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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저출산, 고령화 속의 가정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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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8 ㅣ No.393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저출산 · 고령화 속의 가정사목 (상) 신자 · 비신자 생명윤리 의식 별반 차이없다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신자들에게조차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어 이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대안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6남매를 키우며 오순도순 살고 있는 의정부교구 이남주-안현정씨 가정의 정겨운 모습.

 

 

오늘날 교회의 가르침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르침 중에서 가장 긴박한 도전의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혼인과 가정이 아닐 수 없다.

 

교회는 불가해소성의 원칙에 바탕을 둔 혼인과 가정의 소중함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분투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 안에서 가정은 종종 더 이상 전통적인 가치관에 의거해 그 존엄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족제도와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인구학적 변화에 따른 저출산과 고령화의 추세 속에서 교회는 가정사목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해야 하지는 않는가 하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더욱이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교회 안의 신자들에게조차 소홀하게 취급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은 혼인과 가정에 관해서 어떠한 그리스도교적인, 차별화된 정체성과 삶의 태도, 사고방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 교회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시대적 추세 속에서 가정교회로서, 가정의 소중함을 수호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목적 대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그러한 대책이 우선적으로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들 안에서 보다 철저하게 삶의 지침이 되도록 이끌어야 하는 시대적 요청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혼인과 가정의 존엄성

 

현대인과 현대 세계에 관한 교회의 교의를 천명하면서 인간 생활의 중요한 분야에 대해 교회의 사목적 견해와 지침을 밝히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즉 ‘현대 세계의 사목헌장’은 현대 세계와 교회의 가장 긴급한 과제 중 하나로서 혼인과 가정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일을 꼽고 있다.

 

그래서 사목헌장은 제47항에서 개인과 사회의 안녕과 행복이 혼인과 가정이 올바로 서 있음으로부터 비롯된다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개인의 행복, 일반 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 안녕은 부부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에 직결돼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그 공동체를 중시하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오늘 이 사랑의 공동체를 보호하고 생명을 존중하며 부부와 부모가 그 숭고한 임무를 다하도록 도와 주는 여러 가지 도움을 진지하게 반길 뿐 아니라 거기에서 더 좋은 혜택을 기대하며 이를 증진하고자 노력한다.”

 

사목헌장은 그러나 현대 세계에서 혼인과 가정 제도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중요성과 가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 제도의 존엄성이 어디에서나 똑같은 밝기로 드러나지는 못하고 있다. 중혼, 이혼의 만연, 이른바 자유 연애 또는 다른 기형으로 그늘이 졌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부부 사랑은 흔히 이기주의, 향락주의, 부당한 출산 거부로 더럽혀지고 있다.

 

더욱이 현대의 경제, 사회 심리, 정치 등의 생활 조건이 가정에 가볍지 않은 혼란을 미치고 있다. 끝으로,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 증가로 생기는 문제들을 염려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로 양심이 고뇌하고 있다. 그러나 혼인과 가정 제도의 가치와 힘은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 자체가 거기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흔히 더 자주 여러 모양으로 이 제도의 진정한 특성을 드러내 준다는 데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목회의 ‘가정사목’ 의안

 

혼인과 가정의 중요성에 대한 공의회의 관심대로, 한국 천주교 200주년 사목회의 역시 별도의 ‘가정사목’ 의안에서 서론과 마지막 ‘제안사항’을 포함해 총 9개장을 통해 가정사목의 중요성과 가치를 강조한다.

 

의안은 1장 2항에서 공의회의 말투와 똑같이 “개인의 구원과 일반 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구원은 부부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에 직결되어 있다”고 천명한다.

 

특히 의안은 가정사목의 대상을 단순히 신자 가정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사회 구성원 전반으로 넓히고, 가정사목을 통해 교회 내적 복음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사회 복음화까지도 도모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사목회의 의안은 최근 가정사목에 대해 보편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는 통합적 사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즉 의안은 가정사목을 “교회의 일반 사목 활동 중 하나의 특수한 활동”으로 간주하고 다만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는 인식에 머물고 있어 모든 일상 및 교회 생활의 근간으로서 가정사목을 파악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 안에서 가정사목은 대체로 생명윤리 차원의 시각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70년대와 80년대, 개발독재시대의 인구정책은 강력한 인위적 인구 억제 정책으로 요약되며, 교회의 입장은 피임, 낙태 반대를 중심으로 하는 생명윤리 측면의 활동을 중심으로 피력됐다.

 

하지만 90년대 후반과 2천년대를 전후해 열린 각 교구 시노드들은 가정사목에 대해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사목 전체가 가정을 중심으로 이뤄질 필요성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장차 가정사목의 향방을 제시해주는 커다란 기점이 됐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

 

하지만 90년대말과 2천년대에 들어서, 우리 사회는 저출산이라는 사회의 유지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현상과 함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봉착하게 된 고령화 사회라는 두 가지 큰 사회적 도전에 직면한다.

 

강력한 인구 억제 정책의 후유증으로 나타난 저출산율은 국가와 사회의 유지까지도 어려워보일 만큼 급락했다. 60년대 6명의 높은 출산율이 1984년 2.1명, 1999년 1.43명, 그리고 2001년에는 1.3명으로 떨어졌다. 이듬해인 2002년에서야 우리나라는 인구 정책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미 고착된 저출산율을 다시금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율은 평균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가속화된 고령화 사회로의 사회적 변화와 함께 커다란 사회적인 파급력을 갖고 있다. 특히 한국 교회 안에서의 고령화 현상은 일반 사회에서의 강도를 훨씬 넘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 교회 고령화는 사회 전반의 고령화 속도와 폭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이는 매년 발표되는 교세통계를 통해서 분명하게 나타나는데, 40대 이하 연령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40세 이상부터는 급격한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30대 청년층은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저출산율과 고령화가 우리 사회 가정의 큰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교회의 가정사목 환경에 큰 영향을 주게 마련이고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는 사목적 대안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교회의 가르침과 현실의 괴리

 

여타의 사목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으나, 가정사목과 관련된 주요 사안들이 지닌 뿌리깊은 문제는 신자들의 정체성 및 교회 가르침과 실제 삶이 크게 유리된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가정사목의 문제들을 보면, 낙태, 피임, 저출산, 혼인과 가정의 의미에 대한 인식, 성개방 풍조, 독거노인 및 고령화 사회의 사회 문제 등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주요한 문제들의 현실을 보면, 신자 가정과 비신자 가정의 실태가 거의 차이가 없으며, 일부 사안의 경우에는 오히려 신자 가정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교회의 가장 명확한 가르침인 낙태에 대한 반대 입장에 있어서도 신자들은 사안별로 거의 90%에 가까운 찬성률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수년 동안 큰 사회적 논란이 됐던 배아 복제 연구 문제에 대해서도 신자들의 의식 수준은 비신자들과 거의 차이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실태는 교회의 가정과 생명에 대한 전통적인, 명확하고 분명한 가르침들이 실제로 신자들의 의식과 실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교회가 생명의 요람으로서 가정의 소중함을 수호하려는 노력에 큰 장애가 된다.

 

이에 따라 이제는 교회가 원론적 가르침만을 되풀이하는 소극적인 자세에 머물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특히 교회는 신자들 사이에 만연한 잘못된 인식과 태도의 현실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실태를 인정하는데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신자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것을 불평하듯 탓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기존의 가정사목의 틀과 방향에 대해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정확하고 냉정하게 실태를 파악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범교회적인 연대와 협력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

 

스스로 모범이 되지 못하고, 스스로 사랑의 공동체로서 가정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어떻게 세상을 향해 혼인과 가정, 생명의 존엄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가톨릭신문, 2007년 6월 17일, 박영호 기자]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저출산 · 고령화 속의 가정사목 (중) 신자조차 "낙태 허용"…"생명의식 심각"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이다. 출산율은 연일 최저치를 기록해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가 됐고 이는 사회의 존립도 우려하게 할 정도로 위기를 심화시켜왔다. 사진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입맞춤하고 있는 모습.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교구 시노드 최종 문헌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는 오늘날 혼인과 가정에 관한 교회의 가르임에 대해 새롭게 선포하고 그 진리를 성실하게 증언하며 삶으로써 증거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지적하면서 21항과 22항에서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세속주의, 실용주의, 개인주의에 따른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혼인과 가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생활에서 쾌락만을 추구하는 현상, 자녀 갖기를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현상, 낙태, 피임, 불임시술, 인공수정, 동성애, 혼인의 초기 실패율 증가, 이혼, 비정상적인 혼인관계, 혼인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현상 등은 분명 혼인과 가정을 위협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리스도교의 혼인관과 가정관을 거스르는 이런 현상들은 인간 사회의 기초 단위인 가정을 붕괴시키고 사회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혼인과 가정에 대한 도전은 전세계적 추세이며, 특히 급속한 산업화의 과정을 거쳐오면서 사회 전 부문에 걸쳐 커다란 변혁을 경험한 우리 사회에서의 가정의 정체성과 의미, 역할은 다른 어느 부문보다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으로 혼인과 가정의 고유한 소명과 개인 및 사회의 유지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던 역할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교회의 가정사목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혼인과 가정에 대한 현대 사회의 도전에 대해 분명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사목적 대응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한국 가정의 위기 상황

 

하지만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실제 우리 사회 안에서 혼인과 가정이 처한 상황은 위기상황으로 파악된다.

 

우선 핵가족화와 가족 형태의 변화는 전통적인 형태의 가정에 대한 도전으로 다가왔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전으로 가족의 핵가족화와 다양한 가구 형태가 증가해왔다. 평균 가구원 수는 지난 1960년 5.6명에서 2000년에는 3.0명으로 줄었다.

 

과거와 달리 혼자서 거주하는 일인 가구나 어머니 혹은 아버지와 자녀로 구성되는 편부모 가족, 소년소녀가장 가구, 그리고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고 부모의 부양이 줄어들면서 늘어난 노인 단독 가구, 혼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동거 가구 등 비전통적인 가구 형태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외에도 재혼가정, 입양 가정, 그리고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흔한 현상이 아니지만 동성애자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가구 형태 역시 서구 사회에서는 자주 나타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가족제도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의 변화와 함께 비전통적인 가족제도의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면서 오늘날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가족제도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까지 일고 있다.

 

여기에 급속하게 증가한 이혼은 자칫 우리 가정의 붕괴까지 예견할 정도로 심각하게 혼인과 가정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우선 혼인율은 공식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70년 이후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1990년에는 혼인 인구가 이혼 인구보다 8.7배 많았으나 2002년 2.1배로 급속하게 낮아졌다. 각종 지표에서도 우리 사회의 혼인율은 급속하게 떨어졌다.

 

반대로 이혼 증가율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70년의 이혼 건수는 1만 1000여 건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무려 14만530건으로 증가했다. 이미 이혼이 큰 사회적 불리함으로 작용하지 않는 서구사회에서보다도 오히려 더 높은 이혼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높은 이혼율은 당연히 미성년 자녀의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생명의 요람으로서 한국 가정의 가장 큰 문제는 낙태이다. 강력한 인위적 인구 조절 정책의 후유증은 우리나라를 낙태 천국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낙태로 인해 법적 처벌을 받은 산부인과가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법적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한국의 낙태는 미혼 여성들의 무분별한 낙태, 부모들의 외면, 사회적 무관심, 비양심적인 의료인들의 상업적 의식, 정부의 오랜 인구 조절 정책, 사법부의 무관심 등으로 일반화됐고, 세계적으로도 최고를 기록하는 높은 낙태율을 기록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사회적 과제 중의 하나이다. 출산율은 연일 최저치를 기록해옴으로써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가 됐고 이는 사회의 존립 자체까지도 우려하게 할 정도로 위기를 심화시켜왔다.

 

이와 달리 노령인구는 급속히 늘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도 최단기간 안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가정과 생명에 관한 윤리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사목적이고 근본적인 것이다. 혼인과 가정이 당면하게 되는 위기 상황에 대해서 교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경고하고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해왔다.

 

1981년 발표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가정공동체’는 그리스도인의 가정이 그 자체로서 ‘가정 교회’, ‘작은 교회’라고 강조하면서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성 가정의 모범과 하느님과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가정의 존엄성을 지키고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는 가정의 위기가 심화됨을 인식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가정에 대한 가르침을 다양한 문헌들을 통해 강조해왔다. 1980년 세계 주교대의원회의가 개최되고 난 이듬해에 반포된 회칙 ‘가정 공동체’는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이러한 관심과 그에 따른 권고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문헌이다.

 

이 회칙은 가정에 대한 잘못된 개념으로부터 이혼 증가, 낙태, 불임 등의 증가, 피임의 일반화 등 혼인과 가정에 대한 근본적 가치의 붕괴를 크게 우려하고 전통적이고 근본적인 원칙들이 사회 생활과 가정 생활 안에서 도전 받는 현대 세계 에서 가정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헌장, 현대세계의 사목헌장, 평신도사도직교령, 사제양성에 관한 교령,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등 거의 모든 문헌에서 혼인과 가정의 중요성은 매우 중요한 비중으로 강조됐고, 교회의 가정사목은 가장 중요한 사목 영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생명윤리 문제를 다룬 중요한 문헌들에서 가정 문제는 그 핵심을 이룬다.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 ‘인간생명’ 역시 인간의 생명과 가정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문헌이고 1974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에 반포된 ‘현대의 복음선교’, 1977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 나온 ‘현대의 교리교육’ 역시 혼인과 가정에 관련해 참조할 중요한 문헌이다.

 

 

그리스도인들의 혼인과 가정

 

교회는 혼인과 가정에 대해 끊임없이 다양한 가르침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그리스도인들조차 현대 사회의 혼인과 가정의 위기에 경계심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교회의 전통적이고 근본적인 가르침들에 대해 신자 가정들에서조차 현실과의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에서 실시했던 한 조사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윤리적 지침 가운데 하나가 인공피임에 대한 금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신자들 중에서 35.8%만이 인공피임에 대해 반대했고, 나머지는 인공피임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교회는 인공피임에 대해서 윤리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신자들은 부부 생활에 있어서 인공피임이 반생명적인 행위라는 의식을 별로 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인공피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정관수술 등 이른바 불임수술을 하고 있는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회가 권장하는 자연출산 조절법을 사용하는 비율은 불과 14.6% 뿐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낙태에 대한 인식이다. 조사에 따르면 신자들 중에서도 부분적으로라도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87.6%로 압도적이었고 그 이유로는 개인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60.7%로 절반을 넘었다. 또 실제 낙태 경험이 있는 여성이 34.2%에 달했고 3번 이상 낙태를 한 여성이 11.6%로 나타났다.

 

불임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선호되는 시험관 아기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즉 시험관 아기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인 51.6%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임 문제가 있을 때 대부분이 입양보다는 시험관 아기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같은 통계가 나온 것은 당시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지난 1999년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40%가 낙태 경험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고, 50.5%가 교회가 금지하는 인공 피임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자연출산조절법은 10% 조금 넘는 신자가 사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교회의 생명윤리 가르침이 겉도는 것에 대해 해결책이 어디에 있는지를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지만, 사실 인간 생명을 존중해야 하고, 그러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너무 멀리 간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몇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악화됐다고 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07년 6월 24일, 박영호 기자]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저출산 · 고령화 속의 가정사목 (하) 인간생명 가치·존엄성 일깨울 교육 시급

 

 

낙태, 피임 등은 오늘날 생명의 요람으로서의 가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사진은 서울 성북동 성가정입양원에서 가정의 품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


-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며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한국적 적용이라고 할 수 있는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은 ‘가정사목’을 별도의 의안으로 작성, 가정사목을 한국 사회와 교회의 가장 시급한 사목활동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안을 요청했다.

 

특별히 1994년 ‘세계 가정의 해’를 맞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가정교서’를 발표한 후 한국교회 안에서는 교구마다 가정사목 전담 기구를 마련하기 시작했고 가정 문제 상담실 운영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어 90년대와 2천년을 전후해 활발하게 열린 각 교구 시노드에서는 예외없이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사목적 대안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구대교구 시노드 의안은 ‘생명주기에 따른 가정사목’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각 인생 주기의 지속적인 과정 안에서 사랑과 생명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함을 강조하고 그리스도인 가정이 어떠해야 함을 밝혔다. 특히 이혼이나 별거부부와 자녀 문제, 외국인 노동자 가정, 편부모 가정, 미혼모 가정이나 독거노인가정 등도 공동체 생활 안으로 이끌어들이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인천교구는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인 가정’을 통해 특히 가정사목의 참된 주제는 가족일 수밖에 없다고 천명하고 교회 각 구성원들은 모두 가정사목 분야에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요청했다. 나아가 가정사목부의 위상 문제, 가정사목에 대한 인식 강화, 각종 가정사목 프로그램의 계발과 강화, 생명의 문화 구현, 노인 사목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제안했다.

 

서울대교구는 평신도 의제 전반을 가정사목과 긴밀하게 연결짓고 가정, 여성, 노인사목 등을 별도의 항목으로 다뤘다. 특히 서울대교구 교구 시노드 최종문헌에서는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가정사목연구소 설립, 가정 교리서 편찬, 다양한 프로그램, 특히 혼인 준비 프로그램 강화를 강조했고, 가정 중심의 ‘통합적 사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90년대 이후 이처럼 교구 시노드라는 논의의 장을 통해 교구민들의 공통적인 사목적 관심사로서 가정사목은 부각돼 왔다. 뿐만 아니라 가정사목에 대한 관심은 비단 가정사목 관련 부서 뿐만 아니라 기타 연구소와 교회 언론, 각 본당 차원에서도 고무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가정사목, 특별히 현대 사회의 다양한 환경과 조건의 변화를 충분히 고려한 가정사목의 사목적 대안 마련은 여전히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이다.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출산율이 떨어져 있고, 의학과 과학의 발달에 따라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가정 사목에 대한 획기적인 돌파구 마련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가정 사목의 과제

 

현재 한국교회내 가정사목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정사목의 과제는 우선 가정 자체가 가정사목의 대상이자 주체라는 의식 전환의 시급성이다.

 

가정은 단지 사목의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가정사목은 교회 및 신자들의 모든 신앙 및 교회 생활의 터전이며 바탕이 되는 것으로서 모든 가정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사목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가정은 그 자체로 작은 교회로서 가정 기도, 복음화 활동과 봉사 등을 통해 그 본연의 소명을 수행한다. 따라서 교회는 교회내의 모든 가정이 자발적인 의지와 소명의식을 지니고 주체적으로 가정 사목의 제반 활동에 참여하고 꾸려나가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둘째는 이러한 의식 전환을 바탕으로 교회는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적 사목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교회는 본당이 아니라 가정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가정 자체가 하나의 작은 교회이며 각 본당의 모든 사목계획은 가정을 그 중심에 두고, 가정에 초점을 맞춰 계획되고 실천돼야 한다.

 

교회 내의 다양한 사목분야, 즉, 청소년, 여성, 노인, 사회복지 등의 다양한 분야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수행되면서도 일관성 있는 통합적 시각, 즉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로 바라보고 연계해 통합적인 사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통합적 사목 계획이 수립돼 제반 사목 프로그램들이 가정 중심으로 이뤄지고자 할 때, 필수적으로 가정을 대상으로, 가정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정사목의 출발은 가정의 각 구성원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실제 삶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충실하게 실천하기 위한 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넷째, 가정사목을 위한 교회내 조직과 체계가 새롭게 정비되고 강화돼야 한다. 현재 일부 교구에는 가정사목 전담 부서가 설치되거나 가정 사목 전담 사제가 배려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교구에서는 전문성을 지닌 전담 부서와 인력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각 본당에서도 가정사목을 좀 더 통합적이고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관련 부서들이 활발하게 설치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가정사목과 관련된 제반 문제들을 연구하고 관련 사목 프로그램들을 계발함으로써 교구와 본당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활동이 절실하다. 사실 교회는 가정사목의 전체적인 중요성이나 원론적인 가르침, 기본지침 등에 있어서는 크게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가정의 소중함에 대해서 교회는 일찍부터 강조해왔고, 교회의 가르침 자체가 성가정의 모범을 따라 신자들이 생명의 요람으로써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 사회와 교회 현실 안에서 적절하고 실효성 있게 실시할 수 있는 가정사목 프로그램이 과연 풍부한가 하는 문제이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 즉, 물리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가치관의 변화는 교회의 사목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혼인과 가족 제도에 미치는 사회적 변화의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교회는 혼인과 가정에 대한 사회적 변화의 영향을 점검하고,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목적 대안들을 마련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하고 종합적인 연구 분석이 요구된다. 이러한 연구 분석을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사목적 프로그램들을 계발하기 위한 가정 사목 연구소의 활성화는 매우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섯째, 생명의 요람으로서의 가정의 소명을 수호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톨릭교회가 가정사목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시각은 생명의 요람으로서의 역할이다. 가정은 남녀가 결합해 가정을 이루고 생명을 잉태하는 생명의 요람이다.

 

하지만 오늘날 가정은 단지 실용주의와 편의성에 따라 쉽게 결합하고 쉽게 헤어지는 하나의 도구로 머무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맹목적인 과학의 도구적 이용으로 말미암아 여지없이 훼손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낙태, 피임, 불임시술, 유전자 조작 등은 오늘날 생명의 요람으로서 가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교회는 이러한 인간 생명의 요람으로서 가정의 소명과 역할을 수호하는데 무엇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 이는 우선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의 가정으로부터 시작돼야 할 일이다. 교회는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해 우리 신자들이 분명하게 깨닫고 결코 세속의 가치에 동조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생명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일곱째, 노인사목을 오늘날 가정사목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한 사목적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고령화사회에서 노인들은 자칫 사회의 부담으로 여겨져 그 고유의 가치와 생명에 대해 소홀하게 생각하기 쉽다.

 

교회는 실용주의적인 시각만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의 가치를 판단하려는 세속적 가치 판단의 틀을 깨고 고령화 사회라는, 사회학적으로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오늘날 사회 안에서 노인이라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 계층이 올바르게 대접받고 사랑과 헌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목적 대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가정은 큰 도전들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위기와 도전들은 그러나 오히려 가정사목에 대한 새로운 결의와 다짐의 계기가 되고 있다. 혼인과 가정의 의미가 올바르게 서 있지 못할 경우 우리 사회 안의 가난한 이들은 쉽게 사회적 부조리와 불합리에 노출되게 마련이다.

 

가정은 이제 교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교회로서 교회의 모든 활동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가장 소중한 조직이다. 교회는 이 가정 교회가 올바르게 서도록 모든 통합적인 사목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가톨릭신문, 2007년 7월 8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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