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성가정축일-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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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3-03-01 ㅣ No.383

성가정(聖家庭) 축일 (나해)

 

        집회 3,2-6.12-14    골로 3,12-21     루가 2,22-40

 

    2002. 12. 29.

 

주제 : 올 한해를 돌아봄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2002년에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주일이고 성탄대축일을 지낸지 5일째 되는 날, 성가정 축일입니다. 생활이 자꾸만 더 어려워진다고 하고 새로운 경제위기가 다가온다고 말하는 2002년을 마무리 짓는 때에 와 있습니다.  2002년 한 해를 지내면서 어려움이 없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겠습니다만, 그런 일들을 각자의 능력과 상황에 맞춰 이렇게 저렇게 극복하면서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볼 수 있다는 것은 한 해를 잘 지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예수·마리아·요셉 성인으로 이루어진 가정을 기억하는 성가정축일입니다.  우리는 흔히 ‘성가정 축일’을 기억하면서 그 가정을 본받자는 말을 씁니다.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첫 번째 의미는 가족들 모두 세례를 받은 신앙인으로 살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 것이고, 두 번째는 이미 세례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섬길 줄 아는 사람들로 머물기를 바라는 내용도 있을 것입니다.

 

성탄 축제일은 하느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셨음을 기뻐하고 그 기쁨을 간직하고 이웃들을 향하여 드러내야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축제일이었습니다.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느님을 기쁨으로 맞아들인 사람들이라면 개인의 변화, 좀 더 크게는 세상의 변화가 바로 그분의 삶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무한하신 분이면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상황을 수용한 분, 영원하신 분이면서도 죽음을 겪을 분으로 태어나신 분, 세상의 변화를 위하여 현실을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신 분이 바로 하느님의 아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이런 마음의 평안을 갖고 하느님의 사랑을 선포할 수 있게 된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성가정안에서 보고 듣고 자란 결과 때문에 가능했을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예수님과 요셉과 마리아로 이뤄진 완전한 가정을 이룬 모습을 우리는 마음속에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정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하고 생각하여 우리 삶에 실천할 본보기를 찾는 것이 오늘 성가정 축일에 우리가 다짐할 일입니다.

 

가정은 단순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만 있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화려한 겉모양과 현실적인 이익을 먼저 찾는 세상에서 가정이라는 테두리가 지켜지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는 가정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사람은 속마음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과 요셉성인 그리고 마리아로 이뤄졌을 가정의 진정한 삶의 공동체를 찾아보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오늘 미사에 오신 여러분 가정의 모습을 살펴봐도 알 수 있는 일이고, 우리 퇴계원 본당을 하나의 가정으로 본다면 여러분이 올해의 지난 기간동안 우리 본당을 기억하며 하셨던 일들을 돌이켜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일은 없습니다. 내 맘대로 하는 일이 정당하다고 우길 수는 있어도 각자의 마음에 욕심이 함께 하기에 그 욕심을 채우려는 생각으로 일을 대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에서 욕심을 앞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혼인하고 같이 살기도 전에 먼 거리를 움직여야 했고, 아기의 탄생도 사람들이 아닌 동물들 가운데서 축하를 받아야 했으며, 그렇게 낳고 성장한 사람이 수없이 많은 욕을 먹고 비판을 받았는데 그런 감정들을 가슴에 새겨야 했던 어머니의 가슴은 분명 서글픈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성가정의 모습은 훼손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성가정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모든 것의 첫 자리에 하느님을 생각합니다.  구약의 백성이라면 누구나 같은 삶의 정신을 가졌을 것이기에 그들은 모든 것의 시작을 하느님에게 두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신앙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으면서도 미사에 참여할 때만 그렇게 느끼고, 몸이 성당에서 빠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그 마음자세를 잃어버리지는 않았나 싶습니다. 시므온이 예수님을 팔에 안고 선언했던 안타까움은 집어던지고 하느님의 영광만을 기억한 것은 아니었나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성가정을 부럽다고 말하면서도 그에 합당하지 않은 행동을 한 것밖에는 되지 않는 일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고 자녀를 사랑해야 가정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하는 것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진리입니다.  그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는 반드시 혈연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오늘 성가정 축일을 지내면서 여러분이 이루고 있는 가정, 신앙인들로 모인 우리 본당공동체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은 교회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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