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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신앙교육1: 한국교회 현실과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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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08 ㅣ No.230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신앙교육 (1) 한국교회 현실과 문제제기


신앙 영성의 위기 뿌리엔 ‘교육부재’

 

 

해방 이후 8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 세대 이상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 교회는 신앙교육에 있어서도 별다른 위기의식이 없었다. 그야말로 제 발로 교회를 찾아드는 신자들을 잘 추슬러내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문제가 완전히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리 심각한 양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이면에는 이 시기에 입교한 신자들의 면면과도 적잖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사회 저명인사나 지성인들로 분류되는 여론주도층 가운데 상당수가 교회로 들어오면서 교회 내적으로는 신자들의 지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외적으로는 교회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비록 이들의 영향이 교회 전반에 미친 것은 아니지만 교회 곳곳에 잠재해있던 목마름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데 일조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시기 새롭게 교회를 찾은 신자들은 그 어느 때 보다 고조된 대사회적 인식과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 신자들의 의식과 신앙생활 태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본당 활동을 비롯해 교회 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 신자들은 이전까지 대사회 문제에 방어적인 모습이 강했던 교회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나아가 이들은 자신의 다양한 체험을 교회 내부로 이전함으로써 이전까지 교회나 신자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신앙 체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다양한 형태의 신앙 교육과 체험으로 가시화되기도 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신자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를 대사회 실천과 연계시키는 흐름들이 나타났다. 이를 통해 신자들은 자신의 삶을 통해 깨달은 진리를 다시 신앙공동체에 투영함으로써 자발적인 교육과 자각을 바탕으로 믿음을 다져온 신앙 선조들의 전통을 이어오게 된다.

 

여기까지가 현대에 들어 한국 교회가 연출해온 신앙교육의 제1막이다. 이 시기 한국 교회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던 신앙생활을 답습하며 선조들의 신앙유산을 보존하는 수준에 만족했다.

 

 

세속화의 파장

 

한국 교회가 신앙교육의 중요성에 새로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교회의 위기가 거론되던 시기다. 1980년대 말 민주화 이후 사회의 급속한 변화와 함께 교회의 위상도 변화를 겪으면서 아울러 교회가 놓인 위기 상황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노정되기 시작했다.

 

이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강력한 세속의 흐름이 신자들의 신앙과 일상생활간의 괴리를 더욱 심화시키는 시대 상황에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던 종교계 전반의 세속화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각 교구가 시노드를 비롯한 다양한 모색을 통해 교회가 처한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던 시점과도 거의 겹친다.

 

한국 교회 사목자들과 전문가들은 오늘날 교회가 맞닥뜨린 위기의 주요 요인으로 복음적인 신앙교육의 부재와 이로 인한 영성의 빈곤을 꼽는데 대체로 공감한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진단에는 동의하면서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신자교육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뿌리 깊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뜻은 아닌가.

 

연중기획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2월 주제인 ‘신앙교육’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교육, 특히 신앙인들의 삶을 떠받쳐줄 신앙교육에 졸업이란 있을 수 없음에도 대부분의 신자들이 영세와 동시에 교육에서 멀어지는 현실은 한국 교회의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신앙 따로, 삶 따로’인 이른바 삶과 신앙의 괴리 현상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할 때 교회의 위기는 늘 ‘현재진행형’이 될 것이다.

 

 

교육 부재, 영성의 빈곤 초래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신앙교육을 둘러싼 교회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를 밑거름 삼아 교회가 새롭게 세워야 할 신앙교육의 지반과 지형을 모색하는 일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 교회가 신앙교육의 새로운 2막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되어야 할 작업이 있다.

 

우선 신앙교육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공유하는 일이 필요하다. 현재 교회가 겪고 있는 위기의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신앙교육에서 파생된 것이라면 지금까지의 신앙교육에 내재한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쇄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앙교육이 단순히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면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지금껏 이뤄져온 한국 교회의 신앙교육을 점검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강의 중심의 주입식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교육 현실이 신자들의 자발성 발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신앙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층과 그렇지 못한 층이 확연히 대별되는 신앙 양극화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이같은 성찰과 평가를 바탕으로 참다운 그리스도인을 양성할 신앙교육의 대안을 이끌어내는 게 다음 순서라 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신자들의 삶의 현실 안에 살아나게 하는 것이 신앙교육의 관건이다. 수동적, 의무적, 타율적이란 수식어가 붙는 외피를 벗고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을 길러내는 일은 결코 교회의 어느 한 지체에게만 맡겨진 것이 아니라 교회의 사활이 걸린 모두의 과제다.

 

[가톨릭신문, 2007년 2월 4일,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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