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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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흥영성 운동의 현상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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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7 ㅣ No.207

신흥영성 운동의 현상 (7)

 

 

6. 신흥영성 운동의 식별

 

1) 식별의 필요성

 

신흥영성 운동이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측면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사회에 신흥영성 운동이 기여하고 있는 점들을 우리는 다음과 같이 나열할 수 있다.

 

- 생산성과 능률의 논리 아래 파괴되고 있는 자연계와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있다.

 

- 인간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것은 현대인이 갖고 있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쉽게 해결해 주는 체계처럼 보인다. 그리스도교에서 마땅한 답을 발견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마치 구원의 복음처럼 들릴 수 있는 것이다.

 

- 우주적인 형제애, 정의, 조화, 평화, 번영, 은혜 등을 추구하는 뉴에이지(New Age) 이념이 세계적이고, 새로운 인류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지구화 시대에 걸맞아 보인다.

 

- 인간의 가치가 인간이 지닌 존엄성보다는 그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과 기능에 따라 결정되는 현대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면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한다.

 

- 조직사회에서 생활하면서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육체적 건강과 평화를 지닐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전통문화가 지니는 긍정적 측면을 재발견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그럴듯한 이상과 대안을 전면에 내세우고 성행하고 있는 신흥영성 운동은 실제로는 현대 상업주의와 반그리스도교 세력의 합작품에 지나지 않는다. 참된 행복과 평화 그리고 인간 완성을 보장한다는 매혹적인 선전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를 떠나게 한다든가 심신이 황폐화되는 피해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앞의 원고에서 그 피해상을 예거한 바 있다. 이를 다시 체계화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물질적 피해: 신흥영성 운동은 대부분 프로그램별로 돈을 받는다. 그 값은 100만 원 단위를 넘는 경우가 많다. 또 평생회원제도를 권유하며 엄청난 돈을 요구한다. 거의가 반환이 불가하다는 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에, 나중에 정체를 알고 빠져나오려 할 때는 맨몸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깊이 빠져든 경우라면 수천만 원을 투자했다고 봐도 된다.

 

- 정신적 피해: 심신의 안정을 위해 신흥영성 운동에 입문했다가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많은 경우 가정 파탄이나 사회 부적응 현상으로 연결된다. 필자에게는 현재 전국에서 수십 명의 피해자 가족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드러내고 상담을 요청하는 숫자가 이 정도이니 드러내지 않는 경우는 얼마나 많겠는가? 

성서는 이런 현상이 ‘악령’과 관련이 있다고 간주한다. 곧 성서는 악령이 사람을 ‘비참하게’(마태 12,45) 하고 ‘광야’를 헤매게 하면서(루가 8,29) 사람을 정서적으로 피폐화시키는 ‘거짓말의 아비’요 ‘살인자’(요한 8,44)라고 폭로한다.

 

- 영적(신앙적) 피해: 이미 여러 차례 말하였듯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종국에는 하느님을 부정하고, 그리스도의 구원업적을 부인하고, 교회를 거부하고, 마침내는 교회를 떠나거나 교회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불평불만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바오로 사도는 이에 대하여 이미 다음과 같이 경고한 바 있다. “훗날에 사람들이 거짓된 영들의 말을 듣고 악마의 교설에 미혹되어 믿음을 버릴 때가 올 것이라고 성령께서 분명히 말씀하십니다”(1디모 4,1).

 

종합해 보자. 신흥영성 운동에서 말하는 ‘기’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성서는 자연적인 ‘기’ 이외의 힘이 작용할 개연성에 대해서도 곳곳에서 언급하고 있다.

 

성서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이런 피해를 ‘플러스 알파’ 부작용이라고 부를 수 있다. ‘플러스 알파’란 바로 기치료 또는 기수련의 과정에 개입되는 ‘제3의 현상’을 말한다. 곧 ‘기’를 부리거나 ‘기’를 타거나 또는 ‘기’를 가장하여 ‘기’ 행세를 하는 제3의 에너지를 말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제3의 에너지는 성서적인 용어로 ‘악령’이라고 불리는 것과 관련이 깊은 듯하다.

 

성서에는 예수님께서 악령들린 자와 대적하여 몰아냈던 사례가 숱하게 많이 나온다. 악령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재하는 존재로서, 사람 안에서 사람을 황폐화하고(마태 12,43-45), 발작을 일으키고(루가 8,29), 거짓된 기적과 표징과 놀라운 일들을 행할 수 있다(2데살 2,9)고 기록되어 있다. 여하튼 우리가 말하는 ‘플러스 알파’의 계보에는 이 악령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플러스 알파’의 개입 가능성은 기치료나 기수련을 매개해 주는 사람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듯이 보인다. 대체적으로 한국에 유포되고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상품화된 것이기에 위험한 것으로 간주해도 된다. ‘영험한 능력’이 상품 경쟁력인 이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통력을 끌어들이려 한다. 그 과정에서 ‘플러스 알파’가 개입될 개연성은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흥영성 운동 전체를 싸잡아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다. 하나하나 예민한 영의 식별은사(1고린 12,10)에 의지하여 식별해 내는 수밖에 없다. 이는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2) 식별의 어려움

 

사실 신흥영성 운동의 정체, 실상, 그리고 그 해악을 식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보이지 않는다

 

신흥영성 운동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 물리적인 시설과 신자 공동체, 교계제도, 집단적인 예배의식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신흥영성 운동의 활동이 종교-비종교의 경계, 나아가 종교-경제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곧 신흥영성 운동이 ‘구원재’(예를 들면, 영성 프로그램, 심리 프로그램, 건강 프로그램 등)를 ‘상품화’하여 정신자산을 팔고 사는 ‘소비사회’의 신소비문화를 등에 업고 종교와 경제의 경계를 침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미 거대한 규모로 성장한 문화자본의 영향과 지배력을 배경으로 신흥영성 운동은 탈현대사회의 문화적 흐름을 주도하면서 야금야금 대중 속을 파고들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한마디로 신흥영성 운동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운동(movement)’도 아니고, 사교(cult)나 이단종파(sect)로 분류할 수도 없고, 딱 부러지게 종교(religion)라고도 지칭할 수 없다. 그들은 스스로 종교 대신 영성(spirituality)이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분명히 종교이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형태로 대중을 파고들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인 것이다.

 

(2) 다면적(多面的)이다

 

신흥영성 운동은 여러 얼굴로 나타난다. 특히 뉴에이지 운동은 영적이고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것의 혼합체이며, 사회학, 신학, 철학, 순수과학을 다 포괄하는 운동이다. 또한 현대 심리학, 의학 등 전문 분야에 기초하는 잠재력 계발 운동인 동시에 스포츠이기도 하다.

 

편의상 신흥영성 운동이라 총칭하고 있으나 내세우는 이름도 다양하기 그지없다. 한국에서는 노길명 교수의 제안대로 구미의 ‘뉴에이지’ 계열, 일본의 ‘정신세계 운동’ 계열, 한국의 ‘기수련’ 계열로 구분하고 있는 정도이지만 이들이 실제로 세상에 내미는 이름들은 전혀 예측하지 못할 만큼 새로운 것들이 많다.

 

(3) 네트워크(그물망) 조직을 활용한다

 

이는 특히 뉴에이지에 해당하는 말이다. 보통 그들은 작은 집단이며 더 이상의 형태적 조직 없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은 책(특별히 점성학 책), 잡지, 신문,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와 회의, 전화 통화, 유령조직, 강연, 연수회 훈련 테이프 등 정치적 제휴를 통해 서로서로 통합되고 확산된다. 이들 작은 그룹은 서로서로의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뉴에이지’라고 선언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연락망을 가지고 있다. 뉴에이지 운동의 중요한 서적인 퍼거슨의 『뉴에이지 혁명』은, 뉴에이지 조직은 한 점을 기준으로 사방으로 연결되는 그물망 조직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도자는 없지만 강력한 어떤 조직망이 이제 미국 내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순간이다. 이 조직망이야말로 ‘물병자리 시대의 공모(Aquarian Conspiracy)’이다. 이 공모자들의 조직에는 정당, 이념, 단체, 사교회 또는 우애회 등의 전형적 형태의 조직이 없다. 소규모 모임과 느슨한 조직망이 있을 뿐이지만, 이 공모에 참여하는 방법은 수만 가지가 있다.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서로 연결되며, 궁극적으로는 더 큰 동아리와 연결된다. 이들은 강의실에서, 텔레비전에서, 인쇄물을 통해서, 영화 안에서, 미술 분야 안에서, 노래를 통해서, 과학잡지에서, 순회강연 중에, 커피타임 중에, 정부 문서상에, 모임석상에서 그리고 새로운 조직의 정책수립이나 입법과정 등에서 새로운 대안을 설명하고 있다. 변혁에 대한 사상은 건강 관련 책자나 스포츠 입문서, 다이어트, 사업 경영, 자기주장, 스트레스, 인간관계, 자기개선 등에 관한 책자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4) 장기적이며 단계적인 전략을 구사한다

 

신흥영성 운동은 점진적으로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종교적인 색채를 감춘다. 내부적으로는 반그리스도교적 목표를 설정해 놓고서도 홍보단계에서는 전혀 이 의도를 노출시키지 않는다. 이를 우리는 두 가지로 나누어 언급할 수 있다.

 

쪾기수련: 기수련 단체들은 처음에는 건강 증진이나 스트레스 해소와 같은 ‘기 체험’을 홍보전략으로 내세운다. 종교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하면서 끌어들여 점점 종교적 색채를 드러낸다. 곧 ‘기 체험’의 단계를 넘어 영적 세계와 교통하는 ‘도통(道通)’의 단계, 그리고 우주 자연과 합일하여 초월적 경지에 이르는 ‘선화(仙化)’의 단계 등을 목표로 수련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특히 단월드(단학선원)에서 추구하고 있는 홍보 전략이다.

 

뉴에이지 운동: 뉴에이지 운동가들은 자신들의 거시적인 활동 계획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 1단계: 평화, 핵 군축, 환경보존 운동, 여권 신장 운동, 노동 운동, 낙태와 동성애 옹호 운동.

- 2단계: 낙관적인 휴머니즘(인본주의), 지상낙원, 무신론적 과학주의. 

- 3단계: 건강 및 정신 운동, 심령술(이완요법, 식이요법, 마인드 컨트롤, 적극적 사고방식, 최면술, 초능력, 명상, 요가, 기(氣), 접신 등). 

- 4단계: 서적 출판과 보급(심령과학, 공상과학과 UFO 서적). 

- 5단계: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종교 등 전 분야에서 영향력 행사. 

- 6단계: ‘단일세계경제’ 체제 확립으로 ‘단일세계정부’를 탄생시킨 다음, ‘단일세계종교’라는 종교 통합의 목적 달성.

 

이처럼 개인적인 목표이든, 전체적인 목표이든 신흥영성 운동이 추구하는 바는 야금야금 제시되기 때문에 대번에 부담이나 경계심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젖어드는 것이다.

 

(5) 대중문화를 통해 침투한다

 

신흥영성 운동은 전략적으로 대중문화를 통해 암암리에 퍼져나가기를 원한다. 서적, 영화, 음악, 예술, 건강요법, 액세서리 등을 통해 오락물로 퍼지기 때문에 식별해 내기가 어렵다. 무엇이건 일단 대중문화를 통해 퍼지고 나면 그것의 해악을 식별한다고 해도 그 대처방안이 궁색해진다. 폭력이 나쁜 줄은 알지만 오락성을 빌미로 폭력물이 일단 붐을 타게 되면 어떤 법적인 조치로도 속수무책이 된다. 에로물 역시 똑같은 실정이다. 하물며 그 해악의 경계가 모호한 신흥영성 운동에 대해서는 어떠하겠는가. 바로 이 점이 신흥영성 운동을 식별하고 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대목이다.

 

이상에서 신흥영성 운동을 식별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를 짚어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그 식별 기준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사목, 2004년 10월호, 차동엽(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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