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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18: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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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4-27 ㅣ No.435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18)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1

부활 체험하는 ‘신앙의 신비’ 깨닫게 하라


- 교회 내 상대주의·세속주의 경향의 강화로 주일미사 참례 신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이은숙(아녜스·인천 주안3동본당)씨는 가족들과 주일미사 드리러 성당에 가는 데 2시간이 걸린다. 집이 멀어서가 아니다. 암 말기로 고생하고 있는 친오빠와 가족들이 성당까지 동행하는 일이 ‘대행사’이기 때문이다. 오빠에게 신발 신기는 데에만 30분이 넘게 걸린 적도 있다. 이은숙씨는 “주일미사의 기쁨과 은총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주일을 꼭 지킨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고도로 산업화, 경쟁사회화 되면서 신앙인들에게도 상대주의, 세속주의, 물질주의 경향이 강화, 만연되고 있어 주일을 거룩히 지내야 한다는 종교적 명제가 갖는 힘은 약화되고 있다.

지난 2일 열렸던 인천가톨릭대와 로마 라테란대와의 국제 학술 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인천교구 총대리 정신철 주교는 “상대주의에 의하면 전통적인 진리 개념,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도 기존의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규정하는 개별자에 의해 규정된다”고 설명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정준교(스테파노·서남대 전 대학원장) 위원은 개별 심층조사 ‘2040세대가 처한 현실과 교회를 향한 그들의 요구사항’(「사목정보」 2013년 3월호)에서 “2040세대의 현실적 문제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적 생활의 경제적 기대수준에 따른 돈에 대한 부담”이라고 세속주의와 물질주의 현상을 분석했다.

30대 직장인 손보배(미카엘)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합격하면 성당에 나가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취업에 성공하고 나니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과 지인이 없는 낯선 성당 환경이 마음에 걸려 주일미사 참례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TV를 봐야 해서, 프로야구나 축구 경기장에 가야 해서, 주중 5일 동안 힘들게 일했으니 주말 이틀은 쉬거나 친구를 만나야 해서 등 갖가지 이유로 주일미사에 빠지는 신자가 주일을 지키는 신자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매해 소폭이나마 전체 신자 수가 증가해 왔다. 그러나 주교회의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1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매주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는 123만114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신자의 1/4도 안 되는 23.2%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같은 주교회의 2000년 통계에서 주일미사 참례율이 29%로 나온 이래 지난 10년간의 추세를 보면 총 신자 대비 주일미사 참례율이 전체적으로 하향세를 그린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성장을 거듭해 왔던 한국교회가 난관에 부딪혀 주춤하는 모습이다.

가톨릭대학교 윤종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는 신자들이 주일을 대하는 현 상황에 대해 “교회나 신자 어느 쪽을 탓할 수도 없고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며 “주일미사는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고 그리스도교 신자로서의 정체성과 신원의식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영적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3년 4월 28일, 박지순 기자]


사라져가는 주일의 의미

주5일 근무제로 종교활동 비율 낮아져, 여가 특수로 주일 근무자 도리어 증가


급격하게 변화해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주일의 의미가 사라져가고 있다.

특히 주5일 근무제를 비롯한 여가시간의 증가 및 의식 변화로 일주일 중 유일한 휴식의 시간이었던 주일은 ‘주말 연휴 중 하루’로 전락, 종교적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에 따르면 주일에 종교활동을 한다고 밝힌 사람의 비율은 1997년 6%였으나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된 이후인 2006년에는 4.3%로 하락했다. 반면 외부활동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여행, 스포츠, 등산, 낚시 등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항목은 1997년 14.4%에서 2006년 20.2%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또한 주5일 근무제 시행 이후인 2005~2007년 출국자수가 연평균 14.7% 증가한 점을 볼 때 주5일 근무제로 토요일과 주일을 연휴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외부활동에 더욱 자유로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10 국민여가활동조사 보고서에서는 관광, 스포츠 등으로 여가를 보내는 이가 14.2%였으나 향후 희망 여가생활유형에는 61.1%가 관광, 스포츠 등을 선택해 가족과의 여가생활이 증가함에 따라 관광, 스포츠 등의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이 조사한 ‘대체휴일제 설문조사’에서도 대체휴일제 도입 시 활용예상분야에 관광(37.5%)이 꼽혀 앞으로 주일의 ‘주말 연휴’ 인식 경향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주일에 근무해야 하는 이들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관광, 레저 등이 활성화되면서 관련 종사자들이 증가해 주일을 포함한 연휴기간동안 일을 해야 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주5일 근무제에 적용되는 직장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대상 조사 결과, 직장인의 72.4%가 주말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현상에서 두드러지는 ‘주말 연휴’로서의 주일 인식 경향과 주일 근무에 따른 주일 관념 약화 등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도 직·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자들의 의식 속에서도 신앙생활에 있어서 주일의 의미가 퇴색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수원교구 복음화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더욱 활성화하고 심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주일 및 평일미사 참례’는 11.3%만이 선택했다. 이는 ‘규칙적이고 습관적인 기도생활’(45.4%), ‘성사생활과 신심생활’(17.5%), ‘성경공부와 교리재교육’(13.4%)에 이어 4번째였다. [가톨릭신문, 2013년 4월 28일, 이승훈 기자]


[관련 인터뷰] 주수욱 신부 - “초대교회로 ‘철저히’ 돌아가자”


주수욱 신부(서울 시흥동본당 주임)는 주일에 성당을 찾는 신자가 점점 줄어드는 제1원인을 ‘진정성’의 결여에서 찾았다. 모든 것이 편리해지고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편리와 풍요로움 속에서도 진심으로 종교를 목말라 하지만 한국 천주교회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주수욱 신부는 “교회에 진정성이 있으면 교회가 사회를 변화시키지만 진정성이 없으면 사회를 따라 교회가 변화된다”며 김수환 추기경 시절 왜 사람들이 자기 발로 교회를 찾아 왔는지, 그 때 교회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떠올려 보자고 말했다.

주 신부는 현 교회 상황이 성직자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직자의 책임이 크다며 천주교가 ‘내용이 부실한 제도만의 교회이자 종교 산업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졌다. 갓 세례 받은 신자들이 ‘세례식=졸업식’이 될 만큼 교회에 실망하고 우수수 본당을 떠나는 현실을 접하는 성직자와 신자 모두 자신을 반성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 신부는 신자들을 다시 성당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추구했던 초대교회 정신으로 ‘철저하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면에서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면서도 시대를 읽는 가운데 복음을 순수하게 보존하는 보수주의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부연였다. 특히 신자들이 주일미사에 대해 강생하신 하느님인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거룩한 시간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는다면 성당이 주일마다 미어터질 것이라고 밝혔다. 주 신부는 예수 그리스도를 실질적으로 만남으로써 얻어지는 주일의 가치는 명절에 온 가족이 아무리 고생해도 고향을 찾아가는 귀소본능보다 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 신부는 현대인의 바쁜 일상을 고려한 미사 전례 간소화 의견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전례개혁을 거치면서 미사 전례는 압축적으로 이미 매우 간소화 돼 있고, 본당 공동체가 전례를 보다 생동감 있게 준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 신부는 신자들의 주일미사 참례율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사목방안도 제시했다. 새로운 산업 환경에서 서비스업이 매우 발달하면서 주일에도 격무에 시달리는 신자들을 본당에서 직접 찾아 나서야 하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을 ‘일반사목’ 대상으로 파악하고 기존의 노인 사목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청년·청소년사목은 전문 사목자를 투입해 보다 세밀한 관찰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가톨릭신문, 2013년 4월 28일,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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