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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의 부활 제3주간 화요일: 요한 6, 30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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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승 [bona24] 쪽지 캡슐

2024-04-15 ㅣ No.171534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6,34)


군중이 예수님께 ‘표징’을 보여 믿게 해달라고 합니다. 문득 기적은 나에게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의 저에게는 매일의 삶에서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느끼고 보고 만지는 것을 기적이라고 봅니다. 이곳에 살면서 매일 보고 있는 산과 들, 개천이 그리고 그곳을 시시각각 다르게 느껴지게 하는 날씨와 계절들(=현상들), 봄이 되면 여기저기 형형색색으로 피어나는 꽃들이며 새록새록 돋아나는 나무의 새싹들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감지합니다. 누가 돌보지 않았는데도 매일매일 새로운 색깔로 변화되어 가는 자연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놀라며, 보이지 않지만, 이 모든 것들을 통해서 부드러운 하느님의 손길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기적입니다. 그리고 매일 매일 일어나서 하느님 자비 앞에 기도하고 미사를 집전하는 것도, 기적입니다. 그리고 병상에 누워 계시는 어르신들의 살아온 생이, 그리고 거칠게 숨을 쉬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순간순간들을 주님의 십자가에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는 모습에서 하느님의 기적을 봅니다. 하느님의 손길은 이처럼 자연과 사람 그리고 나에게 허락된 오늘이 바로 기적이며 이를 느낄 수 있는 나 자신이 바로 기적일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6,33) 라고 하자, 군중이 “그 빵을 저희에게 주십시오.”라고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내가 생명의 빵이다.” (6,34) 하고 확언하십니다. 이는 바로 설명이 아니라 자기 계시의 선포입니다. 이 빵을 얻기 위해서는 예수님께 가야 하며, 그분에게 가는 것은 그분을 믿는 것이며, 그분을 믿는 것은 곧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믿음의 기적입니다. 이 믿음의 기적을 사신 분이 바로 스테파노입니다. 스테파노는 그리스도인의 본질(=섬김과 믿음 선포)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모델이며, 또 다른 예수로써 성령에 충만하여 하늘에 계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예수님처럼 자신을 박해하는 이들을 용서하며 죽어갔습니다. 그런데 사울처럼 타인을 죽이는 일에 찬동하고 살아왔다면, 이제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께 다가가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고 사람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야 할 기적입니다.

 때론 같은 듯 보이지만 다른 것처럼, 오늘 독서의 스테파노와 복음의 군중의 차이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걸까요? 어쩜 그 차이는 예수님과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내외적 시선과 태도에서 차이가 생긴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신” (6,33) 예수님에 대한 믿음과 불신 그리고 하느님의 영으로 사느냐와 인간의 정신으로 사느냐에 따른 차이에서 같은 듯 전혀 다른 존재와 그 처신이 기인한다고 하겠습니다. 믿음과 영으로 충만한 스테파노는 육적으로 죽겠지만 영적으로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입니다. 이와 달리, 군중들은 육적으로 살아있겠지만, 이미 영적으로 죽은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군중은 아래-땅-육에서 났지만, 스테파노는 위-하늘-영으로 이미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군중은 예수님께 “무슨 표징을 일으키시어 저희가 보고 선생님을 믿게 하시렵니까? 무슨 일을 하시렵니까?”(6,30)라고 묻습니다. 사실 “물과 성령으로 태어난 사람”(3,5)은 모든 형상과 현상, 모든 사건과 사람들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뜻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기에 다른 표징과 일이 필요하지도 않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여기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신 아빠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고, 표징의 표징이며 성사 중의 성사이신 예수님께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이 더 요구될 뿐입니다. 요한복음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들을 기록한 목적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20,31)

‘선생님, 그 빵을 늘 저희에게 주십시오.’라는 군중들의 간청엔 썩어 없어질 양식 곧 먹어도 늘 배고프고 마셔도 늘 목마른 양식을 얻기 위해 피땀을 흘린 사람만이 느끼는 고달픔이 물씬 풍겨 나옵니다. 오늘도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마련하기 위해 힘들게 애써 일하시는 모든 분께 위로와 축복을 빕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6,35) 라는 약속과 함께 당신께로 나아오도록 초대하십니다. 믿음과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은 스테파노처럼 이미 삶에서 배고프거나 목마르지 않고 열린 하늘을 보고 기뻐하며 오로지 하느님 안에서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것을 감사하며 자신을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며 살아가려고 힘써 애쓸 것입니다. “주님, 제 목숨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 (시31,6)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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