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신앙교육3: 바람직한 방향과 대안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8 ㅣ No.232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신앙교육 (3) 바람직한 방향과 대안


교육은 성인들의 전유물? “NO”

 

 

신앙교육도 평생교육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도체험 피정중인 젊은이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부르셔서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마르 3, 23)

“예수님께서는 또 그들에게 비유를 말씀하셨다.”(루카 5, 36)

“하늘 나라는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기는 것과 같다.”(마태 25, 14)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르치실 때 다양한 비유를 통해 당신의 목적을 이루고 계심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율법학자 등에 의해 이뤄지던 단선적이고 획일적인 지식 전수와는 큰 차이를 보인 예수님의 교육법은 상호간의 의사소통에서 출발하고 있다. 예수님의 이러한 교육 방식은 오늘날의 쌍방향적인 교육에 비견할 수 있다.

 

제자들에게 있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관계를 맺고 변화되어 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렇듯 쌍방향 의사소통에 바탕을 둔 교육은 교회 전통에서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교육의 쌍방향성 회복

 

정보화 시대, 디지털 시대 등으로 대변되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쌍방향성’이다. 일방적으로 주어진 정보를 수용하기만 하던 대중이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나오는 신기술들을 이용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메시지를 생산해냄으로써 의사소통에 있어 상호작용의 범주가 한계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일방적으로 지식이 주입되던 기존의 교육구조를 지양해 참다운 하느님의 백성을 양성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의 교육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교회의 교육이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읽고 있는가 하는 면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신문이나 공중파 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가 누리던 권위가 약화되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 소통 네트워크가 힘을 얻으면서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음에도 교회는 과거의 교육방식을 상당 부분 답습함으로써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 속에서 이뤄지는 자발적 소통이 그리스도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매체의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무책임함은 반그리스도적인 문화를 확산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와 점차 멀어지고 교회의 가르침과는 상관없는 파편화된 삶으로 이끌려가기도 한다.

 

따라서 현대기술의 수용과 전달에 앞서 그리스도교적인 가치와 사고 능력 등을 길러주는 교육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교회의 현실이다.

 

더구나 갈수록 교육을 필요로 하는 장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채울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한 교회의 현재는 비그리스도적인 흐름들이 그 공백을 메우게 함으로써 교육자로서의 몫마저 외부에 빼앗기는 등 적잖은 문제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리스도 정신으로 철저히 무장한 이들을 양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쌍방향적인 소통구조와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신자들의 자발성을 키우고 능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교회가 일일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흐름에 대응하기란 꿈같은 일이다.

 

 

평생교육 패러다임의 정립

 

교회와 신자들 상호간의 원활한 소통 속에서 발현되는 자생적인 에너지는 엄청난 박해 속에서도 교회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힘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 신자들의 역량마저 세속의 자장 속으로 흡수되어버렸던 사례는 교회 역사 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제자 교육법 가운데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하느님의 말씀이 기쁨이 되지 못하던 이스라엘의 상황에서 예수님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일방적 논리가 아닌 삶이 녹아든 가르침을 통해 가난한 이들을 기쁜 소식으로 이끈다. 예수님의 이런 모습은 부단한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교회의 교육은 신자들의 삶과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일상생활과는 별개인 지식 전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교회의 교육이 신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이를 통해 생명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가르침이 일상화되어 신자들의 삶 깊숙이 파고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교회의 교육 시스템에 평생교육 패러다임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평생교육과 거리가 멀다. 당장 가까운 본당만 살펴보더라도 취학 전 아동과 청년 신자들 상당수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을 위한 교육을 마련하고 있다 하더라도 초등교육과 중등교육, 성인교육 사이에 연계성이 부족해 참다운 그리스도인 양성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교회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지 못함으로 인해 교회 안에서 이뤄질 수 있는 기본적인 교육마저도 학교나 사회 등에 의존함으로써 교육자로서 교회의 역할을 축소하는 면들이 적지 않다.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총무 김웅태 신부는 “신자들에게 끊임없이 신앙의 가치를 일깨워주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교회는 물론 학교 가정 사회에서의 교육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때 자각을 통해 늘 새롭게 나는 신앙인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 흐름과 왜곡된 정보가 교회를 넘나드는 가운데 평생교육 시스템은 선택적 사항이 아니라 필연적인 방향이다. 신자들이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통해 스스로 신앙을 키워나감으로써 교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배움이 또 다른 배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 신자 평생교육 제안하는 가톨릭대 최준규 신부

 

“사람들은 피어난 꽃을 보고 기뻐하지만 어떤 꽃도 하루아침에 핀 꽃은 없습니다.”

 

신앙교육에 평생교육 패러다임 도입을 주장하는 최준규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는 눈앞에 보이는 열매에 매달리기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씨 뿌리는 일에서부터 나설 것을 제안한다.

 

최신부가 강조하는 씨 뿌리는 일이란 교육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한국 교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뿌리를 교육자 문제에서 찾는 최신부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야지 급한 마음에 프로그램부터 도입했다가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운동, ○○○프로그램 등 교회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교회에서 이뤄지는 교육 가운데 상당수가 교회 내부용 신자를 양산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세속의 가치들과 싸우며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신자들이 얼마나 될까요.”

 

잘 양성된 교육자를 기반으로 적절한 프로그램과 이를 지원해줄 시스템에 지도자의 비전과 확신이 어우러질 때 교회가 겪고 있는 교육 문제가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는 게 최신부의 진단이다.

 

특히 최신부는 이러한 과정이 사제 중심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교회의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평신도들의 동기를 약화시키고 신앙의 목적이 축소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교회나 신앙마저도 선택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욕구가 교회 안에서 채워지지 않을 때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입니다.”

 

그래서 최신부는 교회에서 각 연령대별로 제공되는 수직적 교육과정과 직업이나 취미 등에 따른 다양한 수평적 교육과정들이 통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평생교육 시스템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신앙교육은 신앙을 지닌 이만이 할 수 있습니다. 통합적인 평생교육이 이뤄질 때 참다운 신앙에 눈을 뜬 신자들이 자신의 삶과 교회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07년 2월 25일, 서상덕 기자]



73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