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7일 (월)
(녹)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강론자료

그리스도왕 대축일-가해-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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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1999-11-20 ㅣ No.163

연중 제 34 주일 (가해)

(그리스도왕 대축일)

          에제키엘 34,11-12.15-27  1고린 15,20-26.28  마태 25,31-46

     1999. 11. 21.

주제 : 내 삶의 왕은 누구인가?

 

신자 여러분,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어제(부터) 비가 왔습니다.  이 비가 그치면 좀 더 추워질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겨울이 더 가까워질 것이고, 우리의 몸과 마음은 좀 더 오그라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오늘은 연중 34주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을 판단하실 분으로 등장하는 예수님을 왕이라 고백하는 우리가 현실의 삶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반성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교회의 일년은 연중 34주간으로 마칩니다.  오늘은 그 첫날이니, 이번 주간을 지내면 우리는 다음 주일에 새로운 한 해의 전례인 대림절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토요일 아침이면 가끔씩 저는 텔레비전을 켜놓고 있다가 ’아주 작은 일들이 우리 삶을 바꾸는구나!’하며 감탄하곤 합니다. 어제는 ’변신(變身)’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겉으로 꾸미는 모습이 달라졌기에 13년간이 같이 살면서 목장 일을 하던 자기 부인을 곧바로 알아보지 못하고 음식점에서 이리저리 헤매는 남편의 모습을 봤습니다. 머리모양을 바꾸고 입은 옷의 색깔과 모양이 달라졌다고 그렇게 혼란을 일으키니, 겉모습보다는 ’사람자체의 변화를 요구하는 신앙생활은 더 힘들겠지!’하는 생각도 동시에 했습니다.

 

연중 34 주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심판하는 심판자로서 왕, 예수 그리스도를 만납니다. 세상의 심판자는 전체 무리를 아주 간단하게 오른편과 왼편으로 구별합니다. 그리고 목자가 양과 염소에게 서로 다른 먹을 것을 마련해 주듯, 당신 앞에 선 사람들을 향하여 판결을 선언합니다. 하느님의 나라에 합당한 사람들인가? 아니면 하느님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없는 곳으로 가야 할 무리인지의 구별, 겸손해하면서도 부끄러운 듯 자신의 선행을 숨기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내가 내 맘대로 살아온 것도 잘못이냐고 물으면서 하늘을 향하여 삿대질을 하듯 항의하는 사람들로 머물 것인지, 그 구별은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복잡한 것과는 달리 의외로 간단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그 기준은 내가 무시할 만하다고 취급했던 일들을 진정 어떠한 자세로 대했느냐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흔히 무서운 심판자로 기억합니다. 우리가 아주 작은 일에도 쩨쩨하게 간섭하는 분으로만 하느님을 기억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일은 보기 나름입니다. 같은 사실을 보면서 하느님을 쩨쩨하게 보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아주 작은 일에도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분으로 하느님을 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해야 우리가 더 성실할 수 있고, 어떻게 바라봐야 세상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지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갖는 시각에 따라서 우리가 만들어 갈 세상,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달라집니다. 여러분 안에서 생각과 행동을 좌우하는 삶의 기준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첫 번째 독서에서 하느님은 선언하십니다. 이제는 대리자들을 믿지 않고 하느님 친히 모든 것을 챙기겠다고 말입니다. 하느님의 이런 선언을 우리는 세상을 심판하시겠다는 말씀으로 들을 수도 있고, 아직 완전히 늦은 것은 아니니 이제부터라도 분발해서 살아야 한다는 말씀으로 알아들을 수도 있습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은 정해진 이치입니다.  그러나 그 규칙을 누가 정했는지, 왜 반드시 그래야 하는지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참으로 중요한 것을 알아채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저절로 된다고 생각하기에, 참으로 중요한 것, 참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미소한 것에 우리가 정성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사물 가운데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우리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있습니다.  작은 세균들도 하나이고, 사람이 가진 마음과 생각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의 바탕을 이루는 하느님의 힘도 사람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그것은 사실입니다.

 

하느님이 세상 만물에 대한 주권을 다시 쥐겠다고 하시는 에제키엘 예언자의 전언과 하느님께 다가가는 참된 길을 우리에게 알려주신 그분의 아들 예수에게 주어지는 영광과 그분의 모범을 선언하는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의 내용은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지, 참된 정신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올해가 끝나려면 아직 얼마의 시간이 더 남기는 했지만, 전례 달력으로 한해를 마감하는 연중 마지막 성서주간에 하느님의 말씀을 되새기고 올바로 지냄으로써 복음에 나오는 축복받는 사람들의 무리에 들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의 뜻을 밝히시는 하느님께 좀더 가까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한 주간이 되도록 기도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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