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주님 승천 대축일-가해-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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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1999-05-14 ㅣ No.91

예수 승천 대축일 (가해)

           

            사도 1,1-11  에페 1,17-23  마태 28,16-20

       

       1999. 5. 16.

주제 : 떠난다는 것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은 부활 7주일이며, 승천대축일입니다.  서양에서는 목요일이 승천대축일이고 쉬는 공휴일이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승천 대축일을 오늘 주일로 옮겨 기억합니다.  승천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몸을 이제는 세상에 드러내 보이지 않으시고 부활하신 육체의 모습을 영원히 감추신 날입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세상 사람들과 더 가까이 계시고자 예수님께서 그 존재방법을 달리하신 날입니다.

 

한자 성어에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나는 것이 헤어지는 것은 정해진 이치’라는 말이 될 것입니다. 만나서 헤어지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헤어집니다.  ’만나는 것’은 ’헤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헤어진다는 것은 언젠가 다시 만날 기대를 갖게 합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는 이런 말도 합니다.  ’눈앞에 없으면 보고 싶고, 보면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있으면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이 미사에 오신 여러분도 이런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좋은 생각을 가져도 우리의 바람대로 놔두지 않는 것이 세상입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의 승천과 관련된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에게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고 선언하십니다. 그 다음에 제자들이 할 일을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을 연결시켜 생각하면, ’우리가 세례 받는 일, 때로는 골치 아프고 힘들다고 생각하면서도 하느님이 주신 계명을 지키는 일은 하늘과 땅의 권한을 우리가 행사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창세기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의 범죄는 하느님이 주신 계명을 자기 맘대로 해석하고 잘못된 해석대로 실천했기에 ’땅마저도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게 되었고, 땀을 흘려야만 소출을 내어주게 되었다’(창세기 3,17)고 전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예수님이 받으셨던 그 권한을 바르게 누리고 행사하고 사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때에 가능한 것입니다.  국가에서 정한 법에도 그 정신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권리는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성미 급한 사람들은 그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늘 첫 번째 독서에 나오는 것처럼 예수님의 말씀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늘만 멍하게 바라보는 습관을 우리가 지녔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초점을 잃고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는 습관은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잊어버릴 때 나옵니다.

 

예수님은 승천하시면서 사람들에게 정신을 차리고 살 것을 강조하십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예루살렘에서 아버지의 약속을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 말씀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제자들 몇 사람은 하늘로 사라진 예수님의 모습만 그리워하고 있다가 사명을 일깨워주는 말을 천사로부터 듣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깨달은 제자들은 행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도 이 세상을 살면서 가끔씩은 몸과 정신이 따로따로 놀 때가 있습니다. 그때에 우리는 누구의 깨우침으로 바른 길로 돌아섭니까?  

 

우리가 물려받을 축복의 크기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사랑의 마음으로 살아가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세상에 쉬운 것은 없습니다.  밥을 먹고사는 일도 힘들고, 마음을 모아 하느님께로 돌리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렵다고 물러서는 일은 하느님의 축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삶의 방법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승천대축일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제자들과 스승의 완전한 이별이었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이별이 있었기에 제자들은 다시 마음과 정신을 하느님께로 추스를 줄 알았고, 우리는 오늘 전례를 거행하면서 같은 마음자세를 다짐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삶에서 겪는 이별의 의미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존재가 귀중한 것은 그가 내 곁에 없을 때에야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슬픔을 지닌 것이 아니라면, 누구나 겪고 나서 성장해야 할 일입니다.  내가 하느님 안에 머무를 때와 그 분을 떠났을 때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아야 합니다.  

 

이번 승천대축일 주간, 부활 7주간을 지내며 여러 가지 이유로 하느님에게서 떠나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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