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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한국 교회는 어떻게 통일을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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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9 ㅣ No.445

[경향 돋보기] 한국 교회는 어떻게 통일을 준비해야 할까?

 

 

통일을 준비하는 교회의 자세

 

1972년 7월 4일 남북한은 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과 관련하여 7 · 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한다. 이 성명은 사실상 통일에 대해 모든 것을 말했다. 남북한의 정치 지도자들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 통일원칙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이 성명은 남북 양측 정부의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 이용되었고, 이후에도 많은 성명과 합의서가 있었지만 진정어린 마음이 들어있지 않은 통일선언은 모두 성공하지 못하였다.

 

6 · 15 성명(2000년)을 기반으로 한 지난 십년간의 통일준비도 남북의 정치상황이 변해가는 오늘의 시점에서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렇게 계속되는 통일준비에 대한 실패는 통일된 국가와 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가치관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유, 평화, 공동체 의식 등이 충분하게 교육되고, 그 바탕 안에서 통일을 준비하지 않으면 ‘통일’이라는 민족사적 사건은 또 다른 재난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교회는 정치적 논리로 시작하는 통일준비가 아니라 복음화에 입각한 통일준비를 해야 한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라고 인사하셨다.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써 모든 평화를 이룩하신 주님의 사랑을 우리 민족에게 전해야 하는 사명에 충실할 때 민족의 분단으로 나타난 모든 악을 이길 수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통일을 대비하는 교회의 역할은 민족 복음화에 충실한 교회이다.

 

교회는 늘 평화운동에 앞장서야 하고, 자유와 인간의 소중함을 전해야 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인간 공동체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야기해야 한다. 교회의 복음 중에서 평화와 인권의 아름다운 말씀이 우리 민족에게 올바로 전해진다면 민족의 통일은 평화로운 가운데 이루어질 것이다. 통일을 준비하는 교회의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짧은 지면상 북한 복음화에 대한 교회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

 

통일은 어느 시점에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임을 인식하여 각 단계에 맞는 북한 복음화 계획이 필요하다. 정치, 경제적 목적과는 구별되는 북한 복음화의 장기 비전과 임무를 설정하고, 이에 맞게 기도와 계몽활동, 대북 지원과 새터민 지원, 난민 지원 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단 계                            주 요 내 용

분단대립    기도와 평화운동

화해협력    기도와 평화운동, 새터민 지원, 인도적 지원, 난민 지원

남북연합    기도와 사회개발 지원

통일국가    공식적인 선교활동

 

첫째, 분단과 대립의 단계에서는 기도와 평화운동을 전개함으로써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남쪽 사회의 평화 의지를 강화하는 데 교회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노력이 우리 사회는 부족했다고 본다. 용서와 평화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없이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통일에 대한 논의가 다시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화해와 협력의 단계에서는 만남과 접촉 그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므로 대규모 행사보다는 소규모, 비공식 접촉에 무게를 두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신뢰 조성이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하고 외부세계에 대한 경계와 적대심을 없애고, 믿음과 확신을 줄 수 있도록 실천 가능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곧 북한 당국자들과 주민들이 교회를 참평화를 간직한 존재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어려운 형편의 주민들을 도와야 하고, 조건이 없어야 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셋째, 남북연합의 단계에서는 친교와 나눔이 중요한 복음화 방법이 되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북한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일상적인 접촉이 가능하도록 접촉의 규모와 빈도를 확대하며, 본격적인 선교 토대를 놓아야 하고, 북한 사회의 재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많은 전문가들과 선교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넷째, 통일국가의 단계는 직접적으로 선교활동을 개시하는 시점으로, 대규모 선교 인원 파송과 성전 건립 등이 필요하다. 많은 재원이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북한 교회 재건이 어렵다.

 

 

사회주의 국가의 종교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한 복음화 계획

 

무종교, 무신앙 경향이 강한 공산권 주민들에 특화된 복음화 계획과 사례 축적이 필요하다. 형식적, 법적 측면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종교에 적대적인 정책과 교육의 영향을 입은 사회주의권 주민들에 대한 선교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기법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북한은 정치지도자가 주체사상이라는 이론적 기반을 가지고, 종교적 색채까지 가진 국가인 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북한의 가톨릭교회를 표방하는 조선카톨릭교협회와 지난 십 년 동안 교류한 내용을 통해서 볼 때, 북한의 종교는 철저하게 조선 노동당의 통제를 받으며 대남 선전기구로 활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철저하게 사회주의화되어 있는 교회이다. 또한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늘 반(反)종교 교육이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권 주민들의 체제 변환 이후 종교에 대한 태도변화를 연구하여 향후 북한 주민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종교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복음화 방법이 연구되어야 한다.

 

 

가난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지원 강화

 

인도적 지원은 어려움에 놓인 북한 동포들을 돕는 형제애적 차원을 넘어서 향후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북한 복음화의 토대를 놓을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며,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 지원 곧 북한에 재난과 기아가 발생해야 지원을 하는 반응적 형태의 지원에서 탈피하여 북한 주민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일 때 그 방법을 제공하는 중장기적, 개발 협력으로 무게를 이동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교회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의료사업과 영유아사업 그리고 교육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이 성과를 거둘 수 있으려면 자율성과 자생력을 유지해야 한다.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대북협력이라는 특성 때문에 남북한 정치권력과 일정한 수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정치권력에 의해 소외받는 계층을 보호할 수 있고, 남북간 정치 · 군사적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

 

 

우리의 이웃이 된 새터민 지원

 

새터민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향후 북한 주민들에 대한 교회의 인식과 북한 복음화의 성과를 미리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된다. 그들이 교회의 아주 반가운 이웃이 될 수 있을 때 평화가 이땅에 정착되는 것이다. 교구별로 새터민들 선교와 지원에 대한 기구를 설치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별히 북한의 급변 사태로 북한 난민이 발생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새터민 지원 기구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지속적인 기도와 평화운동

 

지속적인 기도와 평화운동의 전개는 통일된 국가를 위한 초석이다. 교회 내의 다양한 활동 중 북한 복음화에 대한 신자들과 사제들의 선교의지와 지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더욱 적극적인 기도와 계몽운동이 필요한데, 특히 대북선교를 위한 예산, 조직, 인력 양성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 복음화 인적 자원의 양성

 

수동적 입장에 머물고 있는 평신도들이 대북선교는 물론 교회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와 분위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제들의 북한 복음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먼저 신학교 교육에서 북한문제와 통일에 대한 정기 강좌가 설치되도록 해야 하고, 또한 사제들에게 북한의 실정을 파악하고 북한 복음화의 열의를 강화시켜 줄 연수와 토론의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

 

수도자들은 그 소임에서 기도와 봉사를 통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북한 복음화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수도자들이 준비되어야 한다. 북한 사회의 초기 선교는 직접적인 선교보다는 개발지원의 형태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사회 각 분야의 평신도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북한선교를 위한 평신도 선교사 그룹을 형성하고 정기적인 교류와 세미나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준비

 

남북교류가 활발해진 지 십 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우리는 북한 사회를 면면이 살펴볼 수 있었다. 북한 사회는 국가의 재원이 빈약하고 통제와 감시가 일상화되었으며, 정치적·종교적 자유가 없는 위기의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핵무기를 개발할 정도로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였으면서도 실상은 불안한 사회 · 정치적 구조를 가진 나라가 북한이다.

 

따라서 북한 사회의 변화 양상 중 가장 심각한 가능성을 가진 것이 북한 내부 사정에 따른 급변 사태이다. 이는 남북한 사회에 상당한 어려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를 대비하여 교회의 역할을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이땅의 평화의 사도로서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통일을 대비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은 결국 ‘민족 복음화의 길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과도 같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모든 남북문제가 냉전시대의 분위기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아직 우리에게 용서와 평화를 사랑하는 모습보다 미움과 증오가 더 쌓여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교회가 이 땅에서 평화의 사도로서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과 같다.

 

통일에 대한 준비는 결국 민족에게 그리스도의 용서와 평화를 전하는 삶이다. 교회는 남북한 사회의 약자들과 분단의 악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잊지 않고 그들을 도와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 김훈일 세례자 요한 - 청주교구 문의성당 주임신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전문위원.

 

[경향잡지, 2009년 6월호, 김훈일 세례자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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