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부활 4 주일-다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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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5-06 ㅣ No.323

부활 제 4 주일 (다해) - 성소주일

 

        사도행전 13,14.43-52      묵시록 7,9.14ㄴ-17      요한 10,27-30

    2001. 5. 6.

주제 :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

지난 3월 구역장, 반장님들의 반모임 용지에 몇 가지의 건의 사항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한가지가 주일 미사강론시간 첫마디에 제가 하는 말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후딱 묻고 얼른 딴 얘기로 넘어가니까, 대답할 시간도 없이 신자 여러분들이 황당하게 여기신 분들이 있으신 듯 합니다. 그래서 말을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라는 말 대신에 '한 주간 평안하셨습니까?'

 

오늘은 성모성월의 첫 번째 주일, 부활 4 주일이고 성소주일입니다. 성소주일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심을 되새기는 주일입니다. 그래서 여러 곳의 신학교와 수도회에서는 자신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금남의 집, 금녀의 집'을 오늘만큼은 개방합니다. 사는 곳의 문을 열고 그 안을 보여줌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일을 하는데 자신의 생을 바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 일은 아직 혼인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분들, 규정된 나이에 도달하지 않은 분을 대상으로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이미 다른 모양의 삶을 살거나 그런 마음이 없는 분들에게는 '하느님의 부르심'이라는 말의 의미가 다르게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절대적인 숫자에서는 훨씬 더 많은 신앙인에게는 일상 삶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사는 지, 하느님께서 자신을 고유한 직무로 불러 주셨음에 얼마나 감사하고 사는지 그 정성을 돌아보는 날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오늘 부활 4 주일, 성소주일에 읽는 복음은 아주 짧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목자로 소개하시며 당신의 보살핌이 필요한 대상을 가리켜 양떼라고 표현하십니다. 말을 바꾸면, 이곳 성당에 앉아서 제 입을 통하여 예수님의 말씀을 전해듣는 여러분은 '양 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양 떼'라는 것을 인정하십니까?  (****)  어제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양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어엿한 사람이지, '양(羊)'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리였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위치와 삶의 모양을 아는 일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남들이 중요한 일이라고 알려주기에 그렇게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삶의 기쁨을 느끼고 인생을 통해서 열매를 맺으려면 꼭 필요한 자의식(自意識)이 그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을 스스로 귀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어떤 사람이 우리를 대신해서 그 일을 해 주겠습니까?  우리를 양이라고 말하는 것은 '약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목축 사회에서 그만큼 적당한 비유가 없었기에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표현일 뿐입니다.

 

양의 입장에서 좋고 맛있는 풀을 먹으려면, 목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줘야 합니다. 만일 수많은 양떼들이 각자의 생각만 앞세워 따로따로 움직이려고 한다면 그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우리 교회에도 예수님의 본보기를 본떠 그 역할을 수행하는 사제들과 그들과 협력할 양떼로서 신자들이 있습니다. 우리 삶이 누구에게나 좋게 보이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으려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앞세울 수도 있지만, 가끔씩은 져줄 수 있는 아량도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자존심을 가끔씩은 내던지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결도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제 말이 혹시 맞다라고 생각하십니까?  (****)

 

오늘 사도행전에는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을 반대하고 고집을 세워 하느님을 멀리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나옵니다. 그들이 여러 가지 말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르긴 해도 우리가 절대로 해서는 안될 말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업적을 거부하고, 하느님이 준비하시는 영원한 생명에서 달아나는 일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삶에서 규정되고 완결된 것은 없습니다. 지금은 완벽하다고 생각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완성된 것을 또 바꾸는 것이고, 지금은 마음에 흡족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 사람의 생활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뜻을 알고 실천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처한 현실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함부로 미래를 얕보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하며, 각자의 일에서 성실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그렇게 올바르게 산 사람들은 하느님 앞에서 선택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우리 구원자 앞에서 축복 받은 수많은 사람들의 무리에 들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깨끗한 흰옷'을 입고,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승리를 의미하는 종려나무'를 손에 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의 무리에 드는 최소한의 조건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 정도의 수고는 해야합니다. 그 정도의 수고도 없이 좋은 열매를 얻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생명을 사랑하십니까?  (****) 여러분은 이러저러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십니까? (****)  부족하다면, 하느님께 드리는 이 찬미의 제사를 통해서 그 도움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잠시 내 생활을 나는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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