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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매스컴위원회: 문화의 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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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10-17 ㅣ No.410

[매스컴위원회] 문화의 복음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19개 위원회와 4개 소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달에는 매스컴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문화의 복음화의 의미와 사명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얼마나 중요할까? 한 미디어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 사람이 가진 역량의 크기는 ‘전문지식×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는 수학식으로 도출이 가능하다. 전문지식을 많이 쌓았다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0점이라면 그의 역량은 ‘0’이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사랑의 계명을 가르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면 사랑은 추상화되거나 지식에 머무르게 된다. 짝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상사병에서 종국에는 죽음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하느님과 나, 나와 너 사이의 사랑을 서로 간의 만남 ? 나눔 ? 희생 ? 용서 ? 화해 ? 믿음 ? 봉사 등으로 표현할 때 이루어진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근본적으로 매스컴 분야에서 가톨릭 활동을 증진시키고 격려하며 조화시키는 것(“일치와 발전”, 170항)을 목적으로 한다. 본 위원회의 활동을 구분하면, 교회의 신문과 방송, 출판, 주보, 인터넷 등을 통해 교회 내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교회 밖으로는 대사회 홍보와 정책에 관한 사항을 연구, 검토하고 집행한다.

 

 

문화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교회 안팎의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수행하고자 본 위원회가 지속적으로 하는 사업 중에 ‘문화의 복음화 포럼’과 ‘가톨릭 매스컴상 시상식’이 있다. 문화의 복음화 포럼은 2년 전부터 시작하였는데, 해마다 상 ? 하반기로 나누고 각각 주제를 달리하여 3회 연속 포럼을 개최한다. 가톨릭 매스컴상 시상식은 해마다 12월에 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혁명으로 전 세계가 네트워크화되고 문화의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이 부각되고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문화가 창조되고, 더 나아가 문화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제는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문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룰 수 없다.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할 때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위원회에서는 문화의 복음화 포럼을 통해 현대문화의 변화를 인식,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교회 사명인 복음화가 올바로 수행될 수 있도록 시도한다.

 

초창기 문화의 복음화 포럼은 사회 현안을 선택하여 문화적 해석을 시도했다. 예를 들면, 언론이 조명하는 종교문화 현상, 황우석 사건의 문화적 접근 등이었다. 사회적 거대담론을 거치면서 이후에는 교회 내 커뮤니케이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문화사목을 다루었다. 그리하여 ‘웹 2.0의 사목적 활용’, ‘디지털 미디어와 어린이’, ‘청소년 신앙교육에 디지털 미디어 활용’ 등을 조명하였다. 올 하반기에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에 디지털 미디어 활용’이란 주제를 준비하고 있다.

 

 

교회의 디지털 미디어 활용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교회는 아직 인쇄문화에 의존하고 있어서 디지털 문화가 가져다주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미디어 문화의 변동은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제도와 신앙생활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미 교회는 디지털 미디어를 수용하여 선교와 사목에 활용하고 있다. 교구, 본당, 수도회, 단체, 개인의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 카페나 블로그에서 온라인 공동체, 인터넷 성당, 인터넷 방송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가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인 참여 ? 공유 ? 개방을 좀 더 깊게 이해한다면 교회의 모든 활동을 통합적으로 접근하여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교회에는 예비신자 교리를 비롯해서 성경공부, 신앙강좌, 피정 등 많은 교육과정이 있지만 그에 걸맞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대부분의 교육이 아직도 인쇄문화에 의존하는 상황이며, 본당에는 대체로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이 있지만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부족하다. 교육이나 피정을 위주로 하는 장소에서도 영상과 음향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사회에서는 널리 일반화된 교육 패러다임이 교회에서는 일부에서만 시행되는 편이다. 교육의 주체가 되어, 참여와 체험을 통한 다양한 의미 찾기와 협동적 팀을 이루어 성과를 이루는 방식보다는 일방적인 교리지식 전달에 익숙해 있다. 이런 면에서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는 문화의 복음화 포럼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매스컴의 공동선 지향을 위하여

 

본 위원회가 주력하는 또 다른 사업은 ‘가톨릭 매스컴상 시상식’이다. 이 상은 종교의 유무, 종파를 초월하여 매스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높인 사람들에게 수여한다. 매스컴 종사자들이 공동선을 지향하며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도록 칭찬하고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1987년 ‘자유언론상’으로 출발하여 올해로 18번째를 맞게 되는데, 신문 ? 방송 ? 출판 ? 영화 ? 인터넷 등 5개 부문상과 대상을 마련하여 대사회 기여도와 작품성, 복음적 가치관인 정의와 평화, 사랑 등을 드높인 매스컴 종사자에게 주고 있다.

 

미디어 문화가 우리 삶을 점점 풍요롭게 해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반면에 각종 죽음의 문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경우도 많다. 자본과 시장 논리를 앞세워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미디어가 윤리적인 면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구독률, 청취율, 시청률에 급급하다 보면 내용이 선정적, 폭력적이 되고, 소비주의와 쾌락주의를 강요할 수 있다. 드라마 공화국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지상파 방송사는 드라마를 상당히 만들어내지만 가족간에 거침없는 폭력적인 언사와 행동, 가난한 사람들과 장애인이 소외된 중상류층 가정만의 묘사는 일반 시청자 가정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친다. 참으로 “매스미디어는 흔히 오늘날 죽음의 문화의 바탕이 되는 윤리 상대주의와 실용주의를 보급시키고 있다”(“커뮤니케이션 윤리”, 15항).

 

교회는 미디어 문화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식별해야 한다. 긍정적인 면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하지만,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복음적 가치관에 따라 저항하고 정화해야 하며, 대안까지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교회 활동도 ‘문화 복음화’의 한 단면이다. 교황 바오로 6세는 1975년에 이미 문화의 복음화를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어긋나는 인간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 사상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바로 잡으려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현대의 복음선교”, 19항 참조).

 

또한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는 국제단체와 교류를 한다. 협력단체인 한국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SIGNIS Korea), 한국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UCIP Korea),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와 함께 매스컴에 종사하는 전문인과 가톨릭 매스컴 단체 간의 소통에 힘을 기울이고 국제 가톨릭 매스컴 단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문화의 복음화를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교회는 매스컴 종사자 중 신자들에 대해 사목적 배려를 하며, 그들이 매스컴의 복음화에 매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최근 뉴미디어의 등장과 확산으로 신문, 방송, 영화, 출판에 국한되어 있던 기존 매스컴 종사자의 범위가 광고, 인터넷, 통신, 게임,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분야로 넓어지고 있어서 그에 대한 교회의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 김민수 이냐시오 -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신부. 언론학 박사이며, 서울대교구 역촌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다.

 

[경향잡지, 2008년 8월호, 김민수 이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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