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대림 4 주일-다해-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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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0-12-24 ㅣ No.234

대 림 4 주 일 ( 다 해 )

 

        미가서 5,1-4ㄱ    히브리 10,5-10       루가 1,39-45  

    2000. 12. 24.

 

주제 : 하느님의 뜻

 

오늘은 12월 24일, 해마다 기억하는 인류구원이 시작된 성탄절의 하루 전날입니다. 오늘 우리를 비추는 태양 빛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서산으로 기울면 우리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이 세상에 인간으로 오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에도 성탄절은 있었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도 성탄절은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지난해 맞았던 성탄절과 올해 맞이할 성탄절에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해보다 한 살을 더 먹었고, 한해를 더 살면서 씻어내야 할 삶의 때가 더 묻었을 것이고 그것을 떼어내려면 새로운 각오가 필요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구원자는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갖고 오시는 분이기에 더 그럴 것입니다.

 

하루를 보내고 한해를 지내며 우리는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질문할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우리가 어떻게 응답하고 그 응답을 실천하는지에 따라 우리 삶은 달라집니다. 하느님이 실현하시는 뜻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아무런 불평 없이 그대로 따르는 경우도 있고 하느님을 향하여 반발하고 싶거나 고함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힘들다고 느낄 때에 반발의 마음은 더 커질 것입니다.

 

오늘 첫 번째 독서 미가예언서는 사람이 판단하는 시각과 하느님이 바라보시는 세상에 대한 판단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은 화려한 것, 아름다워 보이는 것, 커다란 것에 먼저 관심을 갖습니다. 적은 노력을 들이고도 배 부르려고 하거나 크게 만족할 만한 것에 더 먼저 눈을 돌리는 것입니다. 그런 시선과 그 판단으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그 방법을 따르지 않으면 왠지 뒤떨어져 보이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고양동과 관산동을 합친 것보다도 좁은 베들레헴이라는 동네를 세상 구원을 위한 출발점으로 하느님은 생각하신 것입니다. 2000년 전에는 그다지 기억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특별한 일도 아니었을 한 아이의 탄생 기념을 이제는 전 세계에서 기억하고 축제를 지내는 때로 바꾸어 놓은 것이 하느님의 힘입니다.  물론 축제는 우리가 지냅니다만, 하느님께서 주도권을 쥐지 않으셨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작고 좁은 곳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하느님께서 원하셨고 당신의 뜻을 실현시켜 나가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세월도 흘렀고, 장소도 다르지만, 우리가 사는 본당 공동체 어디선가에도 하느님의 뜻은 실현되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고집하는 시선을 버리고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그 모습을 찾을 수 있겠지만,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가 그 모습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 한가지, 2000년전의 세계에서 사람들이 바라보는 기준과는 달리, 하느님은 여성의 겸손한 응답을 바탕으로 해서 구원사업을 시작하셨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인 다음, 우여곡절 끝에 친척을 찾아간 마리아에게 하느님은 인간이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일을 실천하십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을 통하여 갑작스레 하느님의 뜻을 성실하게 따랐음을 칭찬하는 것입니다.

 

과학이 발달하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시대에 사는 우리는 그런 놀라운 일을 경험하면 그저 신기하게 여기고 말지만, 옛날의 사람들은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재빨리 생각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세상의 여러 가지 걱정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고,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고민을 많이 하지 않으며 살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도 우리가 마음을 바꾸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과학이 더 먼저 큰소리치는 세상, 신앙의 힘은 설자리가 자꾸만 좁아지는 세상에서 하느님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신앙인이 아니고서는,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이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통해서 이 세상의 구원하는 일을 시작하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은 대림 4번째 주일입니다.

우리를 찾아오실 하느님의 평화가 우리를 채우고, 이웃에게도 흘러 넘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채울 수 있도록 잠시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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