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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과 하느님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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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4-20 ㅣ No.431

[신앙의 해 특집]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과 하느님의 말씀


지난 10월 11일 세계교회가 일제히 신앙의 해를 시작하였다. 신앙의 해는 내년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계속될 것이다.

신앙의 해를 의미있게 지내기 위해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되짚어야 한다. 왜 냐하면 이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막 50주년을 기념하여, 그리고 이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편찬된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교회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근본 정신은 한마디로 ‘친교’라고 요약할 수 있다. 공의회는 먼저 세상과 대화를 꾀하였다. 당시까지 취하던 보수적인 방어 태세에서 벗어나 교회의 창문을 활짝 열고 교회의 외적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였다. 그 리고 공의회는 교회 내에서도 참된 대화를 실현하려고 노력하였다. 곧 교회의 구성원인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의 신원과 사명을 명확히 규정하고, 교회를 ‘친교의 공동체’로 제시함으로써 교회의 내적 생활에 쇄신을 꾀했다. 나아가 공의회는 교회의 근본적인 정화와 견고한 신앙을 위해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친교를 심도있게 다루었다.

공의회 문헌 가운데 『계시헌장』은 특히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친교를 겨냥하고 있다. 『계시헌장』은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인간의 인격적인 만남과 대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계시헌장』 이전의 문헌들과 비교하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문헌 안에서 계시는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정보들을 하느님이 알려주는 것이라고 규정되었다. 여기서 신앙은 하느님이 드러내신 초자연적인 진리들에 대한 인간의 지성적인 동의로 정의되었다. 이렇게 계시는 명제적으로 이해되었다.

이에 비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계시헌장』은 계시를 인격적이고 대화적으로 제시한다. 헌장은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고 당신 뜻의 신비를 기꺼이 알려 주시려고 하셨다.”(2항)고 선언함으로써, 계시를 일차적으로 하느님에 대한 어떤 사실들이 아니라 신비이신 하느님 자신을 알려주시는 것으로,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하느님에 관련된 진리들을 드러내시는 것으로 규정한다. 그러니까 계시의 본질은 하느님의 자기 계시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계시란 인간을 만나러 오신 하느님이다. 여기에서 신앙은 계시에 대한 인간의 지성적 동의가 아니라, 존재 전체의 인격적인 응답이 된다. 계시하시는 하느님께 인간은 자신의 이성만이 아니라 존재 전체로 응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느님은 우리의 나약함을 감안하시어 당신 자신을 단계적으로 계시하셨다. 처음에는 창조물을 통하여, 그 다음에는 아브라함과 그 후손인 이스라엘을 통하여 당신을 드러내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하셨다. 하느님은 당신의 아들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 자신을 남김없이 말씀해주셨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계시는 완성되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계시의 중개자이시며 충만”(2항)이시다.

이렇게 완성된 계시는 성전과 성경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된다. 성전은 구두로 전달되는 하느님의 말씀이며, 성경은 문서로 기록되어 전달되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성전과 성경은 “동일한 신적 원천에서 솟아 나오고 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9항), 이 둘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또 상통한다.

그런데 『계시헌장』은 유독 성경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것은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에서 부르짖었던 ‘오직 성경만으로’의 주장에 맞서 가톨릭교회가 그동안 성전과 더불어 성사를 강조하면서 성경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했던 것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곧 『계시헌장』은 성경의 중요성을 새롭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성경은 단지 ‘씌어진 말’이 아니라 ‘하느님의 살아있는 말씀’이다. 하느님은 곧 “성경 안에서 사랑으로 당신 자녀들과 만나시며 그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신다”(21항). 따라서 성경은 글로 된 무언의 말이 아닌, 실제로 하느님의 참된 말씀이다.

그런데 하느님은 당신의 아들 안에서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말씀하셨고 또한 모든 것을 주셨다. 그러니까 성경의 모든 말씀으로 하느님은 오로지 당신의 ‘유일한 말씀’을 하신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살아있는 책이시다. 그분은 인간을 위한 하느님의 말씀이시다. 그러기에 교회는 성경을 주님의 몸처럼 공경한다. 뿐만 아니라 성경 말씀에서 늘 양식과 힘을 얻는다.

하지만 하느님의 말씀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통하여 인간의 방식으로’(12항) 말씀하신다. 하느님의 영원하신 말씀은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인간의 말들로 말씀하신다. 이러한 인간적 요소 때문에 성경 해석에는 역사적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의 말 안에 담긴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성경을 성령의 도우심으로 읽고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계시헌장』이 제시하는 성령에 따르는 성경 해석의 세 가지 기준(1. ‘성경 전체의 내용과 단일성’에 유의할 것, 2. ‘전체 교회의 살아 있는 성전’에 따라 읽을 것, 3. ‘신앙의 유비’에 유의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12항).

결론적으로 신앙의 해를 맞이하여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경을 가까이 해야한다. 성경에는 “신앙의 힘, 영혼의 양식 그리고 영성 생활의 순수하고도 영적인 원천이 되는 힘과 능력이 있기”(21항) 때문이다.

[2012년 11월 11일 연중 제32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6-7면, 김선태 사도요한 신부(화산 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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