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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북한에 대한 관심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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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9 ㅣ No.443

[경향 돋보기] 북한에 대한 관심 잊지 말자

 

 

주교회의는 1997년 10월에 열린 추계 정기총회에서 북한 선교, 민족 화해 등의 문제에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주교특위는 2005년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인 함제도 신부(76세)를 총무로 임명했다. 함 신부는 국제카리타스 대북지원사업 운영위원회 의장, 유진벨재단 이사 등으로 대북 지원 활동을 펼치며 36차례 북한을 다녀왔다(편집자 주).

 

 

주교특위 총무의 역할

 

북한의 새로운 소식을 모아 특위 주교님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북한을 방문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 새로 나오는 북한 소식, 여러 단체의 활동상황, 정부행사에 참석한 결과, 통일부의 자료, 외국 언론의 기사, 인터넷 등 할 수 있으면 있는 정보를 모두 모아 보고서를 만들어 제공한다. 주교특위 정기모임은 6개월마다 열린다.

 

현재 우리 교회 안에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카리타스 코리아, 교구, 수도회 등 몇몇 그룹에서 북한 지원 활동을 한다. 주교특위의 활동은 결국 이들 단체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조정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관심을 잊지 마라

 

주교님들께 늘 말씀드리는 것은 북한에 대한 관심을 잊지 마라는 것이다. 대화하고 도와주는 관심 말이다. 또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행사가 6월 한 달 만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활성화할 수 있는지, 교구별로 수도회별로 또 평신도들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통일을 바라면 화해하라

 

통일!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다 원한다. 그러려면 민족화해 먼저 해야 한다. 통일은 정치적인 이야기이지만 민족화해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사실 같은 말은 쓰지만 사상이 다르고 그 상태로 너무 오래 지나서 통일을 하기 어렵다. 통일을 원한다면 먼저 북녘 형제들과 화해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 적 아니고 대화할 수 있고 협조할 수 있는 이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같은 민족이고 가족이다. 그래서 북한이란 말보다 ‘우리 이웃’, ‘형제’라는 말 썼으면 좋겠다.

 

한국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함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려움 많지만 함께하면 이땅에서 평화 만들 수 있다. 희망이 있다. 민족화해 되면 통일할 수 있다. 교회는 양쪽 다 더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북 관련 활동이 어려워도

 

북한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해서 관계가 좋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은 2,300만 명 북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신호다. 물론 왜 그러는지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어떤 식으로라도 응답해야 한다.

 

먼저 매스컴을 통해 서로 욕하면 안 된다. 또한 무조건 돈을 주는 것보다 같이 운동하고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서적 지원도 필요하다. 내 소원은 제3국에서라도 의사는 의사끼리, 학자는 학자끼리, 선생은 선생끼리, 남과 북의 분야별 인적 교류와 만남이다. 그러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요즘의 화두처럼 소통이 필요하다. 궁극적인 목적은 이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한의 지금 모습은 내가 1960년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상황과 비슷하다. 옛날 풍습을 잘 지키고 있고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해 존경하는 전통이 남아있다. 사실 나는 마음속으로 북쪽 남쪽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북한에 가면 나는 북한 사람들이 쓰는 ‘일심단결’이란 말을 자주 쓴다. 한마음 한몸이란 말과 같다. 나는 그 정신으로 일한다.

 

북한에 여러 번 가다 보니 그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용어가 바뀌었다. 처음엔 함 동무하더니 다음엔 함 동지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함 선생 신부, 함 신부님하고 내 존재를 받아들이는 표현을 쓴다. 요즘 안내원들은 나를 “함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럼 난 “손자, 잘 지냈어요!” 한다. 이렇게 되는 데 8년이 걸렸다. 일심단결, 우리는 마음으로 통할 수 있다.

 

만남이 잦아지면서 그들 안에 있는 신앙의 흔적을 발견하기도 한다. 두세 시간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운전기사와 이야기할 기회가 많다. 그럼 보란 듯 묵주를 꺼내 기도를 하는데 언젠가 그만 묵주의 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내가 고칠 수 있지만 일부러 운전기사에게 부탁했다. 그런데 그 운전기사가 고쳐주면서 하는 말이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도 옛날에 이런 것 하는 것 보았는데, 그때는 뭔지 몰랐는데….” 했다. 그들은 내가 천주교 신부인지 잘 안다.

 

 

북한에 신자가 없다?

 

북한에 서른여섯 번 다녀오면서 신자를 한 명도 못 만났다. 아니 만날 수 없었다. 북한 정부에서는 신자들이 3천 명 있다고 말한다. 우리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건 욕심이다. 그렇다고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종교의 자유 없이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면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이도 많이 들었을 거고 어려운 상황이니까. 신부님이 거기 안 계시니까 접촉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파악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몇 명은 있겠지 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북한의 장충성당에서 북한 신자들에게 성체를 주지 않은 것은 안타깝지만, 담당 주교님의 권한이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없으니까. 성체는 (신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줄 수 없다. 그동안 북한 교회에서는 장례미사, 혼인성사, 교리교육, 유아영세 없었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순교자 정신으로 북한 교회를 잊으면 안 된다. 평양교구와 홍용호 주교님을 비롯한 순교 성직 · 수도자들, 평신도들, 북녘에서 살아온 형제자매들을 결코 잊으면 안 된다. 그분들은 모든 걸 바쳤다. 우리는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관심을 가져야

 

난 북한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북한에 갈 때마다 성지순례 가는 기분으로 간다. 북한은 거룩한 땅이다. 피 많이 흘렸으니까. 지금도 고통 받는 사람들 많다. 신자가 아니어도 배고픈 사람, 정신적 · 육체적으로 고통당하는 사람에게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웃 사람이 고통당하면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 무관심이 제일 무서운 것이다. 신자라면 북한의 어려운 상황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우리 교회는 부인들, 아이들, 노인들처럼 다른 해외 지원 단체에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 더 깊이 생각하고 돌보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그들에게 관심을 보여줄 수 있다. 오는 6월 21일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이다. 우리가 관심을 보여 주는 날이다. 그러나 1년에 한 번 하는 게 아니라 날마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민족화해 기도를 왜 날마다 못하는가?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해 왜 계속 이야기하지 못하는가? 민족의 화해를 위해 본당에서 미사 신청해야 한다. 고통 받는 신자 위해서 기도하듯이 고통 받는 민족 위해서, 새터민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 자녀들에게 북한을 이해시키는 교육을 해야 한다. 배고프고 가난한 북한 사람을 생각해서 밥 지을 때 쌀 한 숟가락 덜어 모아야 한다.

 

바로 우리 눈앞에 있는 새터민들에게 더 잘 해줬으면 좋겠다. 물질적으로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도와야 한다. 새터민들을 만난 적 있는가? 집에 초대했는가? 어떻게 사는지 물어본 적 있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정신적인 민박을 해야 한다. 마음 스테이, 홈스테이를 해야 한다.

 

예수님은 잃어버린 양을 찾아다니셨다. 우리는 그런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 주님이 몸소 보여주신 사랑은 어떠한 조건도 달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 왜 우리 신앙인은 못하는가? 아름답게 보면 아름답게 보인다. 서로 사랑하고 관심 갖고 또 대화해야 한다. 우리 교회의 할 일이다.

 

[경향잡지, 2009년 6월호, 구술 함제도 · 정리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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