여된 과제이므로 이것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 성숙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톨릭신문, 2011년 11월 27일, 임양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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