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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본당사목] 주일미사를 활용한 신자 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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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5 ㅣ No.333

주일미사를 활용한 신자 재교육

 

 

서울대교구 시흥4동본당 주임신부 시절에 실시하였던 전례학교 프로그램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주저하다가, 사목자들 간의 경험 공유라는 차원에서 수락하였다. 2002년 시흥4동본당에서 했던 ‘강의미사를 바탕으로 한 신자 재교육과 본당활성화 프로그램’은 비교적 신자 수가 적은 본당에서 보좌신부나 수녀 없이 혼자서 신자들을 사목해야 하는 주임신부가 맡기에 적합하다. 토요일 특전미사부터 주일 저녁미사까지 보통 6-7대의 미사를 주례하고, 주일 예비신자 교리반 강의와 여러 사도직 단체의 회합까지 참석해야 하는 홀로 주임신부의 주말은 늘 바쁘다. 

사제들과는 반대로 신자들에게는 가장 좋은 시간이 주말이다. 그러기에 주말에 자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사목자에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봉사자들의 협조를 구하면 되지만, 신자 수가 적은 본당에서는 적절한 봉사자를 찾기 어려웠고, 외부 봉사자를 초청할 경우, 그 본당 봉사자보다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본당 봉사자 양성을 위하여 교구 프로그램에 위탁해 보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도 못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주일미사 중 특정한 시간의 미사를 강의미사로 지정하여 신자 재교육과 봉사자 양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방법이었다. 이를 통하여 본당 전체를 활성화하고, 활기찬 본당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였다. 이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시흥4동본당에 대한 분석

 

시흥4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하면서 본당에 대한 분석을 시작하였다. 어떻게 하면 신자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가? 사목자로서 나는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 어떻게 신자들을 도울 것인가?

 

당시 필자는 서울대교구의 경우, 본당 모델을 다섯 가지 정도로 분류하여, 그 모델 유형에 따라 교구가 추진하고자 하는 바를 차별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률적이고 일방적인 공문에 따른 지시가 아니라, 그 본당이 속한 유형에 따라 그에 맞는 지침들이 전해진다면 교구와 본당 간의 일치뿐 아니라, 이루고자 하는 결과를 훨씬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첫 번째 유형은 아파트 중심의 중산층 본당이다. 강남 등 아파트 지역이 많은 곳으로서, 도시 전반이 성장하는 추세이고, 젊은이들이 많고, 자동차로 5-10분 거리에 여러 본당이 있는 지역들이다. 

 

두 번째 유형은 전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도시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는 본당 유형이다. 서울 도심에 있는 본당들로서, 과거에는 많은 신자들이 있었으나 그 수가 격감하고, 또한 노령화되고 있는 본당들이다. 

 

세 번째 유형은 신도시들에 급격히 신설되고 있는 본당 유형들이다. 새로 이사 온 30-40대 부부가 많고, 자녀들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직장이 주로 서울에 있는 경우이다. 

 

네 번째 유형은 도시화와 산업화의 급격한 흐름 속에 가장 많이 희생한 도시 빈민 또는 중산층이 모여 사는 지역의 본당들이다. 

 

다섯 번째 유형은 전곡, 연천, 상리, 적성 등 농촌지역 본당이다. 또한 이곳은 남북 분단의 아픔을 그대로 안고 있는 군사지역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시흥4동본당은 네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판단하였다. 시흥4동본당은 서울지역 안에서도 가난하고, 작은 본당에 속한다. 사실, 아련한 향수가 느껴지는 좁은 골목길을 중심으로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사람들의 삶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불편함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난하면서도 정이 묻어나는 동네 분위기를 바탕으로 ‘혹시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안에서도 공동체 구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볼 만한 곳이다. 물론 같은 골목에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어서 때때로 남의 집 부부싸움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어야 하는 민망함이 있지만, 작은 것마저 나누려고 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소박함에 주목할 수 있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자들은 상당히 지쳐있었다. 1995년에 분가한 이후 8년간 성당 부지 마련과 건물 신축, 그리고 부채 갚기 운동에 본당 공동체가 매달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설 역시 열악하였다. 1997년 ‘도시선교 본당 모델’이라는 이념을 가지고 176평 규모의 샌드위치 패널로 성당을 지었지만, 이른바 단층 조립식 건물로는 회합이나 친교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신자들이 미사 후에 차 한 잔 나눌 공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시흥4동본당은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시장 옆인데도, 육지에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잠시 배를 타고 나가는 섬마을 사람들처럼 미사 또는 본당 행사에만 사람들이 상륙할 뿐, 교우들이 머물지도, 머물 수도 없는 공간이었다. 

 

또 공동체의 활성화 정도 역시 다른 본당과 다를 바 없었다. 관행대로 사목을 한다면 무난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겠지만, 그래서는 신자들이 기쁨을 얻어가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동안 성전 마련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해 온 신자들은 이제 개인의 쇄신과 변화를 추구하고 신앙적으로 성숙해 나갈 수 있도록 사목자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본당의 상황을 분석하다 보니, 가슴이 꽉 막혀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본당 신자들에 대한 사목 서비스 개선은 주임신부 혼자로서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평상시에 가톨릭 교회의 사목 서비스에 대하여, 넉넉한 점수를 주지 않았는데, 이제 필자가 비판하던 그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불친절하고, 사람 개개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며, 복음적 열정이 많이 사라진 관료적인 교회라고 비판하였는데, 이는 곧 내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 되었다.

 

먼저, 교우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교우들은 전례 봉사자 양성과 교리 봉사자 양성을 위한 교육을 강렬히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교육을 원하면서도 시간을 내기 어려운 신자들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서울 외곽에 있기에, 장시간을 들여 출퇴근하고 야근을 해야 하는 교우들이 많았다. 열의의 부족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런데도 부족한 시간 중에 틈을 내어 전례나 그 밖의 다른 봉사를 하는 교우들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특정한 평일에 2시간 이상의 시간을 고정적으로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지만, 시간을 낼 수 없는 교우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였다. 또한 평일에 교육을 할 경우, 교회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30-40대 신자들과 함께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들은 더욱 그러하였다. 하지만 그토록 바쁘게 살면서도, 그들 중에 교회를 더 배우고 싶고, 주일 하루라도 봉사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였다.

 

상황은 그러하였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적절한 사례 찾기

 

적절한 방법을 찾고자 서울대교구 내의 본당들과 인근 본당들의 움직임에 귀를 열었다. 이러한 문제에 응답하고 있는 사목적 시도들이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중에 화곡본동본당에서는 배울 점이 너무나 많았다. 단지 필자가 사목하는 시흥4동본당이 화곡본동본당의 좋은 움직임을 따라가기에는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많았을 뿐이었다. 화곡본동본당 사목구 주임인 차원석 신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목 아이디어의 참신함을 배우면서, 시흥4동본당에 적합한 형태로 개선하여, 이른바 ‘시흥4동본당식 강의미사’를 만들게 되었다.

 

강의미사의 원칙은 이렇게 세웠다.

 

1. 주일미사 시간을 이용한다.

2. 강의미사를 신설하여 전례학교, 교리교사학교 등을 개설한다.

3. 강의미사는 특성화 미사로서 창미사곡 등을 노래하지 않고, 최대한 강론 시간을 길게 확보한다. 신자들에게 미사가 80분간임을 공지하고, 강의미사에 오기 싫은 사람은 다른 시간의 미사를 참례할 것과, 강의미사에 참례하고 나서 미사가 길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4. 강의미사는 1시간 20분 정도로 한다. 

5. 기존 본당에서 진행하는 5분 교리 수준의 강론을 넘어서서 신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로 30-40분간 강의를 진행한다. 절대로 40분을 넘기지 않는다. 하지만 5분 교리 또는 토막상식 교리처럼 해서는 효과가 없다. 

6. 마무리에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사명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7. 이 시간에는 본당 공지사항도 최대한 짧게 한다.

8. 교재를 미리 배포하고, 참여하는 신자들이 필기하도록 한다. 출석은 본인이 자율적으로 체크하는 방식으로 한다.

9. 일련의 과정이 끝나면 해당 봉사자에게 수료증을 수여한다.

 

 

시간의 편리성

 

실제로 신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도 시간의 편리성 때문이었다. 주일미사 참례와 동시에 원하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강의미사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매 주일 오전 9시 미사 강론 시간을 이용하여 강의하고 제대 위에 마련된 칠판에 그 내용을 적으면 신자들은 준비해 온 필기도구로 중요한 내용을 적는 등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체로 신자들은 전례에 참여하면서도 그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례정신을 이해하고, 자기가 참여하고 있는 전례의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미사에 참례하고, 공동체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의무적으로 참례하는 신자들도 있었다. 전례 봉사단, 복사단, 성가대, 성체분배 봉사자, 반주자, 제대 봉사회원 등 전례에 봉사하는 신자들은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신자 재교육이 이루어지면서 본당 전체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었다.

 

 

쉬운 교재, 가정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교재

 

교재는 신자들이 읽기 쉬운 것으로 정하였다. 마침, 화곡본동본당과 함께 『가톨릭 기본 교리 상식』을 인쇄하게 되었기 때문에 교재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교재는 1989년에 가좌동본당(당시 주임신부 차원석 토마스)에서 발간한 교리서인데 짧으면서도 실용적이었다. 이 교재를 2002년형으로 새로 인쇄하면서 화곡본동과 시흥4동, 용현동 본당이 함께 인쇄하여 출판비를 아낄 수 있었다. 한 부당 400원 정도의 예산이 들면서도 깔끔하게 출판되었다. 이 교재는 본당 교우들에게 선교용으로 배포하였고,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2쇄, 3쇄를 찍게 되었다. 또한 이 교재는 2003년 서울대교구 경기서부 지구 모임에 소개되어 많은 본당들의 신자 재교육 교재로 사용되었다.

 

 

신자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 선정

 

주제 선정은 신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제목을 재미있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부활 대축일에는 왜 계란만 먹는가? 껍질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가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다른 알들도 똑같은데 왜 오리알이나 메추리알을 사용하여 부활 오리알, 또는 부활 메추리알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왕이면 큰 것으로 해서 부활 타조알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왜 교회는 부활절에 유독 부활 계란만을 이야기하는가? 계란 장사와 교회가 결탁되어 있는가?

 

이런 식으로 질문을 던지면 신자들은 곤혹스러워한다. 거기에서 궁금증이 유발되고, 해답을 듣고자 하는 자발적인 동기가 유발되어 강의는 곧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되었다.

 

 

나오면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다시 특수사목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2단계 전례학교, 1단계 본당 교리교사학교, 1단계 가정방문 교리교사 과정 등은 추진하지 못하였지만, 본당 사목을 위하여 필요한 강의들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소임을 마치고 본당에 가게 된다면 이러한 것들을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때는 두 가지 면을 염두에 두게 될 것이다. 

 

우선, 강의미사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본당의 모든 단체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강의미사에 참례한 교우들을 신입 봉사자로 각 단체에 배정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봉사 시간을 배정해 주려면 단체들 간에 연대감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지구 차원에서 교재를 발간하는 것이다. 강의미사를 위하여 여러 서적들을 검토했지만, 적절한 교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큼 좋은 교재를 발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지구 신부들과 함께 기획하여 지구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본당 단체들 간의 연대 강화와 지구 사제단의 협력을 바탕으로 제2기 전례학교를 개설하고 싶다.

 

[사목, 2005년 4월호, 최성우(의정부교구 홍보전산실장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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