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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천사와 악마는 실제로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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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6-30 ㅣ No.328

[사서함 16호] 천사와 악마는 실제로 존재할까

 

 

성서를 보면 천사와 악마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이 천사와 악마는 실제로 존재하는지요? 아니면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선과 악을 비유로 말한 것에 불과한지요.

 

 

교회의 체험

 

“우리는 창조주께서 당신의 권능에 의하여 무에서 영적인 모든 것과 육적인 모든 것 즉 천사와 세계 그리고 영 · 육으로 된 인간을 지으셨음을 믿는다. 왜냐하면 사탄과 악마들은 원래 하느님께 의해 선한 존재로 창조되었으나 자신의 행위로 말미암아 스스로 악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선하신 하느님 이외에 창조의 또 다른 원리로 악마를 주장하는 이단을 거슬러 제4차 라테라노 공의회(1215년)가 단언한 말입니다. 이 선언문에 의하면 천사와 악마는 실제로 존재하고, 천사는 하느님께로부터 창조된 영적 재이며 악마는 자신의 자유 의지를 잘못 사용하여 타락한 천사이고, 따라서 악마는 창조주 하느님과 대등한 위치에서 하느님께 대항하는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이와 같이 천사와 악마가 그리스도교의 오랜 경험에서 주요 부분을 차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의식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천사와 악마에 대해 지니고 있는 지식은 성서와 교회의 신앙에 근거한 것이기보다는 예술에 흔히 나타나는 형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남녀의 성이 구별되지 않고 날개를 갖고 있는 아주 멋진 젊은이, 뿔과 긴 꼬려가 달려 있고 털이 무성히 나 있는 괴물이 천사와 악마에 대한 우리 지식의 전부였습니다. 그 같은 형상은 현대인의 문화와 사고 방식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것이므로 그 형상이 가리키는 실재 즉 천사와 악마의 현존마저 의문시되었습니다. 그들이 전설과 우화와 유치한 환상의 세계 안에서나 있을 법한 존재로 전락된 것입니다. 그들은 기껏해야 신화나 세계의 가상적 존재로, 선과 악의 비유나 화신(化身)으로 간주될 뿐입니다. 이렇게 그들이 비현실적인 존재로 전락하게 된 데에는, 영적인 것에 대한 무관심과 심리학에의 지나친 의존 그리고 신화적 표현 양식에 대한 불신임 따위의 원인이 작용하였습니다.

 

교회는 천사와 악마가 환상이나 비유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어 왔습니다. 이 확신은 생활화된 신앙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전례 안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교류를 중재함에 있어서 독특한 역할을 맡았던 세 천사들 그리고 각 개인과 지방과 나라를 보호하는 수호 천사들의 축일이 각기 제정되어 천사들이 전례 안에서 기억되고 있습니다(9월 28일, 10월 2일). 그들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예배에 적극 참여합니다 : “무수한 천사의 무리가 밤낮으로 주님을 받들어 모시고 그 영광스러운 얼굴을 뵈오며 끊임없이 주께 영광을 드리나이다”(성찬 기도 제4양식). 우리가 미사 때마다 세 번씩 노래로 부르는 ‘거룩하시다’는 본래 천사들의 천상 찬미가입니다(묵시 4,8; 이사 6,3). 교회의 미사 경본에 나오는 80가지 이상의 감사송은 모두 거룩한 천사들을 언급합니다. 악마의 존재와 활동 역시 전례 안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전례는 성서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그리스도인의 생활이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의 힘으로 세속과 악마에 대항하는 투쟁이라고 선언합니다. 옛날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악마를 추방하는 ‘구마’ 예식은 암흑의 권세이고 이 세상의 권력자이고 악마의 괴수인 사탄과 그 하수인들을 쳐이기는 예식입니다. 우리는 구마 예식이 내포되어 있는 세례의 성사를 통하여 악마의 세력으로부터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유를 누리게 된 자입니다. “악마를 끊어버립니다”라는 세례 때의 우리 선서는 여전히 유효한 것입니다.

 

성인들의 삶도 천사와 악마의 존재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인들이 천사들에 대한 공경과 사랑을 드러냈으며 특별한 방식으로 그들과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천사들과의 친교는 우리의 영성 생활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천사는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만 나타난다.” 성인들은 악마에 굴복당하지 않았지만 악마로 인한 시련과 고통을 많이 겪었습니다. “나는 내 주위에 많은 마귀들이 떼지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들이 나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내가 큰 빛으로 보호받고 있는 것도 나는 또한 보았다”(성녀 데레사).

 

 

천사의 역할

 

성서는 천사의 역할을 주로 묘사함으로써 그 현존을 증언합니다. ‘천사’라는 명칭은 사자(使者)라는 뜻의 희랍어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것은 본성이 아니라 기능이나 역할을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사제나 예언자도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라는 의미로 천사라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구약 성서 안에서 천사에 대한 언급이 잦아짐에 따라 넓은 의미의 이 명칭이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교류를 중재하는 영적 존재를 가리키는 좁은 의미의 이름으로 고정되었습니다. 천사는 ‘천상 무리’ ‘천상 군대’ ‘야훼의 군대’ 라고도 불립니다. 케루빔은 하느님의 욕좌를 떠받치며 에덴 낙원의 입구를 지키는 천사들입니다. 세라핌(불길 같은 자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하며 예언자의 더러운 입술을 정화합니다. 하늘의 무리로서 천사들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높이고 하느님의 배려에 따라 세상을 다스리고 그분의 명령을 수행합니다.

 

또한 천사들의 임무가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각기 맡은 역할에 알맞게 그 특성을 띱니다. 그들은 인간들을 보호하며, 사람들의 기도를 하느님께 바치며 민족들의 운명을 주관합니다. 그들은 각기 그들의 기능에 상응하는 이름을 부여받습니다.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치유하신다”,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영웅”,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과 같은가?”라는 뜻입니다. 천사의 이 이름들이 가리키듯 그들은 지존하고 거룩하신 하느님을 보좌하면서 세상에 가까이 계시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데에 일익을 담당합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섭리의 도구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생애 가운데 중요한 때마다 천사들이 등장합니다.

 

 

악마의 활동

 

타락한 인간이 있듯이 타락한 영 곧 악마도 실제로 존재하며 이 세상 안에서 악을 조장합니다. 예수께서 당신의 구마 능력으로 대항하셨고 광야에서 그리고 수난 중에 만나셨던 사탄은 우화나 신화를 만들어 내는 인간 행위의 부산물도 아니고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악의 화신도 아닙니다. 성서에서는 악령에 사로잡혀 겪는 고통이 육체적 병고는 물론이고 정신적 질병과도 구별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악마의 사업을 분쇄하러 오셨고 이 때문에 당신이 행사하시던 구마 능력을 제자들에게 부여하시어 그들을 복음 전파에 파견하셨습니다. 교회는 그 구마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과거에서와 같이 오늘날에도 악령에 사로잡히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악마와의 투쟁은 세상 끝 날까지 지속됩니다. “우리가 대항하여 싸워야 할 원수들은 인간이 아니라 권세와 세력의 악신들과 암혹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의 악령들이다”(에페 6,12).

 

‘적대자’로 번역되는 사탄은 ‘힘센 자’ ‘악한 자’ ‘이 세상의 지배자’ ‘이 세상의 군주’ 따위로 불립니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제멋대로 다루려고 접근하는 교활한 유혹자입니다. 예수님까지도 유혹하는 힘을 지닌 사탄은 교활한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을 방해하는 훼방꾼입니다. 그는 공공연하게 자기를 드러내지만 대개 여러 가지 교묘한 수법으로 활동합니다. “사탄의 은밀한 간계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사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시키는 것이다.” 그는 자기 왕국을 소유하며 지상의 모든 왕국이 자기 손에 장악되어 있다고 공언합니다. 사탄은 빛의 권능에 대항하는 어둠의 권세입니다. 죽음의 세력을 교묘히 활용하는, 처음부터 ‘살인자’였고 거짓의 ‘아비’입니다. 그는 ‘배신자’로서 유다의 마음속에 들어가 배반의 주동자가 되게 합니다.

 

예수께서는 실제로 베드로 안에서 교묘히 활동하는 사탄의 소행을 눈여겨보시고 “사탄아, 물러가라!” 하고 크게 질책하셨습니다. 이 호된 꾸중을 잊지 못한 베드로는 우리에게 충고합니다 : “정신올 바짝 차리고 깨어 있으십시오. 여러분의 원수인 악마가 으르렁대는 사자처럼 먹이를 찾아 돌아다닙니다.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악마를 대적하십시오”(1베드 5,8-9). 악마는 살아 있는 영적 존재로서 악의 길에 빠진 존재들입니다. 그것은 인류 역사에 죄와 불행의 씨를 뿌리는 두려운 유혹자이며 원수입니다.

 

교회는 이와 같이 악마의 교활하고 왕성한 악마에 활동을 폭로하면서 아울러 대한 과장된 표현이나 행위들을 경고합니다. 악마가 어떠한 힘을 지녔다 할지라도 그 힘에는 한계가 있으며 하느님의 섭리에 의해 악마는 제한을 받습니다. 악마는 강한 힘을 지니지만 사슬에 묶인 개와 같습니다. 사탄이 강하다면 그리스도께서는 그보다 더 강하십니다. 그렇지만 악마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안전한 곳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악마로부터의 보호를 하느님께 겸손되이 간청해야 합니다 :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

 

[경향잡지, 1990년 7월호, 최영철 알퐁소(대구 가톨릭 대학교수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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