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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새로운 복음화를 준비한다 (하) 새로운 복음화 여정의 도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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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0-29 ㅣ No.210

새로운 복음화를 준비한다 (하) '새로운 복음화' 여정의 도전들


21세기 복음화 여정에 새 이정표 제시

 

 

그리스도교 전통이 약화된 유럽에서 이슬람 교세가 팽창하는 현실을 「유럽이 잠자고 있을 때」(왼쪽)와 유럽의 그리스도교 위기를 심층 분석한 「하느님의 대륙(유럽)」 책 표지. 종탑 십자가와 모스크 첨탑에 있는 초승달(이슬람 상징)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CNS 자료사진]

 

 

새로운 복음화(New Evangelization)'를 주제로 내년 10월 로마에서 열리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주교 시노드)는 교회의 21세기 복음화 여정에 새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하느님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현대사회, 특히 그리스도교 정체성을 잃어가는 유럽과 남미 대륙에 복음의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방법을 찾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총론은 이미 나와 있다. 현대사회의 변화와 상황을 정확하게 읽고 새로운 열정과 방법, 표현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각론인데, 각론으로 들어가려면 먼저 신앙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현대사회의 변화와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식별이 필요하다.

 

 

'새로운 복음화'가 절박한 상황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시노드 주제를 개략적으로 설명한 「의제개요」에서 세속주의와 상대주의, 그리고 반생명적 문화에 대한 우려를 반복해서 드러냈다. 이번 뿐만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강론과 연설 등을 통해 교회는 이러한 세속적 흐름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속주의는 전통을 거부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현대세계는 그 영향으로 전통을 거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낸 것도 아니다. 교황은 유럽의 전통 상실, 즉 탈그리스도교 현상이 가치 전도(顚倒)와 혼란, 도덕적 퇴락의 원인이라고 본다.

 

"고유한 역사 속에 내재하는 위대한 도덕적ㆍ종교적 힘을 스스로 절단해낸다는 것은 하나의 국가, 하나의 문화의 자살 행위를 뜻한다."(저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미래의 도전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김혜경(세레나) 상임연구원은 "세속주의는 그리스도교의 절대가치가 세속의 가치 중립을 가장한 무신론, 종교 냉소주의 등에 질식돼 은폐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교회 안팎의 이러한 세속주의 상황이 '새로운 복음화'의 절박함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도 신자유주의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기에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희완(안동교구) 신부는 주교 시노드 사무국이 보내온 「의제개요」 설문 답변에서 "물질적 세속주의가 서구사회에서 하느님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자리를 점점 빼앗아가고 있다"며 "한국사회 역시 이런 경향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철현(마산교구) 신부는 "(한국 사람들은) 물질만능주의와 경제 우선주의 영향으로 영적인 것보다 물질적, 감각적인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의제개요」 설문조사는 주교 시노드 사무국이 본회의에 앞서 주제와 관련한 각 지역교회 상황을 수렴하는 절차다. 한국 주교회의는 총 72개 문항에 달하는 답변서를 작성해 최근 사무국에 보냈다.

 

교황은 주교 대표들이 내년 시노드에서 상대주의에 관한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현대세계는 다민족ㆍ다문화ㆍ다종교로 이뤄진 다원주의 사회다. 이런 사회에는 다양한 도덕원리와 문화적 특수성이 내재돼 있기에 하나의 원리를 적용하기 어렵다. 이것이 관용을 부르짖는 상대주의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짓밟는 이민족 문화나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여도 통합되지 않는 이주민들에게 언제까지 관용을 베풀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유입된 북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을 껴안기 위해 많은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유럽식 다문화주의정책은 실패에 가깝다. 그들은 여전히 변두리에서 이슬람 전통을 고수하며 사회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이슬람 인구 급증을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유럽사회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출산율이 뚝 떨어진 유럽에서 일부다처제 전통의 무슬림 이주민들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자녀를 출산하면 20~30년 내에 유럽이 이슬람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우려가 크다. 유럽에 등장한 신조어 '유라비아'(Eurabia, 유럽+아라비아)에는 이같은 우려가 담겨 있다.

 

프랑스 언론인 베르나르도 르콩드는 "교황은 유럽사회가 하느님 때문에 불편해지는 걸 싫어한다면, 이는 세속주의ㆍ냉소주의ㆍ소비만능주의,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주의에 물들어 쇠약해졌다는 뜻이라고 여긴다. 그에게 상대주의는 종교의 가장 큰 적이었다"고 말했다.(「마지막 유럽인 교황 베네딕토 16세」 분도출판사)

 

김혜경(세레나) 상임연구원은 "유럽사회는 밀려드는 무슬림들로 인해 과거 그리스도교 국가들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도 경제성장으로 여러 민족이 동시에 국내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복합적인 문화적ㆍ도덕적 충돌과 상대주의를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체류하는 등록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00년 21만 여명에서 2009년에는 87만 여명으로 증가했다. 결혼 여성 이민자는 2004년 5만2000여 명에서 2009년에는 10만9000여 명으로 늘었다. 우리 사회는 머지 않아 다민족ㆍ다문화ㆍ다종교 사회가 될 것이기에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복음화 활동 쇄신 노력

 

교황은 또 현대사회에 만연한 반생명적 문화를 새로운 복음화 여정의 걸림돌로 꼽고 있다. 생명문제는 한국교회 사목활동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국내 자살자는 10만 명당 31명이다. 하루 평균 35명, 한 해 1만200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자살을 포함해 낙태ㆍ사형제도ㆍ생명복제ㆍ환경파괴 등 반생명적 문화 확산은 한국사회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생명 존엄성을 경시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의제개요」는 '새로운 복음화'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제13차 주교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의 복음화 활동을 쇄신하려는 교회 노력과 일치한다.… 새로운 복음화는 교회가 자신의 근본 사명(선교)과 존재 이유를 쇄신해 우리 시대에, 우리 시대를 위해 사도적 유산을 설명하고 실천하는 길이다. 다시 말해서 교회는 자신의 본성인 선교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종전의 방식에 머무르지 말고 모든 경계를 넘고 지평을 넓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교회에서는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가 이 주교 시노드에 참석한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진행 과정

 

▶ 준비 단계 : 주제 선정 → 의제개요 준비(주제 토론을 위한 지역교회 의견 수렴) → 의안집 준비(본회의 자료집)

▶ 본의회(총회) 단계 : 토론 전 보고(제안 설명) → 전체회의 → 토론 후 보고 및 소그룹회의 → 최종보고서 제출 → 폐회

▶ 후속 단계 : 1년 이내 후속 교황문헌 발표

 

[평화신문, 2011년 10월 23일,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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