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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교육2: 신앙교육 문제점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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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8 ㅣ No.231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신앙교육 (2) 신앙교육 문제점과 과제

 

틴스타? MBTI ?… “그게 뭐죠?”

 

 

신앙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신자들의 무관심과 무지도 교육 부재의 큰 원인이다. 사진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틴스타 교육 모습.

 

 

“글쎄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요.”(20대 대학생 신자)

“있으면 좋지만….”(30대 청년 신자)

“피정이나 성경공부도 좋지만 생태 · 환경 · 경제 등 생활과 관련이 있는 주제의 교육이 많으면 좋겠습니다.”(40대 초반 여성 신자)

 

‘교회에서 어떤 교육이 이뤄지길 바라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대답들은 대체로 ‘신통하지 않다’는 반응들이다. 특히 20, 30대 젊은층일수록 교회의 교육에 대한 기대는 회의적인 수준을 넘어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마치 ‘뻔하지 않느냐’는 투다.

 

신앙교육에 대한 신자들의 이러한 태도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가톨릭신문사가 창간 70주년을 맞아 지난 1997년 전국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로 연령이 낮아질수록 교회가 마련하는 신자재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도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젊은 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29세 이하 신자들과 30대 신자의 경우 교육 프로그램에 ‘자주 참여한다’는 비율이 각각 9.6%와 8.2%로 24.6%와 25.5%로 나타난 50대와 60대 이상 신자들에 비하면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특히 교육 프로그램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0대가 14.0%, 60대 이상이 13.8%로 열명 중 한명 꼴인데 비해 29세 이하와 30대는 각각 34.5%와 32.0%로 3분의 1 이상이 교회가 마련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별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응답까지 더하면 30대 이하 젊은층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이들이 교회의 신앙 교육과는 거리를 둔 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교육 따로 생활 따로

 

하느님 나라를 향한 복음화의 여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하는 신자들에게 신앙교육은 영적·인간적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교회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과 선진 교육 기법을 도입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신자들을 위한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성경공부를 필두로 교리와 기도 등이 중심이 된 신앙학교와 각종 피정, 성령세미나 등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에 더해 MBTI와 같은 영성·심성 계발 훈련,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인 틴스타(Teen STAR), 효과적인 부모역할훈련(P.E.T), 미디어 활용 교육 등 과거에 비해 다채로워진 것만은 사실이다.

 

문제는 여전히 대다수 신자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데 있다. 특히 본당 청년들을 만나보면 이러한 현실은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월 28일 서울 ㅁ본당 청년미사 후에 만난 강찬호(가명.안드레아.27)씨는 “성당에서 하는 피정 밖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는 말로 교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육의 현재를 보여주었다. 본당 청년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강씨는 “솔직히 복음화, 평신도사도직, 공의회 등과 같은 단어들은 청년들에게 생소하거나 별로 생각해본 일이 없는 것들”이라면서 “본당 자체 교육 프로그램도 별로 없고 성경모임이나 피정 정도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MBTI와 같은 심성 계발 프로그램이나 틴스타 프로그램 등에 대해서도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고, 어떻게 해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지 아는 이들도 드물 것”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교회가 마련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조차 신자들의 삶과 유리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그간 이뤄져온 각 교구의 시노드나 교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각종 통계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신자들의 교육과 관련한 항목이 거의 빠지지 않고 있다. 이는 그만큼 교육 문제가 교회의 중요한 의제로 제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가운데 나온 신앙 교육과 관련한 평가들은 대체로 몇 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교회의 신앙 교육이 명확한 방향 설정에 따른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계획보다는 일회적이고 이벤트적인 기획에 의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이 참다운 신앙인을 길러내는 차원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성직자를 비롯한 교회 지도층의 개인적 철학이나 성향 등에 좌우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서울대교구 시노드 최종 건의안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신앙 교육 부분에서 건의안 109항은 ‘아직까지 예비신자 교리 교육과 신자 재교육이 체계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고 연계성이 없어 교구는 교구대로 수도회는 수도회대로 교회 내 다른 교육 기관은 그 기관대로 산발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교회가 마련하고 있는 교육은 대부분 단선적이고 일방적이며 시혜적인 모습으로 신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스스로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줌으로써 ‘주체적 그리스도인’을 양성하는 교육 본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게 지배적인 평가다.

 

또 다른 문제는 교회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신자들의 삶과의 괴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교회가 그간 신앙 교육에 들여온 노력에 비해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마찬가지여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대교구 시노드 건의안은 교육 내용과 관련해 기본적 교리와 살아있는 내용을 함께 가르칠 것과 아울러 이론 교육과 체험 교육을 병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같은 현실의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교회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하는 점에 있어 신자공동체 내에서의 의제 설정은 물론 아직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엉성한 뼈대만 있는 교육에 살을 입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아 움직이는 신앙, 신앙인을 양성하는 일은 갈수록 요원해질 것이다.

 

 

◎ 신앙교육의 과제

 

“평신도, 그리고 그들이 지닌 의식이 관건입니다.”

 

한국 교회가 겪고 있는 위기의 뿌리를 둘러싸고 난마처럼 엮인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해법과 관련해 한국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홍순 회장은 평신도 스스로의 의식 전환이 일차적인 과제라고 역설한다.

 

스스로를 성직자나 수도자와 마찬가지로 하느님 백성을 구성하는 그리스도의 지체라는 의식을 갖지 못하고 수동적인 조력자 정도로 치부하는 평신도들의 자의식으로부터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다수 평신도들이 평신도의 고유한 특성인 세속적 성격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평신도사도직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갖지 못함으로 인해 스스로를 성직자나 수도자 보다 열등한 존재로 오인함으로써 교회 안팎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신앙 교육은 평신도들 스스로가 자신의 소명과 역할에 대한 철저한 자성에서 그 출발점을 발견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아울러 한국 교회의 제반 여건상 평신도들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사목적 배려가 성직자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주년 사목회의의 첫 의안인 성직자 의안은 서론에서 교회의 “쇄신과 복음화는 무엇보다도 성직자들의 쇄신과 성화가 선행돼야 한다”(2항)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평신도들의 변화와 쇄신은 근본적으로 평신도 스스로의 인식 전환에 바탕을 두어야 하겠으나 한국교회의 현실적인 여건상 성직자들의 변화와 쇄신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평신도의 자각과 성직자들의 인식 전환 및 사목적 배려와 함께 교회의 운영 원리와 비전의 공유는 신앙교육의 선결 과제이다. 가톨릭신문이 실시한 바 있는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작업에 참여했던 우리신학연구소의 박영대 소장은 “신자 양성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복음적 생명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형식적인 신앙생활’의 바탕에는 양적, 질적인 차원에서의 신앙교육 부족과 더불어, 교회의 비전과 방향성을 교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지 못하는데 그 한 가지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7년 2월 11일,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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