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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의 문화: 무익한 연명치료 중단 (4) 무익한 연명치료의 개념 및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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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29 ㅣ No.1001

[생명의 문화] 무익한 연명치료 중단 (4) 무익한 연명치료의 개념 및 적용

환자 · 의료진 · 사회적 상황 고려한 균형잡힌 관점으로 중단 결정해야


지난 세 차례의 연재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마주치게 되는 무익한 연명치료의 중단과 관련한 여러 모습을 간단하게나마 살펴봤다.

첫 번째 글에서는 무익한 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란 용어에서 무익함 또는 무의미함이란 단순하게 의학적 상황만을 보고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 보호자, 의료진, 사회문화적 상황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봤다.

두 번째 글에서는 연명치료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극심한 통증 조절의 방법으로 사용되는 완화적 진정(말기 진정)에 대해서, 그리고 지난 주 세 번째 글에서는 환자 본인의 자율적 의사결정권을 중요시 하도록 변화해가는 사회적 흐름에서 사전의료지향서에 포함된, 연명치료 중단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봤다.

일반적으로 무익한 의료행위는 1) 환자에게 의도했던 치료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 2) 99% 이상 비효과적으로 밝혀진 의료 행위 3) 공인된 의학 단체에서 표준으로 용인되지 않은 의료 행위로 정의된다.

여기서 1)의 정의는 사후에야 알 수 있는 것이기에 대개의 경우 2) 또는 3)의 정의에 의해 의료행위의 무익함을 논하게 된다. 이와 같이 무익한 의료행위를 정의하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무익한 의료행위는 효과가 적은 치료와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는 등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보통의 경우 대리인과 관계된 문제, 병의 진단과 예후에 대한 오해, 종교적 가치관 및 기적에 대한 생각 차이 등으로 인해 무익한 의료행위 중단에 관한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봐도 무익한 의료행위는 의료행위 그 자체로 무익함 또는 무의미함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의료행위라 할지라도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사회문화적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서 무익함과 무의미함의 결정이 달라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초점을 맞춰야 할 점은 무익한 의료행위는 개별 사례에 근거해야만 결정될 수 있으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서 그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일이다.

이러한 결정을 위해 중요한 것은 환자, 보호자, 의료진, 사회문화적 상황을 모두 고려하는 균형잡힌 시각과 관점을 모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병원은 병원윤리위원회를 두고 있다. 환자 본인의 생각만으로나 보호자 판단만으로, 그리고 의료진 결정만으로 이뤄지는 연명치료 중단 행위는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병원윤리위원회를 통한 절차적 정의 실현을 거쳐 개별 상황이 그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무익한 연명치료 중단의 결정에서 가톨릭 의료인들 뿐만 아니라 환자, 보호자들도 꼭 명심해야 할 내용이 있다.

“무고한 생명을 빼앗으려고 하는 고의적인 결정은 언제나 도덕적 악이며, 그 자체가 목적이든 아니면 선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든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라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회칙 “생명의 복음” 57항 말씀이다.

교황청 생명학술원 제12차 총회에서 하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자신과 창조주의 긴밀한 결합에 뿌리를 둔 지고한 존엄성을 부여받았습니다. 그 어떤 상태나 조건에 있든,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현존을 반영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수정된 순간부터 자연적 죽음에 이르기까지 항구적으로 모든 인간 생명이 신성하고 불가침성을 갖는다고 가르쳐왔습니다.”

무익한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는 것은 그 결정의 결과가 생명의 마지막과 관련돼 있기에 이 모든 과정은 인간의 선택이 아닌 하느님 섭리에 달려 있음을 인정하고 언제나 신중한 절차를 통해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평화신문, 2012년 12월 23일, 오승민(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협력본부 사무국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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