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ㅣ 봉헌생활
성 베네딕도의 길1: 주님을 섬기는 학원을 만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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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네딕도의 길 1 - 주님을 섬기는 학원을 만들자 그렇기에 베네딕도 성인은 이렇게 가르친다.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RB 4,21)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안에서 원수들을 위해 기도하라.”(RB 4,72)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낫게 여기지 말 것이니,”(RB 72,11) 내 삶은 물론 공동체의 중심이 그리스도라는 말씀이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그리스도보다 더 사랑하거나, 삶의 중심에 놓아서는 안 된다. 수도승들은 물론 많은 현대인들이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중심 없이, 생각없이, 영혼없이 자기를 잃고 살아가기에 문제이다. 작금昨今의 입시위주 학교 교육도 이런 ‘자기’ 없는 인간을 양산하는 추세다.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를 잃는다면 그 세상은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수도승들에게 그리스도 없이 살아가는 것은 영혼없이 살아가는 것과 같아 위태롭기 짝이 없다. 그리스도는 수도승은 물론 수도공동체의 중심이자 영혼이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마태 11,29) 주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섬기면서 주님의 온유와 겸손을 배우는 학원공동체가 바로 수도공동체이다. 이를 두고 오늘날의 학교제도로 생각하기보다는 자발적 모임의 배움터라 부르는 것이 좋겠다. 수도승들은 이 배움터에 평생 정주하면서 주님 섬기는 법을 공부해야 하는, 죽어야 졸업인 평생 학인들일 수밖에 없다. 나이가 바로 학년이고 죽는 날이 바로 졸업이다. 수도승의 공부 목표는 단 하나, 주님을 잘 섬기는 것이다. 하여 주님과 주님의 뜻을 잘 알아야 주님을 잘 섬길 수 있기에 주님을 알아가는 평생 공부는 필수이다. 주님을 섬긴다는 표현은 막연한 게 아니다. 진정 주님을 섬기는 삶은 수도승들의 모든 수행을 통해 표현되기 마련이며 좋은 수도원은 주님을 섬기는 분위기가 가득한 학원공동체이다. 결국 침묵, 기도, 노동, 성독(聖讀), 절제 등 모든 수행은 주님을 잘 섬기기 위한 방편들이다. 특히 사순절은 각자에게 적절한 섬김의 분량인 절제의 수행에 힘써야 할 때이다(RB 49.5). 주님을 섬김은 형제들을 섬김으로 표현된다. “형제들은 서로 섬길 것이며(RB 35,1) 모든 것에 앞서 모든 것 위에 병든 형제들을 돌보아야 한다(RB 36,1). 참으로 그리스도께 하듯이 그들을 섬겨야 하며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 또한 그리스도를 섬기는 마음으로 맞아들여야 한다(RB 53,1).” 이처럼 수도승들은 서약한 거룩한 섬김 때문에 장상과 형제들은 물론 특히 병약한 형제들을 섬겨야 한다. 주님을 섬기는 학원인 수도공동체는 얼마나 아름다운 복음적 공동체인가! 그러나 세상에 이상적인 공동체는 없다. 수도공동체 역시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상적 섬김의 공동체를 향해 여정 중에 있는 수도공동체이다. 성 베네딕도는 그의 규칙서에서 주님을 섬기는 아름다운 학원공동체의 설립을 위해 평생 배워야 할 마음가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도승들은 지극히 열렬한 사랑으로 이런 열정을 실천할 것이다. 즉 서로 존경하기를 먼저하고, 육체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며, 서로 다투어 순종하고, 아무도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되는 것을 따르지 말고 오히려 남에게 이롭다고 생각되는 것을 따를 것이며, 형제적 사랑을 깨끗이 드러내고 하느님을 사랑하여 두려워할 것이며, 자기 아빠스를 진실하고 겸손한 애덕으로 사랑하고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낫게 여기지 말 것이니, 그분은 우리를 다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실 것이다(RB 72,3-12).” 우리는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 수도원에서 평생 주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주님의 학인들로 살아가는 복된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이다. [분도, 2009년 봄호, 글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 전각 정호경 루도비코 신부(안동 교구), 사진제공 박현동 블라시오 신부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0 1,92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