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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엄마와 싸우고 찾아온 손녀… 집에 안 가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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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02 ㅣ No.278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12)



질문) 엄마와 싸우고 찾아온 손녀… 집에 안 가려 하는데

저에게는 중학생 손녀가 있습니다. 공부에는 별 뜻이 없어 보이지만 착하고 밝은 아이입니다. 그런데 공부 안 한다고 사위랑 딸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지 저에게 힘들다 힘들다 하더니 저번에는 대판 싸우고 집을 나왔다며 제집에 찾아왔습니다. 밤중에 할미 집에 찾아온 손녀를 돌려보낼 수 없어 밥 든든히 먹여 재웠는데, 손녀가 집에 안 가겠답니다.

딸에게 전화를 했더니 옷가지를 싸서 저에게 갖다 줬고요. 어떻게 해야 딸과 손녀의 사이를 좋게 만들 수 있을까요?


답변) 잠시 머물게 하는 것도 방법… 모녀 사이 개입 말기를

우선 할머니가 중재한다고 딸과 손녀 사이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할 것입니다. 일단은 손녀가 할머니라는 든든한 뒷심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할머니에겐 소중한 손녀이니, 만약 그럴 형편이 되신다면 일단 아이와 엄마가 마음의 정리가 될 때까지 할머니 집에서 머물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다만, 중간에서 딸이나 손녀에게 원망을 들을 가능성이 많으므로, “나는 아무런 의견이 없으니 둘이서 알아서 하라”고 뒤로 빠지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입니다.

만약 따님이 할머니가 감싸고돌아서 버릇이 없어졌다고 원망한다면, 할머니까지 아이를 내쫓는다면 아이가 가출할 수도 있다는 점을 환기시켜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손녀딸 앞에서 드러내놓고 따님을 혼내거나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또 따님에게 손녀딸 흉을 보거나 비난을 하는 것도, 또 반대로 무조건 손녀딸 입장만 옹호하는 것도 따님과 사이가 나빠지게 만들 가능성이 있는 태도입니다. 자식 때문에 네가 힘들었겠다, 하는 식으로 따님의 아픈 마음을 공감해 주고 위로를 먼저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따님이 어려서 부모에게 반발하였던 시간을 환기시켜 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지만, 따님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어려웠던 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이야기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손녀딸에게는 할머니가 부모만큼 능력이 없기 때문에 무한정 봐줄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또 공부를 하는 것이 부모를 위해서가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것도 강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중간에서 매우 힘드시겠지만, 따님이나 손녀 따님은 할머니라는 중재자가 있기 때문에 더 큰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아시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너무 따님과 손녀 따님의 인생에 개입하려 하시지 말고, 할머니 자신의 삶에 더 중점을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특히 손녀 딸 앞에서 한 자라도 더 공부하고 열심히 무언가를 배우는 모습을 특별히 더 보이는 것도 좋습니다.

공부는 시험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루하루 뭔가 더 발전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성장시키는 좋은 수단이라는 점을 깨닫게 말입니다. 또 손녀딸도 무한정 다 봐주시지 말고, 집안일도 챙기고 할머니를 위해 무언가를 하도록 시키시는 것도 좋습니다.

할머니는 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손녀를 꼭 돌봐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손녀딸이 아무 조건 없이 할머니 집에 머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사실은 일찍 배우면 배울수록 도움이 됩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5년 11월 1일, 
이나미(리드비나 ·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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