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2011-0102.....주님 공현 대축일 -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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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1-01-02 ㅣ No.966

주님의 공현 대축일

이사야 60,1-6 에페소 3,2-3.5-6 마태오 2,1-12

2011. 1. 2. (주일). 등촌3

주제 : 하느님께 바치는 선물

오늘은 공현대축일입니다. 공현이란, 특별히 그 대상을 구별하고 제한하지 않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뜻이고, 각 개인이 가진 능력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의미가 있는 낱말입니다. 특히 오늘 기억하는 공현대축일에 관한 배경이 되는 내용은 조금 전에 읽은 마태오복음입니다.

 

동방에서 왔다는 박사들은 페르시아 제국에 살던 천문학자들이었다고 하는 설화가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이 거기에 살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하늘에 나타난 별의 인도를 따라서 예루살렘을 거쳐 베들레헴에 왔는지, 2000년이 넘은 뒤에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은 아닙니다. 동방박사들이 그렇게 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오래전에는 천문학적으로 그들을 이끌었다는 별이 목성이나 토성이었다느니 혹은 혜성이었다느니 하는 설명이 있었습니다만, 우리가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오늘 공현대축일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하늘에 나타난 놀라운 표징을 보고 자기들 삶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 상징에 따라 움직였지만, 우리는 동방박사들보다 나중에 살고 있고, 그렇게 세상에 나타나신 분이 하느님이시며, 우리 삶에 빛을 주신 분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로서, 그 하느님을 어떠한 자세로 대할 것인지 마음을 바로 잡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바쳤다고 합니다. 그 선물이 의미하는 것은 임금이나 하느님을 의미하고 죽음을 예비한 것이라고 하는 설명을 알아듣는 것만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은 아닙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그러한 선물을 하느님께 봉헌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물을 들고, 어떤 자세로 하느님 앞에 다가서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의 신명기 16장에는 하느님 앞에 다가서는 사람(=남자)은 빈손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모세는 하느님의 명령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의 명령을 어떻게 알아듣느냐에 따라 행동하는 모양이 다를 것입니다. 신명기의 기록에는 돈이라는 표현대신,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복에 따라 제 능력껏 주님께 바쳐야 한다는 명령이 따라붙어 있습니다만,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복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도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세상에서 갖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사람들에게 선물을 바치라고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하느님은 그럴 일 없이 가만히 계시는데, 교회라는 공동체가 욕심이 많아서 봉헌물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함부로 말할 것은 아니지만, 올바른 판단은 필요한 법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헤로데는 유대인의 임금이 태어났다는 소리에 매우 놀란 사람이었습니다. 그 유대인들이 살던 곳은 자기가 로마황제의 허가를 얻어 다스리던 곳이었고, 그 땅도 아주 작고 좁은 곳이었는데, 유대인의 임금이 태어났다는 소리에 로마황제가 놀란 것이 아니라 헤로데가 놀랐다는 것입니다.

 

어찌됐든 새로운 임금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놀란 헤로데가 저지른 행동은 오늘 복음에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그는 그 아기에 관해서 알게 되면 자기도 경배하러 가겠노라고 말은 했으면서도, 동방에서 온 박사들과 함께 움직이지는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이 헤로데는 하느님이 두려운 것은 알았지만 하느님을 그렇게 아는 것으로 끝이었고, 세상에서 자기가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다시 돌려받아서 쓸 생각을 하는 대신, 자기가 갖고 있다고 했던 것을 보존하는데 더 큰 관심을 둔 사람이었습니다.

 

공현이라는 축일에 하느님께서 당신께 다가오는 사람들의 선물을 요구하신다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과 헤로데 임금은 그 명령을 서로 다르게 이해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렇게 다른 행동에 그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아보는 것도 우리 신앙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공현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초대입니다. 새로운 빛을 비추어줄 터이니, 너는 그 빛을 받아들이겠느냐고 묻는 것과도 같은 사건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 초대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2011년을 시작한지도 벌써 꼬박 하루를 지내고 두 번째 날을 맞이했고, 벌써 몇 시간이 흘렀습니다. 무심코 보내면 속절없이[=어찌할 도리가 없다] 흘러가는 것이 시간이라고는 합니다만, 우리를 찾아왔다가 뒤로 사라지는 시간을 통해서도 삶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를 베들레헴의 마구간으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이 초대에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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