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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국 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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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국 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2023년도 사목교서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요청에 따라 지난 2021년 10월부터 시작하여 교구 차원의 시노드를 일단락 한 바 있습니다. 몇몇 대표들이 모여 현재 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회의 형태의 예전 시노드와는 달리 이번 시노드는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선교)’이라는 주제 아래, 모든 교회 구성원이 하느님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여정에로 초대받은 시노드입니다.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며, 복음을 살고 증언하는, 곧 ‘선교’하는 하느님의 백성을 지향하는 여정입니다. 우리는 서로 만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나누고, 경청하며, 우리를 성덕으로 불러주시는 하느님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 시노드의 여정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교구 차원의 시노드를 통해 체험하기 시작한 ‘시노드 교회의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친교, 참여, 사명(선교)’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여정입니다. 우리는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이라고 하는 어려운 시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커다란 슬픔과 고통, 혹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꿈을 접어야 했거나 진로마저 바꾸어야 했던 상황 등등, 경제적인 타격과 일상의 불편함과 제약 정도를 훨씬 넘어서는 크고 많은 아픔과 힘든 상황을 헤쳐 왔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인격 대 인격의 만남으로서의 신앙생활이 아니라 비대면 활동으로 만족하거나 위축된 면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신앙생활도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합니다. 소극적인 신앙생활에 안주해가던 우리의 모습을 떨치고 일어서야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떨치고 새롭게 일어서는 우리 모두에게 저는 선교정신으로 재무장하여 새롭게 ‘출발’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된 사회에 대처하고, 더 나아가 참다운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로 바꾸어가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저는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선교 선택’을 꿈꿉니다.”(「복음의 기쁨」, 27항)라고 하시며, “복음을 선포하는 노력이야말로 교회의 첫째가는 임무”(「복음의 기쁨」, 15항)라고 이 시대에 선교를 강조하신 바 있으십니다. 21세기 사회는 이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사회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는 양극의 대립과 충돌을 보게 됩니다. 정치는 정치대로 정파 간의 대립과 충돌이 끊임없고, 경제는 경제대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강화되면서 특히 많은 젊은이들을 좌절케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예컨대, 신자 정치인들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당파적 입장을 넘어 교회의 가르침에 기초한 신앙인으로서의 신념을 꿋꿋이 주창하며 실천해 가는 모습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경제생활을 하는 신앙인들은 현대의 물질문명이 추구하는 감각적 행복을 넘어서는, 신앙이 가져다주는 참행복의 가치를 실천하고 증언하는 모습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수도자는 자신이 수행하는 다양한 사도직에 앞서 무엇보다 하느님을 만나는 기도의 삶을 바탕으로 하늘나라의 행복을 증거하는 삶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사제는 ‘또 하나의 그리스도’로 불리움 받은 그 신원의식을 새롭게 하면서, 사목적 열정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교회’로 살아가기 위해 올해 저는 다음 두 가지 면을 특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1. 신앙생활의 근원인 미사성제에서 영적 힘을 길어냅시다. 미사 전례는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는 장(場)입니다.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이신 아드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죽음을 겪으시어 죽음에게 죽음을 선고하시고, 당신 살과 피로 우리를 먹여 주시어 참생명을 주시며, 우리의 삶이 눈에 보이는 이 세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믿는 이들에게는 이 세상에서의 물질적인 만족이 행복의 기준이 아니라, 참생명과 참사랑이 행복의 기준임을 알아듣게 되고, 새로운 가치의 세계가 열리게 됩니다. 이 참행복의 기준과 새로운 가치를 볼 수 있는 믿음의 힘을 우리는 미사성제에서 길어냅니다. 미사 전례는 하느님과 사람이 만나는 시간입니다. 각자의 삶에서 마주치는 여러 난관과 도전들 앞에서 때로는 힘이 빠지고 지치고 무너져가고 있을 때, 그 힘든 상황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듦을 그대로 안고 성당으로 달려갑시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고통을 몰라라 하지 않으시고 우리와 함께 그 고통을 지고 가십니다. 온 세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빚어지는 고통과 아픔과 눈물이 바쳐지는 미사성제는 하느님의 자비와 위로의 손길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미사성제는 우리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로 양육되어, 물질적인 가짜 행복이 판치고 여러 형태의 폭력이 일어나는 세상에 참된 평화를 심어나가는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출발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만나 복음의 기쁨을 맛본 이는 예수님을 선포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이러한 복음의 선포와 그 실천에 불리운 사람들입니다. 2. 우리 안에 다양한 신심을 새롭게 불 지핍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위축된 신앙생활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신심과 신심행위 그리고 신심운동들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교회는 신자들의 영성생활 활성화에 여러 신심활동이 기여해 왔음을 인정하고 언제나 장려해 왔습니다. 성체조배나 성시간, 혹은 성체거동 등의 성체 신심, 첫토요일 미사와 로사리오 기도 등의 성모 신심, 순교자 현양과 성지 순례 등의 순교자 신심, 성령 기도회나 성령쇄신 운동 등의 성령 신심 등입니다. 다양한 신심활동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위축된 신앙생활에 새롭게 불을 지펴야겠습니다. 새롭게 불붙은 신심이 우리의 신앙을 더 깊게 만들어줄 것이고, 더 깊어진 그 신앙 안에서 우리는 복음적인 삶을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더라.’ 하는 모습으로 우리 사회를 선구적으로 가꾸어 가는 복음의 일꾼이 됩시다.
2022년 대림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2023년 교구장 사목교서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세상에서의 사명을 마치시고 하늘로 오르시기 전 제자들에게 복음선포의 과제를 가장 큰 사명으로 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늘나라의 기쁜 소식을 이웃들에게 전하며,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 가라는 사명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매일 주님의 기도를 바치며 이 사명을 되새깁니다. 우리는 지난 3년간 특별 전교의 해를 지내면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상을 향한 교회(Ecclesia ad extra)로서 우리는 어떻게 복음을 선포해야 하고, 교회 내부를 향해서는(Ecclesia ad intra) 어떻게 쇄신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먼저 우리가 스스로 변화되고 쇄신해야 하는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우리는 4차례에 걸친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통해서 우리 교구가 성찰하고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사항이 무엇인지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이 과제들을 한 걸음씩 삶 안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I. 소통하는 교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모습을 ‘하느님 백성’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함께 교회라는 한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으로서 하느님 나라의 한 백성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헌장은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받아들이시며, 그들을 서로 아무런 연결도 없이 개별적으로 거룩하게 하시거나 구원하시려 하지 않으시고, 오직 사람들이 백성을 이루어 진리 안에서 당신을 알고 당신을 거룩히 섬기도록 하셨다.”(제9항 참조)라고 선포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백성’으로서 서로 소통하고 일치하는 가운데 함께 예배하며, 함께 신앙을 나누고, 함께 세상을 향하여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우리는 교구 안에서 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을 함께 걸어가고자,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하여 우리가 쇄신할 점과 세상에 가장 시급하게 외쳐야 할 사명을 새롭게 인식해 나갑시다. 1. 본당별 ‘하느님 백성의 대화’ ‘3개년 특별 전교의 해’(2020~2022)를 통해서 광주대교구는 새로운 교회를 위한 변화의 여정을 시작했고, 평신도-수도자-성직자가 함께 참여하는 대화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교구와 지구의 차원을 넘어서 각 본당에서도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시도해봅시다. 2021년부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초대하셨던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를 일회성의 행사가 아닌 우리 교구의 교회론이요 문화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어떤 특정한 형식의 틀이나 고정된 방식이 아니라, 각 본당에 맞는 방식으로 전 신자들이 본당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본당사목과 운영에 함께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신자들의 의견이 효과적으로 수렴되고 종합될 수 있는 방식을 함께 고민해나갑시다. 2. 본당 사목협의회의 정체성 강화 지난 하느님 백성의 대화에서 우리는 좀 더 일치된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신자 재교육을 통하여 평신도 의식을 강화하고, 본당 사목계획을 수립할 때 더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요함에 공감하였습니다. 본당 사목협의회의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사목회의 역할과 사목 협조자로서의 자세를 고취시키고 분과별 책임감을 더욱 강화해 나가도록 노력합시다. 3. 본당 사목의 연속성 유지 본당 사목의 연속성을 위해서, 본당 안에서 사목자가 바뀌어도 지역사회에 맞는 사목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본당 형편에 맞게 사제와 사목협의회가 사목계획을 함께 세우고 본당 운영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갖도록 노력합시다. II. 젊은이에 대한 관심 우리는 또한 교회와 사회 안에서 젊은이들의 소중함을 점점 더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청소년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교회 안에서도 미사에 참여하고 공동체 활동에 함께하는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교회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하느님 백성의 대화에서도 젊은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절대적으로 공감을 얻었고, 이에 대한 후속 작업으로 ‘광주대교구 청소년위원회’가 발족되어 청소년들과 지도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경청하는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1. 대화와 체험을 통한 신앙의 전수 청소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많은 것들이 변화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들에게 단순하게 말로만 하느님을 믿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으며, 어른들이 가진 체험을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과 어른들이나 사목자들의 방식으로 교리교육을 강제하기보다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들이 바라는 신앙교육과 체험들을 제공해주도록 노력합시다. 2. 청소년들의 공간과 꿈을 만들어 주기 특히 코로나로 인한 행사와 모임들에 대한 제한이 풀리면서 주일학교 활동을 재개하고 활성화되고 있는 본당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들이 새롭게 다시 출발하는 우리 청소년사목의 밑거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청소년, 청년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동안 공부에 대한 강박으로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고, 꿈을 갖지 못한 채 자라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세상의 삶에 지친 그들에게 쉼터가 되어 주고,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그들이 책임감과 흥미를 갖고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을 부여해주어야 합니다. 사목자와 선생님들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지도자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원하며 현실적으로 필요한 내용과 방식으로 교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꿈과 희망을 되살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3. 청소년 사목을 위한 제도적 개선 『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는 “청소년 사목 방법론에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특징은 바로 ‘공동체를 통하여 공동체와 함께 공동체 안에서 복음화를 수행하는 자세’”(제53항 참조)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청소년 사목을 위해서는 본당뿐만 아니라 교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협조를 전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예산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청소년 사목에 대한 교구와 지구, 그리고 본당의 원활한 지원과 협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두 다 함께 노력합시다. III.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과 실천 교황청은 2020년 5월부터 1년 동안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를 지낸 뒤, 이후 7년 동안 지구 생태계와 환경을 살리기 위한 집중적인 여정으로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나서도록 권고했습니다. 우리 어머니인 지구 곧, ‘공동의 집’을 살리기 위한 노력, 피조물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는 것은 신앙의 핵심적인 소명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교회의 가르침, 즉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담긴 소중한 가르침들을 읽고 되새김으로써 삶 속에서 실천해나가는 일입니다. 이에 우리 교구는 지난 제2차 하느님 백성의 대화에서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과 실천’에 전 교구민이 함께 동참하기를 논의했습니다. 1. ‘기후 정의’에 관한 지속적 캠페인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재해는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이들에게 더 큰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고 있는 부유한 나라들이 일으킨 기후 변화로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의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 위기로부터 발생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공정하게 바로잡는 것이 ‘기후 정의’입니다. 우리는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기후 정의와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지속적 캠페인, 즉 생명 평화 미사, 생명 평화 순례, 탈원전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2. 생태환경 교육 자료의 보급과 실천 ‘공동의 집’인 지구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구체적인 실천이 절실합니다. 우선, 교구 차원으로,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에서는 구체적인 방향 설정과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생태환경농업연구소」를 설립·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교구청 내에 「바오로 가게」가 개설되어 플라스틱 사용과 쓰레기를 줄이는(zero-waste) 운동을 통하여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본당 차원에서도 생태환경에 관련된 교육 자료를 보급하여 모든 신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합시다. 3. 생태환경학교 개설을 통한 활동가 양성 교구에서는 생태환경위원회를 통해 생태환경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실천 활동가를 양성하도록 생태환경학교를 개설하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기후 변화를 섬세하게 분석하고, 기후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며, 기후 변화를 통한 생태환경의 변화를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가는 중요한 활동이 됩니다. 본당에서도 생태환경위원회를 활성화하여,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의 유기적인 관계 안에서 전문적인 활동능력을 키워가며, 신자들을 위한 교육과 활동을 전개해가도록 노력합시다. IV. 복음화를 위한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교회 우리는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서서히 우리 삶의 기반들을 다시 다져가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도 이제 다시 출발점에 선 자세로 교회와 세상의 복음화를 위하여 신앙의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할 것입니다. 1. 하느님 말씀을 읽고 배우고 묵상하기 성경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건네시는 거룩한 말씀이며, 우리 신앙인들이 하느님께 올바르게 기도하기 위하여 묵상해야 하는 근본 진리가 담긴 말씀입니다. 각 공동체에서 사목자들이 직접, 혹은 교구의 성경 봉사자들을 통해서 성경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깨닫고, 실천하도록 도와주며, 함께 읽기와 쓰기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서 성경 말씀이 우리 신앙의 근간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2. 미사와 성사생활에 자주 참여하기 성사는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은총의 통로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우리가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해줍니다. 그중에서도 성찬의 전례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에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신 은총의 보고(寶庫)입니다. 신자들의 의무인 주일미사뿐만 아니라, 매일 봉헌되는 미사에 자주 참여함으로써, 매일 들려주시는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생명의 양식을 자주 영하여, 영원한 생명에 동참하도록 합시다. 우리의 영혼을 깨끗이 씻어주는 고해성사에도 더 자주 참여하여 우리의 삶을 더욱 거룩하게 만들어갑시다. 각 본당의 사목자들은 매일 빠짐없이 미사가 봉헌되도록 배려하고, 신자들이 더 자주 가깝게 고해성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배려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3. 세상을 향하여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체 우리 교회가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하느님의 나라를 이 세상에 보여주는 표징이 됩니다. 그리고 이 표징은 실제로 세상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때 완성될 것입니다. 우리가 제2차 하느님 백성의 대화에서 논의한 것처럼, 우선 우리 주변에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며,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먹거리와 생필품을 나누는 실천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본당 예산의 일정 비율을 사회복지 기금으로 확보하여, 가깝게는 가난한 이들과 나누고, 큰 안목에서는 선교지 교회 및 가난한 나라와 연대하는 실질적인 나눔을 통해, 교회 공동체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하느님의 나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지난 3년간의 특별 전교의 해를 마무리하고, 지난날에 대한 성찰과 미래를 향한 새로운 다짐을 통해 우리 광주대교구 공동체는 또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 안에서 우리가 내딛는 걸음걸음이 내 개인의 삶을 거룩하게 만들어가고, 교회의 공동체성을 강화하며, 세상을 그리스도의 빛으로 밝게 비추어주는 성사적인 삶이 되도록 다 함께 마음 모아 기도하며 살아갑시다.
“여러분 가운데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시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필리 1,6)
2022년 11월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 희 중 히지노 대주교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친애하는 교구민 여러분에게 하느님께서 풍성히 강복하시길 빕니다.
우리 교구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제1차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였으며, 10여 년 전에는 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제2차 교구 시노드’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간은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으며 ‘새로운 서약, 새로운 희망’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초대 교구장이셨던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께서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도움을 청했던 원의와 정신으로 다시 새롭게 살아가고자 하였습니다. 이 모든 노력들은 이 땅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여 복음화를 이루고자 하는 시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기념하는 마지막 해인 ‘치유의 해’에 우리는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로 고통을 받았으며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면서 신앙생활의 위기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때문에 고통과 죽음의 위협을 받 았지만 한편으로는 결국 하느님께서 우리를 치유해 주시고 구원해 주신다는 은혜를 느낀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세상과 함께 오늘날 교회도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신영세자가 감소할 뿐 아니라, 주일미사 참례자, 주일학교 학생과 청년들, 그리고 성소지원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반면 냉담신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교회의 어려움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때문에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 부와 정보의 편중, 개인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 계층·세대·지역 간의 갈등과 관계 해체,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이 시대에 교회의 역할은 더욱 크게 요청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회 현실과 미래에 대한 걱정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개인주의적인 가치관과 문화, 물질의 소유와 성공에 대한 욕망이 지배하는 오늘날 이 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교회가 초대교회 때부터 복음적 가치관으로 이겨내야만 했던 도전들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복음은 끊임없이 우리를 기쁨으로 초대”(복음의 기쁨 5항)할 것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다시 새롭게 살고자 노력한다면 그 “신앙의 기쁨이 더디지만 분명하게”(복음의 기쁨 6항) 지역사회를 복음화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교구 설정 120주년을 바라보면서 2030년까지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말씀, 친교, 전례, 이웃사랑, 선교라는 다섯 가지 핵심가치를 매 2년씩 중점적으로 실천하며 살기를 제안합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아래, 서로가 신뢰하고 소통하면서 살아갑시다. 각 대리구와 본당들도 교구의 장기 사목방향에 발맞추어 자신들만의 실천방안과 후속 조치를 찾아 모두 함께 이 길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첫 번째 2년 동안(2021~2022년)은 ‘하느님 말씀을 따라’라는 주제로 살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을 구세주 그리스도로 믿어 고백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모든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보존하고 풍성하게 할지,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지 늘 고심해야 합니다. 이 모든 질문의 답은 바로 복음 말씀 안에 있습니다. 말씀으로 힘과 희망을 얻어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신앙과 영성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 기본인 성경을 가까이 하고, 알아듣는 교육과 양성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2년 동안 교구, 대리구, 본당 차원에서 무엇을 실천할지 고민하고, 교우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과 복자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 교구장 사목교서는 2021년에 이어 2022년까지 적용됩니다.
2023년 사목교서
사랑하는 교구 하느님 백성 여러분!
1.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발생한 지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 활과 일터에서 큰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동안 제한된 조건 에서 최선을 다해 사목에 임해 주신 신부님들과 신앙생활을 꿋꿋이 해오신 신자 여러분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지난 2월 교구장으로 임명된 후,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 교구가 나아갈 길을 기도 안 에서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제 연수, 사제 평의회, 사목 평의회 등을 통해 교구 하느님 백성으로부터 우리 교구가 나아갈 방향과 이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경청과 식별을 통해 2023년 우리 교구가 나아갈 길을 여러분들에게 제안하고자 합니다. 성사 생활을 통한 신앙 성숙 2.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간을 보내면서 신앙의 가장 중요한 성사 생활, 특히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에 많은 제약을 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말씀이신 성자를 이 세상에 파견하시고, 그분의 죽음과 부활로 죄 의 용서와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주 그리스도께서는 이 은총을 교회 안에 성사로 전하게 하 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잡히시기 전날 밤 사도들에게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 모두 이 잔을 마셔 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6-28)라는 말씀으로 성체성사를 세워 주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라 는 말씀으로 친히 고해성사를 세워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고해성사로 죄의 용서를 받고, 성체성사로 주님의 생명을 받아 모십니다. 3. 저는 지난 5월 교구 사제 연수에서 ‘성사 생활의 회복’을 첫째로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은총의 선물인 성사 생활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소홀해졌기에 더 힘주어 말씀드렸습니다. 미사 참례 와 특별히 고해성사에 대해 신부님들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드리며, 지구별 상황에 맞게 상설 고해소를 운영하도록 부탁드렸고, 신부님들께서 지구회합을 통해 여러 형태의 준비를 해주셨습니다. 신부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인내를 가지고 고해소를 찾아오는 교우들을 기다려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고해성 사의 은총을 신자들이 풍부히 체험할 수 있도록 본당과 지구에서 교육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구청도 상 설 고해소를 운영하면서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4. 올바른 신앙생활은 은총의 원천인 성사 생활로 출발하고 충만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상 안에서 잘 습 관된 기도가 동반되지 않으면, 그 뿌리가 쉽게 말라 버립니다. 사목 평의회도 신앙 성숙을 위해 성사 생활 과 일상의 기도생활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진지하게 제안해 주었습니다. 일상 안에서 개인적으로 또 는 공동체와 함께 바치는 아침·저녁기도, 성경 읽기와 필사, 묵주기도, 성체조배 등 다양한 신심 활동이 잘 이루어질수록, 성사 생활이 곧 은총의 삶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우리 교구 민 모두가 ‘아침·저녁기도 바치기’와 ‘매일 성경 한 장씩 읽기’를 함께 실천할 것을 간곡히 제안합니다. 쉬는 교우 찾기 5.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 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 다.”(마태 28,19~20) 이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남겨주신 사명입니다. 복음 선교는 교회의 근 본적인 존재 이유이며 또 이를 통해 교회의 생명이 자라납니다. 교회는 주님의 복음을 전하여 세례를 주는 한편, 세례를 받은 신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복음화되도록 이끌어 줍니다. 세례와 복음화, 이 둘은 그 뿌리 가 하나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최근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관련하여, 특별히 ‘쉬는 교우 찾기’를 강조하 고자 합니다. 이는 사제 평의회와 사목 평의회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으로 제안되었습니다. 6. 쉬는 교우 찾기는 코로나 팬데믹 훨씬 이전부터 교회의 중요한 관심 사항이었습니다. 세례자 대비 주 일미사 참례 비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은 교회로 하여금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교회 의 삶과 운영 방식, 세례받은 이를 위한 지속적인 양성, 교회가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는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깊이 반성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 성사를 멀리한 신자들뿐만 아니 라,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쉬고 있는 교우들이 늘어난 이 상황에서,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회복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사목자가 직접 그리고 공동체가 그들을 만나서 신앙생활을 격려 하는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실천이 필요합니다. 7. 사목 평의회는 쉬는 교우를 찾기 위해 사목자들이 지속적인 방문·편지·전화와 SNS를 통해 공동체 소식을 전달하고, 쉬는 교우 회두를 위한 본당 행사, 신심 단체들을 통한 권면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주 실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 제안들은 무엇보다도 쉬는 교우와의 직접적이고 인격적인 만남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성탄과 부활을 준비하면서 각 공동체에서 인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 는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쉬는 교우들이 다시 신앙생활을 회복하도록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성소, 함께 피워내는 작은 꽃 8. 사제는 온 생애와 존재를 통하여 구원의 신비와 은총을 보존하고 선포하도록 하느님의 불림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교회의 선교와 복음화 사명 수행에서 사제 성소는 첫 자리를 차지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을 닮은 사제들을 통하여 많은 이들이 주님께 가까이 인도되고, 말씀과 성체로 이루어진 생명의 양식으로 양육되며 구원의 은총을 누리게 됩니다. 9. 안타깝게도 이 사제직으로의 초대에 응답하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입니다. 2022년 현재 대전가톨릭대학교에는 30명의 대전교구 신학생이 재학 중입니다. 최근 5년간 신학교에 입학한 신학생 수는 연평균 6명입니다. 사제 성소의 위기는 곧 교회의 위기의 중요한 징표입니다. 성소에 대한 관심은 사목 활동의 본질적인 차원이며, 교회 공동체 전체가 사제 성소에 책임이 있습니다.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힘을 합해야 합니다. 사제 성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사제 자신 입니다. 사제가 먼저 사제직의 매력을 젊은이들에게 느끼게 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하고, 기쁨과 희망을 삶을 통해 보여주어야 합니다. 또한 가정과 본당 공동체 안에서는 어른들의 신앙이 젊은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은 사제성소의 중요한 환경이 됩니다. 사목 평의회에서 청년들은 많은 활동보다 기도하는 어른, 어떻게 사는 것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인지 모델이 되어 주는 어른, 자신의 신앙 체험을 나누어주 는 어른들을 기대한다고 하였습니다. 어른들의 신앙이 젊은이들에게 전수되고 성소의 소중한 꽃을 피워 내는 역할을 하길 희망합니다. 10. 성소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수확할 밭의 일꾼을 청하는 기도가 필요합니 다. 각 본당과 가정에서 매일 성소를 위한 기도를 함께 바칩시다. 그리고 매월 한 번씩 성소를 위한 지향 으로 미사를 봉헌해 주십시오. 신부님들과 성소분과장님들은 청소년들에게 지역별 예비 신학생 모임과 프로그램을 알려주고 초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매월 셋째 수요일 저녁 8시 성소국 주관으로 성소분과장 과 예비 신학생 부모를 위한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적극 참여하여 성소 계발을 위한 소중한 토대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시노드 교회를 향하여 11. 오늘날 교회가 지향하는 시노드 교회의 근본 토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마련되었습니다. 제2 차 바티칸 공의회는 당시에 매우 개혁적이었고, 교회 안팎으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으며 새로운 시대의 표징을 드러내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를 ‘하느님 백성’으로 정의하고, ‘보편 사제직’의 개념을 강조하였 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하느님 백성’과 ‘보편 사제직’의 개념으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의 동등 한 품위를 강조하면서, 교회로부터 받은 각자의 고유한 직무를 통해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사명에 참여하 도록 독려하였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이룹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각각의 카리스마는 복음화 안에서 고유한 기능을 합니다. 몸의 한 지체가 다른 지체의 도움 없이 온전한 기능을 할 수 없듯이, 교회가 복음화 를 이루어가는 데에 다양한 지체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사목자들이 본당 사목 평의회는 물론 신자들의 다양한 카리스마가 충분하고 조화롭게 발휘될 수 있는 계획을 고민하시고 실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12. 교회의 시노드적 운영이란 이렇게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면서 복음의 빛으로 식별하며 삶으로 옮기는 여정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이 여정이 오늘날 교회에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시면서, 현재 이 주제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주교시노드를 2024년까지 한 해 더 연 장하여 심도있게 논의하고 식별하시려고 합니다. 13. 교구 시노드를 통해 제출된 최종 건의안을 실행하기 위해 작년에 「시노드 최종 건의안 실행계획서」 를 발표하여 구체적인 실천을 시작했습니다. 교구 시노드의 열매 중 하나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 께 참여하는 사목 평의회의 재편이었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시노드적 운영을 위해 현재 사목 평의회를 통해 ‘본당 사목 평의회 회칙’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교구 하느님 백성이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 더욱 잘 참여하고, 각자가 받은 카리스마를 실천할 회칙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 여정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공동의 집을 돌보는 생태적 회심 14. 저는 지난 9월 26일 대흥동 주교좌 성당에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과 함께 ‘대전교구 2040 탄 소중립 선언’ 미사를 거행했습니다. 많은 기후학자는 현재 세계가 배출하고 있는 탄소의 양을 그대로 유 지할 경우, 2040년에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온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생태계 회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급박한 과제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정책 책임자들이 이를 대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들어갔지만, 그 대응 속도는 위기에 비해 매우 느리거나 후퇴하고 있기 도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평화의 사도입니다. 평화는 모든 존재가 창조된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서로 간에 올바른 관계를 회복하는 것, 곧 하느님의 창조 질서가 우리 가운데 실 현되는 것을 말합니다. 15. 저는 2022년 2월에 우리 교구 안에서 생태 질서 회복을 실천하기 위해 「찬미받으소서 7년여정하다」 를 발간하였습니다. 이 책자는 생태 질서 회복을 위한 세 가지 방향, 즉 ‘의식의 개선’, ‘생활의 개선’, ‘제도 의 개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미 교구 안에서 이를 모범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공동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 집 살리기 운동’(원신흥동성당), ‘생태적 회개’(신평성당), ‘생태환경 회복’(산성동성당), ‘탄소 중립성당 만들기’(관저동성당), ‘에너지 전환’(천안성정동성당), ‘생명 다양성’(서산동문동성당), ‘제로웨이 스트샵’(천안불당동성당), ‘공유 냉장고’(홍성성당), 친환경우리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본당 등 여러 실 천들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교구의 모든 공동체에 생태적 회심을 위한 실천들을 찾아 적극 시행주시기 바랍니다. 16. 204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는 화석 에너지에서 재생 가능한 에 너지로의 전환입니다. 저는 ‘대전교구 2040 탄소중립 선언’에서 3단계를 제시했습니다. 1단계 2021~23년 에는 인식 개선과 홍보, 2단계 2024~30년에는 전기 에너지 자립, 3단계 2031~40년에는 교구의 모든 본당 과 기관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우선 내년에는 교구의 모든 본당과 기관에서 ‘에너지 진단’ 을 시행해주시기 바랍니다. ‘에너지 진단’의 방법은 사회복음화국과 생태환경위원회를 통해서 제공하겠 습니다. 그리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적지 않은 비용을 요구합니다. 재생 에너지 설치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논의하여, 구체적인 안을 탄소중립 단계에 맞추어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난한 형제들을 위한 사회복지 활동 17. 가난한 이웃을 위한 봉사와 지원은 복음 정신의 기초로서 초대 교회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 의 중요한 활동이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가난한 이웃을 위한 나눔과 지원을 통해 친교와 일치를 이루며 인격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모습에 저는 크게 감동을 받고 주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에 신부님들과 신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배정된 사회복지기금(7%)이 어려운 이웃과 가정에 잘 쓰여질 수 있도록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와 연대 18.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기억 합시다. 이 전쟁은 비단 우크라이나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고, 우리 한반도를 둘러 싼 나라 사이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가 서로 연결 되어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교회는 “모든 전쟁 행위는 하느님을 거스르고 인간 자신을 거스르는 범죄”이며, “이는 확고히 또 단호히 단죄받아야 한다.”(사목헌장, 80항)고 가르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 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한 나눔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 로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매일 밤 9시 주모 경과 함께 성모님께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전구 기도를 지속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느님 백성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보호하심이 늘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2022년 11월 27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2023년 사목교서
코로나 시국으로 지난 몇 년간 힘들었습니다. 새롭게 또 한 해를 시작합니다. 2023년에도 주님의 이끄심과 현존을 믿으며 살아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신앙인은 누구나 작은 교회입니다. 어떤 처지에 있건 큰 교회와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 관여하시고 이끌어 주십니다.
새해에는 현실의 밝은 쪽을 더 많이 기대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믿음을 떠올리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분은 어제도 오늘도 영원히 우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분이십니다(히브 13,8). 매일매일 기쁨의 삶을 시도한다면 도와주지 않으실 리 없습니다. 지난해도 우리는 몰랐지만, 그분께서는 분명 기적의 포도주를 만들어 주셨습니다(요한 2,1-12). 우리 모두는 그분의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새해에는 그동안 준비해 왔던 교구청 신축을 끝내고 새로운 건물에서 업무를 시작합니다. 주님의 크신 은총입니다. 교우 여러분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전임 교구장 주교의 말씀처럼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었지만 무사히 마쳤습니다. ‘마산교구라는 질그릇 안에 하느님께서 넣어주신 보화는 분명 신부님들과 교우님들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코로나 이전의 신앙 활동으로 서서히 돌아가야겠습니다. 미사참여와 기도생활 그리고 복음화에 헌신했던 행동들을 점검하며 실천에 옮겨야겠습니다. 그리하여 믿음의 길이 감사와 기쁨을 만나는 첫 번째 방법임을 깨달아야겠습니다. 교구에서는 예전의 다양한 교육들을 새롭게 동원해 이러한 메시지를 알리는 데 주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는 코로나 사태 이후의 변신이 여러 분야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교회 내에서도 보이지 않는 도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겸허하게 이해하는 마음으로 함께 바라보며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겉모습만 바꾸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적쇄신이 함께 해야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주님께서는 더 큰 은총으로 저희들을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내적쇄신이 나무라면 기도생활은 뿌리입니다. 묵은 것을 뛰어넘고 새롭게 나아가려면 다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뿌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기도생활에서는 남을 의식하지 말고 주님만 바라봐야 합니다. 본당 활동에서도 아무 계산 없이 주님께 시간과 열정을 바친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러한 마음가짐이 뿌리를 강하게 하는 믿음의 길이며 행동하는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2023년에는 신앙생활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은총을 깨닫고 체험하시길 바랍니다. 주님의 이끄심을 느끼게 되면 삶은 그만큼 달라집니다. 매일의 기도와 본당 공동체 기도에 충실하다 보면 이러한 체험들이 조금씩 가능해질 것입니다.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그리고 묵주기도를 매일 바칠 것을 다짐해 봅시다. 주일미사 참여 빠지지 않을 것도 결심해 봅시다. 교우 여러분, 새해는 주님축복의 해가 되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의 염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 속 몇몇 습관에 변화를 가져와야 합니다. 삶을 어둡게 하는 행동을 바꾸려는 노력입니다. 그러한 시도를 결심하고 기도하면 성령께서는 분명히 은총으로 함께해 주실 것입니다. 삶의 변화를 청하는 기도를 정월 첫날부터 바칩시다. 그리고 한 해 내내 그러한 기도를 바칠 것을 결심합시다. 기도는 힘입니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변화는 대세입니다. 좋은 쪽으로 바뀌려면 은총의 도우심이 절대적입니다. 기도와 성사생활 참여는 은총을 접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모든 가정에 주님께서 베푸시는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매일의 기도에 충실하고 가끔은 성경을 접하며 주님 목소리를 들으며 사시길 기원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있으며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 안에 계십니다(1요한 4,16). <실천 사항> 1. 주일미사 참여, 빠지지 맙시다. 2. 평일미사에 자주 참례하며 영성체합시다. 3. 아침, 저녁기도와 묵주기도를 매일 바칩시다. 4. 공소와 성지를 순례하면서 선조들의 신앙을 기억합시다. 5. 본당 사도직 단체에 가입하여 함께 활동합시다. 6. 개인별로 혹은 단체로 매주 한 번씩 성경공부를 합시다.
2023년을 준비하는 대림 첫 주일에
교구장 서리 신은근 바오로 신부
사목지침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2021년 ‘신앙과 말씀의 해’, 2022년 ‘성체와 말씀의 해’를 지내면서, 말씀을 중심으로 하느님과 나의 관계를 바라보고 성체성사의 중요함을 묵상하며 신앙적 성숙과 하느님 말씀을 생활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외적인 관계와 모임이 차단되고 믿음에서 멀어지는 위기도 있었지만, 우리는 ‘신앙, 성체, 말씀’이라는 귀한 보물을 품에 안고 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다행히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교구와 본당의 많은 부분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 중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해주시는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그리고 영적, 물적으로 교구와 본당을 도와주시는 교구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믿음은 어떤 것으로도 퇴색되어서는 안 되고 뒤로 물러나서도 안 됩니다. 믿음은 하느님을 향한 전진이며 하느님의 자녀로 당당히 살기를 촉구합니다. “‘나의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그러나 뒤로 물러서는 자는 내 마음이 기꺼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입니다.”(히브 10,38-39)라는 말씀은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서도 우리 믿음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방향을 잃지 않고 살아야 하는 우리임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지난 해들의 사목지침에서 우리들이 선물로 받은 ‘신앙, 성체, 말씀’의 은총을 바탕으로 올해 2023년에는 ‘친교와 말씀의 해’를 지내고자 합니다. ‘친교’는 하느님과의 수직적인 차원과 사람들 간의 수평적 차원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고, 동시에 지상 교회를 천상 교회와 긴밀히 연결시켜 줍니다. 그리고 우리의 만남을 성사적 차원으로 올려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게 합니다. 친교는 단순한 인간적인 만남이 아니라 하느님과 먼저 깊은 관계를 이루는 것이고, 우리의 만남이 하느님을 알리고 주님을 드러내는 귀한 도구이며, 지상 교회와 천상 교회의 일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영적 성장의 한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믿음으로 성장한 사람은 하느님, 사람, 그리고 세상을 향한 친교로 나아가며 관계 안에서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믿음은 친교로 우리를 초대하며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움직이며 나아가게 합니다. 첫째, 하느님과 친교를 우선으로 합시다. 우리는 하느님 없이 살 수 없으며, 주님 사랑과 은총으로 살아갑니다. 이것은 하느님과 친교를 통해 더 깊이 깨닫습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그분께서 당신의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맺도록 여러분을 불러 주셨습니다.”(1코린 1,9)라는 말씀처럼, 주님과의 친교는 우리가 이곳에 부르심을 받은 이유이며, 사람은 하느님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성체 앞에 앉아 주님 사랑을 묵상하고, 십자가의 삶을 계속 살아갑시다. 특히 하느님 사랑의 편지인 성경을 매일 읽으며 말씀으로 구원되고 말씀을 통해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맺도록 합시다. 둘째, 이웃과 친교를 맺읍시다. 미사와 기도, 말씀과 묵상을 통해 하느님과 맺은 친교는 이웃에게 퍼져나가 ‘이웃 사랑’의 열매를 맺도록 합니다. 신앙인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느님 사랑의 증거이며 교회를 대표합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아름다운 말 한마디, 모범이 되는 행동 하나하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범주를 넘어, 우리가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나누고 하느님 사랑의 증거자로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느님과의 친교는 삶의 모범으로 드러나 이웃 사랑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1요한 4,12ㄴ)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셋째, 세상과 친교 합시다. 하느님이 세상을 만드셨으니 지구를 보살피고 자연을 보호하는 것 또한 하느님을 사랑하고 주님의 뜻을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이에 대하여 홍보하였고, 많은 교구민이 작은 것에서부터 동참하고 있습니다. 파괴가 아닌 보호를, 욕심이 아닌 나눔을, 나만이 아닌 우리를 지향하고, 소비지향적인 물질주의를 지양하며 세상과 친교 하는 우리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합니다. “모든 피조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사랑과 존경으로 소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살아 있는 피조물인 우리는 모두 서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역은 이 가족을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42항)라는 교황님의 권고도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지구를 보살피고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살리는 일임을 되새기고 생태적 삶을 작은 것에서부터 계속 실천해갑시다. 또한 올 한 해, 우리 교구는 ‘청소년의 해’를 준비합니다. 청소년은 교회의 미래입니다. 그들에 대하여 특별히 사목자, 수도자, 부모, 조부모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합니다. 그 외 각 본당의 모든 구성원도 청소년이 하느님 안에서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협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친교 안에 청소년을 초대하고, ‘청소년의 해’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 준비해 보았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코로나19>의 어려움이 아직 남아 있지만, 하느님은 우리를 도우시고 회복으로 이끌어주실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산성이요 보호자이십니다. 이 믿음으로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이룬 사람은, 밭에서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기쁨이 넘칠 것이고 역경을 이겨내며 희망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주님과의 친교가 올 한해 우리 삶의 바탕이 되고, 이웃과 세상에 주님 사랑을 전합시다. 교구민 모두에게 주님 사랑과 은총이 가득하고, 말씀과 친교 안에서 희망과 기쁨과 감사가 넘쳐나기를 기도합니다.
“부산교구의 수호자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 삼 석 요셉 주교
<실천 사항> 1. 하느님과 친교 하기 1) 매주 주보에 나오는 성구 외우고 묵상하기 2) 성사 안에서 하느님 사랑 느끼기(미사, 고해성사 등) 3) 창세기와 탈출기 필사하기 4) 1주에 30분 이상 성체조배 하기 2. 이웃과 친교 하기 1) 전 신자 먼저 인사하기 2) 구역, 반 활성화 하기 3) 자선(후원)을 통한 이웃 사랑 실천하기 3. 세상과 친교 하기 1) 회칙 「찬미받으소서」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2) ‘지구를 위한 기도’ 바치기 3) 재활용, 재사용 생활화하기 4. 청소년의 해를 준비하며 1) ‘젊은이를 위한 기도’ 바치기 2) 본당 전례에 젊은이 초대하기
2021년 ~ 2023년 교구장 사목교서
Ⅰ. 들어가는 말
불확실성의 시대 1. 지금 인류는 코로나19 감염병과 그 여파로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세계적 창궐은 평범했던 인류의 일상을 멈추게 했고, 사랑하는 가족을 앗아갔습니다. 지구촌 공동체는 슬픔과 두려움 속에서 이 위기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하며 감염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병의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 전방위에 걸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 식량 위기, 질병 위기, 경제 위기는 우리 인간 생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치적 위기까지 가세하여 국내 문제는 물론, 국가와 국가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은 우리의 미래를 불안과 두려움으로 몰아가게 합니다. 생활양식과 소통방식의 변화 2.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점진적으로 영역을 넓혀가던 비대면 방식의 소통문화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확산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대면 문화의 영역들 대표적인 영역으로 공교육, 공연, 마케팅, 종교집회 등을 들 수 있다. 이 비대면 문화로 영역을 옮겨가며 오히려 외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서로 대면할 수 없기에 차선으로 선택한 비대면 방식이 도리어 사람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서서히 사회의 주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굳이 직접 만나지 않아도 상호 간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한 사람들은 이제 대면과 비대면 두 개의 방식을 동시에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3. 이러한 변화는 우리 교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동안 교회의 운영방식은 대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병의 예방을 위해 수개월에 걸친 미사 중단과 이에 따른 대안으로 제시된 TV, 인터넷 방송 미사 시청은 신자들의 미사 참례 의무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초래하였습니다. 이어서 다시 시작한 미사 이외에 모든 집회와 활동을 금지한 사목 조치는 신자들의 신앙생활 방식을 공동체 중심에서 개인의 일상 중심으로 바꾸게 하였습니다. 또한, 사제와 신자 그리고 신자와 신자 사이의 소통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비대면 방식의 접근들은 교회 안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교회는 불확실하게 전개되는 사회현실과 비대면으로 전개되는 소통문화를 바라보면서 지금 이 시대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그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Ⅱ. 도전과 대응 가난한 이들 4. 코로나19로 위축된 세계 경제는 사회적 약자인 가난한 이들을 심각한 곤경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의식주만이라도 해결하고자 안간힘을 쓰지만 이미 이기적이며 자기방어적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서 자비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현실입니다. 특히 질병에 취약한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겪는 가난은 생명의 위기와 직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때에 교회는 모든 역량을 모아 가난한 이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가진 것을 나누어 이들이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비단 사회복지 차원의 나눔뿐만 아니라, 교회의 지체들 모두가 살아 있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에페 4,16)로서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가난한 이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저는 우리 신자들의 마음 안에 가난한 이들을 향한 자비로운 주님의 연민이 가득하기를 희망합니다.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인 선택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교회의 중차대한 과제입니다. 이는 복음화의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힘든 위기의 때에 교회가 본연의 모습을 살아야만 비로소 주님의 복음이 참되게 선포될 것입니다. 가정 5.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정에 머무르면서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와 일치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감염병의 위기가 가져다준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체 위기에 놓인 가정 공동체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미 교회가 여러 가르침을 통해 강조해 왔던 가족 구성원의 유대와 일치, 부모와 자녀의 대화, 가정 안에서의 신앙 전수 등이 갖는 중요한 의미가 자연스럽게 재조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신자들이 가정 안에서 서로 일치하고 나누며 하느님을 발견하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특히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상 안에서 꾸준히 신앙 실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격려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영상 등 다양한 비대면 매체를 활용한 교육 자료와 안내서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신자들이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도 필요할 것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청소년 6. 교회는 전통적으로 유아세례를 통하여 부모의 신앙을 자녀에게 전수하도록 가르쳐 왔습니다. 이는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모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영유아기는 생활 습관 및 인성 교육의 초기 단계로서, 부모의 가르침이나 모범을 통해 기본적인 도덕성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배우는 신앙과 가치관은 향후 이들의 그리스도교적 가치관 형성에 기초가 됩니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 부모들은 신앙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며 자녀의 유아세례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영유아기 자녀들의 교육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부모의 신앙 교육이 영유아기 자녀의 인성발달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연구하고 가르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과정에 눈높이를 맞춘 다양한 신앙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젊은 부모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영유아․초등학교 저학년 8. 오늘의 청소년들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smartphone)과 인류(homo sapiens)의 합성어.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서 ‘디지털 문명을 이용하는 신인류’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등으로 정의될 만큼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를 지닌 세대입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성장기에 드러나는 발달적 특성과 더불어 이들만이 지닌 고유한 시대적 특성을 동시에 고려한 사목이 필요합니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기르며 신앙의 감수성을 성장시켜 나갑니다. 이 시기에 배우는 신앙의 기본습관과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형성되는 이웃사랑의 가치관은 이들이 교회의 미래 주역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교류하며 그들만의 문화(새로운 대면, 비대면의 소통문화)를 창출함으로써 자기 주도적 신앙생활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리구와 지구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소통과 교류의 장(대면과 비대면)’을 마련하여 제공하고 돌봄으로써 이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또래 학습’을 통해 신앙의 기본습관(기도)과 이웃사랑의 가치관(희생과 나눔)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사제․수도자 양성 9. 이미 한국 사회의 문제로 대두된 저출산의 기류는 심각한 인구 감소 위기와 함께 교회의 사제 성소에도 적신호를 알리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겪는 심리적 불안과 혼란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현실에서 바른 인성을 지닌 신앙인, 나아가 사제 성소를 지망하는 청소년을 양성하는 일은 커다란 난제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성소를 지망하는 청소년이 갈수록 줄어든다고 해서 인성과 지성 그리고 건강을 두루 겸비한 예비신학생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여건일수록 성소를 식별하고 선발하는데 더욱 분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인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기입니다. 사랑과 존중으로 충만한 가정환경과 부모 자녀의 돈독한 신뢰 속에 성장한 청소년들을 선발하여 사제로 양성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수도 성소가 지니는 가치와 의미를 알리고 인도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수도자들은 수도 성소의 삶이 매력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도록 청소년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함께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청년 10. 전반적으로 청년기에 있는 이들은 학업, 취업, 연애,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대사 앞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며 자신의 인생행로를 개척해 나갑니다. 짧은 시기에 겪는 다양한 선택과 결정은 곧바로 자신의 미래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이들이 마주하는 혼란과 불안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있는 청년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청년들이 다양한 선택의 순간 앞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을 털어놓고 나누며, 친절한 도움과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지구와 본당에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깊은 신앙 그리고 후덕한 인품을 겸비한 상담가들을 발굴하고 양성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대리구에서는 기존의 청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고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 청년 사목을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소공동체 11. 우리 교구는 지난 2001년 교구 시노두스 결과를 바탕으로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는 작은 신앙인 공동체 안에서 가장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을 살아갈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다만 방법적인 측면에서 더욱 다양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부각하는 비대면 방식의 소통문화는 우리에게 소공동체 모임의 운영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기존의 구역, 반을 중심으로 한 소공동체는 이미 효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단지 조직의 구성과 운영, 그리고 관리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존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다가오는 세상의 도전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사목 일선에 있는 사제들은 신자들이 스스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소공동체를 조직하고 이들을 사랑으로 돌보아야 합니다. 교구는 일선 사목 사제들이 유연하게 대응하며 소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이미 신자들은 각종 친교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 혹은 신심 활동 등을 통해서 자신의 신앙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교구는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와 교회가 규정하는 소공동체 사이에 존재하는 교회론적 의미 차이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가능한 접점과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일선 사목에 있는 사제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노인 12.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이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의미 있게 정리하고, 자아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고, 특히 우리 교회는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목 정책의 수립과 시행은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미 우리 교구는 노인 사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노인대학을 중심으로 한 본당 노인 사목의 활성화를 도모해 왔습니다. 노인대학연합회를 결성하여 봉사자를 양성하고 교육하며 본당에서의 노인 사목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아울러 은빛 여정을 대표로 한 ‘노인 성경 프로그램’의 운영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 교구 내 모든 본당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지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또 그렇게 노력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13. 한편으로 노인은 현저하게 활동성이 저하되는 생애주기 특성상, 동적인 활동을 추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정적인 성향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노인은 기도와 묵상을 통한 내면의 성찰과 영적인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며,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열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는 관상의 여정은 노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의미 있게 해 줍니다. 또한, 노인에게서 보이는 성숙한 신앙의 모습은 본당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모범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년의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관상의 기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사목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교구는 노인들을 위한 기도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다양한 노인 피정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충만한 은총 안에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도록 도울 것입니다. 생명·환경 14.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우리에게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웠습니다. 인류의 교만과 탐욕으로 말미암은 자원의 무분별한 남용과 착취는 지구의 생태환경을 심각하게 훼손시켰습니다. 그 결과로 지금 인류는 전례 없는 생명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회개하여 환경을 다시 살리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긴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환경실천 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이미 2015년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함으로써 인류에게 환경의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인간의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이 가져온 자원의 남용과 착취가 어떤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지 지금 인류는 코로나19를 통해 혹독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더 큰 시련이 닥쳐올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입니다. 15. 때마침 교황청에서는 지난 2020년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본당 및 교회 기관이 활용할 ‘사용자 지침’ ????공동의 집 보호를 위한 길: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On the Path to Caring for the Common Home: Five Years after Laudato Si’). 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지침에는 환경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과 실행법이 들어있습니다. 이 지침은 소중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친환경 정책의 실천과 더불어,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가정과 생명을 보호하는 정책들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구 내 모든 본당과 기관, 단체에서는 이 지침을 바탕으로 가능한 실행방안을 모색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환경실천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이웃사랑의 의무입니다. 환경을 지키고, 가정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의 가치입니다. 16.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제기되는 ‘생명의 조작 가능성’은 창조주 하느님의 질서를 파괴하고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유전자, 신경과학, 인공지능 등의 기술발전과 유기체인 인간을 기능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생명의 존엄이 갖는 배타적인 가치가 유용성과 수익성 때문에 왜곡되거나 배척되는 상황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은 생명을 거스르고, 하느님의 정의를 거스르는 온갖 형태의 불의에 맞서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고, 인간의 존엄을 수호하는 데 항상 깨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Ⅲ. 사목 정책의 기본 방향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17. 주님께서 보여주신 가난한 이들을 향한 연민과 사랑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본받아야 하는 계명입니다. 교회는 언제나 가난을 지향해 왔으며(마태 5,3; 마태 25),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교회의 당연한 사명입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직면한 심각한 경제 위기 앞에서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살피고 돌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앞으로 교구가 진행하는 모든 사목 정책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향합니다. 뒤이어 제시한 ‘유기적 협력 사목’이나 ‘지구 중심 사목’ 등의 정책 방향들도 모두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돌보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는 것보다 더 큰 복음은 없습니다(루카 4,18). 유기적 협력 사목 18. 우리 교구가 지향하는 사목은 ‘유기적 협력 사목’입니다. 이는 교회의 각 구성원이 서로 소통함으로써 공동체를 살피고, 아픈 곳을 찾아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치유함으로써 생명의 활력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 몸이 통증을 느끼면 다른 지체들이 즉시 반응하여 통증을 없애려 집중하듯이,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도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저 내 본당, 내 단체, 내 구역 등 자기가 속한 곳에만 관심을 두고 다른 지체들은 돌보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유기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살아 있는 공동체는 구성원의 아픔에 민감합니다. 서로 하나로 일치하고 있기에 구성원의 아픔이 곧 자신의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므로 교구 구성원 모두는 유기적 협력 사목을 통해 신자들이 무엇에 아파하고 걱정하는지 민감하게 살피고, 그중에서 가장 아픈 곳을 찾아 치유하는 데 공동체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구 중심 사목 19. 우리 교구는 지난 2018년 대리구 제도를 개편하면서 ‘지구 중심 사목’을 전개하기로 방향을 설정하였습니다. 이는 교구 내 21개 지구가 갖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사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교구나 대리구에서 정한 사목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각기 처한 본당의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제각각 그 방법을 달리 적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청소년, 청년, 노인 분야의 사목 정책에 있어서 곤란을 겪는 본당이 있습니다. 때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른 여력을 갖지 못하는 본당도 있습니다. 이들 본당이 사목의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웃한 본당 간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기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구성한 것이 지구 체제입니다. 이미 교구는 지구장 본당을 지정하여 지구 내 소속 본당들과의 소통과 나눔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각 지구 내 본당은 지구장을 중심으로 서로 협력하여 함께 하는 사목을 전개함으로써 활력이 넘쳐나기를 희망합니다. Ⅳ. 사목 실천 목표 일상 중심의 신앙 실천 20. 우리 교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보편사제직에 참여하는 평신도입니다. 평신도는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사제직을 수행하도록 소명받은 사람들입니다. “신자들은 자신의 왕다운 사제직의 힘으로 성찬의 봉헌에 참여하며, 여러 가지 성사를 받고 기도하고 감사를 드리며 거룩한 삶을 증언하고 극기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사제직을 수행” 「교회 헌장」, 10항. 합니다. 그러므로 평신도는 어떤 처지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일상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할 소명이 있습니다. 21. 코로나19 이후로 집회 중심의 활동이 현저하게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의 활동은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집회를 통한 전례와 성사 중심의 신앙생활을 전개해왔던 교회로서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대면보다는 비대면 위주로 전개될 것입니다. 비록 상황이 호전되어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하여도 비대면을 선호하는 문화적 경향은 지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기회에 교구와 대리구는 신자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꾸준히 신앙을 실천해 나가는 습관을 기르도록 교육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말씀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습관화하도록 이끌고,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을 돌보는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 밖에도 가정 성경 필사, 가정 성지 순례, 가정 기도 등 가족 구성원이 함께하는 신앙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안내하고 독려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자기주도적 신앙 실천 22. 신앙의 여정은 완덕을 지향합니다. 이는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소명과 능력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과 정도로 완덕을 향해 나아갑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애주기에 맞는 인생의 여정이 있듯이, 신앙도 생애주기에 따른 완덕의 여정이 함께 합니다. 처음에는 하느님을 만나게 되고, 하느님과 대화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그리고 점점 믿음이 강해지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나아가 하느님과의 일치를 추구하며 내면의 성화와 완덕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자신이 신앙의 생애주기에 어디쯤 있는지 스스로 진단하고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안내하지 않고,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길을 잃고 방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는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 여정을 스스로 진단하고 안내받음으로써 자기주도적으로 신앙의 온전한 성숙을 향해 나아가도록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통합 소통환경 구축 23. 이를 위해서는 교구 차원에서 지원하는 ‘통합 소통환경’이 필요합니다. 교구는 홍보국을 중심으로 사제와 신자, 신자와 신자, 교구와 본당, 본당과 본당, 단체와 단체, 신자와 단체 등 교구 내 모든 지체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통합 소통환경을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아직은 미비한 점이 많지만 점차로 완성된 형태로 성장하리라 전망합니다. 여기에서 신자들은 대면과 비대면 모두를 망라한 종합 신앙 정보를 얻고 소통하면서 복음의 기쁨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Ⅴ. 사목 실천과제 청소년국 24. 영유아․초등부 저학년 교구․대리구 : 부모의 신앙교육이 영유아기 자녀의 인성발달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 연구,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과정에 눈높이를 맞춘 신앙교육 콘텐츠 개발, 초등부 저학년을 위한 신앙교육 콘텐츠 개발 지구․본당 :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교육, 영유아 자녀와 함께 하는 미사, 영유아 부모 소공동체 운영, 각종 행사 기획 25. 초등부 고학년․청소년 교구․대리구 : 초등부 고학년을 위한 신앙교육 콘텐츠 개발, 청소년을 위한 신앙생활 기본 습관 안내 앱 개발, 본당․지구에서 실천 가능한 또래 학습 프로그램 기획(학업, 취미, 운동, 사회봉사, 성지 순례 등), 청소년 피정 프로그램 개발, 청소년들을 위한 사이버 공간 마련(전담 사제의 적극적 개입 필요) 지구․본당 :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교육, 초등부 고학년 및 청소년들로 구성된 소공동체 운영, 각종 동아리 활성화 모색, 특화된 청소년 미사 기획 및 운영, 지역사회와 연계한 위기 청소년 돌봄 센터 운영, 지구 차원의 청소년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사회봉사, 피정, 성지 순례, 축제, 콘서트, 운동회 등), 지구 차원의 청소년 기금 조성(긴급 지원, 장학금 등) 26. 청년 교구․대리구 : 기존 청년 교육 프로그램 강화, 청년들을 위한 사이버 공간 마련, 20대 30대 40대를 위한 신앙생활 가이드 앱 개발 및 알림 서비스 제공 지구․본당 : 청년 세대로 구성된 소공동체 운영, 청년 미사 활성화 방안 모색, 지역사회와 연계한 위기 청년 돌봄 센터 운영, 각종 청년 동아리 활성화, 취업 및 결혼 전문 상담소 운영, 교구 차원의 청년 프로그램에 적극적 참여, 지구 차원의 청년기금 조성(긴급 지원, 장학금 등) 복음화국 27. 가정 교구․대리구 :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신앙생활 가이드, 부모 자녀 관계 교육 자료, 가정 폭력 예방 교육 자료, 가족과 함께 하는 성경 및 기도 프로그램 제공, 성지 순례 안내, 사회봉사 안내, 환경실천 안내, 기타 이웃사랑 실천 가이드 지구․본당 : 교구․대리구에서 제공하는 자료와 프로그램 활용 및 교육, 지역사회와 연대한 위기 가정 돌봄, 가족과 함께 하는 미사 28. 소공동체 교구․대리구 : 생애주기에 따른 자기주도적 신앙생활 로드맵 구축 및 안내 서비스 제공, 다양한 소공동체 모델 개발, 소공동체 교육 자료 발간(영상물) 지구․본당 : 자기주도적 신앙생활 교육 및 홍보, 다양한 소공동체 운영, 모범 소공동체 홍보 및 포상, 지구 및 본당 차원의 소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축제, 운동회, 나눔터, 성지 순례 등) 29. 노인 교구․대리구 : 노인대학 활성화 방안 연구, 노인대학 봉사자 양성 및 교육, 노인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 노인을 위한 기도학교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지구․본당 : 지구 차원의 노인대학연합회 결성, 노인들로 구성된 소공동체 운영, 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기획 운영(성지 순례, 피정, 기도학교, 축제, 경로잔치 등), 각종 노인 동아리 활성화, 지역사회와 연계한 긴급 돌봄 센터, 노인 기금 조성, 지구 차원의 사회복지 전문가, 심리상담 전문가 양성 및 본당 지원 사회복음화국 30. 가난한 이들: 다양한 특수 사목 교구 : 본당 사회복지분과 활동 지침 교육, 전문 봉사자 양성, 긴급 지원 활동, 다양한 특수 사목 지원 지구․본당 : 사회복지분과, 소공동체, 단체, 지역사회 등과 연계한 다양한 위기 가정 지원 활동 전개, 무료 급식소 운영, 나눔 장터 운영, 충분한 예산 배정 및 운영 31. 생명․환경 교구 : 교황청 ‘사용자 지침’ 교육 및 홍보, 본당에서 활용 가능한 홍보 영상 제작, 구체적 실천 방안 모색, 모범 사례 홍보 및 포상 본당 : 환경실천 교육 및 실행, 생명 교육, 생명 수호 운동 전개 성직자국, 성소국 32. 사제․수도자 양성 성직자국 : 중견 사제 연수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사제 피정 및 연수 프로그램 강화 성소국 : 예비신학생 인성교육 프로그램 강화, 수도 성소 모임 활성화 모색 홍보국 33. 통합 소통환경 구축 신앙생활 종합 서비스 플랫폼 개발, 양방향 신앙 정보 네트워크 구축 Ⅵ. 나오는 말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34.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일치를 이루는 신비체입니다(에페 4,16). 각각의 지체는 나름의 고유한 역할을 통해서 교회를 윤택하고 풍요롭게 합니다. 하지만 그 어느 한 지체도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와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1코린 12,12~31). 그리스도와 한 몸으로 일치를 이룬다는 것은 서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소통한다는 것이며, 소통한다는 것은 서로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나누며 치유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공동체의 아픈 곳을 느끼고, 어루만지며, 위로하여, 치유하는 살아 있는 교회, 사랑하는 교회, 그래서 그리스도 안에 일치를 이루는 교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35. 교회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항상 우리를 위해 전구하십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를 맞이한 인류를 위해 기도하시는 성모님의 성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에 기대어 계십니다(요한 19,25~27).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주님께 당신 사랑의 힘으로 다시 인류를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십니다. 또한, 성모님은 교회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십니다. 지금이 바로 회개의 때이기에, 교회가 다시 예수성심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물의 원천으로 돌아가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성모님 곁에 꿇어앉아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저는 사목교서를 마치며 교구민 모두에게 우리 교구의 복음화를 위하여 자비로우신 주님께 한마음으로 기도해 주실 것을 제안합니다. 수원교구 복음화를 위한 기도 ○ 만민의 임금이신 주님, 죽음으로 진리를 증언한 선조들을 통하여 이 땅에 구원의 빛을 밝혀주셨으니 감사하나이다. ● 수원교구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오니 사랑으로 협력하고 나눔으로써 주님 안에 일치하며 살게 하소서. ◎ 이제 저희도 선조들의 믿음을 본받아 힘차게 복음을 전하는 일꾼이 되어 온 민족의 복음화를 이루게 하소서. 또한, 세계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인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게 하소서. 아멘. ○ 수원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0년 11월 22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1.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2020년 특별 사목 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교서는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 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을 출범하자는 교황님의 요청에 대한 한국교회의 응답입니다. 그리고 한국 주교단은 이 교서에서 “‘기후 변화에 관하여 차등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식’(「찬미받으소서」, 52항)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생태적 회개를 실천하며 복음을 선포할 것을 다짐”하고 2021년 5월, 그 여정을 시작하였습니다.
2. 한국 주교단은 사스, 메르스, 에볼라에서 코로나19로 이어진 감염증 확산 사태가 현대 물질문명이 큰 전환기에 와 있음을 반증하는 것임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를 단순히 의학적, 경제적 시각으로 보기보다는 현대문명 전체의 구조와 균형 안에서 통합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기후 위기와 어머니 지구의 울부짖음은 교회가 수행해야 할 복음화 사명과 사목 활동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임에 뜻을 같이하며, 각 교구는 지속적으로 생태적 회개에 대한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그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실천에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통합적 위기 3. 오늘날의 기후 위기는 단지 지구 자연 생태계만의 위기가 아닙니다. 기후 위기는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더욱 근본적인 위기를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하나의 현상입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님은 지난 2012년 신앙의 해를 개막하시면서 우리가 날마다 목격하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하여 ‘영성의 사막화’, 곧 ‘하느님 없는 삶이나 세상의 공허함’이라는 영성적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신 바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특별히 최근의 감염증 대유행과 기후 변화에 따른 불가항력적 재난들을 통해 이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위기와 재난에 따른 두려움 또는 영적 공허함은 우리를 하느님께 더욱 온전히 의탁하게 하고 신앙인의 소명에 더욱 충실하도록 이끌어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를 불필요하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리는’(「찬미받으소서」, 62항) 더 큰 위기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기후 위기는 단지 자연환경의 위기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정신적, 영성적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자연환경의 위기와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위기, 그리고 영성적 위기는 서로 다른 별개의 두 위기가 아닙니다. 이 위기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모든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통합적 위기입니다. 그리고 이 위기들의 바탕에는 사람이든 자연이든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을 “그저 우리의 소유물로 여겨 우리 자신만을 위하여 사용” 베네딕도 16세, 볼차노-브레사노네 교구 성직자들에게 한 연설(2008.8.6.). (「찬미받으소서」, 6항)하려는 유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곧 “오늘날의 위기는, 그것이 경제적 위기든 식량 위기든, 환경적 또는 사회적 위기든, 궁극적으로는 도덕적 위기이며, 그 모든 위기는 서로 연관되어” 베네딕도 16세, 제43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2010.1.1), 5항.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덕적 위기, 통합적 위기 앞에서 교회는 “‘인간에 대한 전문가’로서 창조주와 인간 그리고 창조 질서의 관계에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노력” 위와 같음, 4항. 하고, 교회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위기의 원인 – “피조물에게 저지른 죄” 「찬미받으소서」, 8항. , “궁극적으로 동일한 악” 「찬미받으소서」, 6항. 5.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자연환경과 사회 환경의 훼손은 모두 궁극적으로 동일한 악 때문에 발생하였습니다. 이 악은 … 바로 인간의 자유는 무한하다는 생각입니다.”(「찬미받으소서」, 6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편 교황님은 교황이 되기 이전에 이미 “쾌락주의적이고 소비중심적이며 자기도취적인 문화가 그리스도교에 침투”했음을 지적하시며 “이런 문화가 우리를 물들여, 어떤 식으로든 종교적인 삶을 경시하고 이교도적으로 행동하며 세속적으로 변해가도록 하여 종교가 약화된다.” 아브라함 스코르카, 「천국과 지상」, 2013, p.304. 고 말씀하기도 하셨습니다. 6. 우리는 교황님의 이 두 말씀에서 아주 중요한 연결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연환경과 사회 환경의 훼손 그리고 종교 약화의 원인에는 하나의 같은 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뿌리를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 카인과 아벨, 노아와 바벨탑 이야기 등에서 잘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곧 인간이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거슬러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왜곡하고 자유를 남용한 것이 바로 그 공통의 뿌리입니다. 이 공통의 뿌리가 교회에는 “영성의 사막화”라는 영적 위기를, 인류에게는 불평등과 소외라는 공동체적 위기를, 지구에는 “지구의 사막화”로 대표되는 생태적 위기를 가져온 악(惡), 궁극적으로 동일한 악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전 지구적인 위기를 도덕적이고 통합적인 위기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7. 이러한 위기들 속에서 교회가 살아가야 할 소명은 생태적 회개를 통해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따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삶이 “생태적 악”을 이겨내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8.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라는 이 표현은 우리 안동교구의 「사명 선언문」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우리는 이 터에서 …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이 표현에는 생명의 원천이신 우리 하느님께 그 뿌리를 둔 인간 생명과 자연 생명, 곧 모든 생명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살겠다는 우리 교구민들의 사명 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교구는 일찍이 「교구 사명 선언문」에서 선언한 것처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회가 되고자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사명을 충실히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생태적 회개를 통한 공동의 집 돌보기와 교회의 생태적 삶을 위해 같은 정신으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적극 동참해 나아갈 것입니다. 9.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와 사람들의 생태적 회개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겠습니다. “생태적 악”, “궁극적으로 동일한 악”에 대항하여 절제와 절약을 현대적 금욕생활의 수칙으로 삼겠습니다. 농민, 사회적 취약 계층, 이주 노동자 등 급격한 기후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보살피겠습니다. 생명 농업이 곧 하느님 창조 사업이라는 소명 의식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애쓰고 있는 교구 가톨릭농민회와 함께, 앞으로도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며 모두를 살리는 생명공동체 운동을 지속하겠습니다. 개인의 식생활 개선과 친환경 제품 사용, 기업들의 친환경 경영을 위해 착한 소비, 친환경 소비를 장려해 나가겠습니다. 백두대간과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들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습니다. 교구에 생태환경 사목을 실행하는 조직과 활동을 더 확대하고 활성화해 창조 질서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2021년부터 시작한 피조물 보호와 생태적 회심을 위한 미사를 앞으로도 지속하고, 또 전례와 성사와 기도 안에서 하느님 창조 질서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겠습니다. 가정과 본당, 교구, 그리고 지역 사회 공동체가 이 모든 여정에 함께 하시도록 초대하고 협력하겠습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구는 데 함께 매진하겠습니다. “통합 생태적 교회를 향하여” 10.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생태적 영성은 교회의 외적인 활동만이 아니라 교회를 내적으로 쇄신하여 맡겨진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게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우리가 교회 안에서 모든 형제자매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걸어갈 때 교회는 더욱 건강해집니다. ‘교회는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모든 지체가 함께 아파하고,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하는’(1코린 12,26 참조) 살아있는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성령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된 신자들로 구성된 그리스도의 신비체” 교회헌장, 2항 참조. 이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이렇게 내적으로 더욱 튼튼해진다면 세상을 위한 소명을 살아가는 데에도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통합 생태적 교회는 이 신비체의 모든 지체, 곧 하느님의 모든 백성이 생태적 회개를 통해 내적인 친교와 일치를 이루고, 나아가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이 땅에 하느님의 구원을 전하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통합 생태적 교회”로 거듭날 필요가 있습니다. “통합 생태적인 교회를 향하여” 모두가 함께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11. 통합 생태적 교회를 향하여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와 개인 안에 구조적이고 습관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세속적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대한 성찰과 회개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생태적 회개가 어머니이신 교회를 위협하는 생태적 악을 이겨내는 치유와 쇄신의 영성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이 세상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언제나 정화되어야 하는 끊임없는 참회와 쇄신” 「교회헌장」, 8항. 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며, 보살피지 못하고, 함께 걸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있다면 과감히 회개하고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곧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태적 회개’가 단지 ‘환경보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의 모든 사목 분야에서 사랑의 복음을 실천하는 적극적인 신앙 행위로 승화” 한국 주교단 특별 사목 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회가 “통합 생태적 교회”로서 실제로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며 실천할 때 교회는 그 자체로 세상의 변화를 일깨우는 복음화 사명의 실천적인 표징이 될 것입니다. 12. 세상이 당면한 여러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의 나아갈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류 자신이 변화되어야 합니다.”(「찬미받으소서」, 202항) 누구보다도 먼저 교회와 우리 신앙인 각자가 이에 대한 명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변화되어야 합니다. “인류가 이 책임에 합당하게 사는 것에 실패할 때는 언제나, 우리가 피조물들과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돌보지 않을 때는 언제나 그 길이 파괴로 열리게 되고 마음은 완고해 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미사 강론(2013.3.19). 그래서 우리 모두는 교회와 인류가 직면한 이 위기들로부터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존하고 공동의 집을 지켜내기 위해 함께 책임지고, 함께 걸어가도록 불림을 받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통합 생태적 교회를 향하여” 나아가도록 초대받은 것입니다. 13. 통합 생태적 교회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우리 교회의 수많은 자산으로부터 뛰어난 영감과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자신의 길잡이요 영감으로 삼으신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우리 신앙의 핵심인 성체성사, 그리고 2021년부터 시작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로부터 우리의 주제와 관련된 중요한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통합 생태론을 기쁘고 참되게 실천한 가장 훌륭한 모범”(「찬미받으소서」, 10항)이십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성찬례도 역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사고방식에 참다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베네딕도 16세, 「사랑의 성사」, 92항 참조. ‘성찬례는 늘 세상의 제대에서 거행되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8항 참조. , ‘하늘과 땅을 이어 주기 때문입니다.’(「찬미받으소서」, 236항 참조) 또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와 우리 교구 시노드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통합 생태적 교회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노드의 목적인 “함께 걸어가기”가 바로 하느님 백성 공동체를 구성하는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14. “우리는 이 터에서 …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우리 교구의 이 「사명 선언문」의 정신대로 우리 교구민 모두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충실히 살아, 우리가 이미 이 세상에서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의 복을 함께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하느님 백성인 우리 모두가 믿음의 기쁨, 구원의 기쁨을 함께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로 생태적 회개를 통해 이 세상에서부터 통합 생태적인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는 믿음의 기쁨, 구원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팬데믹과 기후 위기, 그리고 세속주의라는 풍랑 속에서 세상과 교회가 체험한 위기와 공허함으로부터 ‘믿는다는 것의 기쁨’을 새롭게 발견하고 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기쁨에 대한 이러한 체험이야말로 기쁨은 세상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구원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보여 주며 우리 교회를 “기쁨 넘치는” 교회로 거듭나게 할 것입니다. 15.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공동의 집인 지구, 하지만 ‘우리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 그리고 폭력으로 말미암아 황폐해지고 울부짖고 있는 우리 어머니인 지구’(「찬미받으소서」, 2항 참조)를 지키기 위한 7년 여정에 기도와 실천으로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를 더욱 살아 있는 공동체로 만드는 데에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피조물의 보호자, 자연에 새겨진 하느님 계획의 보호자, 서로의 보호자, 환경의 보호자가 됩시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우리가 피조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우리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를 보호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미사 강론(2013.3.19). 주님, 주님의 힘과 빛으로 저희를 붙잡아 주시어 저희가 모든 생명을 보호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마련하여 정의와 평화와 사랑과 아름다움의 하느님 나라가 오게 하소서.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아멘.
2021.11.28(대림 제1주일)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2023년 교구장 사목교서
+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교우, 수도자, 사제 여러분! 새해도 주님께 희망하며 한 해를 시작합시다. 올해를 ‘행복의 해’로 선언합니다. 그간 우리는 하느님께 드려야 할 우리의 덕목으로서 믿음, 희망, 사랑을 묵상하였습니다. 또한 신·망·애 삼덕을 위한 우리 그리스도인의 기본적인 행동지침, 기도와 자선과 절제를 살고자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선언하신 ‘행복’을 묵상하고, 그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고자 합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까닭은 우리의 행복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행복을 ‘하느님 나라’로 표현하셨습니다. 그 ‘하느님 나라’를 전하는 일을 당신의 사명으로 여기셨습니다. “나는 다른 고을에도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한다. 나는 이 일을 하러 왔다.”(루카 4,43) ‘하느님 나라’를 전하는 일은 제자들의 사명이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은 이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제자들을 뽑고, 파견하셨습니다. 제자들을 둘씩 짝 지워 파견하시며 명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음을 전하여라.”(루카 10,11) 사실 예수님이 세우신 우리 교회의 사명도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곧 ‘행복’할 수 있도록 땅 끝까지, 세상 끝날까지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우선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아라. ... 너희는 먼저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라. 그 나머지는 덤으로 주실 것이다.”(마태 6,25-33 참조) 이 말씀은 당시 상황을 파악하지 않으면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가난했던 사람들에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던 그들에게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물론 예수님이 가난한 청중들의 처지를 전혀 모르거나, 그들의 처지를 배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누구보다도 청중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하였기 때문입니다. 항상 청중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말씀하셨습니다. 농부들을 위해서 씨앗이나 밭에 묻힌 보물의 비유를, 어부들을 위해서 그물의 비유를, 장사꾼들을 위하여 값진 진주의 비유를, 그리고 집안의 아낙네들을 위하여 누룩의 비유를 드셨습니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의식주가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하느님 나라’가 훨씬 더 가치가 있고,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여러 가지 낱말로 표현됩니다. 그리스도교는 그것을 ‘구원’이라고 말합니다. 불교에서는 ‘극락왕생’이라고 합니다. 성경에서는 ‘천국’, 교부들은 ‘지복직관’, 심리학자들은 ‘자아실현’, 또는 ‘자아완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행복’, 그 ‘구원’을 ‘하느님 나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예수님에게 ‘하느님 나라’는 ‘행복의 완전체’, ‘행복의 완성’입니다. 예수님은 이 ‘행복’의 나라를 위한 가족관계를 새롭게 설정하였습니다. 예수님은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마태 12,48)라고 반문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49-50) 그리고 ‘하느님 나라’로 가는 길을 여덟 가지로 제시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산상설교의 ‘진복팔단’입니다. 이 ‘진복팔단’은 ‘하느님 나라’의 대헌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약에서는 ‘십계명’이라면, 신약에서는 ‘진복팔단’입니다. 우선 그 첫 번째가 ‘마음의 가난’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이러한 선언에 대해 의아해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다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래도 알아들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결국 그분의 말씀이 옳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이러한 세상의 흐름과 역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을 더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행복의 조건은 돈이나 재물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가난한 사람도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많은 부호들이 유언으로 남긴 글에서도 돈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는 걸 알려줍니다. “... 끝없이 부를 추구하는 것은 결국 나 같은 비틀린 개인 만을 남긴다...”(스티브 잡스) 이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마음의 가난’을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루카 복음의 ‘가난’을 마태오 복음은 ‘마음의 가난’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히브리어 ‘아나뷤’을 해석하는데 차이를 보인 듯합니다. ‘아나뷤’은 ‘주님의 가난한 사람’이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가난했던 이유는 게으름이나 능력 부족이 아닙니다. 하느님 때문에, 하느님을 믿는 신앙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바빌론 땅에 강제로 이주하게 된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곳 환경과 생활 습관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자면 이스라엘 신앙 전통이나 습관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신앙과 전통과 습관을 지키려면, 그곳에서는 이방인이 되고, 부유하게 살 수 없습니다. 마치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 교민들이 우리와 다른 습관과 생활양식과 행동방식을 지닌 그들 속에서 우리 것만을 좋은 것으로 고집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경쟁할 수 없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훗날 예루살렘으로 돌아와서 이스라엘을 재건한 사람들은 ‘아나뷤’들 이었습니다. 가난한 마음은 부자들을 시기하지 않습니다. 가난한 마음은 게으름을 찬양하지 않습니다. 가난한 마음은 가난한 이들을 헤아립니다. 가난한 마음은 가난한 이들에게 자비롭습니다. 가난한 마음은 아주 작은 것으로도 행복을 느낍니다. 가난한 마음에는 하느님이 계실 곳이 넉넉합니다. 바로 그런 까닭에 가난한 마음에 하느님 나라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이 계신 곳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뜻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보물이 묻힌 밭을 발견한 기쁨 그 이상을 누릴 수 있는 ‘행복’의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새들의 보금자리보다 더 아늑한 곳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유혹이 스며들 수 없는 곳이요, 악으로부터 보호되는 곳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이 전부가 되는 곳입니다. 바로 그런 까닭에 행복은 ‘가난한 마음’에 자리합니다. 사랑하는 원주교구 교우, 수도자, 사제 여러분! 올해는 ‘가난한 마음’으로 하느님께서 선사하시는 행복을 맛봅시다. 하느님의 은총을 기도합니다.
2022년 대림 제1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
2023년 의정부교구장 사목교서
머리말
코로나 팬데믹에서 우리의 일상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며 우리는 참으로 힘든 일을 많이 체험하였습니다. 그동안의 충격이 너무나 컸기에, 일상생활뿐 아니라 신앙생활에서도 예전 같은 활기를 찾기에는 큰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5월, 우리 교구 사목연구소에서는 신자들의 인식을 조사하였고, 2022년 봄에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경청모임을 통해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거기서 나온 의견 중 인상적인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신앙생활을 통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미사를 활기 있게 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본당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끼리끼리만 어울리는 분위기가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기도를 잘 할 수 있도록 누군가 인도해 주기를 바랍니다.” “행복한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사제나 수도자와 대화를 편안하게 나누는, 소통이 잘 되는 교회이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의견들을 종합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신앙과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우리 교구 내 공동체, 특히 각 본당이 활기를 띨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다 같이 함께하는 여정을 힘차게 시작합시다. 1. 행복한 신앙 체험을 위해 노력하는 해 돌이켜 보면 지난 시간, 특히 최근 3년간 우리는 그리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신앙이 주는 기쁨이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우는 삶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여야 합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주님을 바라고 만난 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힘차게 살아가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젊은이들도 피곤하여 지치고 청년들도 비틀거리기 마련이지만,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이사 40,30-31). 이 성경 말씀은 주님을 만난 이들이 얻게 되는 행복과 기쁨 그리고 힘을 말해줍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해야 합니다. 저는 사제생활 중에 주님을 만나는 기쁨과 그로 인한 힘을 성체조배에서 얻었습니다. 이 같은 체험을 함께 나누고자 최근 여러 본당에서 신자들과 성체조배를 하며 많은 교우가 성체조배를 사랑하게 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에는 ‘주교좌 기도 사제’가 임명되어 그 직무를 시작하였습니다. 비록 형식은 다르더라도, 우리 교구 많은 본당에서도 이것이 실현되기를 희망합니다. 본당 신부님들이 ‘기도 사제’가 되어 신자들이 기도함으로써 행복을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을 만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기도를 통해, 어떤 이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주님을 만납니다. 또 다른 이는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면서 주님을 만나기도 합니다. 각자에게 익숙한 신앙생활의 방식을 더 심화하고, 또한 그동안 부족했던 것을 용기 내어 시도해본다면, 활기차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2. 시노달리타스의 지속과 활성화를 위하여 2023년 10월에 있을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를 준비하면서 우리 교구와 각 본당 그리고 사도직 단체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모으고 그것을 경청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경청모임을 하며 우리는 자신의 삶과 신앙을 돌이켜보고, 교회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경청모임을 통해 많은 신자가 ‘함께 걸어가는 교회’라는 점에 고무되었고, 희망을 보았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가졌던 부족함에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신자 중 많은 이가 본당의 벽이 높다거나 끼리끼리만 어울리는 분위기를 지적했습니다. 또한 사제나 수도자들과의 면담이나 본당 사목위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시노달리타스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합니다. 함께 참여하는 전례나 행사를 비롯하여 본당의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서로 대화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최근 본당 신부님들은 봉사자를 구하는 일이 어렵다고 합니다. 사목회장이 없는 본당도 여럿이고, 구역장 반장을 구하는 일은 더욱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여러 교우분께서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에 참여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모든 신자가 자발성을 갖고 적극적인 그리스도인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만일 본당 공동체 일에 지금보다 많은 이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우리 공동체는 머지않아 아름답게 회복되리라 생각합니다. 3. 시대가 요구하는 사목을 향하여 1) 지금 요청되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목은 기후 위기와 생태환경 보호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해 여름, 우리는 기후변화로 혹독한 일들을 겪었습니다. 강력한 태풍이 몰려왔고, 그 앞에 우리는 숨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청난 집중호우로 인한 처참한 피해도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숨쉬기조차 힘들게 한 무더위도 경험했는데, 이 모든 것은 지구 온난화의 결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통합 생태론”을 말씀하시며 “모든 것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138항)을 강조하셨습니다. 기후 위기는 우리 모두의 위기입니다. 기후 위기를 외치는 것은 환경운동가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두고 절실한 마음으로 외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할 몫입니다. 우리 교회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생태환경 보존과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고, 교회가 벌이는 캠페인에 열심히 참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2) 오늘날 많은 신자는 교회가 나아갈 방향으로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다가가는 일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 교회의 사명입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 이어가면서 앞으로도 많은 힘을 쏟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하느님 백성 모든 이가 함께해야 할 과제입니다. 형제자매님들도 주변의 어려운 이들, 특별히 이주민과 난민,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먼저 다가가는 그리스도인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3) 점점 고령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우리 교회는 노인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최근 들어 길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사회의 진행 속도보다 한층 빨리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 교회는 더더욱 노인이 기쁘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인 사목에 힘쓰고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또한 어느 시대보다 힘든 상황에 내몰린 청년들이 교회를 찾아와 휴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공동체, 특히 본당 공동체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메마른 삶 가운데 있는 청년들에게 샘터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맺음말 지난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점으로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본당 공동체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60-70% 정도의 신자가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시 한번 어려운 시기에 본당공동체를 위해 수고해 주신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본당 교우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 우리 모두 신앙과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서 한 걸음 내디뎌야 하겠습니다. 우리를 새로운 길로 이끄시는 주님께 의탁하면서 시편의 말씀을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당신은 저의 주님, 저의 행복 당신밖에 없습니다”(시편 16,2). 여러분 모두와 가정에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2022년 대림 제1주일
천주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2023년 사목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코로나19가 끝날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끝나지 않는 코로나19의 영향 속에서 우리는 이제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느낍니다. 이는 코로나19로 위축되고 두려워하는 삶을 지속하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이전과 꼭 같지는 않지만, 우리가 살아왔던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우리 모든 형제자매님들이 두려움보다는 용기를 가지고, 절망보다는 희망을 품고, 단절보다는 만남의 시간을 가지며 힘차게 지내기를 기도합니다. 처음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성당 문도 닫고, 공동체 모임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성당에서 함께 미사도 봉헌하지 못했던 때를 생각해보면서, 우리는 신앙이 삶 안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체험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방역수칙은 우리의 신앙을 점차 식어가게 했고, 편안하고 안락한 신앙생활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굳이 성당에 가지 않아도, 신자로서의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신앙은 변하지 않는다는 마음도 싹트기도 하고, 살아가면서 신앙이 굳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과 회의를 가지면서 신앙을 등지는 분들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가지만, 일상을 회복해가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이 시기에도 신앙의 기쁨을 되찾지 못하고, 신앙에서부터 나오는 기쁨과 위로를 얻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교구나 본당에서는 코로나19 시대를 지내면서 모든 신자들의 신앙 성화와 유지를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 왔습니다. 특별히 작년에는 코로나19로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가정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신앙생활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각자 모두가 개인에 맞는 기도를 찾아서 기도생활도 해 보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모여 기도하는 가정 복음화에 대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변이로 인한 감염자의 확산과 감소는 우리로 하여금 규칙적이며 항구한 신앙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유지하면서 신앙의 기쁨 안에서 지낼 수 있겠습니까? 사도 바오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로마 8,35.37) 코로나19는 지나가는 시간 안에 있는 한시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극복하는 과정 중에 있고 잘 극복될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처럼 한시적이며 일시적인 것에 우리의 신앙이 흔들리기보다, 우리 신앙이 가지고 있는 힘과 기쁨에 머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우리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이 신앙임’을 상기시켜 주십니다(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에게 ‘그분을 찾으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권고하십니다(회칙 ‘복음의 기쁨’ 3항). 왜냐하면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은 우리를 변화시켜 주고, 그 변화의 기쁨은 언제나 우리를 하느님 안에서 늘 새롭게 태어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올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 모두는 코로나19로 느슨해지고 약해진 우리의 신앙을 되돌아보며, 신앙의 기쁨을 되찾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바위 위에 집을 짓는(참조. 마태 7,24-26) 슬기로운 신앙인이 되고, 하느님 안에 늘 있음으로써, 항상 기쁨에 가득 찬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신앙의 기쁨을 되찾기 위하여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실천해 보도록 노력합시다. 1. 신앙의 기본 신심을 늘 실천합시다. 비대면 신앙생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작년 교구와 본당에서는 일상으로의 회복과 본당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묵주기도, 모임 전 15분 성체조배를 열심히 하였습니다. 이는 우리 신앙의 기초를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신심활동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신앙의 토대가 되는 성체 신심(성체조배와 미사성제), 성모 신심(묵주기도), 순교자 신심(증거)을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2.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생활을 습관화합시다. 몇 년 전 교구는 2년에 걸쳐 성경의 해를 보냈습니다. 신앙의 기쁨을 되찾는 데에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성경을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지혜가 그대를 사랑할 것입니다. 성경을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성경이 그대를 보호해 줄 것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을 생활화하여 신앙의 기쁨 안에서 살아갑시다. 3. 시노드의 길을 충실히 걸어갑시다. 2021년 10월부터 올해까지 전 세계 시노드가 시노드의 정신(synodalitas)에 따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작년 경청의 단계를 지냈지만, 아직도 우리는 서로가 신앙에 대해, 교회에 대해 마음을 개방하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올해 시노드의 길을 모두가 함께 걸어가면서 경청과 대화를 통해 우리 안에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하는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전례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면서 하느님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하느님 안에서 기쁨 가득한 신앙생활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2023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1. 우리 교구의 사목 방향은 ‘사랑의 실천’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2코린 1,2). 우리 교구는 지난 2017년 교구설정 80주년을 맞이한 해를 기점으로, 다가오는 100주년을 뜻깊게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복음화에 매진하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우리 교회가 처한 냉혹한 현실 – 한편으로는 물질만능주의의 거센 도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복음화율과 주일미사 참여율 저조와 신자 고령화 등 – 을 성찰하며 우리 자신의 내적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2018년). 이에 우리는 허약한 신앙을 튼튼하게 다지기 위해 교회 생활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순차적으로 묵상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미 ‘하느님의 말씀’(2019년)과 ‘교회의 가르침’(2020년)과 ‘성찬례’(2021년)를 묵상하였고, 작년 한 해 동안은 ‘기도 생활’을 중심으로 우리의 신앙을 쇄신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루카 18,1)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기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신 교우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다가오는 2023년에는 교회 생활의 마지막 요소인 ‘사랑의 실천’에 마음을 모읍시다. 2.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잠시 우리의 지난 여정을 되돌아봅시다. 지난 여정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거듭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여정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심오한 사랑을 계속 상기시켰기 때문입니다. 먼저 ‘성경’은 우리 인간의 거듭된 불순종에도 불구하고 징벌과 파멸보다는 끊임없이 용서를 베푸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주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과연 “네 모든 잘못을 용서하시고, 네 모든 아픔을 낫게 하시는 분, 네 목숨을 구렁에서 구해 내시고 자애와 자비로 관을 씌워 주시는 분”(시편 103,3-4)입니다. 요한의 첫째 서간 말씀대로,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8.16). 하느님의 이러한 사랑을 ‘교회의 가르침’은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제시합니다. 교리 교육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완전하고 결정적으로”(「가톨릭교회 교리서」, 65항) 나타났음을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실제로 “당신의 친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주셨습니다”(로마 8,32).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를 위하여 수고 수난하시고 돌아가신 분, 부활하여 지금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시는 분”(「현대의 교리 교육」, 5항)을 만나는 데에 온 힘을 모았습니다. 아울러 교회의 가르침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마음을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끕니다. 성부와 성자께서 성령 안에서 영원히 나누시는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 구원 사건의 원천이며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궁극적으로 복되신 삼위의 사랑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성찬례’에서 우리는 “가장 철저한 형태의 사랑”(「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2항)을 체험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시기 위해 당신 자신을 철저히 내어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우리를 살리기 위한 양식이 되십니다. 실제로 우리는 미사성제에서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주님과 내밀하게 결합하고 일치를 이룹니다. 그리고 주님의 힘으로 살아가며 장차 누릴 영원한 생명을 보증받습니다. ‘기도’ 안에서도 우리는 주님의 놀라운 사랑을 체험하였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도에 정진할수록 하느님께서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이미 알고 계시며(마태 6,8 참조), 또 우리가 청하는 것보다 분명 더 좋은 것을 주신다(루카 11,13 참조)고 굳게 확신하게 됩니다. 마침내 우리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서 이미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지금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깨닫고, 우리 자신의 미래를 더욱더 하느님의 손길에 내맡기게 됩니다. 3. ‘사랑의 실천’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응답입니다. 지난 여정에서 이렇게 우리가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거듭 체험했기 때문에, 이제 우리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매정한 종의 비유’를 통해 귀중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주인은 많은 빚을 진 종이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청하자 그 빚을 탕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종은 얼마 되지도 않는 빚을 진 동료가 엎드려 자비를 간절하게 청했을 때, 들어주기는커녕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이 일을 알고 화가 난 주인은 그 종을 불러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마태 18,33)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이렇게 마치십니다.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마태 18,35). 예수님의 말씀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먼저 자비를 입었으므로, 우리도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를 거듭 당부하십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따라서 사랑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베푸시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가 참된 하느님의 자녀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식별 기준이 됩니다”(「자비의 얼굴」, 9항).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그 하나는 하느님의 주도권입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찾으시고, 먼저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고, 계속 먼저 사랑하십니다. 우리 또한 사랑으로 응답할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분의 사랑을 알고 체험할 수 있게 해 주십니다.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고, 사랑 또한 우리 안에서 응답으로 꽃 필 수 있습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7항). 그러므로 사랑의 실천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응답 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점을 요한 1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1요한 4,11.19). 명심해야 할 나머지 하나는 사랑의 속성입니다. 사랑은 명령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강요할 수 있는 계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거저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랑의 실천은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바치신 그리스도의 사랑에 사로잡혀 이웃에게 마음이 열릴 때 제대로 이루어집니다. 그러기에 사랑의 실천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2코린 5,14)는 말씀에서 늘 영감을 받아야 합니다. 사실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시기까지 당신 자신을 내어주셨던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을 때, 우리가 더 이상 우리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그분을 위해서 살며 또 그분과 함께 다른 사람을 위해 살 수 있습니다. 4. ‘사랑의 실천’은 교회의 본질적 사명입니다. 초대교회의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감화를 받아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다”(사도 2,44-45). 그야말로 철저한 물질적 나눔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나눔을 체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일곱 봉사자를 뽑았는데, 이는 나중에 부제직의 기원이 되었습니다(사도 6,5-6 참조). 초대교회의 이러한 물질적 친교는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의 실천(diakonia)으로서 말씀 선포(kerygma-martyria)와 성사 집전(leitourgia)과 더불어 교회의 본질적인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교회의 삼중 임무(왕직, 예언직, 사제직)로서 서로를 전제로 하며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과부와 고아, 죄수, 병자, 가난한 사람 등을 향한 사랑의 실천은 복음 선포와 성사 집전만큼이나 교회의 본질적 사명입니다. “교회는 성사와 말씀을 소홀히 할 수 없듯이 사랑의 실천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22항). 따라서 사랑의 실천은 여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일종의 복지 활동이 아니라 교회 본질의 한 부분이며, 교회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데에 필수적인 표현입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25항). 실제로 교회가 사랑을 실천할 때에 교회다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사랑은 창조주와 구원자의 가장 놀라운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자선활동을 벌일 때, 교회는 본연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자비로우신 하느님」, 11항 참조). 이러한 사랑의 실천은 교회를 위해서 또 교회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교회는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사랑을 증거함으로써 교회는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어, 그들을 하느님을 향해 돌아서는 길로 인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믿는 하느님, 사랑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에 대한 가장 훌륭한 증언”(「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31항)입니다. 5. ‘사랑의 실천’에 충실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이제 사랑의 실천에 충실하기 위해 필요한 근본 요소들을 살펴봅시다. 이 점에 관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에서 세밀하게 밝히셨는데, 우리로서는 이를 다음 몇 가지로 요약·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첫째, 긴급한 요구에 무조건적인 응답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 10,29-37)에서 보듯이, 이웃은 나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사람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나에게 지금 여기에서 긴급한 행동이 구체적으로 요구될 때 무조건 응답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랑 실천입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고통 앞에서 무관심한 삶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닙니다”(「모든 형제들」, 68항). 둘째, 봉사자의 양성입니다. 사랑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전문적인 역량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랑의 실천은 인간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인간애가 필요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성으로 사람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마음의 양성’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양성에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깨닫고 이웃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서게 하는 믿음만큼 탁월한 것도 없습니다. 사랑의 실천은 결국 믿음의 열매(갈라 5,6 참조)입니다. 셋째, 사랑의 실천은 어떤 수단이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말하자면 개종을 권유하는 수단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사랑의 실천은 언제나 인간에게 필요한 사랑을 그야말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따라서 이 실천에는 사랑의 활동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살펴보고 거기에 따라 알맞게 행동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이렇게 온전히 헌신하여 사랑을 실천하는 바로 그때에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고, 또 하느님을 믿을 만하게 드러내는 증인이 되는 것입니다. 넷째, 이렇게 온전히 사랑을 실천하는 봉사자는 겸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봉사자는 사랑을 실천하는 그 순간 이웃이 아무리 비참한 상황에 있다 하더라도 그 이웃보다 자신이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웃을 돕는 것은 자신의 공덕도 성과도 아닙니다. 자신이 잘났거나 훨씬 뛰어나서가 아니라, 주님께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은총을 주셨기에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결국 주님의 도구입니다. 마지막 다섯째로 기도가 필요합니다. 때때로 봉사자는 한편으로는 모든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지거나, 다른 한편으로는 궁극적으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무기력에 빠집니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고 정진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와 맺는 살아 있는 관계 곧 기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상황이 절박하여 행동만이 요구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기도해야 합니다. 하느님께 기도하며 바치는 시간은 우리 이웃에 대한 사랑의 효과적인 봉사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러한 봉사의 마르지 않는 원천입니다. 6. 우리 신앙 선조들은 사랑을 실천하였습니다.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는 이 기회에 우리 신앙 선조들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분들은 당시 엄격한 신분제도 속에서도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했습니다. 그리고 혹독한 박해 시대에 대부분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으나 자신의 것을 더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특히 호남의 사도 유항검 아우구스티노 순교복자는 교회를 위하는 일이라면 서슴없이 재산을 봉헌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양반이라는 신분의식과 많은 재산을 소유한 재력가라는 특권의식을 버렸습니다. 그분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노비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을 형제적 사랑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었으며, 특히 가난한 이웃과 재물을 기꺼이 나누었습니다. 이러한 사랑 실천에 많은 사람이 감화를 받아 입교하는 바람에 박해의 상황 속에서도 신자들이 늘어났던 것입니다. 신앙 선조들의 훌륭한 모범을 본받아 우리도 사랑의 실천에 마음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7. 몇 가지 구체적인 사항을 제안합니다. 이제 우리 교구가 올해부터 앞으로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내용을 제안합니다. 첫째, 주일미사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날마다 일상 기도를 꼭 바칩시다. 성찬례와 기도는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체험하는 원천으로서 사랑의 실천에 끊임없이 새로운 힘을 얻는 자리입니다. 둘째, 본당과 단체 및 교회기관은 사랑의 실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함께 배우는 자리를 마련합시다. 특강이나 정기적인 강좌 등을 개최하여 신자들의 사랑 실천에 도움을 줍시다. 셋째, 본당은 사회복지분과를 활성화하여 관할구역 안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극빈자, 독거노인, 병자 등)을 적극 찾아 나섭시다. “버림받거나 배척받은 모든 형제자매 안에서 그리스도를 알아보아야 합니다”(「모든 형제들」, 85항). 넷째, 지구나 본당은 관할구역 안에 있는 교회의 사회복지기관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집시다. 그리고 봉사활동은 물론 영적·물적 후원으로 도움을 줍시다. 다섯째, 교구에는 전주 가톨릭 사회복지회(‘사랑의 다리’)를 비롯하여 사회복지기관이 많이 있습니다. 모든 교우가 적어도 한 개 이상 후원회에 가입하여 교회의 사회복지에 기여합시다. 사실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지 않는 것은 그들의 것을 훔치는 것이며, 그들의 생명을 빼앗은 것입니다”(요한 크리소스토모). 여섯째,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진 전주교구의 교우로서 일 년에 적어도 한 번 교구의 성지를 순례하여 순교자들을 현양하고 그 훌륭한 신앙을 본받읍시다. 특히 극심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순교자들의 이웃사랑과 나눔의 실천을 이어갑시다. 일곱째, 그동안 실천했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 운동을 앞으로도 지속합시다. 주님은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이르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구온난화를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교구의 지침에 따라 함께 기도하고 행동합시다. 2023년 한 해 동안, 하느님의 사랑을 더욱 깊이 맛보고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저와 여러분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이 세상에 들어올 수 있기를 빕니다.
2022년 11월 27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
2023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가톨릭교회는 3년 여정(2021~2023)으로 열리는 시노드의 1년을 지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제주교구 공동체는 나름대로 경청과 대화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교구공동체가 시노드 여정을 걸어오면서, ‘시노달리타스’라는 이름의 생소함과 시노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부족을 실감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또한 교구 단계 시노드의 구체적인 일정을 잡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는지, 보다 더 친교적인 시간을 보냈는지 성찰하며 돌아보게 됩니다. 여러 부족함을 느끼는 가운데에도 교회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와 신자들 사이 소통의 창구로서 시노드가 가지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봅니다. 이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시노드 여정을 이어가는 우리 모두에게 식별의 단계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시노드의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새로움’과 ‘친교 공동체의 재발견’을 기치로 하여 쇄신과 변화의 길목에 서 있기에, 과거의 방식으로는 이를 수용하고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식별’이라는 단어 자체가 신자들에게 아직 생소하고 그 의미가 분명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고충을 저 역시 함께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식별’의 의미를 제주교구의 현실 안에서, 「주님의 뜻을 찾아가는 소공동체」의 모습으로 전달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바람직하리라 여깁니다. 주님의 뜻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때로는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라는 말을 마치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식의 체념이나 포기로 이해하여 슬픔이나 무기력에 빠집니다. 또는 주님의 뜻을 이행하는 것을 마치 냉혹하고 고통스러운 의무로 느끼며 부담감을 가지고 감당합니다. 상황에 따라 주님의 뜻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주님의 뜻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현실이거나 과거의 유물처럼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모든 것은 주님의 뜻을 마치 외부에서 부과된 하나의 규범처럼 해석하여, 여기에 우리 자신을 맞추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강요로 여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님의 뜻의 본질은 바로 ‘사랑’입니다. 우리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을 뺀다면, 주님의 뜻을 초라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아버지 하느님께 드린 예수님의 ‘네!’라는 순명이 우리에게도 ‘네!’라는 사랑의 응답을 재촉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께 매일 청하는 은사입니다. 우리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마태 6, 10)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 것으로 삼아 이 은사를 날마다 간청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단지 이것을 청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모범이 되어 주셨고 몸소 ‘길’이 되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주님의 뜻은 신앙생활의 양식이요 영혼의 호흡이기에, 신앙인들에게는 매일을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주님의 뜻을 찾고 응답하는 매일의 일상을 통해 우리는 주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게 하여, 천국의 삶을 지금 여기에서 누릴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2022년 추계 주교회의 총회를 마치고 나서 시노드 여정의 한국교회 종합의견서를 발표했습니다. 의견서는 한국교회 현실을 10가지 주제로 정리했는데, 주제를 넘나들며 가장 많이 언급된 문제는 성직자의 권위 의식입니다. 의견서는 성직자 중심의 수직적 소통 구조를 지적하고 수평적 의사 구조를 제시하며 소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때때로 순명이라는 교회의 아름다운 덕행이 무조건적인 복종으로 오해되는 순간 친교에 걸림돌이 되기에 성직자들이 수도자와 평신도의 발언에 더 귀 기울일 것을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사제 중심적 또는 독단적 결정에 따른 교회 운영도 지적하며, 신자들에게도 발언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의견서에는 교회가 온전한 동반자가 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성찰도 담겼습니다. 무엇보다 청소년과 청년, 노인과 장애인, 북한 이탈주민과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등이 교회에서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각 교구가 사회 복음화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의견서는 모든 교구가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교회에 진입한 만큼, 노인이 설 자리를 찾아주고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위기 가정과 이혼 증가로 신앙생활의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위한 상담기구와 교회법 개선도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신자들이 형식적이고 의무적으로 전례에 참여하는 점도 문제로 거론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주례 사제의 성의 없는 미사 거행과 준비되지 않은 강론이 신자들의 온전한 미사 참례를 방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의견서는 신앙과 전례보다는 친목을 앞세울 때가 많은 점, 성인의 경우 남성 위주로 전례 봉사자를 임명하는 관습, 또 장애가 있는 신자들이 전례 거행에서 배제되는 현실도 꼬집었습니다. 많은 신자가 교회 활동보다 사회생활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교회 활동에 동참하더라도 복음 선포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않고 자기만족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실에서 이웃사랑의 실천과 사회와의 연대활동이 필요하다는 점도 의견서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낙태와 자살, 안락사, 사형제도 반대, 환경보호, 평화증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이슈들에 대해 적절한 응답을 제때에 하지 못한 부분도 성찰했습니다. 아울러 소통의 중요성도 거론되었습니다. 의견서는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정치 갈등,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교회 내에서도 단체 간, 본당 간, 교구 간 그리고 신자 사이에 벽이 존재한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신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 물리적 간극을 좁히고 교회 문화를 새롭게 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의견서는 결론에서 다양한 이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지치지 않은 증언자가 되어야 하고, 생태계와 환경보존 운동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기를 주문했습니다. 세계 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3년 3월까지 대륙별 단계에 들어가며 공동 책임감으로 식별의 시간을 가진 후 2024년 10월에 한 번 더 준비하여, 두 차례에 걸쳐 시노드 본회의가 열린다고 합니다. 올해, 제주교구는 이러한 의견서의 내용들을 사목 평의회와 사제 평의회 등을 통해 각 본당과 일반 신자들에게 널리 알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실천이 뒤따를 수 있도록 진행할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일이 영적인 식별을 통해 교회가 추구하는 복음 선포의 사명을 활성화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능동적인 주체로서 부르심 받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공동책임을 맡아 함께 나아가는 시간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여기에 더해 교종 프란치스코의 생태회칙 『찬미 받으소서』 반포 이후 제주교구의 상황에 맞게 실천하고 있는 7년 여정의 계획과 목표를 함께 점검하는 기회를 가질 것입니다. 교회의 사명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뜻에 따라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구원 선포의 삶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이 땅에서 증거하는 일입니다.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 모두가 같은 신앙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사명을 실천하면서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길입니다. 이러한 여정 속에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는 식별의 과정을 새롭게 경험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성령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에 저는 우리가 매일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1. 늘 기도하는 공동체가 됩시다. 시노드 여정에서 함께 걸어가는 우리는 주님께서 섭리 안에 마련하신 은총을 청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여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언제나 기도의 힘으로 무장하는 것이 식별의 훈련을 위한 기초입니다. 2. 성경을 가까이에 두고 자주 읽읍시다. 말씀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성찬례와 함께 새로운 전례에 맛들이는 가운데, 주님의 뜻을 늘 새롭게 깨닫고, 깨어 있는 공동체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3. 개인이든 공동체든 모든 일에 앞서 상호 경청과 존중 가운데, 영적인 식별을 하도록 합시다. 이러한 식별을 통해 우리 모두가 주님께서 초대하시는 제주지역의 복음 선포의 사명을 충실히 살아갈 때, 하느님 백성인 우리는 각자 삶의 자리에서 주님 뜻을 실천하는 증언자가 될 것입니다.
2022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제주교구 감목 문 창 우 비오
‘신앙 선조들의 삶에서 배우고
사랑하는 교구의 형제 자매 여러분,
신앙의 새해를 시작하는 대림의 첫날에 기쁨으로 여러분에게 축복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시는 주님을 기쁨과 희망으로 기다리며 새해를 시작합시다. 주님께서 축복하시는 새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사목교서를 준비하면서 가졌던 저의 생각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신앙 선조들의 삶에서 배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교구 공동체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는 교회 위기에 대한 여러 진단들을 듣고,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리가 나타났다.’ 하고 외치는 거시 해결책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변화하고, 겪어 보지 못한 새 시대에 어떤 사목을 지향하고, 어떤 실천을 해 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사목 실천의 바탕이 될 영성의 빛을 이 사목 교서에서 생각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저는 많은 순교자를 배출했던, 우리 교회 초기 신자들의 신앙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신앙 선조들의 삶에서 배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교구 공동체의 해’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그분들은 어떻게 그 엄혹한 시절에 신앙을 지켜 냈을 뿐 아니라, 힘차게 증거 했을까요? 저는 그분들 신앙의 핵심을 ‘거룩함의 체험’이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짧은 기간, 단순한 진리 교육, 강한 성사적 체험이 그분들에게 ‘하느님의 거룩함’을, 차원을 달리하는 ‘신앙의 삶’을 체험하게 했고, 그것이 신앙의 힘을 간직할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그런 거룩함을 체험하지도 전수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여겨집니다. 신앙의 거룩함을 전수하지 못하고, 교육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문하며, 신앙 선조들이 체험했던, 그 신앙의 토양을 다시 만드는 것이, 오늘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는 길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선조들의 신앙의 실천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이 교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첫째로 생각한 것은, 신앙의 기쁨입니다. 사람들은 순교자들의 용덕을 찬양하지만, 신앙의 기쁨이 없었다면, 순교의 용덕은 불가능합니다. 신앙에서 기쁨의 사람이었기에 순교자가 되는 것이지, 순교자가 되고 난 후 신앙의 증인이 된 것은 아닙니다. 신앙의 기쁨은 초기 순교 성인과 선조들 신앙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내적 기쁨과 충만함’이 신앙의 핵심입니다. 그것 없는 신앙은 곧 활력을 잃거나, 공허한 자기 수련과 인내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를 기쁨으로 초대하시는 하느님과 기쁨의 신앙을 살았던 선조들을 본받읍시다. 둘째는 신앙 선조들의 기도입니다. 기도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를 좌절하지 않게 하고, 믿음을 지키게 해주는 것이 기도입니다. 기도가 어렵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기도는 늘 해야 하는, 의무와 같은 것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신앙 선조들이 어려운 경제적, 사회적 여건 속에서도, 소박하지만 열렬히 무릎 꿇었던 그분들의 자세를 되살릴 때 우리는 기도 안에서 쉬고, 위안과 평화를 얻고, 신앙의 기쁨을 다시 채울 수 있으며, 거룩함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앞에 무릎 꿇는 이들이 됩시다. 셋째는 형제애입니다. 아무리 좋은 신앙과 기쁨의 사람이라도, 하느님의 백성들 안에서 그 기쁨을 나누지 않고, 서로를 풍요롭게 하는 형제애 안에서의 신앙의 나눔이 없다면, 그것은 반쪽의 신앙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늘날 신앙은 개인의 휴식을 위한 소모품 정도로 인식되어 갑니다. 증거되지 않는 신앙으로 우리 교회의 활력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신앙 공동체 안에서 나누는 형제애가 우리를 튼튼하고 신앙을 고백하도록 이끕니다. 형제애를 나누는 공동체를 건설해 나갑시다. 넷째는 신앙 선조들의 청빈입니다. 이것은 그저 가난을 살았던 것을 배우겠다는 차원을 넘어, 세상의 조류와 가르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을 의미합니다. 청빈한 이는 하느님 안에서 자유와 충만을 느끼는 이들의 표지입니다. 온전히 새로 난 사람은 이 세상의 가치들에 흔들리지 않고 하느님만으로 충분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런 우리들은 나의 울타리를 넘어 당면한 형제들의 어려움과 고난, 그리고 우리 시대의 긴급한 요청에 응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게 할 것입니다. 각자뿐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이 시대의 긴급한 요청에 응답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길을 묻고, 해답을 찾아갑시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사목자와 교형 자매들이 한데 어울려 선조들의 신앙을 배우고, 연구하여, 그들이 살아냈던 충만한 기쁨의 신앙을 오늘의 우리가 살아가고, 그 넘치는 기쁨을 기쁘게 드러내는 활기 있는 공동체를 향하여 나아갑시다. “여러분을 부르신 분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모든 행실에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1 베드로 1,15).
2022년 11월 27일
대림 제1주일
청주교구장 김종강 시몬 주교
사목교서
우리의 현실
지난해 사목 교서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발표하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춘천교구 하느님 백성 모두가 이 여정에 기꺼이 동참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한 해를 새롭게 준비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사목 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기후 위기와 가난한 이들의 소외라는 현실 앞에서 그리스도인 공동체인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의 역할을 자문하면서,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는 자리를 찾아가 그분의 영광을 드높이도록 권고하셨던 이냐시오 성인의 가르침을 떠올려 보며,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는 자리를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시는 자리는 말씀과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피조물입니다(「찬미받으소서」 12항)"라는 말씀으로 명료하게 우리를 인도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말씀을 주셨고 그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심이 바로 기쁜 소식입니다.” 「주님의 말씀」 1항, 베네딕토 16세 교황 권고 1. 말씀살기 : 말씀으로 우리 곁에 오신 하느님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 권고를 통하여, 살아 있는 그리스도교 영성은 교회 안에서 선포하고, 듣고, 기념하고, 묵상한 하느님의 말씀을 기초로 하고 있음을 역설하셨습니다. 아울러 하느님의 백성 전체(목자들, 봉헌된 이들과 평신도들)를 향해 기쁜 소식을 전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바로 말씀을 살아내는 일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말씀살기’ 여정은 매일의 말씀을 읽는 것에서 시작되며, 무엇보다 공동으로 함께 읽고 선포하는 말씀의 작은 모임들과 전례 안에서 굳건해집니다. 우리 일상 안에서 말씀을 살고 말씀이신 ‘그리스도의 향기’(2코린 2,15)를 이웃들에게 전할 때,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될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에게서 벗어나 하느님, 타인, 모든 피조물과 친교를 이루어 살면서 관계를 맺으면 맺을수록 더욱 성장하고 성숙하며 거룩해집니다.” 「찬미받으소서」 240.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2. ‘찬미받으소서 살기’ : 피조물을 통해 드러나시는 하느님 현대의 기후 위기와 가난한 이들의 소외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는 듯 행동하며, 피조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잃어버린 것에 원인이 있다고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으로 기술만능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차원의 대화와 교육을 촉구하십니다. 교회는 이러한 위기 앞에 하느님과 피조물의 창조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이 관계 회복의 한 가운데에 복음, 곧 말씀이 자리합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예수님의 말씀이 실현되어야 하는 곳은 바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과 공동의 집인 지구입니다. 따라서 ‘말씀살기’는 ‘찬미받으소서 살기’로 이어져야 하고 궁극의 지향점은 한 곳이어야 합니다. 이 후속 권고를 통해 ‘말씀살기’와 함께 ‘찬미받으소서 살기’의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제안합니다. 생태를 위한 기도를 봉헌합니다 : 생태를 위한 기도는 상처의 치유와 함께 관계를 회복하고, 하느님과 인간과 모든 피조물의 사랑을 우리 안에서 내면화하는 중요한 실천 사항입니다. 알고 믿어야 합니다 : 깊이 잠식된 소비와 소유 문화에서 벗어나 이 시대의 요청에 따른 실천적 복음화의 길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말씀과 교회 문헌, 생태적 삶이 어떤 삶인지 알아야 합니다. 알고 나서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 생태적 회심과 실천은 기도로 시작하여 공부를 통해 알아가고, 그 앎을 신앙인의 소명 의식으로 실천하며 살아 내는 것입니다. 이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자 목표입니다. 2023년 한 해는 개인적으로 혹은 소공동체와 본당 차원,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찬미받으소서 살기(기도, 공부, 실천)’ 여정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구에서도 ‘찬미받으소서 살기’ 도움 책자를 발간하여 직간접적으로 여러분의 여정에 함께하겠습니다. 하느님 백성이 모두 모여 기도하고 공부하며 실천하는 이 시간들 속에서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는 자리를 찾아 그분의 영광을 드높이는” 기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말씀은 이 세상 만물을 지탱하는 기초입니다. 인간도 이 말씀으로 창조되었으므로 우리는 말씀을 벗어나서는 모든 것의 완성에 이를 수 없습니다. 언제나 말씀을 중심에 두고 가난한 이들과 생명과 환경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춘천교구 사목 교서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후속 권고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의 소명을 실현해 나가는 뜻깊은 기회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2022년 11월 27일 대림 제1주일에
춘천주교 김주영 시몬
2023년 교구장 사목교서
사랑하는 군종교구민 여러분,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은 채 맞이했던 2022년을 마감하며 새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록적인 자연재해로 전 세계가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호하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외침이 더욱 절실히 우리 모두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제가 교구장에 착좌하여 맞이한 첫해의 사목표어는 ‘성체성사로 거듭나는 삶’이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지침 준수로 인하여 군대 내 종교활동마저 통제된 상황에서 신앙의 발돋움을 위해 ‘성체성사’로 되돌아가서 힘을 얻자는 취지였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부님들은 혼자 혹은 몇몇 신자와 함께라도 꾸준히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매월 첫 목요일에 ‘성시간’을 실시하였고, 성체조배를 하였습니다. 함께 하여 주신 신자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올 2023년 사목표어는 “선교의 열매, 세례성사!”로 정하였습니다. 작년 성체성사로 영적 힘을 얻은 우리는 다시금 전교에 매진하여, 이웃과 동료들을 세례성사에로 초대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어라.”(마태 28,19)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전교는 우리의 사명이자, 하느님 나라 건설의 핵심입니다. 33년간의 지상 사명을 마치신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며 하신 마지막 유언을 기억합시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 세상의 자녀들도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언만큼은 마음에 담고 지키려 힘씁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를 떠나 하늘에 오르시면서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베풀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겨 실천에 옮기는 2023년이 되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그날에 신자가 삼천 명가량 늘었다.” (사도 2,41) 2011년도 군 세례자 인원은 2만 9천여 명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미사 중지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던 2020년도에는 세례자가 3천여 명으로 급감하였습니다. 그리고 ’21년도 2천여 명, ’22년도 1천 5백여 명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세속의 이치처럼 수적, 물량적 선교를 중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종교에 대한 관심이 현격히 급감하는 이 시대에,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종교생활 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선교의 결실인 세례성사에 대한 우리의 다짐을 새롭게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백성들은 스승님의 십자가 죽음에 실망하여 뿔뿔이 흩어집니다. 그런 와중에 두려움 속에 다락방에 모여있던 제자들에게 성령이 내려오시자 그들은 용기백배하여 다락문을 박차고 백성들 앞에 나서서 용감히 부활의 기쁜 소식을 증언합니다. 베드로는 회개를 외칩니다. 타락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하라고 타이릅니다.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그날 하루에 삼천 명가량이 세례를 받고 신자 가 되는 엄청난 일이 납니다. 이는 2천여 년 전, 베드로 사도가 살아있을 때만 일어났던 일회적인 현상이었을까요? 그가 특별히 학식과 언변이 뛰어난 명설교가였을까요? 그는 사실 일자무식의 어부였습니다. 과학 문명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오히려 지식과 언변에서 과거 인물들보다 더 출중할지도 모릅니다. ‘3천 명 세례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고 우리도 실행해 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2티모 4,2)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그리스도에게서 멀어진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교회의 첫째가는 임무이기 때문이다.”(교회의 선교 사명 34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양우리 안에 있는 아흔아홉 마리 양들도 있지만, 길 잃은 한 마리 양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코로나19 이후로 ‘쉬는 신자’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우리에게는 세례뿐만 아니라, 쉬는 교우들을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하는 또 하나의 사명이 있습니다. 세례성사의 의미 안에는 신자들이 지속적인 신앙생활을 하도록 인도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군종신부들과 군인들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때문에 대화를 나눌 시간과 신앙을 권할 수 있는 기회도 많습니다. 군가족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사들은 후임병들이 군생활에 적응하도록 잘 돌보아 주면서, 주일에는 성당 미사에로 초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신부님, 수녀님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에게 맡겨 주신 주님의 사명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귀담아 들읍시다.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 끈기를 다하여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타이르고 꾸짖고 격려하십시오.”(2티모 4,2)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1코린 3,6) 군대 내에서 선교를 하거나, 세례를 베푸는 데 장애 요소는 무엇입니까? 첫째, 젊은이들이 종교에 대해 냉담하다는 것입니다. 세속에 매료되어 선뜻 신앙을 선택하기를 꺼려합니다. 둘째, ‘나도 신앙의 삶에 충실치 못한데, 누구를 인도하겠는가?’ 하는 소극적인 우리의 마음입니다. 때문에 신자임을 밝히기를 쑥스러워하고 부담스러워하기도 합니다. 셋째, 세례성사를 위한 교리교육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가끔 외부에서 염려하시는 말씀을 듣습니다. ‘군대 성당에서 짧은 교리공부 후에 세례를 주어 쉬는 신자를 만들어 낸다’는 요지입니다.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타종교와 함께 공존하는 군대에서, 종교에 배정된 시간이 단축되고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된 종교활동의 여건에서 그렇게라도 세례를 베풀어야 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이러한 급박한 현실 안에서 우리의 인간적 노력을 다하고 “그 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라는 말씀에 의지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주님 능력으로 채워주십사 청하는 마음으로 교리교육과 세례에 전념해야 하겠습니다. “심고, 물주는” 역할이 우리에게 주 어진 사명이라고 믿으며, 한국천주교회의 미래를 위해 묵묵히 선교와 세례성사에 집중합시다. 사랑하는 장병, 군가족,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새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기를 기도하며, 다시금 신앙의 불을 지피도록 힘을 모읍시다. 코로나19로 해이해진 신앙의 옷깃을 여미며 우리에게 주어진 선교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2023년이 되기를 마음 모아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복음전파와 세례받은 새 영세자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는 은총의 한 해가 되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실천 사항 1. 주일미사 거르지 않기. 2. ‘매일미사’의 그날 복음과 독서 읽기. 3. 먼저 용감히, 자신이 신자임을 동료와 이웃에게 밝히기. 4. ‘쉬는 신자’ 한 분과 성당 미사 동행하기. 5. 비신자 한 분을 권면하여 세례성사 받게 하기.
2022년 대림 제1주일
천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티토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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