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ㅣ우화
에밀레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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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종
경상북도 경주시 국립박물관 앞마당에는 동종(銅鐘) 하나가 놓여있습니다. 우리 나라에 현존하는 최고, 최대의 종으로 통일신라 성덕왕(聖德王 ?-737)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그의 아들 경덕왕이 만들기 시작하여 손자 혜공왕이 완성한 국보 제29호입니다. 이 종의 공식이름은 '성덕대왕 신종'이지만 흔히 '에밀레종'이라고 불립니다. 이종이 그렇게 불리게 된 데는 유명한 전설이 있습니다.
그 무렵 도둑들이 들끓고 흉년이 드는 난세가 되자 경덕왕은 선왕의 명복을 비는 종을 만들면 악귀들이 물러가고 태평성대가 오리라는 염원으로 구리 20만 여 근으로 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업은 그의 아들인 혜공왕 때까지 이어졌는데 종을 만드는 재료가 부족하여 스님들은 집집마다 시주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한 스님이 다 쓰러져가는 집을 방문했을 때, 아기어머니가 "저희 집에는 아무것도 시주할 것이 없습니다. 이 아이라도 괜찮으시다면 받아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드디어 종이 완성되어 타종해보았으나 이상하게도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스님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산 아기를 넣어 종을 만들어야 소리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꿈을 깬 스님은 그 여인을 찾아갔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과의 약속이니 기꺼이 아이를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는 곧 뜨거운 쇳물에 넣어졌고, 마침내 종이 완성되었습니다. 타종을 하자 이제껏 들어보지 못했던 웅장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에게는 그 종소리가 마치 아기가 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 '에밀레- 에밀레-'로 들렸습니다. 이로부터 그 종은 '에밀레종'으로 널리 불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생전에 예수님은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마태21,33-46)를 통해서 자신을 비유하셨습니다. "하느님이 포도원을 만드셨다(이 세상을 만드셨음에 비유). 철이 되면 종(예언자)을 보내어 말을 전하게 하셨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들을 때리고 돌로 쳐죽였다. 하는 수 없이 하느님은 '내 아들이야 알아보겠지' 하고 자신의 외아들을 보내셨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자야말로 상속자다. 저자를 죽이면 이 포도원은 우리 것이 될 것이다' 하고 끌어내어 죽여버렸다(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의 예언)."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비유처럼 하느님은 자신이 만든 포도원인 이 세상에 여러 사람을 보내어 말씀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포도원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마치 소리가 나지 않던 종처럼 포도원 사람들에게는 그 말씀의 종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셨으므로 마침내 외아들인 예수님을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외아들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여버린 것입니다. 이 엄청난 비극이 이 세상에 영원한 생명의 구원을 가져올 것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기를 넣어 죽임으로써 그 종이 '에밀레-에밀레-'하고 울며 이 세상의 어둠을 물리치듯이 외아들 주님을 끓는 물에 넣어 완성한 그리스도왕국의 신종(神鐘)이야말로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 하고 울려 퍼질 것입니다. [서울주보에서 옮김 최인호 베드로/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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