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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렉시오 디비나: 고대 수도자들이 전해준 단순한 말씀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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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0 ㅣ No.307

[기도, 한 걸음 더] 렉시오 디비나 - 고대 수도자들이 전해준 단순한 말씀 수행

 

 

렉시오 디비나(성독)란?

 

고대 수도자들은 성경에 대한 접근으로써 단순하고 독특한 수행법을 전해주었다. 그들은 성경을 단순히 지적인 연구의 대상으로가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살아계신 말씀 그 자체로 보았으며 그것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자주 읽고 들으며 기억 속에 간직(성경독서)하였고, 그 말씀을 하루의 다른 시간들 안에서 끊임없이 되뇌는 성경묵상 수행을 통해서 더 깊은 하느님과의 일치에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수도승 전통 안에서 행한 독특한 수행법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곧 성독이다. <“가톨릭교회교리서”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여 기도가 되게 하는 Lectio Divina”를 ‘거룩한 독서’(1177, 2708항)라 부른다. - 편집자 주>

 

이러한 영적인 수행을 통해서 수도자들은 하느님의 말씀 안에 더 깊이 뿌리내릴 수 있었고 또한 말씀과 함께 일상의 삶을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었다. 바로 이러한 고대 수도 전통으로부터 전해져 온 단순한 성경에 대한 접근법과 동양의 전통적인 명상법을 접목해서 그리스도인들이 구체적으로 말씀의 깊은 영적인 의미들을 깨닫고 또한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성독 피정이다.

 

요즈음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영적인 갈증과 공허함을 채우고자 다양한 유사영성 운동들에 흥미를 갖고 심취함으로써 교회의 가장 안전하고 올바른 길로부터 벗어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에 한국 교회는 이미 2005년도에 그에 대한 대책으로써 “유사영성 운동의 현황과 확산 대책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바로 그 안에 고대 수도자들이 전해준 이러한 단순한 성독 수행이 하나의 구체적인 대안으로써 제시되고 있다. 고대 수도 전통으로부터 기인하는 훌륭한 영적 유산인 성독 수행은 분명 영적인 갈증을 갖고 있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안내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렉시오 디비나의 역사

 

초기 교회와 교부들은 한결같이 말씀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살아가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성경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그리스도인들의 관심으로부터 차츰 멀어지게 되었고, 반대로 수도 전통 안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여 더욱더 훌륭히 꽃피우게 되었다.

 

특별히 고대 이집트에서 영성의 불꽃을 꽃피웠던 수도승들은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을 직시하였고, 또한 그것으로부터 그들의 풍요로운 영적인 힘을 간직할 수 있었다. 사실 성경은 그들 삶의 실천적 규율이었으며, 그들의 영성 생활에 근본적인 영감을 주었던 일차적인 원천이었다.

 

수도자들은 이러한 수행을 통해서 사막이라는 척박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도 풍성한 영적인 열매들을 맺을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단순한 성독 수행은 중세의 수도원들 안에서도 계속 행해졌지만, 그러나 12-13세기의 스콜라 학문의 영향과 근세의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고대 수도자들이 단순하게 성경을 읽고 묵상하던 성독 수행은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기점으로 다시 교회 안에서 재발견되고 있다.

 

 

렉시오 디비나의 단계

 

렉시오 디비나는 독서, 묵상, 기도, 관상 네 단계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하나의 영적 사다리를 이룬다. 이 사다리는 사람들을 지상으로부터 천상적 관상에로 올라가게 해준다. 영적 사다리의 첫 번째 단계는 독서로서, 이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주의 깊게 소리 내어 읽고 듣는 단계를 말한다. 둘째 단계인 묵상은 하느님의 말씀을 끊임없이 되뇌는 것을 말한다. 고대 수도자들의 이런 독특한 되뇜 수행인 묵상을 본인은 ‘반추기도’라 부른다.

 

셋째 단계인 기도는 마음을 온전히 하느님께 향하는 단계를 말하며, 마지막 단계인 관상은 영혼이 하느님께 현양되어 천상적인 감미로움을 직접 맛보며 거기에 머무르는 단계를 말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렉시오 디비나 수행을 충실히 하게 되면, 어느 날 갑자기 그분과의 깊은 일치라는 관상의 높은 경지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렉시오 디비나의 특징

 

고대 수도승들에게서 전해져 내려온 렉시오 디비나의 특징 가운데 첫째는 단순함이다. 수도승 전통 안에서 제시하는 렉시오 디비나는 매우 단순하게 하느님의 말씀에 다가가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둘째는 순수한 마음에 대한 강조이다. 다른 성경에 대한 접근법들이 한결같이 인간의 지성을 강조하는 반면에 수도승 전통 안에서의 렉시오 디비나의 조건으로 순수한 마음을 특별히 강조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성경에 접근할 때 우리는 그 안에서 하느님에 대한 영적인 인식(Gnosis)을 얻게 됨을 요한 카시아노는 강조하였다.

 

셋째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끊임없는 반복이다. 말씀을 끊임없이 되뇌다 보면 일상 안에서 말씀과 함께 말씀 안에서 살아감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어느 날, 어느 순간 갑자기 그 말씀의 심오한 영적인 의미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넷째는 수행적인 측면이다. 고대 수도승들에게 렉시오 디비나는 그냥 한번 생각날 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을 만나는 직접적인 길로써 수행적인 측면을 지녔다. 만일 우리가 일상 안에서 수행적인 측면으로써 날마다 충실히 하느님의 말씀을 렉시오 디비나 해나간다면, 아마도 우리의 삶은 말씀으로부터 크나큰 힘과 지혜, 그리고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다.

 

 

다양한 시도

 

오늘날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여러 개인적인 접근법들이 우후죽순처럼 제시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성경에 대한 지적인 접근의 한계의 대안으로써 렉시오 디비나에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도 증폭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매우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지만, 동시에 이러한 개인적인 접근법들이 너무 지적이고 분석적인 측면을 강조함으로 해서 단순하게 말씀에로 나아가는 전통적인 방법들을 간과할 위험도 있을 수 있다.

 

사실 렉시오 디비나는 오늘날 몇몇 개인들에 의해서 시작된 접근이 결코 아니라, 수도회 역사 안에서 오랜 시간 전해져 온 중요한 영적인 수행으로써 그 뿌리가 매우 깊다.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도승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수도자들은 이러한 수행의 보화를 계속 삶 안에서 직접 체험하고 또한 간직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말씀에 대한 지적이고 분석적인 접근법하고는 거리가 있다. 곧 말씀에 대한 지적인 접근보다는 오히려 마음으로 접근하는 단순한 방법이다.

 

수도자들이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에로 다가가는 성경에 대한 접근이 바로 렉시오 디비나 수행이었다. 성독은 정확히 개인적인 성경에 대한 접근 방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오랜 수도 전통 안에서 전해져 온 영적인 보화인 렉시오 디비나를 의미한다.

 

 

렉시오 디비나 성독 프로그램

 

왜관 피정의 집에서는 12월 8일부터 4박 5일 동안 성독입문 피정(☎ 054-971-0722)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054-970-2000)에서는 ‘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1’이란 주제로 10월 2일부터 11월 20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성독 프로그램(http://lectio.or.kr)을 한다.

 

이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입문과정과 심화과정으로 구분된다. 성독입문 피정은 4박 5일 동안 깊은 침묵과 고요 속에서 렉시오 디비나의 일반적인 개요와 역사적인 측면, 그리고 고대 수도 전통에 근거하여 동양 문화권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성경을 읽고 묵상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수행방법을 나눈다.

 

심화과정에서는 여러 수도 교부들의 주옥같은 영적인 가르침들을 주제로 더 깊은 고요와 침묵 가운데 성독 수행을 집중적으로 하도록 안내한다. 예를 들면 부산 분도 명상의 집 프로그램 가운데 ‘심화1’은 여덟 가지 악덕을 주제로 고대 수도자들이 대체 무엇을 거슬러 사막에서 영적인 싸움을 치열하게 하였는지를 알아보고, 동시에 그러한 악덕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심화2’와 ‘심화3’은 고대 수도 교부 가운데 에바그리우스나 요한 카시아노의 기도와 관상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기도와 관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다다르도록 인도한다.

 

* 허성준 가브리엘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소속 신부. 1992년 종신서원, 1993년 사제서품 뒤 대구 가톨릭대학교에서 영성신학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성 요한 대학교에서 수도승 신학을 공부하였다. 부산 ‘분도 명상의 집’ 책임신부를 역임했다.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스승님, 기도란 무엇입니까?” 등의 책을 썼고, ‘렉시오 디비나 오디오 북’, 그리고 “구심기도” 등의 역서를 냈다.

 

[경향잡지, 2010년 10월호, 허성준 가브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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